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다. 조금 춥고 약간 떨리지만 배고프지는 않다. 이불을 덥기 보다는 다리에 감고 있으니 춥다고 하면 엄살이다. 오늘은 하루 세끼를 겨우 챙겼다. 이제 나에겐 간촐하게 남은 저녁 설거지를 미루는 일만 남았다. 누군가, 오늘 내내 먹은 것이라곤, 이러면서 출출거린다면 결코 못본 체 하진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내가 당당하게 짜증을 내비친 적이 한번쯤 있었겠지만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알아서 해결하라, 가 아닌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여기에 무척이나 기운 없고 다정한 말투는 덤이고.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데 눈앞에서 새가 날아갔다. 눈 깜짝할 새가 있다더니 그 새인 것 같다.

이제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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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8-03 22:48   좋아요 1 | URL
페이퍼를 쓰고있는데 댓글알림 따옴표가 뜨더라구요.^^ 안그래도 굼뜬데, 골골 중에 누워서 몇자 적으려니..ㅜㅜ 그래도 폰 붙들고 이러는 거 보면 아프다는 소리도 염치없구나 싶어요..
더위에 강하다고 큰소리 쳤는데 요즘 같아서는 해뜨는 게 무섭네요. 거의 매일을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몸도 덜 상하는데, 주로 해가 중천일때 일하고 해질 무렵에는 집에와서 쉬고.(술마시고..) 이러니 버틸 재간이 없지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녁설거지 아직 그대로예요. 딸래미가 타준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목구멍을 지졌더니(?) 기운이 좀 나네요. 몸 아프면 정말 우울해요. 부디 우리 모두,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이 여름을 났으면 합니다.

Jeanne_Hebuterne 2016-08-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파서 모든 걸 다 취소하고 병원-집만 있는데 너무 공감이 가요. 밤도 낮이고 낮도 밤인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느 것도 다 미룰 수밖에 없는 날들.

컨디션 2016-08-04 18:47   좋아요 0 | URL
에고..J.H님도 요즘 아프시군요. 감기 걸리신 건가요.. 저는 생활을 놓을 정도는 아니고 밥도 그럭저럭먹구요. 병원 안가고 버틸 정도는 되는데..저보다 많이 아프신듯하네요.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다 미루더라도 얼른 쾌차하시길 바래요.

치니 2016-08-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시길. 더운데 몸까지 아프셔서 어째요.

컨디션 2016-08-04 18:53   좋아요 0 | URL
오, 치니님 정말 오랜만이예요!!(느낌표 안찍을 수 없는^^) 정말이지 더워도 너무 더우니까 목감기든 미열이든 두통이든 모든 게 더디고도 질기게 가는 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늘어져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요즘 같은 때는 아프나 안아프나 다 그렇겠지요.ㅜㅜ 치니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요.알라딘 자주 좀 오시구요^^

2016-08-04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8-04 18:55   좋아요 1 | URL
어제보다 괜찮아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먹을 게 생각나는 거 보면, 그래요.^^

2016-08-04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5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의 풀들은 모두 특보잡이다. 이 말장난을 내 식대로 밀어붙여 풀이까지 덧붙이자면,

개별적으로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고, 대체적으로는 `보통의` 그린 계열이고, 결과적으로는 그냥저냥마냥의 `잡초` 라는 것.

그래서 그런가. 풀은 아름답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 운운하면서 좀 그럴듯하게 그 아름다움의 내적 세계와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굳이 그럴 것까진..

폭염이 무슨 연재물처럼 이어지는 여름의 한폭판.
저렇듯 살겠다고, 그리하여 그러하다면, 저절로 되는 것처럼 보여도 좀처럼 저절로 되는 게 없는 것처럼, 저 풀들이 그러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맹위를 떨치는 풀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여름은 정말 기승전`풀`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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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8-01 00:35   좋아요 1 | URL
사과밭에 풀관리를 해야하지만 풀이 지긋지긋하진 않아요. 풀을 잡겠다고 사람손으로 일일이 하면(호미, 낫, 예초기 등등) 좋겠지만, 그러기전에 골병부터 들겠더라구요, 그래서 어쩔수없이 제초제를 써요. 5월에 한번 6월 에 한번, 7,8월 사이에 또한번. 안그러면 뱀이 기어다녀도 못보고 잘못해서 밟거나 물리기라도 하면..으..(풀 얘기하다가 결국 뱀으로..ㅜㅜ)

굿밤 하시길^^
 

 

현실감각 제로의 상태를 몇시간째 유지할 수 있는 갑중의 갑. 바로 나. 덕분에 스트레스 제대로 풀었다고 셀프 위로를 하면서..

