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안 해도 돼." 비키가 차 한 대를 앞지른 다음 원래 차선으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그애가 약을 한 알 먹었어. 그리고 공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뭐 그런 말을 했는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좀 차분해지더니 차를 갓길에 대라고. 우리가 시카고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어. 하지만 피트, 슬프더라. 그애는 너무 작아, 그애는…… 그애를 인터넷으로 보면…" 비키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허리를더 펴고 한 손으로 운전했다. 다른쪽 팔꿈치는 바로 옆 팔걸이에내려놓은 채 손으로 턱을 만졌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달렸다.
마침내 비키가 눈앞의 도로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애는 또라이가 아니야, 피트, 그저 이곳에 돌아온 걸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애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었어."
거프틸 부부와 함께 칼라일의 무료급식소로 가는 길에 피트는 그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보았다.토미가 운전하는 동안 셜리는 종종 토미의 팔에 손을 얹었다. 피트는 궁금했다. 그렇게 편안한 것, 누군가를 그렇게 편하게 만질수 있다는 것은 어떤 걸까. 지금 이 순간 그는 동생의 팔에, 유명해진 루시를 만나려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난 이 동생의 팔에 손을 얹고 싶었다-정말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러는대신 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 P244

그들은 침묵 속에 한참을 더 달렸다. 피트는 곁눈으로 동생을보았다. 그는 그녀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체격 좋은 몸이 좋았고, 차 안에 듬직하게 앉아 당당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대단하다는 말 이상을 해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비키, 지금보면 우리가 그렇게 나쁘게 된 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그녀가 그를 흘끗 보고 눈을 흘겼다. "그래, 맞아."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뭐, 우리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진 않지. 그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녀가 내면 깊숙한곳에서 올라온 듯한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피트는 영원히 이렇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동안 그는 거기 동생 옆에 앉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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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가 가져다준 제약과 기회가•결합해 문명의 발달에 어떻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분명하게보여주는 사례이다. 리본처럼 사막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는 오아시스인 나일강은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범람하는데, 에티오피아고원의 발원지를 침식해 내려오는 강물은 미네랄을 듬뿍 함유한 퇴적물을 강 양안에 쌓아 평야 지역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다. 거대한 나일강은 또한 단순한 운송 수단도 제공했다. 북아프리카의 이 위도대에서는 늘 북동 무역풍이 부는데(더 자세한 내용은 8장에서 다룰 것이다), 그래서 배들은 바람을 타고 상이집트로 갈 수 있다.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나일강의 물살을 타면 하류 쪽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양방향 운송 체계는 곡물과 목재, 석재, 군인의 수송을 용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 방향을 따라 이집트 전역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 통일 국가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나일강 양편에는 건너기 힘든 사막이 길게 뻗어 있는데, 이천연 장벽은 오랫동안 외적의 침공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이 환경조건은 이집트가 영토를 확장해 제국으로 발전하는 것도 막았다. 기원전 2000년대 후반에 레반트 해안으로 팽창한 것 말고는이집트는 나일강 주변의 지역 강국에 머물렀다. 나일강 유역은 곡물 생산에는 아주 좋았지만(이 지역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을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을 주었고, 나중에는 로마 제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곡창지대가 되었다), 나무가 부족했다. 삼나무 목재는 레반트에서 수입했지만, 그 비용이 너무 비싸 이집트의 군사력을 지중해 전역이나 홍해 너머까지 과시할 만큼 거대한 규모의 해군을 육성할 여력이 없었다.
단순한 국내 운송 체계, 나일강이 제공한 농업의 생태학적 지속 가능성, 사막이 제공한 천연 방어 장벽 같은 환경의 이점들이 결합된 결과로 이집트 문명은 안정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 번영을 가져다준 핵심 요인은 나일강이었다. 그래서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 Herodotos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 P106

