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의 일생, 그의 경력, 그의 명성, 심지어 자존심까지 갑자기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게된 것은 1953년 크리스마스 나흘 전의 일이었다. 그는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지역에 위치한 자신의 변호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그는 운명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정부 자문 위원회로부터 사직해야만 할까? 아니면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 의장 루이스 스트라우스(Lewis Strauss)가 그날 오후 느닷없이 전해 준 편지에 담긴 혐의들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편이 좋을까? 스트라우스의편지는 오펜하이머의 배경과 그동안의 정책 제안들을 검토해 본 결과,
그가 보안 위험 인물로 지정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편지는 또한 34건의 협의 사항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말도 안 되는 소문에 근거한 것으로부터("당신이 1940년에 중국 인민 우호회(Friends of the ChinesePeople)의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정치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1949년 가을부터 당신은 수소 폭탄의 개발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다양한 혐의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 P11

깜짝 놀란 상원 의원이 "도시 어딘가에 숨겨진 원자 폭탄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구를 사용하지요?"라고 묻자, 오펜하이머는 "드라이버."(모든 상자와 서류 가방을 열어 보기 위한 도구)라고 짧게 대답했다. 핵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어책은 핵무기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다.
오펜하이머의 경고는 무시되었고, 궁극적으로 그는 침묵할 수밖에없었다. 반항적인 그리스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듯이,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핵이라는 불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통제하려고 했을 때, 그가 그것의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을 때, 권력자들은 제우스처럼 분노에 차서 그에게 벌을 내렸다.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의 청문회 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워드 에번스(Ward Evans)가 썼듯이, 오펜하이머에게서 비밀 취급 인가를 빼앗은 것은 "이 나라의 오명"이 아닐 수 없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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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먼 옛날 아일랜드에도 살기 좋은 때가 있었지.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좋았던 시절이.......
- 아일랜드 민담에 흔히 쓰이던 첫머리

1845년 아일랜드에 재앙이 덮쳤다. 까닭 모를 전염병이 돌아 감자농사를 망쳤다. 감자는 아일랜드 농촌 주민에게 사실상 유일한 식량이었다. 그때부터 5년 동안 감자 역병은 연거푸 발생했다. 이때를 가리켜 오늘날에는 ‘아일랜드 대기근‘이라고 부른다. 이 대기근 때 굶주림과 질병으로 100만 명이 죽었다. 대대로 살아온 고국을 등지고 미국, 캐나다,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도 200만 명이 넘었다. 대기근피해자는 대부분 아일랜드 인구의 80퍼센트를 차지한 가톨릭교도였다. 그들은 대부분 몹시 가난하게 살았다. 대부분 아일랜드어를 썼는데, 말만 할 줄 알았지 읽고 쓸 줄은 몰랐다. - P7

영국 정부가 굳게 믿은 자유방임주의란 상품을 팔든 무역을 하든. 정부가 자유 시장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경제적 통제력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하는 사업에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끼어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주의였다. 영국이부강한 나라가 된 것도, 영국 국민이 저마다 부를 쌓은 것도 바로 그냥 내버려 두는‘ 경제 정책 덕분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영국 정부가 자유방임주의 원칙에서 예외를 허용한 것은 딱 하나, 곡물법Corn Laws으로 통하는 일련의 법률들이었다. 미국에서는콘corn이 옥수수를 가리키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귀리, 밀, 보리, 호밀 등과 같은 곡물을 뜻한다. 영국 정부는 국내산곡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들여오는 곡물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 이를테면 수입 곡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으로 농민층과 상인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었던 것이다.
로버트 필 총리도 초보 정치인 시절에는 곡물법에 찬성했으나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곡물법이 영국 경제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입 곡물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곡물법을 폐기하면, 노동자를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식량 구하기가 한결 쉬워질 줄로 믿은 것이다. 농촌 인구의상당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노동자가 곡물을 구입하기 쉬워질수록,
영국 경제가 더욱 탄탄하게 성장하리라고 보았다. 경제가 성장하면그만큼 구빈원과 같은 정부 구호 사업에 기대는 빈민이 훨씬 줄어들터였다. - P62

