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나라의 앨리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8
안트예 스칠라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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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lice im Netz: Das Internet Vergisst nie! (2010년)

  작가 - 안트예 스칠라트

 

 

 

 

  앨리스는 한국으로 따지면, 파워 블로거이다. 요리라든지 화장법, 맛집 탐방 같은 걸 다루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주로 얘기한다. 다만 문제는 그냥 신변잡기 식으로 가볍게 쓰는 게 아니라, 다소 신랄하게 비꼬고 우스꽝스럽게 비틀어서 포스팅을 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이나 다른 학생들에게서 그리 좋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물론 그녀는 자기가 하는 것이 남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사랑한다는 정체불명의 메일이 날아온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야레드. 처음에 앨리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가 자신의 방을 몰래 찍은 동영상을 올리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야레드의 정체는 누굴까?

 

  책은 앨리스와 정체불명 스토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그래서 스토커의 집념이 강해질수록 앨리스의 불안이 더욱 더 커짐을 느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생 로빈은 상급생들에게서 돈을 가져오라고 폭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들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삥뜯기와 같은 학교 폭력, 십대 소녀들끼리 느끼는 시기와 질투, 이성간의 호기심과 사랑 등등. 그와 동시에 스마트 폰 덕분에 SNS 활동을 많이 하는 요즘 아이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요새는 스마트 폰 없는 애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유치원생들도 한 손에는 휴대 전화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요구에 스마트 폰을 사주기는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단체 카톡방에 한 아이를 불러서 폭언을 퍼붓고 왕따를 시키기도 하고, 자신이나 타인의 개인 정보를 거리낌 없이 노출시킨다. 그들은 그 일들이 나중에 어떤 위험으로 되돌아올지 생각하지 못한다. 어쩌면 생각할 필요를 아예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앨리스가 당한 일이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현실과 인터넷 세계는 다르다며 이중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그 두 세계는 절대 분리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트위터나 페이스 북이 인생 망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왜 나왔겠는가? 오죽하면 어떤 기업은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인터넷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까지 확인한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모른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으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 그냥 따라한다. 계속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나이 들어서도 그런 짓을 계속 하다보면, 점점 더 재미를 위해 폭언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다가 신고당하고 경찰서로 불려가고 그러는 것이다.

 

  인터넷이라고 남에게 함부로 말해서 안 되고, 타인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상대하는 것이 모니터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인터넷 사용에 대해서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손가락을 잘못 놀리면 어떤 결과가 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꽤 괜찮았다. 저건 독일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보급률이 우리나보다 낮은 독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한국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나라는 국가적으로 개인 정보를 털리고 있어서…….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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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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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성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뭐라고 확실히 규정지을 수 없는 일이다. 민사법이나 형사법상으로 정해놓은 나이가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 혹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면 그때부터 무조건 다 어른이 되는 걸까? 그런데 간혹 나이가 어린 어떤 애들에게 어른스럽다고 말할 때가 있다. 반대로 나이가 많은 몇몇 사람들에게 어린애 같다고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어른스럽다는 게 뭘까? 그와 비슷하게 나잇값을 한다는 건 뭘까? 책을 읽으면서 과연 어른이 된다는 건 뭔지, 성장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책은 성장하는 아이들과 그런 그들의 주위에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갖고 있다. 어떤 아이는 그것을 자각하고 반성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회피하려한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는 그에 맞서기도 한다.

 

  '도범'은 여러 번 폭력사건에 휘말리고 전학도 자주 다녔다. 그러다 자기 때문에 풍비박산이 난 가정과 자신을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꺼려하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일진의 세계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청각장애 부모를 둔 '해명'은 자신을 업신여기는 아이들에게 복수하기위해 망치를 가지고 다녀서 별명이 해머이다. 그는 어눌한 자신의 발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다. '이담'은 점수나 대학을 위한 책읽기가 아닌, 책과 소통하는 아이였다. 그 때문에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책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희곤'은 전교 1등을 하는 아이였지만, 주위의 기대에 부담을 느껴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벽을 높이 세우고 그 안에서 지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군가 그 벽을 허물고 들어와, 인정해주길 갈망하고 있었다. 낙인이 아닌 자신을 봐줄 사람, 어눌한 자신의 발음을 끈기 있게 들어주고 칭찬을 해줄 사람 그리고 자신의 책 읽는 세상을 인정해줄 사람이 와주길 기다렸다.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처럼, 어른들도 각양각색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려는 사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는 사람, 무사안일주의로 대충 넘기려는 사람 그리고 방관하는 사람 등등.

