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그 여파는 퍼킨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때까지 그녀는 노동자와 빈민층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로비를 벌여 왔지만, 관습에어긋나지 않는 평범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아마도 평범한 결혼 생활과 점잖은 일을 하며 사는 삶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재를 목격한 후부터 그녀의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천직이 되었다. 도덕적 분노가 삶의 궤적을 바꾼 것이다. 자신의 욕망과 자존심은 더 이상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게 되었고, 그녀가 추구하는 대의가 삶의 중심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상류사회의 행동방식에서 멀어졌고, 점잖은 개혁론자들이 빈민층을 돕는 방법에 대해 참을성을 잃었다. 지나치게 깔끔하게 구는 것도, 순수성을 유지하며 지저분한 현실에 발 담그지 않으려는 그들의 욕망도 참기 힘들어졌다. 퍼킨스는 단단해졌다. 그녀는 거칠고 혼란스러운 정치계에 온몸을 던졌다. 트라이앵글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에게 닥친 것과 같은 재난이 다시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도덕적으로 위험한 행동도 취할 용의가 있었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타협을 하고 부패한 관리와 공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대의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 P52

죄는 우리 정신 세계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삶이라는 것이 도덕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되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환원하려 한다 해도,
일련의 집단이 하는 행동들을 빅 데이터에서 잡아 낼 수 있는 성향으로 환원하려 한다 해도, 죄‘를 ‘실수‘, ‘오류‘ 혹은 ‘약점‘ 등 도덕성과 상관없는 단어로 대체하려 한다 해도,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개인의 책임과 도덕적 선택의 문제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용감함과 비겁함, 정직과 기만, 연민과 냉정, 신뢰와 배신 사이에서 우리가 스스로 내리는 선택의 결과라는 뜻이다. 현대 문화가 죄를 ‘실수‘나 ‘무감각‘ 같은 단어로 대체하고, ‘덕‘, ‘인격‘, ‘악‘, ‘부도덕‘과 같은 단어를 아예 없애 버리려 한다 해도 우리 삶에서 도덕적인 요소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저 피할 수 없는 삶의 도덕적 핵심을 피상적인 단어로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에 대해 덜 명확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일상 생활에 걸린 도덕적 문제들을 점점 더 백안시하게 되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 P109

죄는 악마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그저 일을 망치는 쪽으로 기우는 우리의 삐딱한 성향, 장기보다 단기적인 결과에, 상위보다 하위의 가치에 눈이 어두운 우리의 성향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죄를 반복적으로 짓게 되면 습관으로 굳어져 하위 가치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다시 말하면, 죄가 위험한 까닭은 죄가 죄를 먹고 자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한 작은 도덕적 타협이 화요일에는 더 큰도덕적 타협을 하기 쉽게 만든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않아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힘들게 된다. 또 어떤사람은 자기연민의 죄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은 당연히 희생자라고 여기는 감정은 분노나 욕심만큼이나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갑자기 큰 죄를 짓는 사람은 드물다. 큰 죄를 짓는 사람들은 일련의 문을 통과해 온 사람들이다. 분노 문제가 있는데도 내버려 두었을 수있고, 음주나 마약 문제가 있는데도 통제하지 않았을 수 있다. 동정이나 연민의 문제도 성찰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타락은 타락을 낳고, 죄는 죄가 내리는 형벌이다.
- P111

당시 아이젠하워는 ‘블래키‘라는 말을 훈련시키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는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블래키와의 경험 그리고 이전에 콜트 기지에서 이른바 능력 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신병들과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지속적인 확신을 갖게 됐다. 우리가 뒤처지는 아이는 희망이 없다고, 민첩하지 못한 동물은 가치가 없다고, 한번 황량해진 땅은 복구하기 어렵다고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확신 말이다. 이는 우리가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만큼 시간을 두고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 데 원인이 있다. 다루기 힘든 아이가 멋진 성인으로 자라고, 동물이 훈련에 반응하고, 황량한 땅이 다시 비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 말이다. - P126

