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2월24일 산사에서 장작을 패고 책을 읽고 저무는 해를 보는 삶
새벽에 일어나서 정호승 시인의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책을 읽고 산을 올랐다. 아들들이 봄 방학을 해서 이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등산 겸 아침운동을 여유있게 할 수가 있다. 오늘을 등산로를 따라서 일출도 보고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명상도 하였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산을 오른다는 것, 올라가고 내려가고 생각하고 하늘을 보고...
산에만 오르면 가슴이 이렇듯 맑고 청량해지는 것을 왜 저 아래 세상에 있으면 많은 일들이 산재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등산로를 내려가다가 오랜만에 망해암 산사에 들렸다. 망해암은 오래된 사찰로서 쾌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고즈넉하게 오랜 세월이 흐름이 있었던 절 내부와 여러 건축물들을 보면 좋았는데 2년전에 절옆에 크게 새로 건물을 짓는 걸 보고 속으로 욕하고는 했다. 아니 그저 그렇게 그냥 나두지 뭐한다고 볼성사납게 새 건물을 짓는가? 하고 이해를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 한바퀴를 둘러보니 그 건물에 많은 분들이 숙식을 하면서 있는 숙소가 된 것이다. 그중에는 아마 시주를 많이 하신 분의 소개로 오신 몸이 편찮은 분도 계시고 고시를 준비하고 공부와 씨름하는 예비사시생도 있을 것이다. 여러 군상들이 모여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니 내가 속이 좁은 옹졸한 생각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이런 산 속 깊은 절에 오면 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절에서 장작도 패고,불도 때어 솥에 물도 끓이고,밭도 가꾸고 나무도 하며 지게질도 하고 싶었다. 시간이 나면 책도 보고 글도 쓰면서 봄이 오는 새삭의 소리도 듣고 여름 날 빗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겨울날이면 손이 시려운 것을 참으며 물을 길어오고 불을 쬐고 차려온 밥상에서는 금새 한 보리밥이 김을 내보이면서 군침을 돋게 하면 김장김치로 반찬을 벗삼아 맛있게 먹는다.
정말 더도 말고 일년에 두차례 보름씩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서 그렇게 살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장작을 패고 저녁노을 보고 밤이 되면 사색에 잠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