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없이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갖는 모든 감정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기억 없이도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시던순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결혼 후 성도, 손주들도, 아홉 명의 자녀도 모두 잊었다. 할머니에게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고 거울 속 얼굴은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생애 마지막 4년간 자신만을 돌보던 딸 메리를 자신이 온정을 베풀어 집에들인 노숙자라고 생각했다. 병과 싸우던 마지막 수년 동안 할머나는 너무 힘든 기억만 남겼다. 하지만 돌아가시는 그날도 할머니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아셨다. 우리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가 사랑한 것처럼 우리를 사랑하셨다.
소중하게, 그렇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기억이 우리의 전부는아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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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사용하는 어휘가 점점 단순해진다. 여행가방이나 캐리어 대신 가방 서류 대신 종이나 그거.
이런 식으로 단어가 막히는 증상은 단순히 답답한 경험, 한두번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갈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이 아니다. 삶에지장을 주는 심각한 기억손실이다. 이것이 치매다. 예를 들어 그렉이 오랜 세월 알고 지내던 지인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만난다고 하자. 지금의 진행 상태라면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 못할 확률이 70퍼센트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 P196

불행히도 알츠하이머병은 해마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동차를타고 누비며 희생자를 물색하는 살인마처럼 뇌의 다른 부위에 침입한다. 병이 공간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으로 퍼지면 환자들은늘 가던 장소에서 길을 잃는다. 『스틸 앨리스』에는 공간기억을인출하지 못하게 된 앨리스가 25년간 살았던 하버드 스퀘어에서느닷없이 길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영화에서는 하버드 스퀘어를 뉴욕으로 바꿔서 앨리스가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에서 길을 잃는다).
알츠하이머병은 또 전전두엽과 전두엽의 신경회로를 손상시킨다.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부위들이다. 이 부위들이 손상된 환자는 논리적 사고, 의사결정, 계획 수립, 문제해결능력 등에장애를 겪는다. 그렉이 계획을 바꾸도록 생각을 전환하지 못해결국 마른 옷 대신 젖은 옷을 입고 나왔을 때 알츠하이머병은 그의 전두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이 손상되면서 기억에 이상이 생기기시작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열쇠, 지갑, 전화기, 안경, 노트북컴퓨터, 돈을 아무 데나 놓아두기 시작한다. 오늘날 어수선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물건을 놓아둔 장소를 늘 잊어버린다. 어떤 경우가 정상적인 경우이고 어떤 경우가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일까? 열쇠를 현관 근처 탁자 위나 코트 호주머니에서 찾았다면 대개 그냥 건망증이다. 짜증은 나겠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열쇠를 거기에 두면서 딴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밀로이드찌꺼기가 아직 한계치까지 쌓이지 않았다.
하지만 열쇠를 냉장고 안에서 발견했다면 염려된다. 열쇠를 발견하고서도 잠시 동안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라는 의문이 든다면 이것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열쇠가 어떤 용도로 쓰는 물건인지 잊어버리는 것은 의미기억 장애이고 이것은 기억체계 내의 병증일 수 있다. - P198

알츠하이머병은 또 뇌에서 기분과 감정을 제어하는 영역인 편도체와 변연계를 오염시킨다. 그러면 슬픔, 분노, 욕망 등을 조절•억제하지 못하게 된다. 늘 조용하던 아버지가 무섭게 화를 내는일이 잦아질지 모른다. 그렉도 자주 분노가 치솟는 경험을 한다. 내 할머니는 슈퍼마켓에서 잘생긴 남자만 보면 손을 댔다.
알츠하이머병은 또 근육기억이 저장된 회로에도 침범한다. 이경우 환자들은 전에 할 줄 알던 것들을 못 하게 된다. 그렉은 알파벳 Q를 쓰는 법을 잊어버렸다. 내 할머니는 수표장 관리하는 법, 브리지게임 하는 법, 요리하는 법을 잊었다. 환자들은 결국 옷 입는 법, 화장실 사용하는 법, 아이스크림콘 먹는 법, 음식 삼키는법도 잊어버린다.
알츠하이머병은 새로운 기억의 생성을 방해하는 정도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이미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기억이 보관된 신경연결망을 어쩌면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망가뜨린다. 이 단계까지 간 내 할머니는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 P201

