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 [스펙트럼베스트외화20종행사]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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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Suspiria

  감독 - 다리오 아르젠토

  출연 - 제시카 하퍼, 스테파이나 카시니

 

  아르젠토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서스페리아’. 이탈리아의 여고 괴담, 아니 남녀공학인 것 같으니 학교 괴담.

 

  지금과 많이 다른 인물들의 의상이나 가짜 티가 확실히 드러나는 피는 웃음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진 연도를 생각해보면, ‘헐 대박!’하고 탄성이 절로 난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색감이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편집 그리고 음산하게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까지! 진짜 이 영화는 스피커를 크게 하고 보거나, 헤드셋을 끼고 보면 백만 배 더 즐길 수 있다.

 

  수지는 발레를 배우러 미국에서 독일로 유학을 온다. 그녀가 도착한 날, 한 소녀가 공포에 질려 도망치듯이 학교를 빠져 나간다. 다음날 그 소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수지 주위에서는 자꾸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밤마다 들리는 이상한 발자국 소리, 매일 먹어야 하는 이상한 약. 그리고 살해당한 소녀가 남긴 의문의 말. 수지는 사라와 함께 비밀을 파헤쳐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라는 아무도 모르게 살해당하고, 교감은 그녀가 학교를 떠났다고 말한다.

 

  수지는 사라와 아는 사이인 교수에게서, 학교 설립자에 대한 은밀한 얘기를 듣는다. 바로 그녀가 마녀였다는 사실이다. 다른 학생들이 견학을 간 사이, 학교를 조사하던 수지는 마침내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공항에서부터 분위기는 음산했다. 거기에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밤의 숲과 고딕 풍의 빨간 학교 건물. 단아하면서 예쁜 느낌을 주는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높은 학교 복도. 그리고 푸른빛이 도는 방.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으로 꾸민 것 같은 학교 교감의 무표정함과 잔인함이 느껴지는 지도 교사의 표정.

 

  단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을 덜컥 가라앉게 만드는 반복적인 멜로디. 거기에 아주 작게 들리는 뭔지 모를 속삭임.

 

  거기에 마녀 이야기와 제물까지 더해지면 올 킬이다.

 

  처음에 가짜피를 보면서 낄낄대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한 십 분 정도 지나면, 가뜩이나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은 꼭 잡은 상태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특히 밤의 광장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장면하고 수지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진짜…….

 

  내년에 리메이크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 제발! 원작을 망치지 말아줘!’하고 절규했다. 지금까지 리메이크해서 원작을 능가하는 평을 받은 게, 음. 있기나 했던가. ‘헬 레이저’도 그렇고 ‘13일의 금요일’이나 ‘나이트메어’도 다 리메이크는 별로였다. 제발 원작을 망치지 않고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가짜 티가 나는 피라든지 시체를 실감나게 바꾸고 나머지는 원작하고 똑같이 가면 어떨까? 그 정도로 이 영화는 진짜 고전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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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을 향해 쏴라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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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히가시가와 도쿠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와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하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이다.


  이번은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라서 어떤 맛이 느껴질지 궁금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장편이 단편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난 사실 단편을 좋아하는데, 이 작가는 장편이 꽤 좋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처음에는 별거 아닌 그냥 용의자 체포였는데, 뜻밖에도 사건은 심각해진다. 그가 바로 불법 총을 만들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그가 만든 불법 총이 사라진다. 총알과 함께. 그리고 그 총으로 살해당한 노숙자의 시체가 바닷가에서 떠오르고, 또 다시 근처 대 저택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형사는 탐정의 개입을 막으려고 대충 범인이 자살했다고 얼버무리고, 탐정은 눈치를 채고 적극적으로 끼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는데…….


  어찌 보면 경찰과 탐정의 대결 구도같이 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같은 길을 달려가는 동료 같기도 했다. 모르는 것 같으면 구박을 빙자한 힌트도 주고, 은근슬쩍 단서를 흘리기도 하고.