 

  도서관 담당 교사인 '수인'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다양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학교로 전근을 오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는 스펙을 쌓기 위해 혼자 미국으로 가버렸고, 새 학교의 다른 선생들은 입시 논술을 위한 독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아이들 역시 독서라는 것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인은 아이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자신이 제일 혐오하는 권위주의적인 선생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아이들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간다.

 

  어떻게 보면 깔끔한 결말은 아니었다. 수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헌책방 주인의 정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불이 난 도서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확실히 결정 나지 않았다. 그리고 수인과 애인의 사이도 아직 어정쩡하다.

 

  그렇지만 달리 보면, 나름 최적화된 마무리였다. 도범은 부모와 화해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일진 친구들과는 헤어졌고, 이 세상에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해명은 조금씩이지만 외부와 소통을 시작했다. 수인 역시 미술 선생과 친분을 쌓으면서, 다른 교사들의 도서관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부수기 시작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 꼭 100% 깔끔하게 끝맺음되지 않는다. 조금씩 여지를 두고 있다. 그 여지는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면서 계속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모든 일에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현실 상황을 꼬집은 신랄한 문장들과 함께, 책은 무척 섬뜩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오랜 시간 관계를 맺었어도 인사 한마디 없이 끝낸다. 아이들은 관계보다 거래를 먼저 배우는 것이다. 학습지 교사와의 잦은 만남과 끊음, 학원 순례를 하며 얻은 만남과 이별에 대한 무감각. 만남과 이별이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 어려울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세대이다. -p.74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수인이 앞으로 아이들을 잘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녀의 어머니가 해준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말 드세빠지게 안 듣는 놈일수록 가려운 데가 엄청 많은 겨. 말 안 듣는 놈 있으면 아, 저놈이 어디가 몹시 가려워서 저러는 모양인가 부다 하면 못 봐줄 거도 없는 겨. -p.217

 

 

  그래, 괜찮을 것이다. 도범이도, 이담이도, 해명이도. 그 애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수인이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어쩌면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준표도 무척이나 가려운 곳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수인이 파악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덮으면서 그 애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분명히 근사한, 글자 그대로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해명과 해머가 너무 자주 혼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명의 별명이 해머인데, 어느 부분에서는 다 해명이라고 적혀 있다가 또 어떤 부분에서는 해머라고 나온다. 친구들이 부르는 부분은 해머라고 통일시키고, 다른 부분은 해명이라고 정리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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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맛이 있었어요 풀꽃 시리즈 2
이상권 지음, 김미정 그림 / 현암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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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이상권

  그림 - 김미정

 

 

 

 

  베트남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초등학생 동현. 집 주변에 산이 있는데, 동현은 동생 동수와 동네 누나 형들 그리고 아빠엄마와 종종 산에 올라간다. 그곳에서 비밀 기지인 동굴도 파고, 아빠나 동네 어른에게서 알지 못했던 풀에 대해 배운다. 특히 동현의 엄마는 '풀 박사'라고 불릴 정도로 풀과 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처음 보는 풀이나 꽃을 발견하면 공책에 적어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을 이용해서 요리도 만들어낸다. 이 책은 동현과 그 가족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우리가 잊고 있거나 아예 몰랐던 한국의 야생풀과 꽃에 대한 동화이다.