그 답은 맥락이다. 기억을 떠올릴 때의 맥락이 기억이 생성될때의 주변 맥락과 일치할 때 우리는 기억을 훨씬 더 쉽고 빠르게완전한 형태로 불러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하려는 일에 대한) 미래기억,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일화기억, (지식정보에 대한) 의미기억, (동작을 취하는 방법에 대한) 근육기억 모두에서 나타난다.
방금 소개한 사례에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기억, 즉 부엌에가서 안경을 가져오기로 한 기억은 침실에서 부호화되었고, 당시내 주변에는 침대, 침대 옆의 탁자에 놓인 책과 책장 안의 책들과같은 여러 가지 단서로 이루어진 구체적인 맥락이 있었다. 그런데 부엌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줄 단서가 아무것도 없었다. 냉장고, 토스터, 볼에 담긴 바나나, 재킷이 있었지만, 그중 어떤 것도 내게 필요한 기억을 촉발할 단서가 아니었다(안경은 중요한 단서지만 나는 안경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이들 물건들은 안경을 찾아야 하는 내 주의를 교란시켜 아침식사, 계절에 안 맞게 쌀쌀한 날씨 등 안경과는 무관한 신경경로 로 나를 이끌었다. 부엌의 맥락이 내가 왜 부엌에 왔는지 떠올리지 못하도록 나의 기억에 오히려 방해가 된 것이다. 침실에 돌아가자마자 나는 처음의 의도가 만들어질 때와 동일한 단서들 사이에 다시 놓이게 되었고, 따라서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바로 기억을 인출할 수 있었다. - P207

왜 그럴까. 지금 보고 있는 숫자만 기억으로 강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숫자를 외우는 동안 경험하는 것은 모두 잠재적기억으로 한데 묶인다. 외적. 내적 맥락 모두 기억의 일부가 되고 그중 어떤 부분이건 활성화되면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기억도 촉발된다. - P210

그러므로 일시적이고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기억형성에도움이 되는 반면 기억회상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주 또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다수 현대인들의 경우는어떨까? 만성스트레스가 기억에 좋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끊임없는 스트레스는 기억에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영향은 이렇다. 폭군 같은 상사, 가학적인 파트너, 아픈 자녀와 같이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 유발 상황에 연달아 노출된다고 하자, 예를 들면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진데다 직장을 잃어서 공과금도 낼 수 없는 처지라고 해보자. 투쟁 도피 반응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매번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 과다 상태가 지속되면 시상하부의 잠금 밸브가 둔감해지다가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스트레스 반응 스위치가늘 켜진 상태가 된다. 이제 우리 뇌와 몸은 늘 쫓기는 도망자처럼 항상 투쟁 도피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은 기억에 좋지 않다. 만성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편도체에 경보를 울리면, 우리는 사고하는 뇌가 아닌, 원시 상태의 감정적인 뇌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전전두엽을 제한해 사고능력을 떨어뜨린다. 무슨 일을 하건 장단점을 신중하게 따지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눈앞에 사자가 나타났다면 이런 대응이 도망치는 데 유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만성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는 명확한 사고를 하기 어려워진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 해마의 신경세포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성인의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으므로한 번 죽으면 끝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이미 1990년대에 거짓으로 판명 났다. 신경생성(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은 일생에 걸쳐 뇌의 여러 부위에서 일어나고 특히 해마에서 가장 활발하다. 단 해마가 항상 코르티솔에 절어 있다면 사정은 다르다. 만성스트레스는 해마의 신경생성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있다면, 해마가 작아졌을 것이다. 그러면 기억강화를 담당할 신경세포가 적어서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수 없다. - P220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지는 못할지라도 우리의 뇌와 몸의 반응에 극적인 변화를 줄 수는 있다. 요가, 명상, 건강한 식습관, 운동, 마음챙김 수행, 감사와 공감을 통해 우리는 스트레스에조금 둔감해지고, 도피 반응에 브레이크를 걸고, 불안이라는 독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든 방법들이 고혈압, 염증, 불안,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활동은 코르티솔 수준도 정상화시킨다. 또한 해마의 신경생성을 강화함으로써 만성스트레스를 퇴치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가령, 8주 동안 하루 30분씩 매일 명상을한 사람의 해마는 명상을 하기 전보다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명상을 하지 않은 동일 연령대의 사람들은 해마의 크기에 변화가 없었다.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 P222

잠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인 셈이다!
잠은 여러모로 기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집중하려면 잠을 자야 한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전두피질이 맥을 못 추고, 그러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제 우리는 기억성의 첫 단계가 기억할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임을 알고 있다. 뭔가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대상을 인지하고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잠은 전두피질의 신경세포가 깨어서 활기차게 임무를 수행할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기억을 부호화하는 데 필요한 집중력을 높인다.
하지만 집중력을 높이는 것은 잠이 기억에 미치는 강력한 효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잠은 새롭게 부호화된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저장 버튼을 누르는 역할도 한다. 잠이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우선 깨어 있는 동안 뭔가를 ㄴ경험, 학습, 심지어 반복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었던 고유한 신경패턴이 자는 동안 다시 활성화된다. 이런 재활성화는 신경세포간의 연결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연결 패턴을 하나의 기억으로단단히 접합한다. 사실 수면 중에 기억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재활성화가 일어났는지는 잠에서 깨어난 후 회상할 수있는 기억의 양과 직결된다. - P226

