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물리학은 훌륭했지만, 그의 계산 능력은 형편없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한 가지 문제를 오랫동안 파고들 만한 참을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 결과 그가 새로운 분야의 문을 열어젖히면 다른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라 중요한 발견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 P150

9개월 후인 1939년 9월 1일에 오펜하이머는 또 다른 학생인 하틀랜드 스나이더(Hartland Snyder)와 「연속적 중력 수축에 관해 (On ContinuedGravitational Contraction)」를 발표했다. 역사적으로 이 날은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날로 훨씬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이 발표된 것 역시 중요한 사건이었다. 물리학자이자 과학사가인 제러미 번스타인(Jeremy Bernstein)은 그것을 "20세기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물리학자들은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가 1939년에 20세기 물리학으로 진입할 수있는 중요한 문 하나를 활짝 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의 논문은 거대한 별에서 연료가 다 타 버리면 어떻게 될지를 묻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이별은 백색 왜성(어느 질량 이상의 중핵을 가진 별)으로 붕괴해 버리는 것이•아니라, 스스로의 중력 때문에 수축을 계속할 것이었다. 그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이용해, 별이 극도로 수축한 결과 생겨나는무한한 중력 때문에 광파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멀리서 관측한다면 그와 같은 별은 말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이었다.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오직 중력장만이 남게 된다."라고 썼다. 그들은 블랙홀이 생겨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었다. 이것은 흥미롭지만 기묘한 개념이었다. 이 논문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무시당했고, 그들의 계산 결과는 오랫동안 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치부되었다. - P151

수년 후 오펜하이머의 친구들과 물리학계의 동료들은 그토록 명석했던 그가 왜 노벨상을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는 했다. 레오네델스키는 "오펜하이머는 물리학에 매우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파울리 정도나 되어야 오펜하이머보다 물리학에 대해 더많은 그리고 더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 하지만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는 인생의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능력뿐만 아니라 현신성이나 전략도 있어야 하고, 타이밍도 맞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운이따라야 하는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관심을 끄는 최첨단 물리학연구를 할 헌신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확실히 능력도 갖추었다. 하지만 그는 올바른 전략을 구사하지 못했을 뿐더러, 타이밍도 맞지않았다. 마지막으로, 노벨상은 대개 무언가 구체적인 성과를 낸 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반면 오펜하이머의 천재성은 물리학계 전반의 성과들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에 있었다. 1934~1936년에 그의 지도로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에드윈 울링(Edwin Uehling)은 "오펜하이머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의 물리학 지식은 대단히 포괄적이었습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대개 노벨상 위원회의 관심을 끌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도록 뇌가 하는 많은 일(도파민으로 야기되는 갈망, 오피오이드로 인해 느끼는 좋아하는 마음, 보상 시스템의 명령이 불러오는 생물학적 파생 현상, 빠른 속도에 대한 우리의 반응등)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데 발휘되는 기억의 힘이다. 음식과 식품 제조 업체들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불러내는정보 때문이다. 우리는 먹는 것을 기억하고 기억하는 것을 먹는다.
기억의 힘이 아주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기억이 존재하는 위치다. 기억은 뇌 뉴런의 한 무리(클러스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감정 중 단 하나의 감정과 연관된 것도 아니다. 기억은 뇌 이곳저곳에 존재하면서 우리 존재의 모든 측면에 관여한다. - P116

우리는 때때로 기억을 통제한다. 빵 반죽을 만들 때의 물 비율과같이 유용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기억해 내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 우리는 해당 정보를 나중에 다시 떠올릴 만한 정보로 기록하면서 만•들어 둔 신경학적 흔적, 즉 뇌의 강바닥을 다시 찾아간다. 흔적이 깊을수록 해당 정보를 불러오기도 쉽다. 그러나 정보를 의도적으로 불러오는 경우만큼이나 외부의 힘이 기억을 소환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장면, 소리, 냄새는 우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은밀하게 기억을 불러온다. 그런 기억은 불현듯 떠오르지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끔 유타주의 붉은 바위 사막을 강타하는 자연재해를 상상해보자. 하늘은 아주 청명하다. 그런데 몇 킬로미터 밖에서 갑자기 발생한 폭우가 얼마 전 폭풍 때문에 깊어진 물길로 엄청난 급류를 쏟아 보내기 시작한다. 바싹 말랐던 강바닥에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가일어 그곳을 향해 오던 등산객들을 다 휩쓸어 버린다. 이제 폭우가아니라 도로에서 흔히 보는 맥도날드 옥외 광고판을 떠올려 보자.
만약 당신이 맥도날드를 먹어 본 경험이 있고 이전에 먹었던 빅맥, 감자튀김, 밀크셰이크가 뇌에 새긴 물길이 아주 깊다면, 맥도날드 옥외 광고판을 본 당신의 머릿속에는 그 음식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 결과 당신은 거세게 밀려드는 욕망에 사로잡혀 맥도날드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맥도날드에서 식사한 적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물길이 없기 때문에 광고판이 있는지도 알아채지 못할가능성이 높다.
약물 중독을 연구한 애나 로즈 칠드러스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이런 광고판을 단서라고 부른다. 단서들은 우리 안에서 어떤반응을 불러일으키는데, 음식에 관한 한 단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시나몬 향을 맡으면 고구마가 떠오르는지 시나몬 토스트 크런치 시리얼이 떠오르는지는 우리 뇌 속에 흐르는 기억의 강물에 따라달라진다. 이 기억의 강물은 익숙한 대상일수록 깊어진다. 가장 강렬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낳은 식습관은 반복되는 노출에 기인한다. 누군가의 즐거움은 다른 누군가의 불쾌함이 될 수 있으며, 이 스펙트럼은 익숙한 습관에서 멀어질수록 더 큰 폭으로 변화한다. - P118

