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도록 뇌가 하는 많은 일(도파민으로 야기되는 갈망, 오피오이드로 인해 느끼는 좋아하는 마음, 보상 시스템의 명령이 불러오는 생물학적 파생 현상, 빠른 속도에 대한 우리의 반응등)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데 발휘되는 기억의 힘이다. 음식과 식품 제조 업체들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불러내는정보 때문이다. 우리는 먹는 것을 기억하고 기억하는 것을 먹는다. 기억의 힘이 아주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기억이 존재하는 위치다. 기억은 뇌 뉴런의 한 무리(클러스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감정 중 단 하나의 감정과 연관된 것도 아니다. 기억은 뇌 이곳저곳에 존재하면서 우리 존재의 모든 측면에 관여한다. - P116
우리는 때때로 기억을 통제한다. 빵 반죽을 만들 때의 물 비율과같이 유용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기억해 내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 우리는 해당 정보를 나중에 다시 떠올릴 만한 정보로 기록하면서 만•들어 둔 신경학적 흔적, 즉 뇌의 강바닥을 다시 찾아간다. 흔적이 깊을수록 해당 정보를 불러오기도 쉽다. 그러나 정보를 의도적으로 불러오는 경우만큼이나 외부의 힘이 기억을 소환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장면, 소리, 냄새는 우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은밀하게 기억을 불러온다. 그런 기억은 불현듯 떠오르지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끔 유타주의 붉은 바위 사막을 강타하는 자연재해를 상상해보자. 하늘은 아주 청명하다. 그런데 몇 킬로미터 밖에서 갑자기 발생한 폭우가 얼마 전 폭풍 때문에 깊어진 물길로 엄청난 급류를 쏟아 보내기 시작한다. 바싹 말랐던 강바닥에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가일어 그곳을 향해 오던 등산객들을 다 휩쓸어 버린다. 이제 폭우가아니라 도로에서 흔히 보는 맥도날드 옥외 광고판을 떠올려 보자. 만약 당신이 맥도날드를 먹어 본 경험이 있고 이전에 먹었던 빅맥, 감자튀김, 밀크셰이크가 뇌에 새긴 물길이 아주 깊다면, 맥도날드 옥외 광고판을 본 당신의 머릿속에는 그 음식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 결과 당신은 거세게 밀려드는 욕망에 사로잡혀 맥도날드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맥도날드에서 식사한 적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물길이 없기 때문에 광고판이 있는지도 알아채지 못할가능성이 높다. 약물 중독을 연구한 애나 로즈 칠드러스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이런 광고판을 단서라고 부른다. 단서들은 우리 안에서 어떤반응을 불러일으키는데, 음식에 관한 한 단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시나몬 향을 맡으면 고구마가 떠오르는지 시나몬 토스트 크런치 시리얼이 떠오르는지는 우리 뇌 속에 흐르는 기억의 강물에 따라달라진다. 이 기억의 강물은 익숙한 대상일수록 깊어진다. 가장 강렬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낳은 식습관은 반복되는 노출에 기인한다. 누군가의 즐거움은 다른 누군가의 불쾌함이 될 수 있으며, 이 스펙트럼은 익숙한 습관에서 멀어질수록 더 큰 폭으로 변화한다. - P118
각성을 일으키는 설탕보다 뇌를 더 자극하는 것이 하나 있다. 초콜릿바나 스타벅스 라데, 딸기 쇼트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설탕과 지방이 각각 따로 작용할 때보다 결합했을 때 뇌를 더 많이 자극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가공식품 회사에서 신제품 제조법을 고안하는 식품공학자들에게서 처음 들었다. 그들은 뇌가 가장 큰 보상을 가져다주는 음식에가장 크게 자극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상 횟수가 많을수록 뇌는 더 큰 자극을 받는다. 이 사실이 바로 설탕과 지방의 결합이 중독 문제에서 아주 흥미로워지는 지점이다. 음식이 입에 들어왔음을 뇌에 알리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설탕이 들어오면 혀 위에 분포된 미뢰가 뇌에 신호를 보낸다. 반면 지방은 입천장부터 뇌까지 이어지는 삼차신경에 의해 신호가 전달된다. 설탕과 지방이 모두 함유된 음식은 두 경로를 모두 활성화하고 두 가지 신호를 개별적으로 보냄에 따라 뇌의 흥분을 배가하고 높은 가치가 있는 정보로인식하게 한다. - P123
가공식품이 정보를 갈구하는 뇌에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이유는 또 있다. 우리는 음식을 맛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느끼기도한다는 점이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감각 중 하나는 다양한 질감이 혼합된 것인데, 이를 역동적 대비dynamic contrast라고 부른다. 실력있는 요리사들은 다 알 만한 요리법이 하나 있다. 가스파초 시원하게 먹는 스페인식 토마토 수프를 만들 때 수프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바삭하게튀긴 작은 빵 조각을 뿌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액체와 바삭한 식감 사이에 역동적인 대비를 만들 수 있다. 역동적 대비 현상은 뇌로전달되는 정보를 증가시키며 자극을 한층 강화한다. 