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사라져 가는 세계 부족문화
크리스티안 라바퀘리-클랭, 로렌스 페루스테르홀츠 지음, 박상은 옮김 / 한림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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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다른 나라의 오래된 풍습은 (비록 현대와 너무 안 어울리고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불편하고 힘겹다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의 것은 현대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거기에 약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전통 가옥의 경우 아름답고 편안하며 마땅히 그런 집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막상 내가 그런 집에 살고 있더라도 그런 생각을 할까 싶다. 겨울이면 외풍 때문에 입김이 나고 마룻바닥이 차가워서 발을 대기도 힘든 그런 집에서 살라면? 아마도 그래서 지금처럼 민속마을을 지정해 놓지만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떠나는 것일 게다. 게다가 현대적인 건물에서 살던 사람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남아날 전통이 하나도 없겠다. 내가 너무 염세적으로 생각을 했나 보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삶의 방식이 점차 사라지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어쨌든 이 책은 아메리카의 여러 부족을 소개하며 그들의 삶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서 그들의 유산을 설명해 주는데 유렵의 유산들처럼 거창한 멋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물건을 담는 광주리조차 그냥 물건을 담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예술이 들어 있고 그들의 삶의 방식이 들어 있다. 잉카 족은 매듭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매듭으로 이야기나 노래, 신화를 전달한단다. 물론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었겠지. 그런데 사진을 잘 살펴보면 가끔 그것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가 다른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아마도 우리의 많은 문화재가 다른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 아닐까.  

'사라져 가는 세계 부족문화'라는 일부 제목을 보고 당연히 아프리카일거라고 생각했다. 글자는 아메리카라고 읽으면서도 말이다. 워낙 부족하면 아프리카가 자동으로 연상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아프리카 못지 않게 다양한 부족이 있고 고유한 풍습이 있는 아메리카의 여러 부족을 돌아보며 우리가 너무 획일적인 현대 문명만 접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에게도 분명 남들이 경탄하는 전통문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구시대의 풍습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전통으로서 보존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으면서 누군가가 나서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 혹 나처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건 아닐까 내심 기대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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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학자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4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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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기획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계보를 그리듯 이야기를 한다면 그림이 그려지고 이해도 훨씬 빠를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구성되었다.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중에서도 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한다. 지금까지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유학의 흐름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백제의 왕인과 신라의 강수와 최치원, 그리고 이황과 이이를 거쳐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맥을 이루며 설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사실 역사를 전공하거나 역사에 아주 흥미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조선(좀 더 인심쓰면 고려까지)의 학자는 많이 알아도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왕인이나 강수에 대해 이름은 들어보았을지 모르나 그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조금 헷갈려하며 일단 기초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치원이 나온다. 요즘 한창 유학을 많이 가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은 다름 아닌 최치원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가서 힘겹게 공부하고 그곳에서 벼슬까지 했으나 돌아와서는 아는 만큼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지내다 돌아와서 정치적 기반이 약해서 그랬던 건 아닌가 싶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학식이 뛰어나다고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치원이 왜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등 개인적인 것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신라를 거쳐 고려에 이르러서는 유학이 중국의 학문을 따르는 것에서 우리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중국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의 그것보다 훨씬 깊어졌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이야기하지만 결국 가장 많은 인물을 다루는 것은 조선시대다. 아무래도 조선은 유학에 비중을 많이 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남아 있는 기록도 훨씬 많기도 했을 테고. 

한편에서는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보편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하긴 이이를 책 한 권에서 전부 다룰 때와 이처럼 한 꼭지로 다룰 때 내용의 깊이면에서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할 것이다. 이렇게 유학자인 이황과 이이를 거쳐 요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정약용까지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현재의 정치 상황과 정약용이 살던 시기가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일 테고. 

입말체로 되어 있어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가끔 작가의 주관이 너무 들어가서 마치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실제 독자인 어린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헌데 성리학을 설명할 때 주기론과 주리론에서 기발이승이니 이발기수니 하는 내용들은 여전히 헷갈린다. 학교 다닐 때 그토록 외우기 싫어했던 것들인데. 그래도 이렇게 외우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읽으니 부담은 덜하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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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구하라! -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역사 사회와 친해지는 책
날개달린연필 지음, 곽성화 그림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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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남편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 세계 기록 유산이 무엇무엇이 있는 줄 아느냐고. 처음엔 아무것이나 대더니 모르겠단다. 사실 자녀 공부에 관심이 많은 부모(초등 교과서에 나오니까 공부를 봐주려면 좀 알아야 한다.)나 관련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우리가 어렸을 때는 그런 게 있지도 않았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열심히 설명해줬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여러 유산 중에서 기록 유산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그러니까 공부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쓰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원리를 알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면 훨씬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옛날 것을 왜 배우느냐고 볼멘 소리하는 아이들에게 왜 배워야하는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과거를 무시한 채 현재가 있을 수 없으며 결국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깨닫지 않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탐정 사무소를 열고 사건을 기다리던 지혜와 탐정(이름이 명탐정이다.)이 우연히 사건을 맡게 되면서 사건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록 유산에 대해 알아가고 더불어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우선은 기록 유산에 대해 아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그 다음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학교 공부를 생각한다면 첫 번째가 주요 목적이겠지만 궁극적으로 두 번째를 향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둘째는 목록을 줄줄 꿰고 있지만 그들의 가치는 잘 모르고 있다. 그냥 외울 뿐이다. 

