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네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P4

나무나 화초의 부모들도 걱정이 많겠죠.
소중하게키운 씨앗도 언젠가는 바람에 실리거나 빗방울에 튕겨나가 독립하죠.
부모가 계속지켜줄 수는 없으니까요..
무사히 싹을 틔워 살아가기를 바랄 뿐,
기대를 따라주지 못하는 씨앗도 분명 있겠죠.
기대는 기대일 뿐.
씨앗 본인과는 관계없죠.
- P88

이렇게도아름다운 세계에 이별을 고하고 언젠가 죽을 자신이 슬펐던 일.
이 슬픔은 분명 아름다움의 일부겠지.
곧, 밤이 열리는 계절이야.
잘 부탁해!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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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서, 아무런 목적 없이저지르는 그 사소한 범죄 행위는 일상의 타락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자기만족적인 삶의 일부로서 이렇듯 사소한 악행들을 저지르고 산다.
그가 정말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그릇된 사랑과 죄악을 자연스럽게 쫓는 성향이 인간의 본성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죄를 지을 뿐 아니라, 죄에 묘하게 매료된다. 우리는 유명인사가 말도 안 되는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결국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명되면 조금 실망하곤 한다. 귀여운 아이들도 아무할 일 없이 내버려두면 금세 말썽을 일으킬 방법을 찾아내곤 한다.(영국 작가 G. K. 체스터턴은 화창한 일요일 오후, 따분함을 참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이 고양이를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죄악이 실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동지애나 우정 같은 아름다운 관례도 더 고귀한 소명과 연결되지 않으면 왜곡될 수 있다. 배를 훔친 일화도 타락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날 밤 혼자 있었다면 아마도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날 소년들이 그런 일을 벌인것은 동지애를 나누고 싶은 욕망, 서로를 치켜세우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우리는 패거리에서 소외당하는 것이 두려워 다른 상황에서라면 양심에 꺼린다고 생각할 일을 할 때가 많다. 올바른 목표와 연결되지 않은 집단은 개개인보다 더 야만적일 수 있다.  - P351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삶을 개혁하기 시작했다. 마니교와 절연하는 것으로 그 첫걸음을 뗐다. 세상이 칼로 자르듯 순수한 선과 순수한 악의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선은 항상 악을 동반한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에는 자만심이, 정직함에는 무자비함이, 용기에는 만용이 따르는 식으로 말이다. 윤리학자이자 신학자인 루이스 스메데스는 우리 내면세계의 얼룩진 본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며 아우구스티누스적 사상을 드러냈다.
「우리 내면의 삶이 밤과 낮처럼 구분되어, 한쪽은 순수한 빛만이,
다른 쪽은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영혼은 그늘진 곳과 같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차단하고,
내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경계에 살고 있다. (..) 우리가 늘 어디에서 빛이 끝나고 그림자가 시작되는지, 어디에서 그림자가 끝나고 어둠이 시작되는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P354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가 자기 힘으로 구원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구원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는 죄를 더 크게 만들게 된다고 믿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만의 죄를 허용하는 것이다.
- P357

고대 그리스의 데모스테네스는 말을 더듬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위대한 웅변가가 되었다고들 한다. 결함이 오히려 그와 관련된 기술을 완벽하게 연마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영웅은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존슨은 자신의 결함 때문에 위대한 도덕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이 악을 정복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했다. 그의 이야기는 기껏해야 선이 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가 될 것이었다. 존슨은 자신의 결점을 치유하기보다 완화할 방법을 모색한다고 썼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결함과 영원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결함에도 연민을 가질 수 있었다. 존슨은 도덕주의자였지만, 인정 많은 도덕주의자였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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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세상의 모든 샘에게