각성을 일으키는 설탕보다 뇌를 더 자극하는 것이 하나 있다.
초콜릿바나 스타벅스 라데, 딸기 쇼트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설탕과 지방이 각각 따로 작용할 때보다 결합했을 때 뇌를 더 많이 자극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가공식품 회사에서 신제품 제조법을 고안하는 식품공학자들에게서 처음 들었다. 그들은 뇌가 가장 큰 보상을 가져다주는 음식에가장 크게 자극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상 횟수가 많을수록 뇌는 더 큰 자극을 받는다. 이 사실이 바로 설탕과 지방의 결합이 중독 문제에서 아주 흥미로워지는 지점이다. 음식이 입에 들어왔음을 뇌에 알리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설탕이 들어오면 혀 위에 분포된 미뢰가 뇌에 신호를 보낸다. 반면 지방은 입천장부터 뇌까지 이어지는 삼차신경에 의해 신호가 전달된다. 설탕과 지방이 모두 함유된 음식은 두 경로를 모두 활성화하고 두 가지 신호를 개별적으로 보냄에 따라 뇌의 흥분을 배가하고 높은 가치가 있는 정보로인식하게 한다. - P123

가공식품이 정보를 갈구하는 뇌에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이유는 또 있다. 우리는 음식을 맛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느끼기도한다는 점이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감각 중 하나는 다양한 질감이 혼합된 것인데, 이를 역동적 대비dynamic contrast라고 부른다. 실력있는 요리사들은 다 알 만한 요리법이 하나 있다. 가스파초 시원하게 먹는 스페인식 토마토 수프를 만들 때 수프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바삭하게튀긴 작은 빵 조각을 뿌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액체와 바삭한 식감 사이에 역동적인 대비를 만들 수 있다. 역동적 대비 현상은 뇌로전달되는 정보를 증가시키며 자극을 한층 강화한다.
식품 제조 기업들은 역동적 대비의 개념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피넛 엠앤엠 M&M‘은 겉면은 잘 바스러지고 안쪽은 부드러우며 가운데에는 아삭하게 씹히는 땅콩이 들어 있다. 오레오쿠키에는 가벼운 맛과 진한 맛, 달콤한 맛과 짭짤한 맛, 부드러운 느낌과 딱딱한 느낌이 모두 있다. 계속되는 환상적인 느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뇌는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매력을다시 경험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뇌는 이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이 느낌을 계속해서 찾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기억에 대한 신경과학이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은 여기다. 우리가 생성하는 기억은 부분적으로 기억과 결부된 뇌 영역에 따라, 그리고 기억이 이끌어 내는 행동의 종류에 따라 크게 나뉜다. - P124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의 70퍼센트가 살면서 교통사고든 폭행이든 학대든 트라우마를 적어도 하나 경험하고, 8퍼센트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회상이나 악몽을통해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그들은 과도하게 각성되고 수면 장애와 분노 발작 증상을 보인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나 사람들을 회피하거나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여 스스로 무감각해지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그 물질이 약물이나 술일 때도 있지만, 음식 또한 감각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 P134

이것은 매우 흥분되는 소식이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은이 이야기를 하루빨리 자기 회사나 광고 대행사에 전할 생각에 패신이 난 듯 보였다. 그러나 나는 연구자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정크푸드 같은 것에 얼마나 쉽게 유혹되는지를 생각하면 뇌파계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하면서까지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우리 뇌에는 과거에 제품을 접했던 경험을 통해 기억의 물길이 새겨져 있기때문에 이미 그들의 선전에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제법 혹할 만한 광고를 자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있다. 이것을 예전에는 ‘의 규칙‘이라고 불렀는데, 최근 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광고를 세 번 보는 것만으로도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고 한다.
TV 방송이 절정이던 시절 광고주들에게 이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금도 2~11세 아이들은 하루에 TV를 3시간 19분 보는데 이 시간 동안 설탕과 지방 함유량이 높은 식품의 광고를 무려 스물세 편이나 보게 된다. 26 그중 약 3분의 2가 시리얼 광고이고 사탕 및 초콜릿류, 과자류, 음료수류, 패스트푸드 체인점 광고가 그 뒤를 잇는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관심이 TV에서 온라인 비디오와 같은 다른 형태의 미디어로 옮겨 가자 광고주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 P141