그러나 아일랜드 들판에는 곡식이 가득했다. 밀, 귀리, 보리, 호밀 등 가루를 내어 빵이며 죽이며 케이크로 만들어 먹을 곡식들이 자라고 있었다. 여기에서 대기근의 아주 커다란 모순 한 가지를 깨닫게된다. 아일랜드 백성이 주식으로 삼는 감자 농사를 망쳐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 노동자들은 입에 댈 수도 없는 곡식들이영글고 있었다. 그것은 지주와 농민 것이었다. 굶주린 노동자들은 그저 곡식을 베고 털고 빻아 수레에 싣고 시장으로 내가는 것만 지켜보았다. 그 곡식은 영국과 다른 나라에 팔 것들이었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대기근이 두 해째로 접어든 그해 아일랜드에서 생산된 곡식, 가축, 모직, 아마가 아일랜드인을 먹이고 입힐 만큼 넉넉했다고. 다른 사학자들은 이런 주장에 반박한다. 굶주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수출하지 않았더라도 그 식량으로는 다 먹여 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게다가 대기근 시기에 수출한것보다 수입한 곡물이 네 배나 많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수치까지제시한다.
역사학자들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든 상관없이, 이 진실은 변함없이 남는다. 아일랜드 백성은 굶주리고 있는데, 그땅에서 난 곡식과 가축을 한가득 실은 배가 영국과 다른 나라의 시장으로 떠났다는 사실이다. 윌리엄 파월의 말을 빌리면, 그 사실이 뜻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네, 아일랜드 대기근은 인재였습니다. 우리네 지배자가 이 땅에서 난 식량을 영국으로 싣고 가도록 주선했고, 이 땅 백성은 굶주리도록 내팽개친 겁니다."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나라에서 식량을 수출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가혹한 현실 한 가지는 기근은 식량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근 문제는 식량이용권을 누가 갖느냐에 달려 있다.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아일랜드인을 굶주리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주, 농민, 도매상, 소매상의 생업에 간섭할 법률을 제정할 뜻이 없었을 따름이다. 그런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지주와 농민도 곡물을 영국과 외국 시장에 수출했다. 자신들이 영리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P79

영양가 높은 감자를 먹지 못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양실조에걸렸다. 따라서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졌다. 아일랜드 대기근 시기에 질병으로 죽은 사람이 굶주려서 죽은 사람보다 어림잡아 열 배나 더 많다. 정확한 수치는 영영 알 길이 없다. 일가족전체가 가뭇없이 사라졌는가 하면 이름 없는 무덤에 수천 명씩 무더기로 묻히기도 한 탓이다. 코크 주 서부에 사는 한 농민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묻힌 곳을 들으면, 감히 밤에 문밖을 나설 엄두도 못낼 겁니다."
비위생적인 음식과 오염된 물을 먹고 생활환경마저 불결한 탓에질병은 널리 퍼졌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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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것밖에 안 쓰는데 이 미국 콘돔은 뭐야? 누구랑 쓰던 거야?"
그 순간에 웃으면 안 되었는데, 수경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아서..... 끝내는 잘 달랬지만 남자친구가 너무 시무룩해지는 바람에 진땀을 빼야 했다. 미안하진 않았다.
수경은 사과할 필요 없는 일에 사과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런 종류의 판단을 스스로깨쳤다. 하여간 대한민국 성교육 실태는 참담한 수준임이분명했다. 수치심을 가져야 할 순간에 갖지 않도록, 가지지 않아야 할 순간에 갖도록 잘못 가르치고 있다. 폴리우레탄의 축복을 받지 못한 나라 같으니라고.  - P382

