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꿈에 부풀어,누군가는 답답한 마음으로 맞이했을 2007년.
4일 뒤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뒤로하고 365일,8760시간,52만5600분,3153만6000초가 지나가게 됩니다. 당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처음과 끝이 꼭 같은 사람은 없을 테지요. 부푼 꿈이 더 큰 꿈으로 연결되는 행운을 누렸습니까? 꿈이 좌절로 이어졌습니까? 절망 속에서 출발했지만 희망의 씨앗을 보았습니까? 어떤 시간이었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산다는 건 언제나 위대한 것이니까요. 2008년을 어떤 순간으로 가득 채우시겠습니까. 신년 계획을 짜고,노력을 하다 좌절감을 맛본 뒤 그럭저럭 사는 인생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천하기 힘든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선언을 한다고 목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도면밀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건 비단 전쟁터에서만은 아니겠지요. 계획을 세워도 매번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기 일쑤인 당신,어차피 작심삼일(作心三日)일 터이니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당신. 동아일보 위크엔드와 함께 삶의 전쟁터에서 이길 전략과 전술을 배워볼까요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오전 3, 4시 무렵에 하루를 시작해 오후 10시면 마감한다. 밤잠이 많고 새벽잠이 없는 자신의 생체 리듬에 맞게 업무를 조정했다. 그는 하루를 설계할 때도 비슷한 업무끼리 묶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처리한다. 일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 소장은 새벽에는 주로 책을 집필하고, 오전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기고할 글을 쓰고, 오후에는 인터뷰나 강연 등 대외 활동으로 보낸다. 택배나 퀵 서비스 등 예상치 못한 방문객으로 인해 일의 흐름이 끊길까 봐 집 앞에 ‘택배, 퀵 서비스 배달물품은 무조건 경비실에 맡겨 달라’는 메모를 붙여 놓았다. 그는 3개의 다이어리를 관리한다. 매일의 일을 기록하는 수첩형 다이어리, 한 달을 계획하는 노트형 다이어리, 1주일을 계획하는 A4 용지가 있다. 그는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 월간 계획을 시각화하는 게 좋다”며 “두뇌는 시각자료를 잘 처리하기 때문에 한 달이나 일주일의 중요한 일을 한눈에 들여다보면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안하기 계획에 성공하려면
새해 계획 중 빠지지 않는 게 금연, 금주, 단(斷)도박이다. 대부분 습관화되어서 웬만해서는 끊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연초에 굳게 결심하더라도 1년에 서너 번씩 ‘이번에는 정말 끊겠다’는 선언을 반복하거나 결국은 포기하고 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직장인 박찬성(37) 씨가 그런 경우다. 박 씨는 매년 초, 자신의 생일, 아내의 생일, 결혼기념일에 금연을 선언한다. 금연선언을 하면서도 짧으면 일주일, 길면 세 달 안에 다시 흡연하게 되리라는 걸 안다. 금연을 선언할 때마다 아내는 “이번에는 얼마나 가나 보자”면서 날짜를 센다. 이런 경우 가족, 특히 자녀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다. 가톨릭대 의대 성가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자녀가 ‘아빠가 담배를 끊으면 나는 TV를 보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 아버지가 금연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가족 사진을 회사 책상에 붙여 놓고 자녀와 약속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 씨는 “친한 친구, 연인, 가족으로부터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을 때 일을 추진할 의욕을 쉽게 얻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자.
음주가 과한 사람이라면 △술을 마셨을 때 좋은 점 △술을 마셨을 때 나쁜 점 △술을 끊었을 때 좋은 점 △술을 끊었을 때 나쁜 점을 종이에 적어 보는 일이다.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술을 끊었을 때는 가족이 좋아하고 건강에는 좋지만 술친구를 잃고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는다. 4가지 요소를 살펴본 뒤 스스로에게 유리한 행동을 결정하면 된다. 이런 용지는 TV나 책상 등 늘 눈길이 가는 곳에 붙여두면 좋다. 만일 자신의 의지로 행동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라면 전문가를 찾아가 약물치료와 함께 중독 현상에서 헤어나오겠다는 의지를 일깨워 주는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받는 게 좋다.