을 오랜 시간에이전의 관련 연구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스타이스와 요쿰은 동일한 피험자들을 몇 년에 걸쳐 추적하면서 뇌를 정기적으로 스캔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살이 쪘는데, 이를 통해 뜻밖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과체중이 된 피험자들의스캔 결과가 바뀐 것이다. 그들이 밀크셰이크를 좋아하는 정도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는 과거보다 조금 덜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셰이크의 사진만 보여 주는 단계에서는 스캔 결과가 달라졌다. 그들은 과거에 셰이크를 갈망했던 것보다 그리고 체중이 늘지 않은 피험자들보다 셰이크를 더 갈망했다.30 그들이 살이 찐 것은갈망이 증가해서였고, 그로 인해 다른 피험자들이 과식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동장치를 켜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2016년 여름 《뇌신경과학저널》에 실린 이 연구는 음식과 자유의지의 관계에 엄청난 함의를 지닌다. 살이 찐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나 감자튀김을 예전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것을 참지 못하고 먹는 일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과거의 탐닉을 기억하며더 갈망하기 때문이다. - P1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리지는 실험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오류의 여지를 두지 않으려고 만전을 기했다. 쥐의 뇌에서 도파민을 모두 제거하는수술을 진행했다. 신경전달물질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쥐들은 설탕을 먹고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 2007년에 《정신약물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베리지는 쥐가 웃은것은 도파민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뇌에서 분비되는 한 개 이상의 다른 천연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화학물질들은 도파민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정보를 뉴런에 전달하며 각각 특화된 기능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호르몬이라 부르는 것도 있는데, 위험을 보면 도망치게 만드는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이나 신뢰와 연민의 감정을 고양하고 사회적 유대를 촉진하여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여기에 속한다. - P89

어떻게 조금 전까지 맛있게 먹던 음식이 몸서리치게 싫은 음식이 될 수 있을까? 변한 것은 초콜릿이 아니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부드러움, 카카오의 쌉쌀한 맛의 조화로운 풍미는 변한 게 없다. 변하는 것은 우리 머릿속이다. 인간의 인식은 인식하는 대상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인식은 추동하는 뇌와 억제하는 뇌 사이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주도권 다툼의 전리품이다. 어느 쪽이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뇌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갈망을 혐오감으로, 열망을 두려움으로 바꿀 수도 있다. - P98

속도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속도는 중독성이18강하다. 중독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과 생리학자들은 이 사실을수십 년 동안 입증해 왔다. 어떤 물질이 뇌를 흥분시켜 행동을 유발하고 결국 그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게 만드는 능력은 대개 그 물질이 뇌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더 빨리 도달할수록 영향력도 강해진다.
속도는 담배를 헤로인만큼 중독성 있게 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중독의 위험성은 흡입하는 물질만큼이나 물질이 전달되는 방법과도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한 모금을 빨면 연기가 10초만에 입속의 니코틴을 폐의 혈액으로, 다시 뇌로 전달한다. 담배를피우고 싶은 감정(도파민의 효과)을 느낀 순간부터 담배 한 모금이주는 충만한 만족감(뇌가 생성하는 오피오이드의 효과)을 느끼는 데 단10초면 충분하다. - P100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노라 볼코는 뇌를 빨리 자극할수록뇌의 반응도 크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의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속도로 인해뇌가 다음번에 얻는 보상의 강도를 높이기 때문에 해당 물질을 더많이 섭취하게 된다는 주장을 편다. 2004년에 미시간 대학교의 정신의학과 연구팀은 다른 이론을 제기하면서 속도가 뇌의 신경 작용을 변화시켜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고자 하는 충동에 따르기 전에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속도와 섭식 장애의 연관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가 중독될 수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뇌를 자극하는 데 음식보다 빠른 것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특정 종류의 음식이 그렇다.
가공식품이 거둔 경이로운 성공은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빠른속도가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01

무엇보다 가공식품은 소비자 손에 들어오고 나서도 속도가 두드러진다. 가공식품은 빨리 개봉할 수 있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빨리 데울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입안에 들어가면 뇌도 빨리 자극한다.
담배 연기가 뇌를 자극하는 데 10초가 걸리는 데 반해 혀 속에들어온 설탕은 뇌를 활성화하는 데 1초의 절반이 조금 넘는 시간, 정확히는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담배보다 거의 스무 배나 빠른속도다. - P103

