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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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직 테러범을 고문해야만 뉴욕 한복판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를 고문해야 마땅하다. p.205 

내 눈을 의심했지만 그렇게 씌어져 있었다. 

평화의 얼굴』을 쓰신 김두식 교수와 『야만시대의 기록』을  쓰신 박원순 변호사께서 이 책을 보셨다면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까 궁금하다. 

싱어는 공리주의자이고, 공리주의자는 100명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1명을 포기할 수 있다지만, 기부를 권유하기 위해서 고문  비유를 서슴없이 사용하는걸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적어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처럼 철로위의 다리위에 서있는 남자를 밀어서 다수를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철학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기 보다 가슴이 무너져 버린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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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고전 연속 강의 1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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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자기학대’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매저키스트가 된다면 남이 뭐라하든 신경쓰지 않고,공부를 해서 명예를 얻지 않아도 슬프지 않으며, 공부가 돈이 되지 않는다 해도 서럽지않다.”

강유원선생의 책『몸으로 하는 공부』의 말미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강유원 선생은 이러한 공부를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평했다.

돈이 모든 것의 잣대가 되는 지금, 공부도 남보다 더 높이 올라가 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러나 강유원 선생이 말하는  공부는 그런 공부가 아니다.  나를 위한 공부, 나를 바르게 갈고 닦아 나를 바르게 세우는 공부, 바로 위기지학인 것이다.

언젠가 강유원 선생이 강연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을 많이 남겨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몸으로 공부한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는, 정말 흉내 내기 어려운 멋진 표현이다.  공부와 스펙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지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명언이 아니가 한다.

이 책은 ‘강유원식’ 대로 표현 한다면 한 마디로 ‘엑기스’ 되시겠다.  그러나 이 한 권 만으로 효과를 보려고 한다면, 당신 역시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그런 부류들과 다르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다.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두 권의 기본 도서를 같이 통독하며 읽어 나가야 제대로 약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이 또 하나 있다.  

열두 권의 기본도서 이외에 참고로 필요한 도서들까지 섭렵한다면 헤쳐 나오기 힘든 인문학 공부의 파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커다란 행운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제레미 벤담의《 파놉티콘 》부분만 해도 푸코의 《감시와 처벌》등 한 두 권의 참고 서적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일리아스 편에서도 일리아스 연구자인 강대진 선생의 다른 책들도 참고가 많이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한권의 책이 결국엔 수십 수백 권의 독서로 이어지게 되는 인문학 공부의 빅뱅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강유원 선생님이 수업중에 언급 하셨던 "구입옵션 도서" 목록이나, 이 책 중간 중간에 제시되고 있는 도서들을 참고한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아! 녹음파일도 있는데 깜빡했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실제 강의를 강유원선생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가서 다운받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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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연설 - 고대 아테네 10대 연설가를 통해 보는 서구의 뿌리
김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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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가운데서 편안하게 공부하던 사람이 아니라, 굵직한 선택지들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순간순간을 넘기며 공부를 하던 사람이라는 것. 나에게 공부는 하나의 직업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선택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이 어떻게 써졌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서문 격에 해당하는 ‘들머리’를 읽으면서 저자의 치열한 공부와 삶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도 돈 안 되는 인문학에 매진하며 땀을 쏟고 있을 많은 연구자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보내고 싶다.

책의 내용은 말 안 해도 알겠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과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성스런 주석에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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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에 목숨을 건 조선의 아웃사이더
노대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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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게 소신을 가지고 나만의 길을 간다. 그것도 목숨까지 걸고…….

과연 목숨, 아니 지금 내가 처한 자리를 걸고 양심과 소신을 지키기가 가능한가? 당장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제 현실에서 경제적인 불이익을 당하면서 까지 그러해야 한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문을 힘써 닦으며, 배운 바를 몸으로 실천하며 목숨을 걸고 신념을 지키는 것이 바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이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는 배우고 익히는 학문이 곳 법이요 길이며, 인생 그 자체였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옳다고 판단된 이상 그 길을 고수하는 꼿꼿한 태도에는 서슬 퍼런 칼끝의 예리함이 느껴진다. 선비들의 소신에 존경스럽다 못해 무서움이 느껴질 정도다.

소신을 잃으면 명예를 잃는 것으로 여겨 그것은 곳 인격의 죽음과 동일하게 여겼던 그 시대의 그 정신은 참으로 숭고하다.

그러나 소신을 이리 저리 굴절 시키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고, 상황논리를 내세우며 궤변을 일삼는 것이 자리를 보존시키고 경제적인 이익을 챙겨다주는 것임을 삶의 신조로 삼고 있는 지금의 엘리트들에겐 이러한 선비들의 소신 있는 삶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는 더욱 싫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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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정 : 나의 청년시대 - 리영희 자전적 에세이
리영희 지음 / 창비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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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선생과의 대담집인 『대화』가 리영희 선생의 한평생을 조망하는 작업이라면, 이 책은 선생의 30세 초반까지 인생 전반부를 다룬 자서전격인 책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를 거쳐 민족상잔의 6.25전쟁을 거치면서 서서히 변모해가는 선생의 사상과 가난에 쪼들려 핍박받는 애달픈 가족사를 담담하게 때론 격렬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어두웠던 시대에 ‘사상의 은사’로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기 시작했던 출발선상이라 할 수 있는 합동통신사 입사부터 5.16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혼란기와 변혁기를 거치며 치열해지는 선생의 현실 인식과 냉철한 비판의식은 진정한 ‘지식인’로서 변모해 가는 선생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빼앗겼던 민주주의 되찾았다가 삽질정부에게 다시 빼앗긴 지금 선생을 다시 호명한다면 그건 ‘사상의 제자’로서 후배들의 무능을 만천하에 알리는 짓일 뿐이다.

그러나 ‘더 이상 나빠질게 없어서 희망적’이라는 김용철 변호사의 역설이 가슴을 후벼 파는 지금 리영희 선생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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