이이젠하워가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무르익어 간 특징이 또 하나있었다. 바로 중용의 미덕이었다.
중용은 일반적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덕목이다. 먼저 무엇이 중용이 아닌지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중용은 단순히 두 가지 상반된 극단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아서 기회주의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아니다. 그렇다고 개성 없는 침착성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상반된 열정 혹은 대립되는 생각들을 갖지 않는 온화한 성격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용은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세상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중용을 필요로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모든 특징들이 서로 쉽게 어울려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을 제어하거나 조절할 필요 없이 마음껏 자아를 실현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도덕적 가치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할 경우, 혹은 모든 정치적 목적이 한길을 똑바로 감으로써 동시에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경우 중용은 필요 없다. 그저 진실이 있는 쪽을 향해서 가능한 한 빨리 돌진하면 되는것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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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삶이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

최근 나는 이력서에 들어갈 덕목과 조문에 들어갈 덕목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줄곧 생각해 왔다. 이력서 덕목은 일자리를 구하고 외적인 성공을 이루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말한다. 조문 덕목은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조문객들이 고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오는 덕목들로, 한 존재의 가장 중심을 이루는 성격들이다. 그이가 용감하고, 정직하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이었는지, 어떤 인간 관계를 이루고 살아간 사람이었는지 하는것들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문 덕목이 이력서 덕목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인생의 오랜 시간을 전자보다 후자에 대해 생각하는 데 더 많이 할애해 왔다. 현재의 교육 체제도 조문 덕목보다 이력서 덕목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 P5

빅미, 자기과잉의 시대
그 후 몇 년 동안 나는 겸양의 문화에서 ‘빅 미Big Me‘라고 부를 만한 문화로 크게 변화해 왔음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았다. 자신을 낮추라고 강조하는 문화에서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권장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 P26

우리가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 본성에 있게 마련인 편견과 자만심을 어느 정도 극복한 사람들이다. 지적 겸손의 가장 완전한 의미는 멀리서 바라본 자신에 대한 정확한 자각이다. 스스로를 아주 가까이에서 클로즈업해 보며 캔버스를 온통 자기 자신으로 채우는청소년기의 관점에서 시야를 확대해 풍경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으로삶의 과정이 이행해 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 자신이 관계 맺고 의존하는 사람들, 그리고 더 큰 이야기에서 자신이 할 역할을 파악한다.
- P31

자기 자신의 본성에 대해 겸손한 사람은 우리가 뒤틀린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마누엘 칸트의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
인류가 뒤틀린 목재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적나라하게 인식하고,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인격 형성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토머스 머튼의 다음과 같은 주장과 일치하는 견해다.
"영혼은 운동선수와 같아서 싸울 가지가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시련을 겪고 스스로를 확대하고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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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는 쪽
내 이름은 야쿠프 프로하스카. 흔한 이름이다. 부모님은 내가소박하게 살기를 원했다. 국가 그리고 이웃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는 인생, 사회주의로 단결한 세계에 이바지하는 삶, 그런데 ‘철의장막‘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무너졌고, 괴물이 소비자를 향한 사랑과 자유 시장을 거느리고 우리 조국을 침공했다.
- P12

이제 그 침묵은 또 하나의 반갑지 않은 소음이다. 과자가 들어있는 수납함을 열고 타트란키를 한 입 깨물었다. 너무 버석거리고 만든 지 오래되어서인지, 먹으면 떠오를 것 같았던 어린 시절의 평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시간, 날 얀후스 1호로 데려온 삶 속 어딘가에 있어야 했다. 우리라는 존재는 미래를 향해 가는 에너지로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의 출발점, 우리로 하여금 피할 수 없는 진로를 만들어준 빅뱅을 찾기를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다.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을 비추는 모니터를 끄고 눈을 감았다. 기억과 부딪히는 시간의 깊은 고리들 속 어딘가에서 시계 하나가 째깍거렸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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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는 쪽
내 이름은 야쿠프 프로하스카. 흔한 이름이다. 부모님은 내가소박하게 살기를 원했다. 국가 그리고 이웃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는 인생, 사회주의로 단결한 세계에 이바지하는 삶 그런데 ‘철의장막‘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무너졌고, 괴물이 소비자를 향한 사랑과 자유 시장을 거느리고 우리 조국을 침공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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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자원의 소비
에너지는 어떤 일을 하게 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양이다. 물건을 옮기거나, 소리를 내거나, 빛을 내어 밝히거나, 따뜻하게 데우거나, 차갑게 얼리거나 무엇이든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에너지를 사용하기 좋은 형태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연료 또는 전기의 형태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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