"아부 듣기 좋군요. 나는 충고 같은 거 하기 정말 싫어하지만 소 선생이 원하는 것 같으니까 말해주는 거예요. 충고가 제일 싫어. 나는 자격도 없고 그냥•••••• 우리가 하는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내 말 이해합니까?"
"릴레이 같은 거란 말씀이죠?"
"그겁니다. 여전히 훌륭한 학생이군요. 물론 자꾸 잊을겁니다. 가끔 끔찍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돌이 떨어진 풀숲을 소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또 던질 겁니다. 소선생이 던질 수 없던 거리까지." - P469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빈 땅을 보고도 그날밤을 기억했다. 평범한 붉은 흙으로 메워지고 다져진 부지에 이제 존재하지 않는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가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가장자리를 밟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 근처였다. 버스를 타러 갈 때마다 비어 있는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8층짜리 기억에 호흡이 흐트러졌다.
그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데는 몇년이 채 걸리지않았다. 약국과 체인 음식점, 학원과 렌털 회사들, 헬스 클럽과 요가 강습소, 치과와 보험 회사가 입주했다. 지하에는 그전 계획처럼 슈퍼마켓이 들어왔다. 중소도시에 흔하디흔한 정글 같은 대형 상가였다. 1층 엘리베이터 옆의 층별 안내도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그 앞에 서서 이 건물에 극장이 있었던가, 헷갈려 하는이들이 종종 있었다. 극장은 그들의 착각 속에서 몇초간 존재했다가 다시 사라졌다. - P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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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공을 개인적인 요소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본 모든 사례는 어떤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그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이다. - P84

IQ 근본주의자아서 젠슨(Arthur Jensen)은 1980년에 저술한 《지능검사의 편견(Biasin Mental Testing)》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IQ에 의해 분류되는 네 가지 주요 집단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그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정상적인 학교에 들어갈 수있느냐 없느냐(IQ 50),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IQ75), 고등학교 정규 과목을 성공적으로 습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IQ105), 4년제 대학에 들어가 대학원 수준의 공부를 하거나 전문적 지식을 익힐 수 있느냐 없느냐(IQ 115)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판이하게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115를 넘어서면 지능지수는 성공의 척도나 성취의 판단 요소로써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IQ 115와 150 사이에, 혹은 150과 180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성공을 판단할 때, 상위 레벨의 IQ지수 차이는 성격이나 인격 같은 요소보다 훨씬 덜 중요한 역할만 수행한다는 의미다." - P97

허드슨의 말은 IQ가 농구선수의 신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키 160센티미터인 사람이 프로 농구선수가 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는가? 솔직히 희박하다. 적어도 180센티미터나 190센티미터는 되어야 하고,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190센티미터보다는 2미터인 편이 낫다. 그러나 특정 지점을 지나면 키는 더 이상 관건이 되지 않는다. 2미터인 선수가 그보다 5센티미터 작은 선수보다 저절로 더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마이클 조던은 195센티미터였다). 농구선수는 그저 충분할 만큼 키가 크면 된다. 이것은 지능도 마찬가지다.
<1대 100> 에피소드에서 아인슈타인의 IQ는 150이고 랭건은 195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랭건의 IQ는 아인슈타인보다 30퍼센트나 더높다. 그렇다고 랭건이 아인슈타인보다 30퍼센트 더 똑똑하다는 것은아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물리학처럼 정말로 어려운 분야로 넘어오면 두 사람은 충분할 만큼 똑똑하다는 것뿐이다. 지능이 일종의 범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 P98

우리는 지금까지 대학에서 자신의 경력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에 빠진 두 명의 명석한 학생을 살펴보았다. 랭건의 어머니는 재정 지원을요청하는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지도교수를 독살하려고 했다. 이어 그들은 모두 자신의 상황을 대학 당국에 납득시켜야 했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랭건은 장학금을 받지 못했고 오펜하이머는 심리치료사에게 보내졌다. 오펜하이머와 랭건은 모두 천재였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너무 다른 존재였다.
••••••
오펜하이머라면 리드 대학에서 학위를 따지 않았을까? 그러면 교수를 설득해 오전 수업을 오후 수업으로 바꿔주도록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크리스 랭건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필요한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랭건은 몬태나 주립대학에서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들은 모든 학생이 초급 대수학을 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저는 매우 건조한 어투로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가르치는 교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질문을 했죠. 사실 저는 연구실까지 쫓아가 물었습니다. ‘왜 이런 방식으로 가르치나요? 이런 연습을 하는 게 대수학을 배우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죠? 비쩍 마른 몸매에 키가 크고 겨드랑이에 언제나 땀이 차 있던 교수는 뒤돌아서서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자네가 똑똑히 알아둬야 할 게 하나 있어. 어떤 사람은 수학자가 되기에는 지적인 화력이 딸린다네."
교수와 우등생이 있었고 그 우등생은 자신처럼 수학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사실 이것이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수학 교수의 관심을 끌 만한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랭건은 교수에게 자신이 대수학에 능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 P120

