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글쓰기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훈련도 안되어 있으며, 쥐꼬리 만한 재능도 없으며,
맞춤법의 기본도 안되어 있고, 심지어는 이 모든 악조건 하에서도 좀 잘 써보자고 하는 일말의 노력 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십수명만이 보는 인터넷에 쪽 팔림을 무릎쓰고 뻬빠를 계속 써대고 있는 것일까.
줏어 들은 바에 의하면 사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관음증과 노출증의 성향을 갖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에코의 적나라한 인용을 보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담당하는 여러 당국이 해야할 진짜 일은, 프라이버시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작업이 아니라,
열광적으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귀중한 자산으로 간주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심리학상 노출증이 구조적인 문제인바 내가 보기엔 프라이버시를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일은 전혀 무망한 일이다.
노출증이란걸 나체나, 섹스를 보인다거나 등의 은밀한 행위의 노출에만 국한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자신의 행동, 생각, 환경, 일상, 일터, 주변 사람등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 영역에 속하지만 시시콜콜하게 여겨지는 모든 일들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도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자신의 정보를 노출시키는데서 얻는 즐거움은 남들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그래서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는 연예담 아닌가. 해서 좋고 들어서 좋고.
관음증의 가장 기본은 자신은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에서 이런 일이 손쉽게 가능해지는 것은 그 익명성 때문이다.
물론 아주 가까운 사람이 그런 글을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독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전혀 알 바 없는 타인에게 나를 노출시킨다는 것은, 그것도 숨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의미는 명확하게 전달되었다고 믿는다) 참 매력적인 것이다.
난 프라이버시에 대한 압박이 좀 강한 편이라 정보 노출이 심하게 제한된다.
내 페빠를 모두 정독한다 할지라도 내 신상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공개하는 건 내 생각뿐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난 내 주변에다가 일체 내 생각을 들어 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실은 여기서 더 은밀한 부위를 내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모로 보나 '등짝' 이나 '티팬티' 와는 비교도 안되는 고급 정보인게 확실하다.)
즉, 왜 이런 뻬빠를 계속 쓰고 있는지에 대한 러프한 설명으로서 관음증과 노출증에 다름이 아니다 라는 주장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더하자면 독자의 반응이다.
'댓글', '추천' 이란 형식의 피드백이 있다는 것이다.
공학에서의 피드백의 위력은 엄청난 것이다.
최근에는 진화론에서도 그 말도 안되게 빠른 진화 속도의 대한 해명을 위해 피드백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모양이다.
소통이니 이런 말은 안쓰겠다. 머랄까. 억지춘향이다.
그보다는 현자의 뛰어난 통찰력을 보라. 현자왈 '품앗이' 란다.
완전 익명인 '추천'에서는 적용되지 않지만 '댓글'에서는 정확한 설명이다.
물론 내 뻬빠란게 누가 보기엔 다 쓰레기요 또 누구에겐 전혀 이해될 수 없는 말들이다.
인터넷이란건 워낙이 방대한 스펙트럼이라 혹 누가 내 글을 보고 보고 비웃을까 걱정한다는 건 하늘 무너질까 를 걱정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래서 누굴 보라고 쓰는게 아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다. 노출증 환자가 지나가는 열차에다 엉덩이를 까대는 것과 같을 거란 말이다.
남의 뻬빠를 읽는 재미 :
1. 여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 쓰는 훈련이 안되어 있다. 소재를 잘 다듬을 줄 모른다.
그래서 꾸밈없이 원석을 그대로 내놓는다. 그러나 읽는 사람이 약간의 상상력에다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면 이게 훨씬 더 재미 있어진다.
2. 자주 쓰게 되면 소재 고갈이 빨리 찾아 온다. 그러면 주변잡사를 상세하게 기술하게 된다. 즉 "열광적으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사람들" 이 된다. 독자로서야 이 보다 더 좋겠는가.
3. 프라이버시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 왔다. 초기 유럽식의 '왕권으로 부터의 사유재산권 보장' (물론 귀족에만 해당된다) 에서 부터 식민지 시대의 '하인으로 부터의 차단' (우습지 않은가. 식민지에서는 많은 하인들을 거느렸고 이들은 투명인간이 되어 집안 곳곳에 있어, 이들의 시선으로 부터 자유로운 귀족은 없었다) 그리고 현대적 의미에서는 '비공개의 권리' 이다.
권리 행사여부는 어차피 권리권자에 귀속되어 있고 그 행사자체도 권리인데 포기하겠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