앞에서 보았듯이, 야생 식물 종을 작물로 재배하면, 비록 시간과 노력은 더 많이 투자해야 하긴 했지만, 식량 생산량을 아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물을 가축화하자, 오랫동안 사냥을해야 하는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고기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축화는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던 수렵 채집인은 누릴 수 없었던 다른 기회도 제공했다. 사냥해 잡은 동물로부터 고기와 피, 뼈, 가죽을 얻을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식량과도구, 몸을 보호하는 재료로 아주 유용한 산물이지만, 딱 한 번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을 보호하면서 기르면, 필요할 때 동물을 죽임으로써 이러한 산물을 훨씬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동물을 가축화시켜 평생 동안 돌보면서 기르면, 야생동물에게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유용한 산물과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가축 사육은 완전히 새로운 자원도 제공했다. 이것을 ‘부산물 혁명‘이라 부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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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는 과거사 청산에서 이중적인 지위에 놓여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판결들을 포함한 사법부 자체의 과거사를 어떻게정리할 것인지의 문제와 더불어 국가기관 전체의 과거사 문제에대한 형사 재심과 민사적 배상 및 보상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에도 직면한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취임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법부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라고 하면서 권위주의 시대에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사 정리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보았다. 우선은 재심을 통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법원 내에서 인적 청산을 하는 방법, 세 번째는 과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조사하는 방법이었다". 이중에서도 "사법권의 독립이나 법적안정성 같은다른 헌법적 가치와 균형을 맞추려면 재심 절차를 통해 판결을 바로잡는 길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그는 사법부 자체의 과거사 중 그동안 선고했던 형사판결에 재심사유가 있으면 재심을 받아들여서 새로 재판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머지 문제들은법원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것이었다.
문제는 2007년 1월 진실화해위원회가 유신시절 긴급조치 판결에참여한 판사 492명의 실명을 공개한 데 대하여 ‘방식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우리 사법부의 과거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언급한 공보관실의 보도자료 수준으로 정리되었다. 그동안 사법부가 해왔던 판결 전반에 대한 반성은 2009년 말 사법부가 『역사 속의 사법부』를 펴내면서 주요 시국사건들을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그쳐버렸다. 과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논의되지도 않았다. 과거사 정리에 대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의지가 철저하지 못했다든지‘ 과거사 청산 작업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산산이 깨졌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용두사미에 그쳐버린 것이다.  - P136

그러나 ‘사법권의 독립이나 법적안정성 같은 다른 헌법적 가치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택된 이러한 재심절차를 진정한 과거사청산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재심은 형사소송법에 명시해놓은 재심의 사유에 해당해야만 개시된다. 재심 청구가 있어서 이를 심리했더니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었고, 그에 따라 재심 판결을 한 것인 이상 당연한 판결을 당연히 한 것뿐이라고 볼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조봉암 사건의 재심은 ‘원래의 사건에 관여했던 사법경찰관 등이 그 직무와 관련해 죄를 범한 것이 판결로증명되거나, 공소시효의 완성 등으로 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해야 한다는 재심사유에 따라 개시되었다. 육군 특무부대 수사관이 민간인인 조봉암 등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데도 수사한 것이 직권남용죄가 되므로 재심사유인 ‘원래의 사건에 관여했던 사법경찰관 등이 그 직무에 관하여 죄를 범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재심의 법리를 새롭게 확장한 것도 아니고 과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반성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판결의 마지막 부분에서 재심 판결의 역사적인 위치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좀 특별했을 뿐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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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이제 메리는 신중해야 했다.
이 아이-어른이 그녀의 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자신은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것에 거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이 아이--지금껏사랑했던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삶이 그녀를 마모시키고 마멸시켜 그녀는 거의 죽을 준비가 되었으며, 아마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몇 년이라도 더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고, 메리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혹은 정말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랬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친 느낌이었고 거의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지만, 이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그 생각에 공포를 느꼈다. 그녀는 그 장면을 그려보고-그녀는 바로 이 방 이 자리에 누워 있고 파올로는 허둥지둥돌아다닌다- 겁에 질렸다. 다시는 딸들을 보지 못할 테고 남편도, 그러니까 딸들의 아버지인 그 남편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 모두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겁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소중하고 귀여운 딸인 에인절에게 자기가 그녀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 P198

