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한 책읽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나의 불찰 때문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바보처럼 [올림픽의 몸값2]를 단행본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 바보같으니라구. 집에 와서야 2권을 집어들고 온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1권이 도착할때까지 참을 수가 없어서 그냥 2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독서.

그렇지만 2권을 읽으면서 1권의 사전지식없이 사건들이 짜집기 되어가기 시작했다. 도쿄대 대학원생인 구니오는 올림픽을 유괴아로 삼았다. 몸값을 요구하며 테러리스트가 되어갔다. 도심 곳곳에서 화약 폭발물을 설치하면서 그는 다음날도 다음날도 뉴스나 신문에 사건이 실리지 않는 것에 도발되어 점점 더 집요해져 갔다.

그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 올림픽 관련 공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신칸센에서만 200명, 고속도로에서 50명, 지하철 공사로 10명, 모노레일로 5명 등등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올림픽 준비의 희생양이 되어갔다. 지배층만을 위한 문명이라는 사상이 그의 머릿속 깊이 뼛속까지 박혀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사상이나 행적보다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 더 관심이 가는 묘한 소설이었다. 그의 고백을 들으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범위 안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동조세력이 아닌 반대세력이었다. 데모를 일삼고 진정한 우국을 염려한다는 대학생 모임조차 술자리를 위한 안주거리로 변해갔다. 그들의 청춘이 세태반영 같아 보여서 슬퍼지기도 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그들에게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을지 모른다.  전쟁의 끝에서 회생하는 그들을 세계로 알리는 중요한 선전도구였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집중되는 시선아래 그들은 한 대학생이 벌인 무모한 테러정도는 조용히 처리해야하는 일로 치부되었다.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단 한 사람.
모두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그 무모함을 벌인 사람이 도쿄대학 대학원생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이 아니라 각성의 주체가 지식인 층이라는 것. 가난한 농가의 자식이라는 신분을 바꾸어 줄 만한 계단으로 올라섰으나 그는 그 계단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사상이라는 관점으로 소설을 바라보면 말할 내용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나는 사상가도 아니며 그저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라 상황 속 주인공과 타인들의 시선을 쫓기에도 급급했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식의 유쾌한 웃음을 기대했다가 의외로 진지한 소설에 갇혀 버리기는 했으나 시마자키 구니오라는 주인공은 많은 생각들을 갖게 만든 캐릭터였다. 무엇이 옳은지 아닌지를 가리기에 앞서 왜 어느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고민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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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못하는 남자
오자키 마사야 극본, 하시구치 이쿠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결혼 못하는 남자]를 처음 드라마로 봤을 때 그 캐릭터가 주는 강렬함에 깜짝 놀랐었다. 짐승남과 초식남이 공존하는 세상에 이렇게 독특한 스크루지형 인간이 존재하다니. 겉으로보면 그는 딱 스크루지형 남자였다.  생각과 다른말은 내뱉지 못하고 남의 잘못된 점은 꼭 고쳐줘야만 직성이 풀리고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만의 세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남자. 립서비스라고는 절대 할 줄 모르는 답답한 남자. 그는 구와노 신스케다.

 

 

 

한국형과 일본형 두 드라마를 모두 섭렵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설 속의 신스케가 궁금해졌다. 마흔 살의 독신 건축가. 고급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지만 그 괴팍하고 직설적인 성격탓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남자. 하지만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이 남자 꽤 매력있다. 뻥을 치거나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 강한 프라이드가 용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받기를 싫어하지만 또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뿐이다. 표현하지 않을 뿐. 그는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상대는 얼마나 독특한 여성이어야 할까. 곧 마흔의 나쓰미가 그의 짝으로 낙찰되었다. 지독한 사랑의 댓가로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은 여자. 하지만 결혼은 생각하고 있기에 자주 병원에 오는 신스케와 부딪히고 그의 좋은 점을 알게 된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캐릭터가 주는 재미로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소재였다. 독특한 캐릭터 한 명이 전반적인 재미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 신스케같은 남자는 처음부터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남자.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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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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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염화방화 능력자인 준코는 장전된 총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녀 스스로의 분노는 타인을 불태울 수 있을만큼의 위력이 있고, 그 능력은 그녀의 삶을 외롭게 만들었다. 능력자이기에 사람들 속에 섞여 사는 것이 불가능했던 그녀와 달리 2권에서는 가족의 틀안에 살고 있는 능력자들도 나온다. 

구라타의 부인과 딸 가오리는 각각 다른 능력을 물려받았는데, 엄마는 물건을 옮기는 능력을 딸은 준코처럼 염화방화 능력을 물려받았다. 이 집안의 딸들은 대대로 딸을 낳으면 초경이 시작될 무렵부터 주의 깊게 보라고 충고를 받는데, 그때부터 자신이 원하든 원치않든지 간에 능력이 분출되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학교에서 친구를 불태운 가오리를 보고 엄마는 그녀가 상처입지 않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반면 남편인 구라타는 그런 딸의 능력을 범죄를 소탕하는 곳에 쓰고 싶어했다. 무기로 쓸 딸을 낳기 위해 능력자인 아내에게 접근했던 구라타. 그의 잘못된 믿음으로 가정은 깨져가고 부인은 딸과 함께 집을 나온다. 

