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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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헤어져야 하는 걸까? 엄마가 집에서 가져온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해가 산 끄트머리에 걸려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나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서쪽을 향해 계속 걸었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지금 천국으로 돌아간다. 내가 살던 세계를 떠나온 것뿐,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p.41) 

 

 

솔직히 『거미의 인사』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저 「정채봉 문학상」의 대상수상작이라고 하니 읽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표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이 가족과 거미가 어떤 관계일지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첫 문장에서부터 “나는 죽었다”가 등장하리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거미의 인사』를 읽는 내내 더 슬프고 가슴이 아프면서도,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했던 것 같다. 

 

『거미의 인사』는 책의 제목이 된 「거미의 인사」, 「영혼의 무게」, 「알마 가라사대, 사랑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을 가진 세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죽음'을 다룬다는 점. 사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 굳이 죽음을? 하는 마음이었으나, 읽다 보니 죽음을 무겁고 힘겹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잘 헤어지고 잘 떠나보낼 수 있도록 보듬어주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겪지 않으면 좋겠지만 아이들도 상실을 겪지 않나.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어른보다 작은 세상에 사는 아이들은 부재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거미의 인사』처럼 죽음이 두렵고 슬프기만 한 단어가 아니라, “그럼에도 사랑은 지속된다”는 극복으로 변화될 수 있는 책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가족을 떠나게 된 누리는, 딱 하루 환생하여 가족과 제대로 작별할 시간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사람은 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거미가 되어 가족을 만나러 오는 것.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가족들의 웃음을 되찾아주고자 노력하는 누리를 보며, 사랑은 나이를 먹는 만큼 커지는 것은 아님을 새삼 느낀다. 이별은 아프지만, 언젠가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깊은 사랑을 깨달았고, 기발한 상상력과 문장이 더해져 한층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혹여 가족을 잃고 아파하는 친구가 있다면, 『거미의 인사』를 읽고 많이 울고, 충분히 그리워한 뒤에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에는 위로와 응원, 그리고 극복의 힘이 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슬프지만, 생과 사는 늘 손을 잡고 있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을 더 귀하게 생각해야 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공기를 매 순간 의식하지 않듯, 우리의 '숨'도 순간마다 감사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거미의 인사』를 읽는 내내 우리의 오늘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생각했다. 물론 아이가 이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몇 년, 아니 수십 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미의 인사』를 만난 덕분에 아주 작게라도 '오늘'의 소중함을 배웠지 않나 생각해본다. 헤어짐을 겪는 날이 오면 충분히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아낌없이 사랑하라는 작가님의 말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거미의 인사』 덕분에 우리는 오늘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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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자존감 대화법 - 밝고 긍정적이며 야무진 아이로 키우는 하루 10분 부모 대화 수업
김종원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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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자랑스러운 존재라는 건,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자랑스럽다'라는 말은 '잘했어' 혹은 '좋았어'라는 말과 수준이 다릅니다. 잘했다는 것과 좋았다는 표현은 어떤 일의 결과에 따른 평가의 언어지만, '자랑스럽다'라는 말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변함없이 아끼고 응원한다는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 아이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늘 자신의 삶을 먼저 돌아보세요. 부모가 아이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면, 세월이 흘러 아이는 더욱 자신을 믿고 그 믿음을 준 부모를 사랑하게 됩니다.

부모의 말이 하나 바뀌면, 아이의 삶은 열이 바뀝니다. (p.101)

 

 

나는 요리도 못하고 살림에도 재주가 없는 진짜 부족한 엄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잘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내가 하지 않는 것은 강요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길 바라서, 많이 읽어주고 나도 많이 읽는다. 아이가 골고루 먹길 바라서 나도 절대 편식하지 않는다. 아이가 예의 바르길 바라기에 나도 늘 예의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아이가 역사를 소중히 하길 바라서, 나도 매일 역사를 공부한다. 그런데 한때는 이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나는 늘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곤 했다. 내가 김종원 작가님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엄마로서의 자존감은 여전히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아이도 그럴 수 없다고 배웠으니까,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공부하며 나를 돌보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66일 자존감 대화법』은 그렇게 아이의 자존감도, 나의 자존감도 응원하고 돌보는 “치료제”로 우리 집 식탁에 함께 하는 중이다. 