 

  우선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 변명을 하고 싶다. 물론 다른 지역으로 놀러가 본 적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심에서 맛집을 다니고 놀이시설을 구경하는 게 다였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벌레를 극도로 싫어해서, 도심에 있는 공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밝혀두겠다. 게다가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신기한 능력 때문에, 초등학생 이후 식물을 집에서 기르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옥상에서 어머니가 이것저것 기르시지만, 열매 따먹는 것에만 흥미를 가질 뿐이다. 이렇게 주절주절 떠드는 이유는, 바로 그렇기에 이 책에 나오는 식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부끄럽지만 찔레꽃은 옛날 가요 제목으로나 접해봤고, 진달래와 철쭉은 봄에 피는 붉은 꽃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산에서 먹는 걸로만 접해봤다. 유채는 사진으로만 봤고, 띠풀이나 수영, 싱아 같은 식물은 이 책에서 처음 봤다. 까치수염이나 괭이밥은 이름은 몰랐지만, 사진을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샐러드나 부침개 같은 것은 물론이고 그냥 따서 입에 넣어도 된다고? 화전이라는 걸 요리책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 외에 다른 풀들도 식용이 가능하다니 신기할 뿐이었다.



 

  막내 조카 역시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쪼르르 달려와서 온갖 질문을 해댄다. 이런 꽃이 진짜 있냐는 질문에서부터 고모는 이런 꽃을 봤는지, 고모는 알고 있었는지, 먹어봤는지, 그리고 진짜 맛있을까? 등등.

 

  혹시 책을 들고 당장 동네에 있는 낮은 산에 가자고 할까 걱정도 되었다. 이 더위에 나가는 건 무척 귀찮으니까. 하지만 이어 나온 말은 역시 내 조카다웠다.

 

  "고모, 벌레나 먼지가 붙어있을 텐데 그냥 먹어도 되는 걸까?"

  "씻어 먹어야지. 그런데 요즘은 산에 물이 없을 텐데. 계곡 물이 있어도 더러울 거 같아. 그렇지?"

  "맞아. 서울에서는 이런 거 있어도 막 먹으면 안 될 거야."

  "서울에는 있지도 않을 걸?"

 

  그래서 결론은 이거였다. 여름 방학 때 시골로 놀러가자. 가서 찾아보자. 평생을 도시에서 자란 나와 조카에게 시골로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하다니, 이 책 대단하다.

 

  하지만 먹어보는 건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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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어디로 갔지? 두레아이들 교양서 7
베른트 M. 베이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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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r verschwundene Wald (1983년)

  작가 - 베른트 M. 베이어

 

 

 

 

  독일의 유명한 환경 교육 책이라고 한다. 첫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독일 학교에서는 토론 교재로 이 책을 읽힌다고 한다.

 

  『숲은 어디로 갔지?』,『인내심 많은 돌』,『고물 자동차들의 탈출』,『초콜릿 토끼 인형들의 꿈』,『바람에 날아간 장군의 모자』,『고슴도치는 왜 가시가 생겼을까?』,『강아지, 고양이와 결혼하다』,『하얀 까마귀』,『참새가 더 나은 세상을 알게 된 이야기』와 같은 총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다. 이야기들의 결말은 어떤 것은 나름 행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것은 어딘지 모르게 뒷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열린 결말?

 

  아, 그래서 토론에 적합한 걸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후 사건의 진행이 어떤 방식으로 될 지,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하는지 그리고 느낀 것은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서 아이한테 대답을 강요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입 밖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건 아니니까.

 