2000년 5월 25일 내 귀한 손자가 태어나던 날, 내 마음은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했다. 손자 손녀를 본 분이라면 내 이런 마음,
그 특별한 유대감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나와 내 손자 샘 사이의 유대감은 조금 다르다.
샘이 태어나던 해, 내 나이 쉰세 살이었다. 내가 휠체어에 앉은 지 이십 년째 되던 해다. 서른세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된 이후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았다. 그 동안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고, 특히 최근 이삼 년간은 몸이 더욱 좋지 않았다. 내 귀여운 손자녀석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휠체어에 앉아 다른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을 샘에게 다 들려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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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앨리엇은 초기 소설 「애덤 비드」 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선지자는 드물며, 숭고하리만치 아름다운 여성도 드물며, 영웅도 드물다. 그렇듯 희귀한 대상에 내 모든 사랑과 존경을 바칠 여유가 없다.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나와 같은 사람들, 특히 수많은 사람들 중 내 앞에 있는 몇몇 사람들, 내가 얼굴을 알고, 내가 손을 만진 적이 있고, 내가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길을 비켜 줘야 하는 그 사람들을 위해 사랑과 존경의 감정을 쏟고 싶다."
그녀는 후기 작품이자 아마도 최고의 명작으로 기억될 「미들마치」를 겸손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경탄으로 마감한다. "그러나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널리 퍼져 있다. 세상의 선을 자라나게 하는 일은 어느 정도 역사에 남지 않는 보편적인 행위들에 달려 있다. 당신이나 내가 그렇게 나쁜 일을 겪지 않을수 있었던 이유의 절반은 드러나지 않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낸 사람들덕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에 묻힌 사람들 덕분이다."
- P325

엘리엇은 사회 개선론자였다. 그녀는 한꺼번에 완전히 탈바꿈하는 변화를 믿지 않았다. 대신 서서히, 꾸준하게, 구체적으로 전진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하루를 꾸려 가야 한다고 믿었다. 역사의 전진과 마찬가지로 인격도 날마다 노력을 기울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독자들의 내적 삶에 느리지만 꾸준한 영향을 줘서 공감 능력을 확장시키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다듬고, 경험의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엇의 아버지, 그리고 그가 대변하는 겸손한 이상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평생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애덤 비드」에서 그녀는 동네에사는 평범한 이웃을 찬양한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비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기 앞에 놓인 임무를 잘해내기 위한 양심과 기술을 갖고 애써 노력하는 정직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의 삶은 그들이 사는 동네를 벗어나는 곳까지 두드러진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떠나간 후에도 한두 세대가 지날 때까지 잘 닦여 있는 길과 몇몇 건물들, 광물의 활용과 농사법의 개량,
교구 내 부패의 개혁 등 여러 일들과 관련해서 그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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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목표를 찾아내고 몸이 짜릿했다. 나는 렌카에게 돌아갈수 없었고, 그녀의 세상에 더는 속해 있지 않았다. 계속 확장해가는 우주에서 우리는 다시는 서로에게 되돌아와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신발 사내는..
라디슬라프 자이츠, 그는 이런 물리법칙을 거역했다. 어떻게 된일인지 그는 되돌아왔다. 그는 나를 알았다. 그는 투마를 알았다.
나는 늘 그가 나에 관해서 알 거라고, 신문에서 봤다면 알 거라고생각했다. 내가 승리하는 걸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가 투마와 친구였다는 사실은 따로 독립된 우주를 열었다. 그 우주는 에너지가 폭발해 물질이 되는 무작위적인 사건에서 비롯되는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계획된 것이었다. 생쥐들이 신발 속으로 뛰어드는 가운데 제과점 안에서 잠이 들면서, 나는 어쨌든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이 그가 꾸민 짓이라고 확신했다.
- P369

이 미래에는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 상징이 되고 삶을 희생해 봉사한다. 다른 사람들은 고문을, 쿠데타를,
치유를 한다. 우리는 그저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고 저녁 식사 전에 술을 조금 마신다. 아무도 우리 것을 빼앗으려 애쓰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우리는 보이지 않고, 더 느린 삶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신이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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