 

『66일 자존감 대화법』은 「66일 인문학 대화법」과 「66일 밥상머리 대화법」과 함께 출간된 「66일 시리즈」로,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사회성을 높여주는 66일간의 대화법을 묶은 책이다. 앞의 두 도서 모두 너무 좋았고, 여전히 자주 꺼내어 읽지만, 개인적으로는 『66일 자존감 대화법』이 가장 와닿는 문장도 많았고, 깨달음도 컸던 것 같다. 만약 「66일 시리즈」를 아직 접하지 않는 분이라면, 『66일자존감 대화법』을 가장 먼저, 「66일 밥상머리 대화법」, 「66일 인문학 대화법」 순으로 만나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자존감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는 토양이고, 그 모든 것의 초석이 되니, 단단한 자존감 위에 사랑과 예의, 지식과 지혜를 올려줌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마음이 여리고 섬세해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대신 상처도 잘 받는 우리 아이를 더 단단하게 키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66일 자존감 대화법』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다 읽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필사하며 다시 읽고 쓰고 있다. 어떤 문장은 쓰기도 전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쓰면서 가슴이 아프다. 내가 했던 말은 까만 글씨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슬퍼지기도 하고, 내가 까만 글씨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그러나 아무리 눈물이 나도, 주황 글씨를 따라 읽는다. 따라 쓴다. 부디 이 말들이 내 머리와 마음에 잘 스며들어 아이에게 더 좋은 말을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진심으로 응원을 전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책을 자주 읽지 않아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은 게 언제인지 몰라서 등의 이유를 가진 분이라도 좋다. 『66일 자존감 대화법』를 포함한 「66일 시리즈」는 진짜 66일 동안 조금씩 나눠 읽을 수 있는 짤막한 분량, 쉬운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러면서도 매일매일 써먹을 수 있는 문장들이 가득하기에 스스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하루 10분만 투자하다 보면 내가 달라지고 아이가 달라질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육아서를 부지런히 읽는 나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많은 육아서에 “혼이 났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물론 매번 혼이 나지만 다 고치기도 전에 마음이 느슨해지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육아서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래야 일 년 중에 며칠이라도 좋은 엄마일 것 같아서, 덜 나쁜 엄마일 것 같아서. 다른 육아서들이 각성시키는 책이라면, 김종원 작가님의 책은 “박카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쳐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책, 눈물 자국을 지워내고 웃음 짓게 하는 책,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조금 더 힘내보자고 등을 도닥여주는 책. 그래서 많은 엄마에게, 박카스 같은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김종원 작가님의 책이 아니었더라면 엄마로서 내가 가진 좋은 점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66일 시리즈」를 따라 쓰며, 나는 아이에게 더 도움 되는 말을 배웠고, 나의 마음을 잘 전하는 법을 연습했고,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이를 존중할 수 없다. 어쩌면 김종원 작가님의 「66일 시리즈」, 『66일 자존감 대화법』과 「66일 인문학 대화법」 그리고 「66일 밥상머리 대화법」은 아이도 나도 키우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가족을 더 소중히 지키게 할 이 책들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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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면 줄수록
마시 캠벨 지음, 프란체스카 산나 그림, 김지은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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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1학년이 되어도 부지런히 그림책을 읽는 나에게 종종 사람들이 묻는다. 그림책은 몇 살까지 읽을 거냐고. 그럴 땐 그저 웃지만, 속으로는 “평생이요!”라고 대답하고 있다. 내가 학생일 때에도, 아가씨일 때도 부지런히 그림책을 읽어온 나는, 우리 아이도 평생 그렇게 그림책이라는 친구를 곁에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왜 그렇게 그림책이 좋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 그 대답은 창비의 신간, 『사랑을 주면 줄수록』이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은 마시 캠벨, 프렌체스카 산나 작가님의 그림책으로 가족의 사랑, 길게 이어지는 사랑의 참 의미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가족이 도토리나무와 함께 성장해온 일대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 책은 우리 모두의 가족, 우리 모두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먼저 『사랑을 주면 줄수록』의 일러스트를 천천히 감상해보자. 나는 그림책의 표지를 오래도록 관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책은 표지만으로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좋았다. 앞표지를 보면 여자아이와 할머니가 자세를 낮춘 채 작은 묘목에 물을 준다. 그 안으로 뿌리가 반짝반짝하는 것을 보니, 아이의 사랑이 잘 전달되는 모양이다. 아이와 그림을 먼저 감상하는데, 할머니와 마주 보는 아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추억을, 계절이 바뀌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에서 “사람처럼 쑥쑥 잘 크는구나”라며 변하는 모습들을 관찰했다. 