그런 가오리를 되찾기 위해 구라타는 자신이 속한 단체의 힘을 빌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준코가 단체 속으로 흡수된다. 그녀의 임무가 바로 가오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사실 준코는 평범했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외할머니의 초능력을 물려받았던 것이었다. 한 세대 걸러 유전되는 그 능력때문에 외로웠던 그녀는 가오리에게 접근하는 것이 탐탁치만은 않았다. 그 와중에 함께 접근하던 고이치가 실은 자신을 죽이기 위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때는 너무 늦었따. 준코는 총을 맞고 쓰러지면서도 자신을 배신한 고이치를 불태워 버렸다. 

사건 현장에 나타난 여형사 치카코와 마키하라. 
마키하라는 20년전 놀이터에서 의붓 동생을 태워죽인 범인이 준코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을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이토록 험난한 삶을 의미하나보다. 적어도 작가 미야베미유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거나 이용당할지도 모르는 삶. 이런 능력을 갖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 주어진 나의 삶에 감사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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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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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름없는 독은 때에 따라 인간이 얼마나 암적이 존재이며, 마음 먹기 따라 누군가를 악질적으로 괴롭히면서도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가 장인의 의뢰를 받아 해결했던 일이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했는데, 다행스럽게 그 전편이 존재하고 있었다. 제목은 [누군가]였다.

2003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사부로는 재벌 장인의 사위지만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남자였다. 후처의 딸인 아내는 집안에서 사랑받는 존재였으나 재산 다툼에 관심이 없었고 장인이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처남들도 그들 부부를 다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사부로는 처가댁 식구들의 포스에 눌려 항상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장인이 사건을 하나 맡긴다. 휴일 운전수인 가지타씨가 뺑소니 사고로 죽는데, 자동차도 아니고 자전거 뺑소니를 당해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의 두 딸이 아버지의 회고집을 내고 싶다는 말에 회장은 출판 경력이 있는 사위를 급파했다. 의뢰한 쪽은 활발한 작은 딸 리코였다. 하지만 장녀 사토미는 부모님의 살아온 과정을 대강 알기에 이 의뢰가 탐탁치만은 않은 듯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십팔 년 전 그녀는 유괴를 당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그런 이유로 사부로의 탐색방향은 회고록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살인사건을 파고드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결국 범인의 등장도 아주 초라해져버렸다. 사실 범인과 아버지의 과거는 사건에서 큰 얼룩을 남기지 못했다. 이 두가지 사실로 인해 사부로가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난 것은 두 자매의 경쟁구도뿐이었다. 자매로 자란다고 다 이런 것은 아닐진데, 이런 소재의 소설이 각국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언니의 애인을 가로채는 동생. 그것을 묵과하는 언니. 자매관계를 떠나서 사람대 사람으로 봐서도 올바른 관계가 아닐텐데도 말이다. 

어딘지 모르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치고는 사회고발적 냄새도 약하고 구성도 유기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지만 주인공 사부로 가족의 등장만으로도 읽어보기 좋은 책으로 손꼽고 싶다.

그런 그는 아주 꼼꼼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적인 능력과 왠만해서는 화를내지 않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녔는데, 이는 꼭 안철수 아저씨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괜시리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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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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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파이어는 한 염화방화능력을 가진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아오키 준코는 남다른 능력자다. 그녀는 스스로를 발화시켜 남을 타버리게 만드는 초능력자인데, 미야베 미유키의 한 단편 속에서 그녀의 스토리를 구경했던 적이 있다. 

여고생 연쇄납치 살인사건의 3번째 희생자 다다 유키에의 범인을 오빠인 다다 가즈키와 함께 찾고 "처형"에 성공한 짧은 단편이었다.

그때엔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듯 장편이 준비되어 있는 줄 알았다면 장편부터 읽고 단편을 번외편처럼 읽을 것을...이라는 후회도 조금 남는다. 

각설하고,  아오키 준코는 사람을 버리는 네명의 젊은이를 발견했다. 후지카와라는 남성을 버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전에도 동일범죄를 저질렀던 것이 아닐까 의심될만큼 재범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숨어서 이드을 지켜보던 준코는 그만 들키고 마는데, 이 과정에서 그녀는 능력을 사용하고 만다. 

4명의 젊은이 중 이름을 아는 것은 계속 불리워지고 있던 "아사바" 하나. 그 단서를 기점으로 준코는 죽은 후지카와가 부탁했던 "나쓰코"를 찾아 나선다. 첫 데이트 하던 남녀 중 남자만 버렸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바, 준코는 빠른 시간내에 그녀를 찾기 위해 아사바 게이이치의 집으로 향하고 그녀를 찾았지만 마지막 순간 누군가에 의해 나쓰코는 총격당하고 만다. 이에 준코는 나머지 일당들을 쫓게 되고..

한편 경찰측도 여고생 연쇄납치 살인사건의 주범인 이들을 쫓고 있는 과정에서 파이로키네시스(염화방화능력자)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내는 단계에 이르른다.  경찰 마키하라는 20년 전 놀이터에서 의붓동생 쓰토무가 갑자기 타죽는 현장을 목격했는데, 이는 어린 준코가 실수로 태워버렸던 일이었다. 이제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그래서 1권의 끝은 더없이 흥미롭게 마무리 되어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권을 기다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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