  첫 번째 이야기 『숲은 어디로 갔지?』에서는 개발을 피해 스스로 마을을 버린 숲이라는 발상이 신선했다. 흔히 자연 보호하면 나무만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숲의 이사를 통해서 나무뿐만이 아니라 많은 구성원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풀과 들꽃, 크고 작은 나무들, 여러 곤충들, 새, 여러 동물들 그리고 심지어 지렁이까지! 그들이 힘을 합쳐 강을 건너 이동하는 장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인간의 개발욕심을 위해 그 많은 생명체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하게 한다. 개발이 시작된 후,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인내심 많은 돌』과 『고물 자동차들의 탈출』는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갑자기 날아와 자신을 덮어버린 비닐봉지 때문에 돌은 더 이상 햇빛을 볼 수 없었고, 그 밑에 있던 작은 식물들은 시들시들해지더니 급기야 죽어버렸다. 하지만 비닐봉지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쓸 만한 부품들이 많지만 단 한군데가 고장 났다는 이유로, 새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폐차장에 온 자동차들은 자신들이 압축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 항의를 하기로 다짐한다. 대충 만들어서 팔아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제대로 오래 쓸 수 있는 차를 만들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 두 이야기는 읽으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비닐봉지와 자동차에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한 번 쓰고 버리면 인간에게는 끝이지만,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되는 썩지 않은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들과 단지 유행이 지났다거나 신상이 나왔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가전제품들. 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주변 생명체들에게도 참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고양이와 결혼하다』 역시 무척이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이야기였다. 이웃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던 강아지와 고양이.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두 종의 결합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애완용으로 자란 개와 고양이들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간의 힘을 빌어서라도 둘의 사이를 갈라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저자는 떠돌이개의 입을 빌어, 개와 고양이 원래의 색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손에서 자란 동물들에 대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인간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의 향수 냄새를 풍기고, 서로 도우며 살았던 예전과 달리 인간의 손에서 자라 자기들을 인간으로 알고 다른 동물을 배척하는 종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하긴 요즘 보면 애완동물들에게 성대 수술이나 중성화 수술은 기본이다. 자신의 외로움 때문에 동물들을 하루 종일 집에 가둬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러다가 커지면 귀찮다고 길에다 버리기나 하고……. 사람이 사람을 납치감금하거나 나이든 가족을 길에다 버리면 중죄가 된다. 그러면 애완동물을 집에다 가둬두는 건? 집에서 못 키울 정도로 컸다고 고속도로에다가 버리는 건? 아, 갑자기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인간이 진화를 한 것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가 진화를 했다면? 그들이 외롭다고 인간 아가를 하나 입양해서는 성대를 끊어놓고 고추를 떼버린 다음 방에만 가뒀다가, 마의 16세를 넘겨서 못 생겨졌거나 너무 커졌다고 길에 버린다면?

 

  진짜 인간은 반성해야한다. 자기들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탐욕스럽고 몰상식한지 깨닫고 반성해야한다. 그게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1983년도에 독일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 번역되었으며, 이 글을 읽고 나서 이주일 이내에 책을 읽지 않거나 읽고도 다른 이에게 추천을 하지 않으면…….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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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가득한 집 밝은미래 그림책 1
마르그레트 레티히 지음, 이용숙 옮김, 롤프 레티히 그림 / 밝은미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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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in Haus voll Musik

  작가 - 마르그레트 레티히

  그림 - 롤프 레티히

 

 

 

 

  친구 딸내미에게 선물로 어떤 책이 좋을까 고르다가 눈에 들어왔다. 음악이 가득한 집이라니! 초등학교 2학년인 꼬마 아가씨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만났을 때, 음악과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으니까.

 




 

  그림은 시원시원하면서 세밀했다. 도시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잡아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도 너무 북적거리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많은 사람들이 비좁지 않게 살고 있게 그려냈다. 그뿐 아니라 각 사람들이 다루는 악기 역시 포인트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과 그의 악기가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글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어렵지 않게 읽을 분량으로 들어있었다. 1학년이나 유치원생은 독서에 익숙하지 않으면 조금 많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머릿속에서 언제나 멜로디가 흘러나오지만, 도시에서는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용한 시골에 있는 커다란 집을 샀다. 그곳에서 남자는 자기처럼 음악을 좋아하고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이윽고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사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연주하는 바람에, 집은 다시 시끄러워지고 소음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우연히 그가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들은 사람들이 천천히 그 음을 따라 연주를 시작하자, 지금까지 시끄러웠던 소리는 다 사라지고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멋진 화음의 노래가 완성되었다.

 

 



 

  이 책은 악기 연주를 빗대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들이 다른 사람의 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의 음악을 연주할 때는 소음에 불과했다. 자기 자신에게는 음악이었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전혀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사람에게는 중요한 내용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수다를 떠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남의 의견은 듣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집주인인 남자가 그 집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바로 그 예이다.

 

  하지만 모두가 조용히 하고 다른 사람의 음을 들으면서, 자기만의 음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멜로디와 자신의 악기를 어울리게 연주했을 때, 그들의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화음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추가하고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대화와 타협, 절충에 대해서 무척 적절하게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꽤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나같이 비뚤어진 어른이 보기엔, ‘그래서 지휘자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야? 어디서나 리더를 잘 뽑아야 한다고? 각자 자기 자리를 잘 지키라고?’라고 이상한 소리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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