 

거의 같은 구도로 그려진 일러스트지만, 그 안에서 자리가 달라진 사람들, 자라는 나무, 변하는 풍경들을 보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기분이 들더라. 아이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나중에 자신의 딸과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말해 엄마의 코를 빨갛게 만들었다. 아이의 코가 빨개진 포인트는, 할머니와의 이별. 비가 쏟아지는 장면을 보며 아이는 상상도 하기 싫다고 엉엉 울었다. 

 

이윽고 숲을 이루게 된 장면에서는,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들었다. 작은 도토리가 자라 결국 숲을 이루듯, 우리의 사랑도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 점점 자라는구나 하고 말이다. 우리 아이도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 자신만의 숲을 이루어가겠는지 생각하니, 더욱 벅찬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감동을 주는 그림책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냐며, 이래서 그림책은 평생의 친구임을 새삼 깨닫기도 했고.

 

일러스트의 감동을 한결 짙게 만들고자 한다면 『사랑을 주면 줄수록』의 텍스트를 천천히 읽어보시길. 우리집에서는 아이와 한 줄씩 번갈아 읽었는데, “두 사람은 행복했어요”가 반복될 때마다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또 도토리처럼 가족이 성장하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도 도토리처럼, 또 이 가족처럼- 사랑을, 꿈을 키우는 사람이 되어 온 마음이 든든했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은 복잡한 구조의 그림책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문장, 비슷한 구도로 그려져 단순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아주 어린 아이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절대 가볍지 않다. 작은 도토리가 숲을 이루듯 거대한 이야기가, 위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꼬꼬마부터 어른까지- 그 누구에게라도 큰 의미로 다가올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움켜쥐면 사라지고, 나누면 커진다는 사랑을 온전히 담아놓은 책, 『사랑을 주면 줄수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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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 나의 오늘을 춤추게 하는 철학의 한마디
김수영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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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 파티”는 간단히 말해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뜻입니다. 네가 가는 모든 길, 네가 내리는 모든 선택과 결정은 필연적이니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뜻이죠. 불행한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숙명론과는 다릅니다. (...)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 파티”는 그런 실패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네 안에 있으니 이를 한껏 펼치기 위해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는 충고와 격려의 말입니다. (...)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 파티”는 엎질러진 물을 앞에 두고 우는 아이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 먼 길을 떠나려 신발 끈을 조이는 아이에게 전하는 용기의 메시지입니다. 네가 선택하는 길, 그것을 믿어라. 네가 목표로 삼은 지점까지 갈 힘을 지녔다는 사실, 그것을 믿어라. (p.31~32) 

 

 