"그 다른 여자가 엄마라는 뜻이에요. 저는 엄마가 떠난 걸 극복할 수 없었어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멈출 수 없었어요. 그러자 잭이 내가 엄마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어요."
"오, 아가. 오, 맙소사." 메리가 말했다.
"그이가 떠난 지 일 년이 넘었고, 저는 지난여름에 엄마를 보러 오려다가, 그이가 자꾸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해서, 여기 오지못하고 집에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잭은 이제 정말로 집에 돌아올거예요."
앤젤리나는 어머니가 자신을 안게 놔두었고,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이따금 앤젤리나가 고통에 못이겨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처절해서 메리는 외려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앤젤리나가 고개를 들고 코를 닦은 뒤 말했다.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그들은 한동안 카우치에 앉아 있었고, 메리는 한 팔로 딸을 감싸고 있었다. 메리가 반대쪽 손으로 앤젤리나의 다리를 쓸어주었다. 이윽고 메리가 말했다. "저기, 네가 이 청바지 입은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네가 혹시 다른 사람하고 바람이 났나 했어."
앤젤리나가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네?" 그녀가 말했다.
"그게 나인 줄은 몰랐구나."
"엄마, 무슨 말이에요?"
메리가 말했다. "음, 아가, 이 청바지는 네 나이의 여자가 입기엔 너무 꽉 끼어. 그래서 생각해봤지. 그러니까 혹시......"
앤젤리나가 웃기 시작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눈물에 젖어 있었다. "엄마, 저는 여기 오려고 특별히 이 청바지를 산 거예요. 이탈리아 여자들은…… 옷을 섹시하게 입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 청바지가 섹시한 거로구나." 메리가 말했다. 그녀는 청바지가 섹시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는 청바지 안 좋아해요?" 앤젤리나는 금방이라도 다시울 것처럼 보였다.
"아가, 좋아하지."
그러자 앤젤리나-오, 그녀의 영혼에 축복을-가 정말로 웃기 시작했다. "음, 저는 안 좋아해요. 청바지를 입으면 머저리가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걸 특별히 산 이유는, 이걸 입으면 엄마가 저를, 음, 세련되거나 뭐 그렇다고 생각해줄 것 같았거든요. 앤젤리나가 덧붙였다. "원피스 수영복도요!" 두 사람 모두 눈물이 고일 때까지 웃었고, 그래도 웃음이 멎지 않았다. 하지만 메리는 생각했다.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앤젤리나가 이 순간만큼은 평생 간직할 수 있기를.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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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에 의해 성립된 근대 정치이론 및 실천은 공적 영역과사적 영역의 구별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적 영역에만헌법의 기본권 보호 원칙이 개입할 수 있었고 사적 영역은 계약자유의 원칙이 지배해 국가가 기본권 보호 문제를 들며 개입할 수 없었다. 노동현장에서의 불공정성이나 가정에서 아내와 자녀들에게휘두르는 가장의 폭력성 등은 모두 자유가 지배하는 사적 영역의일로 취급되어서 오랫동안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사적 영역도시민사회와 가정의 영역으로 나누어졌는데, 같은 자유의 영역이라할지라도 시민사회 영역을 지배하는 것은 자유방임주의였고 가정의 영역을 지배하는 것은 프라이버시였다. - P109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의 문제는 피고용자의 노동권이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 국가가 일정 정도 보장해야 하는 것으로 발전하면서 일반적인 계약자유의 문제와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개인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각종 계약에서는 여전히 계약자유의 원칙에따른 자기책임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즉 시장거래에서는 계층적 상하관계가 아닌 형식적 평등이라는 원칙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 형식적 평등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쪽을 유리하게 보호하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근대의 정치이론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별한 것은 결과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이든 가정 영역이든 구분 없이 모든 사적 영역에 대한 공적 개입을 어렵게 했다. 그중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계층적 상하관계가 약화되고 계약자유, 자유방임, 자기책임 등의 원칙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는 결과가 되었고, 법은 계약자유의 원칙 뒤에서 이를 덮어주는 기능을 여전히 해오고 있다. - P111

쉬피오는 현대로 오면서 점차 계약에서 ‘특정 재화 간의 교환‘과 ‘대등한 쌍방간의 결연‘의 영역에 ‘충성allégeance‘의 영역이 더해졌다고 설명한다. "충성의 영역이 더해짐에 따라 한쪽은 다른 한쪽의 권력이 행사되는 반경 안에 자리하게 된다." 이는 구체적으로 의존식 계약이나 통제식 계약‘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중 의존식 계약은 자유와 평등의 원칙이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구성원들을 다른법인격의 이해관계에 예속시키는 방식의 계약이다. 자유와 책임을빼앗지 않은 채로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즉 충성이 작동하는 새로운 변종 계약인 것이다.‘ 강원랜드 사건이나 KIKO 사건이 이런 충성의 영역에 놓여 있는 사건은 아닐까. 개인들은 자기책임하에 계약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대구조 속에서 주어진 선택지만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문자 그대로의 자기책임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으로 법률은 과연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일까. 생각해볼 문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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