이에 여세를 몰아 한번 더 해보려 한다. 뭘? 내가 얼마나 상황파악을 못하고 사는지를.    

 

오전 11시 무렵인가. 갑작스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애써 작업한 사과박스를 홀딱 말아먹는 줄 알았다. 공판가가 거의 바닥을 치면서 회차회차마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난, 발 뻗고 잘 수 있는 멘탈이다. 매순간 일희일비하는 편인데 이럴 때는 참 예외인데 이는 내가 근본적으로 책임감이 상당히 결핍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나 스스로를 태연하고 무심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이게 일종의 낙인이 되어 세상이 나에게 훅을 걸어올라치면 금세 방어적으로 돌변하는 이중적 태도를, 난 과연 잘 방어할 수 있을까.

 

자동차 검사 결과, 4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소음기(마후라?)부터 주차 브레이크, 앞바퀴 좌륜 브레이크, 뒷바퀴 우륜 브레이크를 몽땅 손봐야 한다니. 돈이 수십만원 깨지게 생겼다. 남편이 겪는 근심의 반의 반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어차피 들어가는 돈, 걱정한다고 안쓸 수 없는 돈,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자는 식의 참 쉬운 발상(?)이 그에게도 쉬운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해 볼까. 아침 저녁으로 늘 함께 하는 우리의 두 발, 아니 네 발이예요.(트럭은 여덟 발이라고.. 설마 이러진 않겠지?) 치료가 불가피 하다지만, 이거야말로 행운이예요. 불가능한 치료가 아니고 불가피한 치료니까요.(설마 내가 이렇게 말할 리는 없겠지?ㅎㅎ)  

 

암튼,

 

7월도 이제 바이바이를 앞둔 마당에, 아직도 긴긴 여름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남아있다. 그래, 좋다. 의사가 찍은 엑스레이 소견상 오십견으로 판명이 났고, 난 또 치료비로 기십만원의 돈을 써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쓸수 도 있다. 힘줄이 뜯겨나간 것도 아니고 뼈에 석회가 낀 것도 아니고 관절상태도 깨끗하다고 하니, 난 돈을 안쓰고도 내 어깨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른쪽 팔을 귀에 바싹 붙이고 풋쳐핸썸(썹인가?)을 외치다보면 왼쪽 팔도 따라할 것이다. 수면 상태로 만들어놓고 의사가 강제로 힘줄을 찢은 후 2시간 진통 링거를 맞아야 한다니 듣던 중 놀라운 시술이긴 하나, 난 워낙 겁쟁이라 내 팔은 내가 고친다. 오른팔이 한 일을 왼팔이 알게 하는 나만의 시술법을 따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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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시나노 레드 2차 수확을 했고 공판장 두번째 출하를 위한 박스작업이 있었다. 모두가 더웠다. 사과는 일보 후퇴의 자세로 말이 없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지나가던 또 다른 둑길의 이웃이 말을 건네는 것으로 바람이 설핏 불어왔다. 지난하고도 지루한 반복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난 정말이지 참을성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는 평판 하나면 충분했다. 더없이 끝내주는 남편 하나면 충분하듯이. 그리고 어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일곱 개의 알에서 비롯된 일곱 마리의 아기새가 순차적으로 모두 깨어나 제일 막내 아기새가 둥지를 떠난 날이다. 오늘 남편의 눈물이 있었지만, 난 어제의 기억에 기대어 눈물이 핑 돌았다. 매일 밥을 거르지 않는 것처럼 거의 매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적체가 심하다. 풀어야 하는데 풀 곳이 없다. 아니 풀 시간이 없다. 미루고 미루다 연말 정산 2016 아듀에 즈음하여 대방출을 할까. 요원한 애기다. 과연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게 있기는 한걸까. 과연? 대다수의 중요한 피사체로 가득한 일상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알 수가 없다. 알 리가 없다. 나를 둘러싼 일상이 너를 둘러싼 일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는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없다. 이렇듯 시시해지기 마련이고 이것도 반복되면 결국 갈 곳이 없다. 시시하지만 시시하지 않기 위해, 시시해지지 않으려고(웃기지만 그렇다고 해두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나 끼적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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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7-23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소중함이 없어지는 것이 두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고요. 시시해지지 않으려고 산다는 말이 무척 와닿아요. 끼적이는 만큼 더 열심히 살아낸다는 생각하고요. ^^

