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이 보인다. 내 앞 바로 입구가 있었다.
깊이도 알수가 없었고 그 안에 얼마나 찰흑 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지 전혀 알수 없는 그 자체가 두려움 이었다. 긴 터널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느낄수도, 잡을 수도 없는 두려움의 그 길을 견딜수 있었던 것은 희망 이라는 거대한 빛이 있었기에 참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출구를 나왔다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댓가를 치루 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분명히 댓가를 치루었다.
이제는 잊고 싶었다. 어쩌면 벗어 나고 싶었다.
공이병에 대한 것도 분노의 그 사슬도 이제는 끊고 싶었다.
용서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하여 이제는 쉬고 싶고, 기억을 상실 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나의 힘겨움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부대로 나는 복귀한 것이다.
부대와 동료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잘 돌아가고 나무와 풀 , 공기와 전차들도 그저 그자리에 있었다. 나와 김상병만이 이 위치에서 잠시 여행을 떠나온 것이 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그렇게 변함이 없는 것이었다. 세상은 나 라는 존재를 그리 크게도, 아쉬워도 않았던 것이다. 나는 잠시 바람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도 행복 했다. 그저 내 자리로 이제 원위치를 했을 뿐인것을, 나는 너무도 고마운 마음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로 가득찼다. 그저 이렇게 평범한 내 역활이 너무도 감사하다. 나는 너무 욕심과 만족을 못하고 내 자신을 변명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이 너무도 따뜻하고 모든 사람들의 미소가 좋았다... 그저 좋았다....
다음날 아침 중대장의 호출이 떨어졌다.
나와 김상병, 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하루내내 돌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10일을 ...
이유인즉 15일간의 그곳 생활에서 저녁에 썼던 수양록이 형편 없다는 것이었다.
내용이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성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생각도 하지 못한 변수였다. 그곳에서 썼던 그 글이 부대로 오리란 생각도 못했고 이렇게 다시 발목을 잡을 줄은 정말로 몰랐다. 그렇구나 이것이 끝난것이 아니 었구나...
김상병과 나는 연병장을 하루내 돌았다. 하지만 행복했다. 그곳 생활에 비하면 이곳은 행복이 겨운 곳이었다. 뛰면서도 김상병과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말을 자주했다. 이런 구보 라면 몇달이라도 하겠다고...
고참들은 고생한다고 음료들을 사들고 가끔씩 들렸다. 그들의 입에서는 한마디씩이 나왔다.
" 야..! 파이팅 이다. 이제 부터는 고생 끝이라 생각해라.. "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고 저녁이면 그저 일상생활과 담배를 피우는 순간이 좋았다.
모든것은 저 담배연기에 날려 버리자...
나는 잠깐 악몽을 꾼 것이라고 생각하자...
악몽을 꾼 순간에도 나의 군생활은 시간이 흘러 갔었고 어느덧 나는 상병 마루봉이다.
이제 병장까지는 15일도 채남지 않았다.
상병선임 이었던 것이다. 군생활중 가장 파워가 있고 또한 그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을 잘해야 한다는 상병선임! 내가 다녀온지 1주일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후임들은 내가 보기에도 영 형편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고참들은 성에 안차고 상병 선임들만 나무라는 것이 었다.
당시 나 빼고 동기는 2명이 더있었다.
나는 일을 치룬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병장을 돌고 있었으므로 고참들은 너는 할만큼 했다.
이제는 쉬어라, 더이상 나서지 말고 이제 병장이 되거든 몸사리고 제대나 하라는 것이었다.
네 동기들이 있으니 맡겨 두라는 것이었다.
정말 그랬다. 이제는 나서고 싶지 않았다. 쉬고 싶다...
하지만 동기들은 한번만 더 나서주기를 바라는 눈치 였다.
동기들 사람이야 좋고 성실하지, 내가 보기에는 무능했다. 앞에서 끄는 강한 기운이 없었다.
나는 엄청 망설이고 있었다. 피하는 것이냐, 아니면 또 한번 내 역활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냐? 참으로 너무도 망설였다...
내 자신에게 현실을 담보로한 이시간을 편안하게 안주하는 것이냐?
아니면 어려운 고통이 있었지만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선택할 것이냐?
현실주의자 이냐 , 아니면 나만이 인정하는 내 자신의 비겁자가 된다는 것이냐...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어떤 일도 두려움 이라는 것 때문에 피하거나 도망 가지를 않는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변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가야할 길 이라면 후회 라는 것을 없애기로 했다.
공이병을 뺀 나머지 후임들을 모두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세면장에 집합을 시켰다.
적막이 흐르고 숨소리 하나 제대로 들리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
나는 한마디만 했다.
" 군대 라는 곳이 전쟁놀이 하는 소꿉장난 하는 곳이 아니다.
군인은 곧 군인 다워야 한다. 너희들이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었을때 후임에게 떳떳이 나는 이렇게 열심히 군생활 열심히 했노라고 말할수 있겠냐?
지금 이렇게 안일하게 하고 있는 군생활이 너희들을 시간만 가면 달아주는 계급장만 믿고 살것이냐? 잘 보아라 너희들이 잘못하면 너희 고참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잘못은 개개인이 했는데 왜 고참들이 맞아야 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
그리고 나의 주먹은 단 두사람에게만 가격을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고 나는 있는 힘껏 주먹에 힘을 실었다.
수십차례의 가격이 끝이 났다.