실용 지능, 사회가 사랑하는 인간의 요건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mberg)는 폭력적인 랩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인생관을 표현하거나 교수에게 수업을 오전에서 오후로 옮겨달라고 설득하는 데 쓰이는 특정한 기술을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스턴버그에 따르면 실용지능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방법에 관한 것이다. 뭔가를 어떻게 할줄 아는가와 관련되어있을 뿐, 자신이 그것을 알거나 설명할줄 아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실천의 문제이다. 또한 이것은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결정적으로 이것은 IQ로 추정되는 분석 능력과 분리되는 다른 종류의 지적 능력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일반 지능과 실용 지능은 서로 독립적이다.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하나도 반드시 가지고있다고 말할 수 없다. 엄청난 분석 지능이 있으면서 실용 지능은 매우 빈약할 수도 있고, 풍부한 실용 지능이 있으면서 대단치 않은 분석 지능만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로버트 오펜하이머 같은 행운아처럼 둘다 많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용 지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분석 지능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고 있다. 그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유전자로부터온다. 크리스 랭던은 6개월부터 말하기 시작했고 세 살 때 읽는 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한마디로 그는 똑똑하게 태어났다(born). 어떤 면에서 IQ는 선천적인 능력의 척도이다. 하지만 실용 지능은 후천적으로습득해야 하는 지식(knowledge)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지식을 대부분 가족에게서 배운다. - P124

중산층 부모는 대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이유를 찾아낸다. 단순히 명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협상하며 어른에게 질문하기를 바란다. 또한 부유한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잘하지 못하면 선생을 찾아가 상담을 하며 아이들의 문제에 깊이 개입한다. 라루가 취재한 한 아이는 영재반에 들어갈 실력이 되지않았지만, 아이 엄마가 따로 재시험을 볼 수 있게 조율하고 학교에 청원서를 넣어 결국 딸을 영재반에 넣었다.
반면 가난한 부모는 권위 앞에서 겁을 먹는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뒤편에 물러서 있다. 라루는 한 저소득층 부모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학부모-교사 간담회에서 매칼리스터(McAllister, 최종학력 고졸)는목소리가 작아졌다. 평소에는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그날은 의자 깊숙이 앉아 재킷의 지퍼까지 올리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선생이 해롤드가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고 말하자 매칼리스터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해롤드는 집에서 숙제를 했어요‘라고 말하는것이 전부였다. 그는 선생의 말을 추궁하지도 해롤드의 편에 서서 개입하지도 않았다. 그의 관점에서는 아들의 교육을 관리하는 것은 선생에게 달린 일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지 부모의 일이 아니었다."
라루는 중산층 부모의 스타일을 ‘집중 양육(concerted cultivation)‘이라고 불렀다. 이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고 비용을 대는 것을 말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가난한 부모는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 (accomplishment of natural growth)‘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녀를 돌봐야 할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둔다. - P127

"중산층 자녀는 자신의 개인적 선호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어떤기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또한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요구하는 일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들이 자신의 선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심을 요구하는 법을 배우기때문이다. 더불어 규칙을 알고 4학년만 되어도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목소리를 낼 줄 안다. 심지어 선생과 의사에게 특별한 요청을 하기도한다."
이와 달리 가난한 계층의 아이들은 ‘거리를 두고 행동하며 신뢰하지 않고 저항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들은 어떤 환경에 놓이든 최선을다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혹은 라루의 환상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최적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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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로제토의 수수께끼
"그들은 제 수명을 다하고 늙어서 죽었다. 그게 전부다."