○ 결심 프로젝트 가장 큰 적은 포기
결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적은 포기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100% 완성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실패해도 다시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영어강사 이보영 씨는 영어공부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실력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으므로 길게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공부 과정에서 정체기와 회의기가 생기게 마련이란 걸 알고 이럴 때 포기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작심삼일이라고 하지만 3일에 한 번씩 결심하면 어쨌든 공부를 지속하게 된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공 소장은 “시간관리를 잘하는 편인 나도 100이라는 목표를 세워 50만 달성할 때가 많다”며 “중간만큼 한 사람은 하나도 안 한 사람보다는 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축하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신과의사 크리스 라반 씨는 저서 ‘심리학의 즐거움’에서 “무슨 일을 할 의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실행해 보라”면서 “불과 1주일이라도 학원을 다니면 계획했던 일이 의외로 쉬운 과정이라는 걸 알게 돼 다음에 다시 도전하기 쉽다”고 말했다.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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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의 시리즈에 푹 빠져온 독자라면 시리즈 완간 이후 조금은 심심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더 나올 ‘로마인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갑게도 시오노 나나미의 신작이 출간됐다!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가 그것으로 로마사의 총정리편이다.

10년 넘게 시리즈가 나오다 보니 독자들은 다시 전부를 읽지 않는 한 개관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수많은 사건 가운데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도 주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를 회상할 수 있는 즐거움에다 관심 가져야 할 사건이나 교훈에 주목하게 해주는 책이다.

왜 역사를 읽어야 하는가. 저자는 “역사는 인간이니까요. ‘역사가 딱 질색’이라고 하면 ‘인간이 딱 질색’이라는 고백이 되거든요”라고 말한다. 권력이든 부든 모든 것은 세월과 함께 스러지고 만다.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이란 유한함을 벗어나기 힘들기에 저자는 “누구나 자신의 일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한정돼 있다”고 말한다. 권력을 쥔 사람이든 부를 축적한 사람이든 인생의 경험은 자신의 분야를 넘어설 수 없지만 저자는 “역사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그러한 역사가 재미있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특별히 역사 속에서 로마인에게 매료된 까닭은 무엇일까. 로마인들은 인간성에 대해 환상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성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철학이 인간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중세인들처럼 종교가 인간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고 보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마키아벨리나 루터의 시대에서 이미 5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과연 인간성이 얼마나 개선됐을까”라고 묻는다.

예전의 인간이나 지금의 인간이나 인간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로마인의 인간성에 대한 통찰이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할 때만이 개혁도 번영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진행된 20세기의 혁명들이 인간세계에 얼마나 큰 피해를 남겼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초기 로마의 성장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무엇일까. 저자는 로마의 ‘조직력’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특정 영웅에 의존하지 않고 ‘적당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던 점은 로마 초기부터 쇠락하기 직전까지 로마의 진정한 강점이었다.

다른 한 가지 강점을 들자면 그것은 적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었다. 이에 대해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패자마저도 자신들에게 동화시킨다는 그들의 방식만큼 로마의 강대화에 기여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물건과 사람을 움직이는 도로망이 하드웨어였다면, 로마를 중심으로 열린 사고에 바탕을 둔 국가 간 네트워크 ‘로마 연합’은 소프트웨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로마의 탄생, 공화정의 시대, 조직의 로마, 한니발의 도전 등 모두 5장에 걸쳐 로마의 성장과 정체를 다뤘고 승자의 혼미, 카이사르로 구성된 2개의 장에서는 정점에 선 로마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으로 팍스로마나의 길과 로마의 교훈 장으로 구성된 부분은 현대인을 위한 로마의 교훈으로 정리할 수 있다. 특별 부록에 실린 ‘저자에게 듣는 로마 영웅들의 성적표’는 리더십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저자는 승리한 모든 조직이 앓는 병을 로마도 예외 없이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구성원을 교체하지 않으면 그 집단은 필연적으로 내향적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구성원 상호간의 이익 보호를 우선시하는 ‘이권집단’으로 화한다”고 지적한다. 로마가 초기에 급성장한 이후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원로원 체제의 내향화에서 찾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동맥경화 현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로마뿐 아니라 초기의 고성장을 경험한 거의 모든 조직이 앓는 성장통이다. 이 점은 지금의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진정한 개혁이란 무엇인가. 저자의 개혁관은 “개혁이란 낡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이란 결국 재구축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재구축이란 외부의 것을 그냥 가져다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질이나 특징 가운데서 살려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결정해 조합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로마와 중국 두 나라의 차이는 오늘날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차이를 낳게 된다. 한쪽은 황제가 되더라도 시민이나 원로원의 평판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체제이며, 다른 한쪽은 황제가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한 체제를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황제의 지위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로마라는 국가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로마사와 로마인에게서 배우는 교훈이 적혀 있다. 인상적인 대목은 초기부터 국민을 불행에 빠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 시스템은 없었다는 점이다. 초기의 동기는 훌륭했지만 시대의 변천과 함께 선이 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도든 체제든 끊임없는 수선과 개선, 개혁이 필요하다.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www.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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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누구인가. ‘조직의 성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러면 리더십은 무엇인가. ‘성과 창출을 위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특별한 능력 혹은 조건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가파른 시대를 우리 모두가 살게 됐다. 그만큼 점점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무엇보다도 리더라면 자신의 조직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내부 구성원의 제안이나 아이디어, 전문가들의 제안을 참조해야 하지만 결국은 리더 자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조직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예를 들어 애플 매출의 48%를 차지하고 2003년 10월 출시 이후 5년 만에 1억19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함으로써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상품이 아이팟이다. 이 상품의 개발을 통해서 애플을 반석에 올린 인물은 스티브 잡스다. 애플의 부활과 성공에는 리더의 통찰력과 안목, 판단력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955년생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50세가 됐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쉰 살이 된다는 건 좀 더 멀리 내다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참을성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질문을 받을지 더 잘 알게 될 뿐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을 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다. 그러니 일급의 인재들에게 어떤 일을 시키기 전에 내가 좀 더 신중히 생각하는 편이 낫다. 이것은 참을성과는 다른 태도다.”

