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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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학의 자연스러운 어울림.
그리고 발칙하고 자연스러운 에로티즘.
나에게 새로운 작가의 발견을 하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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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시간, 어떤 순간, 어떤 느낌들을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일까.

생각보다는 어렵지도 지겹지도 않고 오히려 감각들이 살아나고 과거의 의식들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삶에서 가장 사소한 것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인간은마치 회계 장부나 유언장처럼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모든사람에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전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념들이 그 사람의 두 뺨을 완벽하게 부풀리고, 거기에 완전히 부합되는 콧날을 정확하게 그려 내고, 목소리 울림에 마치 일종의 투명한 봉투처럼 다양한 음색을 부여하여, 우리가 그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 관념들인 것이다 - P43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 P87

어린 친구, 언제나그대 인생 위에 한 조각 하늘을 간직하게나.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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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화를 이루기 위한 꿈과 꿈속의 상징들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칼 융의 책.
조금은 어려워도 심도깊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책인거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과 위압적으로 도래하는 새로은세계의 발견으로 인해 많은 것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라 단지 멀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노년에 들어 다시금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거기에 우리 인격의파편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우리를 움켜잡고 우리에게 달라붙어 어린 시절의 감정이 온몸에 넘쳐흐르게 한다. 그러한 인격의 파편은 아직 어린아이의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강력하고 직접적이다. 성숙한 의식과 다시 결합할 때만이 유아적인 면을 벗고 개선될수 있다. 그러한 개인적 무의식‘은 항상 먼저 처리되어야, 다시 말해의식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적 무의식으로 가는 입구를 열수 없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하는, 수많은 사다리 위를 오르내리는여행은 아직 통합되지 않은 유아적 내용이 그렇게 의식화되는 것을 말해준다.
- P83

재생 의식의 상징성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단순히 유아성과 고태적인 점을 넘어서 선천적이고 심리적인 소질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동물적 차원까지 거슬러 가는 조상의 모든 삶의 결과이며 침전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조상의 상징이며 동물의 상징이다. 중요한 것은 의식과 생명의 진정한 원천인 무의식이 분리되는 것을 지양하고, 유전적이고 본능으로 구성된 자연적 토양과 개체의 재결합을 이끌어내고자하는 노력이다. 그러한 재생 의식이 뚜렷한 효과를 지니지 못했다면 그것은 오래 전의 시대에 이미 사멸해버렸거나 아예 그러한 것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비록 의식이 재생의식의 태곳적 표상과는 엄청나게 동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무의식은 꿈을 통해 그러한 표상을 다시금 의식에 근접시키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 의식의 자율성과 자족성은 의식 자체가 생겨나는 데 불가피한 특성이긴 하지만, 또 한편 무의식이 분리됨으로써 그것은 견딜 수 없는 본능의 소외(lnstinktfremdheit)를 만들어내며 고립과 황폐화윽 위험을 일으킨다. 본능 상실 상태는 바로 끊없는 불화와 혼란의 원천이 된다. - P170

원형이란 말하자면 ‘영원한 현존이다. 다만 의식이 그것을 인지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연속된 꿈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모티프가 더욱 뚜렷하고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바로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유형을 더욱 정확하게 포착한 결과라고 가정할 수있다. 나는 그것이 연속된 꿈이 진행되어서야 비로소 만다라가 생겨난다는 생각보다 더 개연성이 있고 관찰 결과를 더 잘 설명해주는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인격을 가리는 모자와 주변을 선회하는 뱀,그리고 끊임없는 움직임과 같은 본질적인 사상이 바로 처음에 등장하는 상황 (꿈 1,5와 9) 은 그러한 생각을 입증하고 있다. - P280