  귀차니즘의 대명사처럼 보이지만 예리한 스나가와 경부와 순진하고 약간 어리바리한 시키 형사.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낙천적이고 약간 귀차니스트의 기질이 보이는 탐정 우카이 모리오와 남의 마음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둔감한 조수 도무라 류헤이.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봤는데, 이럴 수가! 처음에는 얼핏 봐서 몰랐는데 글의 내용이 순서대로 표지에 그려져 있었다. 아아, 류헤이가 책으로 얻어맞는 장면에서는 실실 웃음이 나왔다. 두꺼운 사전으로 맞다니. 책을 보면서도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는데, 표지를 보고 또 웃었다.


  평소에는 실실거리지만, 사건을 해결할 때는 날카로운 주인공들. 그래서 글은 진지함과 유쾌함을 번갈아가면서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기만 하다. 책을 중간에 놓을 수 없게 한다.


  그런데 난 머리가 나쁜가. 범죄 재연을 해주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번 읽었는데도……. 이래서 내가 탐정이 못 되는 것이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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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 콜렉션 박스 (8disc)
워너브라더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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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에 아버지가 청소년용 추리소설 전집을 사주셨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엘러리 퀸에 아가사 크리스티는 물론이고 007에 아이라 레빈의 작품까지 다 들어 있었다. 물론 청소년용이기에, 지금 보면 중간에 빠진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에 추리 소설에 빠져들면서, 커서도 여전히 좋아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이 시리즈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서 몇 개를 영상화한 것이다. 유명 배우들도 보고, 구체화된 포와로와 미스 마플도 보고. 일석이조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그들이 나오지 않는 다른 소설들도 영상화가 되었지만.


  피터 유스티노프가 주연한 에르큘 포와로는 진짜 내 상상 속의 그와 아주 많이 비슷했다. 헬렌 헤이즈가 연기한 미스 마플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13인의 만찬’에서는 페이 더너웨이의 연기가 놀라웠다. 1인 2역을 한 것 같은데, 아주 천연덕스럽게 같으면서 다른 사람의 표현을 잘 했다. 이것과 ‘3막의 살인’ 그리고 ‘죽은 자의 어리석음’은 포와로가 나오는 편이다. 책으로 읽었을 때와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오오, 나의 포와로가 살아 숨 쉬고 말까지 하다니! 하지만 헤이스팅즈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는 좀 경박해보여서 실망이었다. 내 상상 속의 그는 약간 진중한 이미지였는데 말이다.


  ‘거울 살인사건’과 ‘카리브 해의 비밀’은 미스 마플이 나오는 편이고. 특히 ‘거울 살인사건’에서 베티 데이비스를 보고는 역시 눈이 크다고 생각했다. 문득 노래 ‘Bette Davis Eyes'가 떠올랐다. 노래에 나올 정도로 크고 예쁜 눈이긴 했다. 내 상상 속의 미스 마플은 약간 자그마한 체구에 뽀얀 피부의, 그러니까 얼마 전 올림픽 개회식때 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상상했는데, 여기서는 좀……. 음, 약간 실망이었다.


  ‘갈색 양복의 사나이’와 ‘잊을 수 없는 죽음’, 그리고 ‘위치우드 살인사건’에서는 두 탐정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사건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이 탐정 역을 맡았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위치우드 살인사건’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역시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나오지 않으면 난 흥미를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내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포와로나 마플이 나오는 편을 더 많이 제작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다. 아마 그 때문에 별점이 만점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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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더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4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4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 - BODY DOUBLE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네 번째


  이번 편도 어찌 보면 아일스 박사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편에서 결혼을 한 리졸리 형사는 임신 8개월의 만삭의 배를 하고, 열심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글을 읽다보니, 혹시나 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작가는 리졸리 형사의 상황에 따라서 사건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외과의사’에서 그녀는 직장과 가족들에게서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그 당시 범인 역시 파트너를 잃고, 혼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인정받고자 살인을 저질렀다.


  ‘견습의사’에서는 두 명의 희대의 살인마가 서로 교감하면서 힘을 합친다. 이 때 그녀는 혼자서 사회를 살아간다는 게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누군가 자기 옆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파견의사’에서는 수녀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가정과 남녀사이에 대해서 그녀가 고민하게 했다. 결국은 결혼을 하게 되었고 말이다.