10월의 독서 모임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로 정해졌다. 철학 분야에서 이미 높은 순위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철학책은 관념적이고 따분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서 기분 좋은 책”이라는 평을 한 덕분에 이미 꽤 유명한 책. 나도 이미 '읽을 책' 목록에 기록해두었던 것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먼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쉽고 간략하다. 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수준일 뿐 아니라 얇은 책에 서른여 사상을 담을 만큼 간략하여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는 청소년이나 철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의 장점으로 '쉽다'를 꼽은 만큼, 철학가들을 깊이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다소 가볍다고 여길 수도 있을 듯하나, 워낙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신 터라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읽은 철학책들을 정리하는 기분도 들어 좋았다. 내가 이미 읽은 이론을 한결 쉽고 간략하게 정리하는 기분이랄까. 각 잡고 앉아 읽기보다는 아, 이런 개념이구나! 내가 처한 상황을 이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의 전환'으로 이 책을 만난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전작,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 역시 강의를 듣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무척 좋았는데,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도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어 한결 이해가 쉬웠고, 기존에 알려진 이론들을 풀이해주는 느낌이라 편안히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메멘토 모리, 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장은 더 강한 응원의 힘을 실어주었고, 현대의 용어들로 본질에 무뎌져 버린 타불라라사, 메타 등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독서 모임의 책으로 선정된 것이다 보니 다른 회원님들은 어떤 문장이 인상적이었을지, 어떤 이론이 마음에 닿았는지 궁금해하며 읽느라 이 책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는 육아, 아이 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라 그런지 이 책 역시 그런 방향으로 읽게 되었는데, 그런 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타불라라사”였다. 깨끗한 백지상태를 의미하는 이 말이 더 반갑게 느껴진 까닭은 아이가 원하는 삶을 빈 백지에 그리며 살아가고, 나는 그것을 그저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나의 욕심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학문에서 '본질'을 이야기하고-특히 철학에서는 더욱 그렇겠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본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한 탐구가 “철학”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열린 결말로 보아도 무관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것을 상단에 인용한 “아모르 파티”와 연결 지어 본다. 깨끗한 백지상태로 태어난 우리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며 살 수 있기를, 나는 그것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또 나 자체도 아모르 파티를 실현할 수 있기를!

 

네가 선택하는 길, 그것을 믿어라. 

네가 목표로 삼은 지점까지 갈 힘을 지녔다는 사실, 그것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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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겁먹을 필요 하나 없는 일상 에피소드
노승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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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말이, 부모라는 단어가 고맙고 애틋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녀의 심리적 독립도 그만큼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야 이렇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서로 의지하는 법도, 용기가 되어주는 법도, 함께 하는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길을 찾는 것도, 아직은 서툴고 막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유리 벽을, 나의 모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조금 더 늦지 않게.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고, 진짜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날을 그려본다. (p.153) 

 

 

일 년 중 360일 정도는 책을 읽으며 살지만, 여전히 책이 너무 좋은 건, 책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같은 작가의 글도 그때그때 다르고, 읽는 나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에 도무지 책은 지겨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 수많은 맛의 음식 중 쌀밥을 기본에 두는 한국인인 것처럼, 세상 수많은 책 중 역시 가장 익숙한 편안함을 주는 것은 에세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 냄새가 난달까. 지난주 읽은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도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나서 무척 푸근한 마음이 들었던 책이었다.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는 카*으로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는데, 사실 제목으로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유추되지 않았다. 기대하나 없이 펼친 책의 프롤로그에 “제목 하나로 일상은 특별해진다.”라는 문장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나 역시 내 일상을 부지런히 기록하는 사람이고 블로그도 운영하지만, 내 일상에 제목을 붙여서 하루하루가 특별해진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소중하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소중하다'와 '특별하다'는 또 다른 느낌 아닌가. 문득 작가님은 자신의 하루를 특별히 아낄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분명 남는 게 있는 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촘촘히 기록된 그녀의 일기는 때론 웃겼고, 때론 감동적이었다. 누군가와의 이별 이야기에 나도 코가 시큰해질 때도 있었고,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글도 있었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다 보니 나는 그녀의 문장에 동화되어 나의 일상을, 그녀의 문장을 번갈아 느끼고 있었다. 가장 푸근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도 있었을 법한 경험을 나와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점이었는데, 또 한 번 시각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 맛에 책 읽는 거지! 하며 좋아하다가 참 한결같은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순간에 “책을 참 좋아하는 나”라고 제목을 붙여주었다.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를 읽으며 신기했던 것. 분명 에세이인데 군데군데 '서브퀘스트'라 제목 붙여진 페이지들이 있었다.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마음을 기록해보고, 그것을 글로 남겨보게 도와주는 페이지였는데, 작가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니는 분이라 그런지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질문들이 은근 많아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책을 덮은 지금, “무심코 건네다 보면 언젠가 한 사람은 꼭, 나처럼 앞으로의 시간을 새로 쓸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으리라 믿어서, 그렇게 언제든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잘하고 있어, 괜찮아'(P.188)”라는 문장이 마음에 맴돈다. 그녀의 문장에서 응원을 얻었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응원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만으로도 사실은 행복한 사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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