아직도 충분한 잠이 기억에 꼭 필요한 슈퍼히어로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얘기다. 수면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속속 나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대다수의 신경과학자들은아밀로이드 퇴적물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뇌의 청소부라고 불리는 신경교세포가 아밀로이드의 청소와 대사를 맡는다. 신경교세포는 뇌의 폐수 처리와 위생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깨어서 바쁘게 활동하는 동안 시냅스에 대사 잔해들이 쌓이는데,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교세포가 이 잔해들을 청소한다. 숙면은 뇌의 대청소 시간인 셈이다. 특히 우리가 밤에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교세포는 가장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바로 아밀로이드의 처리다. - P230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뇌척수액에 아밀로이드와 타우rau (또 다른 알츠하이머병 예측지표)가 증가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잠이 부족할 경우 아밀로이드가 매일 밤 점점 쌓여서 한계치에 가까워지게 되고,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을 날도 점점 가까워진다.
아밀로이드가 쌓이면 숙면을 방해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아밀로이드가 쌓이게 되므로 퇴적물 형성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다. 이 모든 정보가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수면부족은 알츠하이머병을 진행시키는 매우 중요한 위험 인자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 P231

경험상 심장에 좋으면 뇌에도 좋고, 알츠하이머병 예방에도좋다. 그러므로 이미 심장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뇌건강도나쁘지 않을 것이다.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수치 등은 모두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몇몇 사후 부검 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80퍼센트가 심혈관계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고밀도 지방단백질DL(일명 좋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들은 HDL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60% 낮았다. - P238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어떻게 알츠하이머병의 위힘을 줄일 수 있을까? 75세 이상의 수녀 678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진행된 연구에서 답을 찾아보자. 연구에 참여한 수녀들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과 인지검사를 받았고, 사망 시에 되는 연구를 위해 기증되었다. 연구자들은 일부 뇌에서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퇴적물이 쌓이고 엉키는 등 뇌의 상태로는 알츠하이머병이확실한데도 생전에 알츠하이머병의 행동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이 수녀들이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인지적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온전히 기능할 수 있는 시냅스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규교육을 오래 받고, 지식 정도가 높고, 정기적으로 사회적·정신적 자극을 받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인지적 비축분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신경연결이 풍부하고 따라서 여분을많이 가지고 있다. 즉 알츠하이머병으로 일부 시냅스가 손상되더라도 예비 혹은 대안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위험이 적다.
그러므로 알츠하이머병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도 아직 손상되지 않은 신경경로로 우회함으로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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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갑자기 만화가 그리고싶어졌다. 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매일 검붉은 노을로 지지만 다음 날 빠알간 햇살로 빛나는, 태양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그리고 싶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김 부장이 이야기한 펭귄 아빠도 홍미로운 구석이 없는 소재는 아니다. 누가 돈만 준다면 그리고싶은 이야기다. 지금 느끼듯 내가 그리고 싶은, 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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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내가 옥탑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은 자기 구역이었다며, 올라와서는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라면도 얻어먹고 갔다. 외로움이 드리운 소년이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고 누나도 그를 돌보지 않는다. 엄한 할아버지와 다부진 할머니 밑에서 세대 차이를 겪으며 엇나가기만 한다. 그러니 이 집에서 가장 말이 통하는 사람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한번은 아저씨 같은 삼촌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래서 형으로 불리게 됐지만, 내 인생도 코가 석 자라 녀석을 돌봐주지는 못한다. 그저 담배를 같이 나눠 피우고, 힘내라는 격려나 서툰 조언을 건넬 뿐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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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귀국하다

김 부장은 길치가 분명하다. 망원역 2번 출구 앞 맥도날드로 그를 데리러 나가며 확신했다.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1년 전 문병을 온다며 망원역에 와서는, 길을 못 찾겠다고 발목에 반깁스한 나를 기어이 마중 나오게 했다. 두 번째는 이민을 간다며 전자레인지와 스탠드를 주겠다고 망원역으로 와서 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3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는 그를 데리러 망원역으로다시 향하고 있다.
망원역 앞 맥도날드, 입 안에 햄버거를 욱여넣고 있는 김 부장을 발견한다.
"캐나다엔 맥도날드 없어요?"
"없어. 그래서 돌아온 거야."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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