 미래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그런 불확실성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는 시대다. 그런 불확실함을 뚫고 조직이 나가야 할 목적지(비전)를 정한 다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목표 달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또한 리더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리더가 더 많은 조직원으로 하여금 목표 달성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이런 조직은 틀림없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목적지의 설정과 공유, 그리고 실행이란 세 단어의 조합을 생각할 때면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 IBM의 전 회장 루이스 거스너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조직을 맡게 됐을 때 구성원이나 애널리스트의 통념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비전 창출을 통해 조직을 크게 성장시킨 인물들이다. 잭 웰치가 조직을 맡았을 때 선택한 간단명료한 아이디어, 즉 ‘1등이나 2등 전략’‘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 전략이나, 거스너가 조직을 맡았을 때 선택한 ‘단품 제공업이 아니라 통합 솔루션 제공업’으로 조직의 목적지를 정한 부분들은 모두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이 조직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한편 리더는 희망과 낙관의 전도사가 돼야 한다. 미래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리더가 가진 합리적 낙관주의는 조직 성공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합리적 낙관주의는 리더의 신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의 미래, 조직의 미래, 나아가 자신과 사회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는 역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들 수 있다. 30년 동안 레이건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마이클 디버는 “미국이 미래에 대한 회의와 혼돈을 겪고 있던 시기에 레이건은 그 자신과 미국에 대해 놀랄 만한 확신을 가지고 전국 무대에 당당하게 등장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자신의 확신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리더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합리적인 낙관주의,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바탕이 된다. 한마디로 리더는 흔들리지 않는 낙관주의자여야 하고 이런 신념을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공병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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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정보 모았다가 주말에 탐독” - 공병호 경영연구소장·경제학 박사 공병호 ‘신문 속에 미래가 있다.’ ‘온라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된다고 해도 여전히 종이신문은 위력적이다.’ 종이신문의 유용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어김없이 밝히는 두 가지 믿음이다.
나는 뇌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신문에 실린 정보는 그 자체, 즉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공간적으로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도 무척 중요하다. 특히 뇌는 정보를 ‘사실’보다는 ‘공간’으로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나의 경험에 근거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엄밀한 실증적 근거가 필요할 것이다. 각종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의 처지에서는 신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모든 신문을 다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다. 그래서 나는 투입하는 시간 단위당 정보 제공의 효율성에 따라 몇 개의 종합지와 경제지를 구독하고 있다. 신문 읽기는 글쓰기에 비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자투리 시간이나 느슨한 시간대를 이용한다.
읽을 때는 ‘스킵 앤 스캐닝’이라 불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사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는 대신 신문 전체를 쓱 훑어보면서 나에게 의미 있는 기사를 뽑아 읽는 방법이다. ‘건너뛴다’는 의미에서 ‘스킵’이란 용어를, 그리고 마치 ‘복사하듯 읽어나간다는 의미’에서 ‘스캐닝’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신문을 읽는 목적이 현재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기 때문에 자연히 이 목적에 맞춰서 읽어나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신문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에 대한 나름의 목표를 명확히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야 수많은 정보 가운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보를 금방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미 있는 기사가 있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정보를 꼼꼼히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스킵 앤 스캐닝’을 할 때도 반드시 빨간 펜으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 같은 표지를 남긴다. 이는 정보를 뇌 속에 각인시켜 나가는 활동이다. 즉, 뇌는 기본적으로 그냥 읽어나가는 정보와 표시를 해두는 정보를 구분한다. 그래서 나는 요긴한 정보에는 늘 열심히 표지를 남긴다. 특별히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오려서 보관한다. 정해진 기간은 없지만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대개 한두 달 보관하는 편이다. 이렇게 보관한 정보는 주말이나 지적으로 느슨한 시간대에 30분 또는 1시간 정도를 이용해 천천히 음미한다. 이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현재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체계화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미래에 대한 직관이나 통찰력은 이런 시간에 많이 형성된다.
