이동한 개체군의 유전자를 분석할 때 항상 같은 현상을 발견한다. 원래 개체군보다 이들의 후손이 유전적 다양성 면에서 더 빈약하다. ‘창시자 효과‘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흔히 몇 안 되는 선구자가 이주를 시도하므로 발생한다. 이 선구자들은 원래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가운데 극히 일부만 가져온다. 일단 한번 정착하면 이들은 자기들끼리 번식하니까 이들이 낳은 새로운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초기 개체군보다 다양성이 더 빈약할 것이다. 창시자 효과는 연달아 이주할 때 한층 더 심해진다. 이때는 유전적 다양성이 이주하는 길에 점점 감소할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나머지 지구를 차지하고자 아프리카를 나왔지만 아프리카에서 멀어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연구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P194

리벳이 실험으로 얻은 결과는 더 당혹스럽다. 운동 준비 전위는 움직이기 거의 1초 전에 활성화하기 시작한다. 우선 여기까지도 겉으로 보기에는 충격적일 게 없는데, 두뇌 활동이 명령을 내릴동작보다 선행하는 게 논리적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 동작하겠다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운동 준비 전위가 500밀리초이상 먼저 올라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즉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움직여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활성화한다.
- P214

다행이건 불행이건 간에 힉스 보손은 규명되었다. 따라서 누가봐도 내 생각이 틀렸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긍정주의자다. CERN에서 관측한 입자가 힉스 보손의 모든 특성을 다띤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확인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남아 있다.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하니 놀랄 일들이 벌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입자가 만약 이론물리학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새로운 입자라면?
그렇다면 틀림없이 기초물리학 연구에 다시 활력이 돌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줄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심지어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뜬소문이 들리기에 아직 모든 희망이 가능성을 잃은 건아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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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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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우위‘라는 게 무엇일까? 이제까지 대부분 우리는개체가 그 주변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것이리라고 생각해왔다. 예컨대 사냥을 돕거나 반대로 포식자에게 대항할수 있는 특성이다. 그러나 우위의 종류가 다른 것도 있다. 효율적으로 번식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어떤 종에서 몇몇 대표적인 개체가 다른 개체보다 잘 번식한다면, 그 개체들에게 더 많은후손이 생길 것이고, 개체군 내에서 이들의 유전자가 더 잘 퍼질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성선택이라고 부르며, 주변 환경에 제일잘 적응한 개체가 아닌 성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개체에 더 유리한것을 말한다.
- P133

암컷에게 자기와 짝짓기를 할 상대를 고를 최종 선택권이 있으므로 (우리가 앞으로 살펴볼 내용처럼 그 수컷이 암컷을 임신하게 한다면 말이다) 일반적으로 수컷 사이의 경쟁에는 두 가지 유형이있다. 하나는 암컷을 차지하려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암컷에게 선택되기를 희망하며 암컷을 유혹하려는 간접적인 경쟁이다. 성선택 덕분에 이 두 가지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개체가 종의 진화에서 유리하다. 그 결과 자동으로 수컷에게서 두가지 유형의 특징, 즉 공격 수단과 치장이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공격 수단은 수컷이 치러야 하는 대결에서 우위를 가져다주는 모든 특성을 말한다. 가령 사슴과 고라니, 황소, 일각돌고래까지 모든 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뿔이 공격 수단에 해당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수컷이 더 크다는 단순한 사실이 몸싸움에서 훨씬 더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해주므로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몸집이 큰 종이 여럿 있다. 가령 수컷 고릴라는 암컷보다 보통 몸무게가 두 배 더 많이 나간다.
하지만 공격 수단보다 더 섬세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치장이다.
치장은 암컷 눈에 수컷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모든 특징을말한다. 이러한 치장은 물론 공작의 현란한 깃털을 설명해준다. 암컷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화려한 꽁지깃이 증표다.  - P135

반면 알코올은 정유와도 잘 섞이고, 물과도 잘 섞인다.
아네톨과 물이 원래 잘 섞이지 않는데도 파스타스 원액의 주조를 이루는 이 세 가지 혼합물은 안정적이다. 사실 파스티스 원액에는 물보다 알코올이 넉넉하므로 정유가 별 어려움 없이 여기에 혼합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파스티스를 희석하려고 물을 넉넉히 넣으면 깨지기 쉬운 균형이 무너진다. 아네톨 분자가 물과 알코올의 혼합물에서 따로 떨어져서 미세한 방울로 재결합하기를 선호한다. 그 결과 아네톨 분자가 유제乳劑(emulsion, 서로 혼합하지 않는 액체의 한 쪽을 미세한 입자로하여 다른 쪽의 액체 중에 균등하게 분산시킨 것)를 형성한다.
•••••
이런 식으로 물을 탄 파스티스에 주방 세제를 넣으면, 그 분자가 기름방울 주변으로 가서 기름을 가른다. 그러면 기름은 여전히 물과 섞이지는 않지만 그 방울이 훨씬 더 작아진다.
방울 크기가 빛 파장보다 적당히 작아지면 광파가 산란하지 않고 다시 액체를 통과할 수 있고, 혼합물이 뿌연 상태에서 다시 투명하게 되돌아온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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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정훈이 말한 그대로라고 겐토는 생각했다. 진화한 존재로부터 보면 인간은 불쌍해 보일 정도로 하찮은 지력 정도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눈살을 찌푸리고 싶을 정도로 야비한 생각밖에 없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 주어진 모든 생물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획득한 최선의 능력이었다. 최선을 다해 이 불완전한 뇌를 연마하며여러 곤란한 상황에 맞설 수밖에 없었다.
아키리를 태운 승합차가 국도를 타고 커브를 돌며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해변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여태 잠자코 보고 있던 마이어스가 말했다.
"전부 끝났군, 예거, 쓸쓸하지 않아?"
예거가 대답했다.
"고양이라도 기르지, 뭐."
- P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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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0시경, 나카미나토 군 이소베 마을에서 도쿄에서 가출한 고교생 두 명이 잡혔다. 소년 A (18)는 손을 다쳤고, 소녀B (17)와 함께 이소베 마을의 개업의를 찾아갔는데, 진찰한 의사가 날붙이에 의한 상처로 추정하여 파출소에 신고, 잡히기에 이르렀다. 소년 A와 소녀 B는 부모가 낸 가출인 수색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손을 다쳐? 날붙이에 의한 상처? 기사에 그 이상은 적혀 있지않았다.
난고는 그 짧막한 내용을 눈으로 훑으며 혼란에 빠졌다. 그가그리던 순박한 소년상은 수정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기사를 통해그려지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황폐한 10대 후반의 소년상이다.  - P216

재심에 의한 무죄 판결의 공지
사카키바라 료(키사라즈 구치지소 재감 중, 무직, 1969년 5월 10일생)에게 1992년 8월 29일 치바 현 나카미나 토 군의 집 내부에서 우츠기 고헤이, 야스코 내외를 살해한 후 금품을 갈취했다.‘ 는사실에 근거, 사형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재심 결과 범죄의 증명이 없었기에 2003년 2월 19일 무죄를 언도함.
치바 지방 법원 다테야마 지부

이는 상해 치사의 전과를 지닌 미카미 준이치와 평생 동안 범죄자 세 명의 목숨을 빼앗은 전 교도관 난고 쇼지, 두 사람이 해낸일이었다.
(끝)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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