개개의 삶은 결국 하나의 전체, 다시 말해 자기의 실현이다. 따라서 또한 그러한 실현을 개성화라고 지칭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삶은 그것을 짊어지고 실현하는 개인들과 결부되어 있으며 그들 없이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삶을 짊어진 모두에게는 또한 개인적인 숙명과 목적이 주어져 있으며, 그것의 실현이 살아 있는 존재의의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의미‘ 있다는 것은 흔히 ‘무의미‘ 하다고도말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존재의 비밀과 인간적 이성 사이에는 어떤 비가측성非可測性(헤아릴 수 없음 - 역주)이 있다. ‘의미‘와 ‘무의 의미‘는 적절한 하나의 방향 설정을 위해 인간이 만든 새로운 해석일 뿐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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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 - 절망에서 피어난 매혹의 화가 시공아트 54
요세프 파울 호딘 지음, 이수연 옮김 / 시공아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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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주의와 가장 관계가 깊고 섬뜩한 그림은 1893년의 <절규>다. 뭉크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한쪽에는 도시가 있었고, 아래에는 피오르가 있었다. 피곤하고 힘들었다. 나는 멈춰 서서 피오르를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핏빛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자연을 관통하는 절규를 느꼈다. 비명을 들은 것 같았다. 나는이그림을,진짜피 같은 구름을 그렸다. 물감이 비명을 질렀다. 이 그림은 <생의 프리즈> 연작 중 절규가 되었다." (일기, 생클루, 1889) 이 작품에서 현대인이 처한 실존주의적 상황이 키르케고르의 분석 연구 불안의 개념 TheComent a Deady 처럼 날카롭게 묘사되어 있다. 구도는 과장된 원근법, 즉 하늘과 바다, 땅의 물결선이 두드러지는 풍경 속으로 깊이 이어지는 다리를 보여 준다. 앞에선 절규하는 인물이 양손을 머리에 대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하고 있다. 뒤에는 카프카가 창조한 인물처럼 길쭉한 두 사람이 다리 위에서 앞쪽으로 천천히 위협적으로 걸어오고 있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의 얼굴은 노랗고 해골처럼보인다. 하늘의 진빨강과 노랑, 배경의 파랑과 노랑, 초록, 하늘빛을반사하는 난간의 색은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색과 역동적인 곡선은 풍경 속에서 불안한 내면의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노란 배>와 이 불안한 풍경 사이에 어떤 단계가 있었을까!
- P55

뭉크의 예술을 해석하기 욱한 또 다른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C.G.융의 심층 심리학을 바탕으로 했다. 뭉크를 화가로 본 G.W.딕비는 뭉크의 그림이 본질적으로 개인적이고 심리적이라고 본다. 뭉크에게 그림이란 인생의 긴장과 문제를 해소하는 집념이자 일종의 자서전이었다. 뭉크의 그림에서 신경증적 요소와 내성적인 태도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의 문제 중 많은 것들이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뭉크는 감정과 직관력 둘 다 지배적인 감정 직관 유형에 속한다. 딕비는 내성적 화가들 특유의 양식적 특징으로 단순화 경향, 이미지를 본질적 요소로 해체하기, 윤곽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내성적인화가에게 색은 상징으로 작용한다. 즉 색은 심리적 가치를 지닌다. 저자는 여러 점의 뭉크 작품을 분석하면서 여러 번 지나치다고 증명된융의 상징주의를 마음껏 적용했다. 뭉크가 평생 극심한 공포의 순간,
혹은 무의식의 침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또한 자연의 힘에 대한 인식이 누군가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안가?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절규>는 "끔찍한 어머니"라는 저항하는 인물과 태양으로 표현된 아버지와 같은 존재, 혹은 초자아와 싸우는 퇴행적 욕망을 묘사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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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96
신철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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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물의 중력 중> - P25

거짓말로 피라미드를 쌓고
거짓말로 하늘의 별을 따고,
거짓말로 너를 우주로 날려보낸다.

꽃은 단 한 번의 외도도 없이 지고
유성은 면도날처럼 깨끗한 직선을 그리며지상으로돌진한다.
어둠의 한가운데서 피어나 어둠의 가장자리로 진다

너의 눈 속에서 유성이 떨어지고
너의 몸은 식은 운석처럼 무겁다.

유성이 떨어지는 동안 우리의 입맞춤도 사막 어딘가히겠지
타오르고 남은 것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심장

<밤은 부드러워 중> - P64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유빙 중>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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