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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학자 이야기 ㅣ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4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1월
평점 :
책을 읽으며 기획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계보를 그리듯 이야기를 한다면 그림이 그려지고 이해도 훨씬 빠를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구성되었다.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중에서도 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한다. 지금까지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유학의 흐름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백제의 왕인과 신라의 강수와 최치원, 그리고 이황과 이이를 거쳐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맥을 이루며 설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사실 역사를 전공하거나 역사에 아주 흥미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조선(좀 더 인심쓰면 고려까지)의 학자는 많이 알아도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왕인이나 강수에 대해 이름은 들어보았을지 모르나 그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조금 헷갈려하며 일단 기초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치원이 나온다. 요즘 한창 유학을 많이 가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은 다름 아닌 최치원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가서 힘겹게 공부하고 그곳에서 벼슬까지 했으나 돌아와서는 아는 만큼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지내다 돌아와서 정치적 기반이 약해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학식이 뛰어나다고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치원이 왜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등 개인적인 것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신라를 거쳐 고려에 이르러서는 유학이 중국의 학문을 따르는 것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중국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의 그것보다 훨씬 깊어졌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이야기하지만 결국 가장 많은 인물을 다루는 것은 조선시대다. 아무래도 조선은 유학에 비중을 많이 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남아 있는 기록도 훨씬 많기도 했을 테고.
한편에서는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보편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하긴 이이를 책 한 권에서 전부 다룰 때와 이처럼 한 꼭지로 다룰 때 내용의 깊이면에서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할 것이다. 이렇게 유학자인 이황과 이이를 거쳐 요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정약용까지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현재의 정치 상황과 정약용이 살던 시기가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일 테고.
입말체로 되어 있어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가끔 작가의 주관이 너무 들어가서 마치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실제 독자인 어린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헌데 성리학을 설명할 때 주기론과 주리론에서 기발이승이니 이발기수니 하는 내용들은 여전히 헷갈린다. 학교 다닐 때 그토록 외우기 싫어했던 것들인데. 그래도 이렇게 외우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읽으니 부담은 덜하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