명탐정과 지혜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지만(앞뒤가 안 맞거나 억지스러운 것들이 좀 있다.) 특별 신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보다 보면 그런 것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특히 특별 신문 형태로 되어 있으면서 각 유산에 대해 알려주는 아이디어가 참 좋다. 하긴 기획 부문 대상작이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나저나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문화 유산이나 무형 유산에 대한 특별 신문을 만들어도 아주 좋은 공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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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5
귄터 벤텔레 지음, 박미화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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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동화를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딱딱하고 억지로 외워야 하는 역사가 아니라 말랑하고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찾는 역사라는 생각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었다. 사실 역사란 연속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식처럼 외우려고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참이었다. 원칙을 지켜야하는 것(사건중심의 역사)도 있어야겠지만 때로는 이렇게 약간 변형해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세계사는 어떨까. 생각해 보니 세계사 관련 책은 하나 같이 지식으로 접근하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단편적인 부분을 이야기로 풀어간 책은 있지만(문득 <로마 미스터리>가 생각났다.) 그건 위에서 이야기한 역사동화의 범주하고는 약간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책은 세계사를 이야기로 엮어냈다. 그것도 암흑의 시대라고 하는 중세를. 아마도 저자가 교사였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이처럼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당시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에 훨씬 이해하기 쉽고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게다. 

그런데 읽으면서 참 어려웠다. 내게 세계사는 잠시 배웠던 과목이고 그나마 아이 키우면서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책을 찾아 읽고 간신히 엮을 정도인데 이처럼 세세하게 옛 지명과 인물들이 나오니 헤맬 수밖에. 지도라도 있었으면 조금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역사가 아닌데 이렇게 자세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하지만 많이 언급되는 사건과 인물들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덮지 못하고 조금만 조금만 하며 읽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  

그렇다. 이 책은 확실히 재미있다. 각 사건이나 인물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인물이 나와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각 장이 시작될 때 다루고자 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놓아서 허구를 분간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다. 물론 간혹 이야기가 어디까지나 허구이고 어디까지나 사실인지 여전히 헷갈리는 것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직 세계사에 대해 잘 모르는 딸이 이 책을 읽을까. 아마도 이름도 어렵고 지명도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매다 포기하지 않을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세계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에게 더 접근하기 쉬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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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로 세상을 바꾼 인류역사 이야기 1 - 밀림의 약자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정철 글 그림, 조대연 기획, 이은희 감수 / 바다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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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개는 인류의 기원부터 이야기하기 때문에 지루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름도 비슷비슷해서 어찌나 헷갈리던지. 그런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도구를 중심으로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것도 만화로. 책을 펼치면서 문득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인류가 지구에 살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던 시기에 과연 언어가 있었을까를 생각했다. 아마도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인류와 함께 언어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어쨌든 언어가 필요에 의해 '생겼'으니 언젠가는 언어가 없었던 때도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잠깐 과연 이 책은 그 시기를 어떻게 풀었을까 의심하며 책장을 열었는데 어쩜 처음 두 장은 언어가 없이 간단한 의성어만 나오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책을 봐도 그런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의심을 하자마자 그것을 미리 알아채기라도 한 양 언어가 없던 때부터 이야기를 한다. 사실 처음엔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가 역사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 까칠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처럼 처음부터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 다음은 마냥 괜찮아 보인다. 

2편까지는 특정한 언어가 없이 의사소통을 하다가 3편부터는 드디어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드디어 만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사이가 비록 잠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사실은 몇 십만 년이 흐른 뒤다. 그러므로 갑자기 언어가 생겼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사이에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을 테니까.(그런데 왜 자꾸 언어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 책은 도구의 발달을 중심으로 인류의 생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간단한 도구가 당시에는 엄청나게 획기적인 발명이었다는 점을 독자들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씨를 뿌린다는 것이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그런 역사가 아니라 도구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역사. 기획의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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