  이번 편에서 그녀는 임산부이다. 그리고 이번에 벌어지는 사건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다.


  책은 생매장당하는 열네 살 소녀 앨리스와 그녀를 묻어버리는 같은 반 친구 엘리자로 시작한다. 단지 부패하는 과정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그는 그녀를 구덩이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챕터가 바뀌면서, 아일스 박사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살해당한다. 다들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도 똑같다. DNA 결과 둘은 쌍둥이라는 게 밝혀진다.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했던 아일스 박사는 자신의 쌍둥이 자매의 과거 행적을 파헤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놀라운 출생의 비밀과 집안의 추악한 과거를 알게 되는데…….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진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낌없이 할 수 있는 종족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물론 소설을 현실로 보는 내 시선이 문제가 있기는 하다.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하니까. 하지만 책에서 나온 범죄자가 현실에 존재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세계는 넓고 미친 연놈은 많으니까.


  이 글은 두 타입의 어머니를 보여준다. 


  아기를 위해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매티 피버스.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팔아먹는 아말테아. 

  매티는 아기와 자신을 위해 남편에게 당당했고, 아말테아는 자신을 위해 남자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어쩌면 인간이란 이렇게 추악할 수 있을까라고 한숨을 내쉬었고,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아일스 박사에게 언제쯤 꽃피는 봄이 올지 궁금하다. 리졸리 형사도 결혼했는데, 이제 그녀도 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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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깃털의 새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엔리코 마리아 살레르노 외 출연 / 무비&무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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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Uccello Dalle Piume Di Cristallo

  감독 - 다리오 아르젠토


 

  이탈리아의 유명한 호러 영화 감독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데뷔작. 1969년도에 만들어졌으니, 내가 태어나기 전! 확실히 요즘 영화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화면과 뻔한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런 화면과 스토리가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면 ‘헐!’하고 놀라고 만다.


 

   영화는 한 여자의 사진을 갖고 있는 검은 장갑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 손이 칼 세트를 손질하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아마 저 칼들로 사진의 여자를 죽이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


 

  로마에 사는 미국 작가 샘은 우연히 한 여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벽 한 면이 유리로 된 화랑에서 대담하게 여성을 공격한 범인. 다행히 그녀는 목숨을 건진다. 여자만 죽이고 다니는 연쇄 살인마의 소행으로 밝혀지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주요 목격자로 로마에 발이 묶인 샘은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의 목숨을 노리는 자까지 등장한다.


 

  영화는 샘의 회상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그가 보았던 사건 당시를 보여준다. 즉, 그가 보았지만 기억 못하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건 역시 시청자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너도 그의 눈을 통해서 보았으니, 생각하고 찾아보라는 뜻이다.


 

  거기에 극 후반부에 손만 보이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범인의 등장 장면은 으……. 방에 갇혀서 도망도 칠 수 없던 절규하는 여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완전 미쳐버렸겠지. 그나저나 장갑을 낀 범인의 손은 거의 감독이 맡았다던데, 감독님의 손 연기는 짱이었다.


  제목이 왜 수정 깃털의 새인지는 나중에 밝혀진다. 진짜 있는 새였고,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결정적인 힌트였다. 물론 진짜 새가 수정 깃털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름이 그렇다는 거지.


 

  영화는 전반적으로 적당히 긴장감도 주고 적당히 느슨하게 풀어주고를 반복한다. 그래서인지 긴장을 더 풀 수가 없다! 왜냐면 ‘이러다가 또 뭔 일이 생기겠지’라고 자연스레 예상을 하니까!


 

  마지막에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충격이었다. 그 장면에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니! 그래서 처음 장면을 다시 돌려볼 정도였다.


 

  특별한 CG나 액션 장면이 없어도, 영화는 충분히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호러 스릴러 영화는 이런 맛에 보는 것이다! 비록 피가 아주 많이 가짜 티가 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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