식품 제조 기업들은 역동적 대비의 개념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피넛 엠앤엠 M&M‘은 겉면은 잘 바스러지고 안쪽은 부드러우며 가운데에는 아삭하게 씹히는 땅콩이 들어 있다. 오레오쿠키에는 가벼운 맛과 진한 맛, 달콤한 맛과 짭짤한 맛, 부드러운 느낌과 딱딱한 느낌이 모두 있다. 계속되는 환상적인 느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뇌는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매력을다시 경험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뇌는 이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이 느낌을 계속해서 찾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기억에 대한 신경과학이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은 여기다. 우리가 생성하는 기억은 부분적으로 기억과 결부된 뇌 영역에 따라, 그리고 기억이 이끌어 내는 행동의 종류에 따라 크게 나뉜다. - P124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70퍼센트가 살면서 교통사고든 폭행이든 학대든 트라우마를 적어도 하나 경험하고, 8퍼센트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회상이나 악몽을통해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그들은 과도하게 각성되고 수면 장애와 분노 발작 증상을 보인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나 사람들을 회피하거나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여 스스로 무감각해지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그 물질이 약물이나 술일 때도 있지만, 음식 또한 감각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 P134
이것은 매우 흥분되는 소식이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은이 이야기를 하루빨리 자기 회사나 광고 대행사에 전할 생각에 패신이 난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연구자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정크푸드 같은 것에 얼마나 쉽게 유혹되는지를 생각하면 뇌파계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하면서까지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우리 뇌에는 과거에 제품을 접했던 경험을 통해 기억의 물길이 새겨져 있기때문에 이미 그들의 선전에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제법 혹할 만한 광고를 자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있다. 이것을 예전에는 ‘의 규칙‘이라고 불렀는데, 최근 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광고를 세 번 보는 것만으로도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고 한다. TV 방송이 절정이던 시절 광고주들에게 이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금도 2~11세 아이들은 하루에 TV를 3시간 19분 보는데 이 시간 동안 설탕과 지방 함유량이 높은 식품의 광고를 무려 스물세 편이나 보게 된다. 26 그중 약 3분의 2가 시리얼 광고이고 사탕 및 초콜릿류, 과자류, 음료수류, 패스트푸드 체인점 광고가 그 뒤를 잇는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관심이 TV에서 온라인 비디오와 같은 다른 형태의 미디어로 옮겨 가자 광고주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 P141
을 오랜 시간에이전의 관련 연구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스타이스와 요쿰은 동일한 피험자들을 몇 년에 걸쳐 추적하면서 뇌를 정기적으로 스캔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살이 쪘는데, 이를 통해 뜻밖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과체중이 된 피험자들의스캔 결과가 바뀐 것이다. 그들이 밀크셰이크를 좋아하는 정도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는 과거보다 조금 덜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셰이크의 사진만 보여 주는 단계에서는 스캔 결과가 달라졌다. 그들은 과거에 셰이크를 갈망했던 것보다 그리고 체중이 늘지 않은 피험자들보다 셰이크를 더 갈망했다.30 그들이 살이 찐 것은갈망이 증가해서였고, 그로 인해 다른 피험자들이 과식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동장치를 켜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2016년 여름 《뇌신경과학저널》에 실린 이 연구는 음식과 자유의지의 관계에 엄청난 함의를 지닌다. 살이 찐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나 감자튀김을 예전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것을 참지 못하고 먹는 일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과거의 탐닉을 기억하며더 갈망하기 때문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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