설탕이나 소금과 같은 가공식품의 기본 성분이 뇌에 도달하는속도에서 담배나 마약을 능가할 수 있는 이유는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다. 소금, 설탕, 지방은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 즉 인간이 음식에끌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용한다. 마약과 담배가 뇌로 이동하기위해서는 혈액에 흡수되어야 하는데, 음식은 뇌로 이동하는 속도를최대로 증가시키는 특별한 통로가 있다. 그 시작점은 바로 미뢰다.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으면 아이스크림에 함유된 설탕을 감지하는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미뢰가 설탕을 감지하여 전자신호로 변환한뒤 뇌로 재빨리 전달하는데, 그 효력은 실제 설탕과 같되 전달 속도는 훨씬 빠르다. 소금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전달 속도는 같지만 뇌로 이동하는 경로가 다르다. 인간의 입은 삼차신경눈, 위턱, 아래턱으로 뻗어 안면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을 통해 지방을 감지하고 신호로 변환하여순식간에 뇌로 전달한다. 삼차신경을 통하는 미뢰를 통하는 효과는동일하다. 전달된 신호는 뇌를 깨워 먹을 준비를 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자극한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핥는 순간부터 한입 더먹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데까지는 고작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 P1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어를 못 듣고 못 읽어서가 아니다. 듣고 읽어도 각각의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고 그것들을 조직하는 데 예전보다 시간이 걸리는, 분류와 추론, 인식과 수행이 원활하지 않은 나이가 됐을 뿐이다. 뜻밖의 시기에 삶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모두에게 언젠가는 찾아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들은 단지 바지락칼국수가먹고 싶을 뿐이고, 그런데 칼국수까지 도달하기 위해 터치해야 하는 과정이 있고, 자신들이 찾는 것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고, 사이드 바의 화살표를 터치하면 옆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못하고, 실은 부등호 비슷한 표시(>)가 다음으로 화면을 옮겨줄 화살표라는 사실부터 알아채지 못하고, 여러 번거로운 절차 없이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칼국수 둘이요,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모든것이 해결되었던 시절을 떠올리고, 결국 그들은 누구 도와줄 사람이 없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키오스크 옆에 따로 직원은없다.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고 키오스크를 들여온 거니까 당연하다.  -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펜하이머는 의료 사고로 의사 자격증을 잃은 괴팅겐 내과 의사 카리오(Cario)의 개인 빌라에서 묵게 되었다. 한때 부유했던 카리오 가족은 이제 재산이라고는 괴팅겐 중심부에 넓은 정원이 딸린 화강암 빌라한 채만 남은 상태였다. 독일의 전후 인플레이션으로 전 재산을 잃게 된카리오는 하숙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독일어가 유창했던 오펜하이머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허약한 정치 분위기를 재빨리 알아챘다. 그는나중에 카리오가 "나치스 운동의 근간이 된 당시 독일인 특유의 냉소주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해 가을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그는 모든 사람들이 "독일을 성공적이고 이성적인 나라로 만들기 위해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썼다. "사람들은 신경과민으로 날카로워져있어. 유태인, 프러시아 인, 그리고 프랑스 인들에 대한 경계심 역시 심해진 것 같아."
오펜하이머는 그 시기가 대부분의 독일인들에게 힘든 시기였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비록 (대학) 사회는 매우 부유하고, 따뜻하며, 나에게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무언가 대단히 비참한 독일의 분위기라는 것이있기는 해." 그는 많은 독일인들이 "음울하고 분노에 가득 차 있으며, 곧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충만해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어." 그의 독일인 친구들 중 단 한명만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부유한 울슈타인(Ullstein) 출판사 집안 출신이었다. 그와 오펜하이머는 시골로 드라이브를 다니고는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친구가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눈에 띄면 위험할 수 있다며 자동차를 괴팅겐 외곽의 헛간에 주차하는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P103

 그 논문을 읽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폴 에렌페스트(Paul Ehrenfest,1880~1933년)에게 "하이젠베르크는 거대한 양자 달걀을 낳았다. 괴팅겐에서는 그것을 믿는다(나는 믿지 않는다.)."라고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성 이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은 "소년의 물리학"이 불완전하며 심지어 근본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고 끝까지 믿게 된다. 게다가 하이젠베르크가 1927년 양자 세계에서 불확실성이 가지는 중심 역할에 대한 논문을 출판하자 아인슈타인의 의구심은 극에 달했다. 하이젠베르크의 주장은 한 시점에 물질의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운동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현상의 모든부분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보른은 이에 동의했고, 어떤 양자 실험의 결과도 확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927년에 아인슈타인은 보른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우리가 기다리던 야곱(Jacob)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론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의 비밀에 더 가깝게 갈 수 있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나는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 P1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