또한 나는 국제면이나 기타 면에서 외신을 인용한 기사를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외신 기사들은 출처를 밝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이용해 원기사를 읽어나가면서 정보를 명확히 이해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예전처럼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 검색엔진이 발달한 만큼 스크랩이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뇌에 입력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보가 한 번이라도 입력된다면 훗날 필요할 때 검색엔진 등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오락 위주의 정보보다는 생업과 관련된 정보를 중심으로 신문 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문은 항상 지적 자극을 주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온라인 신문의 경우에는 종이신문과 달리 중요한 정보를 웹상에서 보관한다. 검색엔진을 이용해 찾는 수고를 하기보다는 평소에 정보를 모아두는 것이 시간 대비 편익 면에서 이롭기 때문이다. 온라인 스크랩의 효용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주간동아 2007-03-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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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힘>은 누구나 아는 '꾸준함'을 강조하는 책이다.
만약 184쪽의 얇은 볼륨, 그리고 정말 희귀한(?!) 도요타 자동차 회장의 추천사가 아니었다면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시간 30분 남짓 지하철을 타는 내내, 필자는 제법 깊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유사한 형식의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나 <인생수업>이 죽음을 매개로 한 '절박한 감동'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직장이나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주는 삶의 활력과 상쾌함이 느껴진다(지지리도 일 못하고 밉상인 사람에 시달려봤다면 필자의 말이 쉽게 다가올 것이다).
40년 동안 써온 600권의 노트에서 뽑아낸 책
아직도 팔팔한 75세의 현역 경영자 다카하라 게이치로가 직접 쓴 문장들은 책의 주제만큼이나 소박하고 단도직입적이다.
"내가 계속해온 것, 그것이 나의 인생이요 나의 능력이다."
약 2000여 년 전에 히포크라테스도 비슷한 투로 이야기했다. "당신이란 사람은 당신이 계속 먹어온 음식물이다(You are what you eat)" 뻔하고 별 거 아니다 싶은 말인데 생각할수록 가슴이 뜨끔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문득 대학을 졸업했던 1997년이 떠오른다.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계속해왔던가? 저자는 40년 동안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노트를 한 결과 그 숫자가 무려 600권에 달한단다. 이 책 또한 거기에서 뽑아낸 내용으로 엮었다.
방문을 열자마자 1998년 이후의 온갖 기록들을 모아놓은 박스부터 열어보았다. 생각보다 묵직하다. 600권의 노트만큼은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흔적 정도는 재구성해볼 수 있을 듯싶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나는 무엇을 계속해왔는가?' 딱히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2007년의 계획 가운데 지금껏 지키고 있는 것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회생활을 해왔는데, 생각보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무엇을 했어도 적잖은 결과를 냈을 시간인데 말이다. 물론 굳이 도요타 자동차 회장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꾸준함'이 왜 소중한지는 알 '짬밥'은 됐다.
세상의 시계와 나의 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결코 혼자서 안달복달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내 사정이 급하니까, 내가 '할 만큼 했다'고 느낀다 해서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보상은 불가사의한 세상 나름의 메커니즘에 따라 주어질 뿐이다. 결국 사람은 꾸준해야 뭐 하나라도 얻는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처럼 꾸준하지 못한 자신을 타박한다. 학생, 직장인, 예술인, 경영자, 시민운동가, 교사 등등 직업 불문, 남녀노소 불문, 보통사람의 최대 고민은 '작심삼일 증후군'이다.
2007년의 시작과 함께 세웠던 계획이나 결심 가운데 지금껏 지키고 있는 것은 과연 몇 개나 될까? 당장 누군가 이런 리플을 다는 것 같다. '누가 몰라서 못하나?' 왜 나는 꾸준하지 못할까?
