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치료사를 찾아가고, 날마다 약을 먹고, 우울감에 압도당할 것 같으면복용량을 늘린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하며 그렇게 해도 내가 바라는 만큼 작업하고 성취할 기력이 없다.
이런 상황을 제어하려고 애쓰는 것이야말로 나의 끝나지 않는 과업이자 내 필생의 비참한 역작이 될 것이다. 나는 지쳤고 갑자기 이 병으로부터 잠시라도 휴가를 떠나고 싶어진다. 딱 하루만 아침에 일어나 내가 하는 일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를 줄이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렉퍼드 호숫가에서 작고 희귀한 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소리 내어 운다.
거기 선 채 눈물이 흘러나오게 놔둔다. 흐느끼며 길바닥에 콧물을 떨어뜨린다. 내가 느끼는 증오와 분노가 마구잡이로 터져 나오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꾹 쥐어짜며 현실로 돌아온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시 ‘머릿속의 섬뜩한 상자‘에 집어넣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 날은 기분이 좋다. 우울증과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인정하면서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것 같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