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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
펩 몬세라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4월
평점 :
원제 - Ms.
Rubinstein's Beauty, 2006
작가 - 펩 몬세라트
그림 - 펩 몬세라트
루빈스타인은 자세히 뜯어보면 참 예쁜 여자이다. 요즘 표현을 빌면,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쭉쭉 빵빵한 몸매에 미끈하니 쭉 뻗은 다리의 각선미도 볼만했다. 게다가 눈은 큼직하니 샛별처럼 빛나고, 코는 오뚝하여 보형물을 넣을 필요가
없을 정도이며, 손 역시 섬섬옥수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덥수룩하게 난 그녀의 수염이었다. 서커스단의 유명 구경거리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염 난 여자. 이것이 루빈스타인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서커스단이 쉬는 어느 월요일, 루빈스타인은 공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그녀의 긴 수염을 보면서 수군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다른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파블로프의 눈에는 루빈스타인의 수염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예쁜 눈, 하얀 손, 작고 예쁜 발 그리고 오뚝한 코만 보였다. 루빈스타인에게도 파블로프의 우아하게 꼰 다리와 멋진 머리색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좋은 내용의 글은 조회수가
별로 나오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 말하기나 듣기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그에 대한 장점을 찾기보다는 단점을 찾아내어 트집 잡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남을 헐뜯을수록 자신이 더 우위에 처해있다는, 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건 어쩌면
등수에 집착하는 현 교육제도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이를 눌러야 자기가 올라가는 시스템에서, 타인의 장점을 찾을 마음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심성을 기를 환경도 아니도 말이다. 그러니 99개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단 한 가지 단점이 눈에 보인다면, 오직
그것만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아, 물론 범법행위에 해당하는 단점이라면, 그건 당연히 다른 99개의 장점을 0으로 만들기엔
충분하다. 그러니까 교육이 문제다, 교육이.
이 책에서도 사람들은 루빈스타인의 단점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장점을 알아준 사람은,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파블로프뿐이었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혹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은 그런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일까?
같거나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지 않으면,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걸까? 좋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의미를 되새겨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끼리끼리 놀아야한다고 은연중에 주입시키는 것 같다. 아무래도
조카가 읽은 다음에, 한번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색감이 무척이나 강렬하고 멋진 동화책이었다.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 그리고
무채색으로 뒤덮인 다른 사람들의 대비가 눈에 확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조카의 한 마디. 저 나라에는 면도기가 없어? 수염을 깎으면 되잖아? 아!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