그리고 두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김상병과 그의 동기 인것이다.
내가 세상에, 내가 다른이도 아닌 김상병을 무참하게 때린 것이었다. 그 한달간을 같이한 나를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간절한 김상병을 이 두 손으로 가격을 한것이었다...
나의 비참하고 참담한 마음이 얼마나 컸던지, 나 자신이 정말로 두려웠다.
어쩌면 한달간의 그 고통 보다 이순간이 나를 더욱 크나큰 두려움으로 떨게 만들었다...
김상병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김상병의 눈이 살짝 젖어 있었다. 설마 하니 내가 자기를 때릴것인줄은 상상도 못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다른 눈빛 하나는 " 형 ! 형 마음 알고 있수, 그만 마음 아파 하시요.. "
그런 눈빛이었다... 이것은 미안한 감정을 떠난 무언의 대화였다.
세면장 안은 긴장 그 자체 였고 적막이 흘렀다.
나는 아무 말없이 세면장 문을 걷어 차 나왔다.
그리고 내안으로 오는 바람을 시원하게 맞이 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다. 두려움, 불안, 근심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코 포기가 아닌 내안의 커다란 극복 이었다.... 그 어떤 것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그후 공이병은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고 지금 이순간 까지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
세월이 십년이 훨씬 지났다.
나는 지금도 일년에 몇번씩 군대를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도 나의 계급장은 이병이었다. 분명 이것은 꿈이다.
나는 분명히 군대를 제대 했지를 않는가? 하지만 꿈속에서 난 항상 다시 이병 부터 시작하는 작은 군인이었다. 어서 깨어야지 하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일어난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어 본다. 물을 마시면서 그럼, 꿈 이어야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김상병, 공이병, 이렇게 셋 이서 소주 한잔을 하고 싶다고...
모든 옛일을 소주 잔에 털어 버리고 호탕하게 웃고 싶다고, 우리 에게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고 말하면 서로에게 소주잔을 채워주어 밤을 세우고 싶다고...
어쩌면 공이병은 나에게 고마운 존재 일수도 있다.
간절한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고마운 인생의 크나큰 배움을 얻었다.
지금 이순간, 이제 까지 내가 옳다고 말하고 행동한 사소한 순간들이 타인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고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분명 옳다고 말할수 있지만 개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다르므로 나만의 방식을 합리화 시켜 판단의 기준으로 살았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의 차이는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의 차이로 세상에, 내 자신에게 휘둘림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이 무어라 해도 나는 나 일 뿐이다.
기본은 정확히 지켜 주겠다. 하지만 기본 이외의 모든 책임은 내가 감당할 몫이다.
내 몫 이기에 내가 선택한다. 그리고 후회 하지도 않는다.
또 한번 공이병 같은 일이 이 사회에서 벌어진다면 ... 글쎄...
세상에 진정한 공짜는 없다. 그리고 공짜의 바램을 가져서도 안된다.
모든것에는 그 만한 댓가를 치루 어야만 한다. 댓가를 치룬다는 것, 그 것은 세상이 모두에게 준 공평한 자산이다. 나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분명하게 지켜야 한다.
너무 강하면 부러 질수도 있다. 그 강함을 스스로 드러 내지 않는 다는것...
그것이 스스로 강해 지는 현명한 자 의 진정한 현재 위치 이다.
나는 분명 칼날 위에 서있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차츰 사라지고 경각심을 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심을 잊지 않는다는 것, 그 두려웠던 순간을 딛고 이겨냈던 내자신을 기억한다는 것, 그 것이 내게 살아가는 힘이 되고 지금 숨을 쉬는 이유가 될것이다...
2005년 이 몇일이 지나지도 아니 하였는데 특별한 일도 없던 어느날.
나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위기 의식을 느끼게 하는 그 어떤 두려움이 나의 온몸을 감싸 않았다. 왜 일까? 깊이 생각하여 보았다.
결과는 금방 들어 났다. 나는 내 자신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용기라는 허세로 강한척 했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었다.
작고 사소한 두려움도 있었다. 숨 쉬기도 힘들 정도로 가슴벅찬 큰 두려움도 있었다.
어차피 두려움 이라는 것에는 작고 큼 이 없는 것이었다. 내 안에 두려움이 존재하는것을 부정 하지 말아라, 그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심장과 같다. 받아들일것은 받아 들이고
이제 그 것 들을 정벌 해 나가자!
2005년 한해를 정벌해 나가자!
12달을 빠짐없이 정벌 해 나가자!
1달,1달을 정벌해 나가자!
하루 하루를 정벌해 나가자!
지금 한시간, 한시간을 정벌해 나가자.
적은 타인이 아닌 내 안에 가장 큰 적이 있다.
타인 에게는 져도 내 자신에게만은 철저히 이겨 나가자.
나를 이겨내자 ! 나를 극복하자 ! 나를 세상의 한복판으로 가져 가자.
나를 정벌 하자. 내 자신을 정벌 하자.
2005년 이 꺼지는 그 날까지 내 자신을 나는 기필코 정벌 하리라... !
나에게는 나 만의 간절한 목표가 있다. 그 간절한 목표을 위해서는 지금은
희생해야만 한다.
아톰 베개를 껴안고 저 천진난만 이쁘게 천사같이 자는 나의 아들을 위하여도 나는
2005년을 정벌해 나가야 한다.
나는 2008년 끝없이 정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