컨디션 2016-07-25 00:31   좋아요 1 | URL
사는 게 힘들다 힘들다 하긴 하면서도 일상이 온통 불평불만짜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오늘 하루 땡볕에서 두탕을 뛰었더니 숟가락 들 힘도 없어서 잠깐 기절했다가 좀전에 일어났더니 널어야 할 빨래와 개야할 빨래가.. 아니 빨래를 남편이 다 해놨네요^^

2016-07-26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7-27 01:35   좋아요 1 | URL
사과농사(농사라는 말이 전 아직도 어색한데 이런 제가 정말 맘에 안들어요)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알고싶지도 않았던 사과사과들.. 여름사과 가을사과 겨울사과가 따로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중에는 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과가 있는지 아직도 몰라요. (그래봣자 사과겠지만요)

더워서 땀이 비오듯 하다는 말을 실감하며 살고있다는 게 또 신기하네요. 말씀하신것처럼 살아낸다는 느낌으로 살고있는데, `살아간다`는 생각 또한 잊지말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6-07-2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혹시 오늘 비 왔나요.
여긴 며칠 째 비온다는 뉴스만 보고 있어요.
지금은 사과 내실 때인데 비가 와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중복이라고 해요.
저녁에는 기운 마구 나는 맛있는 음식 드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컨디션 2016-07-28 08:41   좋아요 0 | URL
비는 어제 오후 잠깐 내리다 말았어요. 아, 오늘 새벽에 또 잠깐 내렀구요(제가 잠귀가 밝지못한데도 요즘은 자다가도 수시로 깨고 정말 컨디션이 엉망이네요)
사과는 비가 올때만 아니라면, 더구나 요즘 같이 잠깐 지나가는 비라면 따는 데는 문제없어요.

어제 중복인줄도 몰랏네요. 저녁을 뭘 먹었더라 기억도 안나요 ㅎㅎ 더운 여름 최대한 덜 덥게, 아니 덥지 않은 마음으로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700쪽이 넘는다. 그러니까 정확히 이야기의 본문은 707쪽까지고 나머지 10쪽은 작가 본인의 `발문`으로 끝을 맺는다. 난 이 마지막 발문이 궁금해 죽겠지만 참는다. 익히,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얼핏, 들었다. 기가막힌(?) 반전일수도 있다고 하면서 떠드니까, 과연 내 귀를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들으면서도 듣지않으려고 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면서 질끈 눈을 감되 기어이 실눈을 뜨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귓구멍을 아주 적당히 막았다가 또 적당히 열었다가를 반복하는 스킬이랄까. 뭐 그렇다고 해두자. 말인즉, 결정적인 스포에 노출되었다는 얘기다. 김이 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기전까진 끝난 게 아니라고 우기겠다. 마셔 봐, 아직 좀 남아있다니까? 탄산이? 아니 탄식이..

여튼,

조이스 캐롤 오츠의 <그들>을 읽고 있다. 300쪽 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707 ,717 쯤이야 그까이거 우습지 뭐. 현재 나의 독서 마인드가 모름지기 이렇다. 호연지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달까.ㅠㅠ 산중턱에도 못온 주제에 고지 타령이나 하고 있고 없고를 떠나, 어서어서 줄스가 차를 몰고 세인트루이스를 향하는 걸 보고싶다. 아, 점심도 귀찮다. 혼자라면 혼자 라면이나 후루룩 끓여머코 말텐데. 이게 남편한테는 미안한 소리라고 해서 내가 남편을 덜 사랑한다는 척도..? 그러니까 사랑하는 것도 척,이 필요하다는? 마음에도 없는 엄지척이 필요한 때가 있듯이?

뭐 그건 그렇고..


어제 비가 그쳤고 오늘도 비가 그쳤는데,
어제 본 달천강은 이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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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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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7-16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 비소식에 어제부터 기대에 차있엇어요. 덕분에 맘놓고 술 마셧더니 오늘 하루 망했어요. 이제 기운을 차리고 댓글 겨우 다는데요,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름은 아름답다는 생각.
남은 주말도 즐겁게 보내시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