일반적인 규칙을 넘어서는그 무엇, 아웃라이어

로마에서 동남쪽으로 100마일 정도 떨어진 이탈리아 포자(Foggia) 지방의 아펜니노(Appennino)산맥 기슭에는 로제토발포르토레(Roseto Valfortore)라는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중세시대의 중후한 멋이 물씬 풍기는 그 마을의 중앙에는 거대한 광장이 있고, 광장이 마주보이는 곳에 그 지역 최대 지주인 사게세가(Saggese 家)의 마르케살레(Marchesale) 궁이 웅장하게 서 있다. 궁의 아치 밑으로 이어진 길을따라가면 마돈나 델 카르미네(Madonna del Carmine), 즉 ‘카르미네산의성모 라는 이름의 교회가 나온다. 그리고 언덕을 따라 낮게 깔린 돌계단양쪽으로는 붉은 타일로 지붕을 댄 석제 이층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 P10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울프는 그 해답이 식생활이나 운동, 유전, 지역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밀은 로제토 마을 자체에 있었다. 브룬과 울프는 마을을 거닐다가 우연히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로제토 사람들이 서로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그 마을의 사회적인 구조 밑에 깔린 일종의 ‘확장된 가족집단‘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로제토 마을에는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꽤 많았고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카르멜산의 성모 교회가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욱이 고작 2,000여 명이 사는 마을에 시민의 모임이 스물두 개나 되었고, 이들 공동체의 평등주의적인 정서가 부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거들먹거리지 못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농노문화를 펜실베이니아 동부 언덕으로 옮겨온로제토 사람들은 현대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로제토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언덕 위의 작은 세계 덕분에 건강할 수 있었다. - P17

ㅇ 캐나다에서 하키선수를 선별하는 과정은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말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가장 완벽한 예시라고 할 만하다. 이는 "시작 단계에서 잘못된 정의를 내렸을 때, 다음에 나타나는 새로운 행동이 최초의 잘못된 정의를 올바른 것이 되도록 하는 상황을 말한다. 캐나다인은 9~10세 소년 중 누가 최고의 하키선수인지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린다. 그들은 그저 해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소년을 선별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소년들을 ‘올스타‘로 대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처음의 잘못된 정의가 옳은 것처럼 보이게한다. 이러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그럴 듯한 타당성은 오류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예언자가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예언했던 그대로인 양 행세하듯이 말이다. - P39

물론 하키와 축구는 선택된 소수와 관련된 것이지만, 이처럼 편향된결과는 좀더 넓은 범위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이다. 예를 들어 연말에 태어난 자녀를 둔 부모는 이듬해에 아이를 유치원에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다섯 살배기가 몇 개월 빨리 태어난아이들과 섞이는 것을 막고 싶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몇 개월 뒤처진 것으로 인해 유치원에서 겪는 불이익이 무엇이든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하키와 마찬가지다. 연초에 태어난 아이가 누리는 아주 작은 이익은 연말에 태어난아이가 겪는 불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이어진다. 성취감과 낙담, 용기, 좌절이 일종의 패턴이 되어 그 아이를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다. - P42

굳이 선발을 해야 한다면 기준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찾아야 한다. 태어난 달에 따라 나뉜 두세 개의 하키리그를 운영할 수도 있다. 같은 달에 태어난 선수들끼리 뛰게 한 다음 올스타팀을 선별하는 것도 좋다. 만약 하반기에 태어난 캐나다와 체코의 하키선수들이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면, 체코와 캐나다 국가대표팀의 선택폭은 두 배로 넓어졌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1~4월생, 5~8월생, 9~12월생 단위로 끊어서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발육단계에 놓인 학생들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학생들의 등록과정은 예전에 비해 다소 복잡해질 수 있지만, 특별히 돈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기 잘못도 아닌데 주어진 교육제도 내에서 큰 불이익을 누렸던 학생들에게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스포츠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서조차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그럴까? 성공이란 그저 개인의 장점에 따른 결과이며 우리가 만든 규칙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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