이유 하나 - 인간은 본래 꾸준하지 못한 동물이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대니얼 길버트 지음, 김영사)라는 책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끈기라는 것과는 인연이 없도록 진화해온(!) 동물이다. 본능적으로 '현재의 상황'에 맞춰 모든 것을 생각하고 느끼는지라, 과거에 대한 평가도, 미래에 대한 예측도 현재의 상황에 따라 조석변개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 당장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면 흥미나 의욕을 잃어버리기 쉽다.
현재에 초점이 맞춰진 인간의 본능에 비해 인생은 참으로 느릿느릿 움직인다(복장 터질 노릇이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세태는 온통 티끌 모아 태산을 냉소하게 만든다. 정치-사회면 뉴스를 매일 읽고, 거기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악플'까지 계속 읽다보면 어느 새 마음은 조급(그리고 허무)해지고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거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물론 <10년 법칙>(공병호 지음, 21세기북스)이라는 책에서 말하듯, 10년을 노력하면 뭔가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또한 결과가 눈에 뵈지 않는다. 마음은 끝없이 꾸준해야 한다고 게을러터진 우리의 몸을 강박해지만 효과는 신통찮다.
이유 둘 - 우리는 좀처럼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를 꾸준함과 담쌓게 만드는 두 번째 이유는 '자기성찰'의 부족이 아닐까? 정해져 있지 않은 미래는 당연히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오죽하면 '미래에 대한 공포'야말로 제1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들리겠는가). 인생에도 수능시험 대비 요령과 같은 '매뉴얼'이 있다면 오죽 편할까?!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기규정이 없다면 모든 것은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것이 꼭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질문만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자면 적어도 '나'라는 사람이 해온 일이나 겪어온 체험, 만났던 사람, 읽어온 책들을 계속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적잖은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것들을 해왔구나. 이런 변화가 있었구나.'
기록과 성찰은 사람의 마음에 뚜렷한 이미지를 그려준다. 차곡차곡 '수익'이 쌓인다는 온갖 부자 통장만큼 자극적이진 않겠지만 인생을 좀 더 꾸준하게 살아갈 힘을 준다.
600권의 노트와는 언감생심 비교할 수 없지만, 10년 동안 꾸역꾸역 모아둔 메모, 기획안, 보고서, 이력서, 감상문, 영화표, 영수증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또한 운 좋게도 편집자이고 프리랜서 저술가로 일하는 덕분에 하나하나의 책이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이유 셋 - 우리는 과도하게 열심히 살려 한다
우리가 꾸준함과 담을 쌓게 되는 세 번째 이유는 너무 열심히 살려하기 때문 아닐까 한다. 1998년 벽두에 IMF 시대가 도래하면서 크게 히트했던 책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구본형 지음, 생각의 나무)이다. 이 책을 필두로 시작된 자기계발 전성시대의 표준형 인간은 전철에서도, 회사에서도 '성공'을 향해 맹진하는 그런 사람으로 그려진다. 과연 그것이 계속될 수 있는 삶, 이른바 지속가능한 삶일까? 아니 행복한 삶일까?
물론 세상살이는 그렇게 만만치 않다. 적당히 일하는 시늉내고 공금 축내서 술판 벌이는 것이 좋은 인생살이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IMF 사태 이후 10년 동안 마라톤을 100미터 경기처럼 뛰라고 스스로를 강박해온 것은 아닌지. 급성형, 급질문 등 '급(急)'이라는 신종 접두어가 유행할 만큼 조급한 세태 뒤에는 분명 '성공 강박증'이라는 지난 10년의 흐름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은 그런 흐름을 잠시 멈추고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은 아닌지.
평생 감동, 평생 공부, 평생 청춘
<계속하는 힘>의 25페이지에는 올해로 90이 넘은 아오키 주로(靑木十郞)라는 첼리스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80이 넘으니 바흐의 맛을 알겠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4시간씩 연주 연습을 하고 악보 연구를 한다고 한다. 꾸준함은 참으로 좋은 습관이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를 가도 몇 십 년째 꾸준하게 제 맛을 지켜가는 음식점이 있다. 그런 곳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나면 무척 기분이 좋아진다. 두툼하게 쌓인 일기장이나 메모를 볼 때면 비록 대단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뚜렷한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무작정 강조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꾸준하게 공급되는 '에너지'가 없다면 꾸준함도 없는 것 아닐까. 75세의 인생 선배인 저자는 책의 말미에 '평생 감동, 평생 공부, 평생 청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이 대목을 보는 순간 책 전체가 전혀 새롭게 느껴졌다). 일벌레처럼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는 '무조건 열심히 사는 삶'을 반대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포인트이다. 가슴과 머리에 생기를 꽉 채워주는 충만한 삶이야말로 진실로 '계속될 수 있는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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