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해 봐! 케이크 제제의 그림책
네모펜스튜디오 지음 / 제제의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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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뽀작”이라는 단어가 찰떡궁합인 그림책을 만났다. 네모펜스튜디오의 『요리해 봐! 케이크』. 이 그림책은 마치 아이들이 어플 등을 통해 케이크를 만들듯 모양찾기, 연결하기, 요리도구 장착하기 등 무척 다양한 미션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참여형 그림책이기 때문에 꼬꼬마들부터 어린이들까지 즐거워하며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만화처럼 케이크를 만드는 캐릭터가 가득 그려진 속표지로 문을 연 『요리해 봐! 케이크』는 따르릉, 전화와 함께 딸기케이크 주문이 들어왔다. 매일 케이크 토퍼를 보고 사는 우리 꼬마는 “케이크”라는 소재에 더욱 큰 관심을 가졌지만, 사실 케이크 안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있나. 먹지는 않더라도 초에 불을 붙이고 파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아이 (아니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할 만큼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 덕분에 이 그림책은 한결 친밀감이 돋는다. 

 

『요리해 봐! 케이크』가 더욱 신박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이들이 직접 여러 미션에 참여하는 스타일이라는 점. 그림자를 보고 딸기케이크를 찾기도 하고, 요리를 위해 제제에게 옷을 입혀주기도 해야한다. 그 뿐인가, 각 조리도구가 무엇인지 말해보기도 하고 여러 재료를 소리내 읽어보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모두가 파티시에가 된 것같은 마법에 걸린다. 우리 꼬마는 “이 책 들고 솔솔케이크에 가서 요리해보고 싶다”며, 진짜 파티시에 이모 기절할 소리를 하기까지! 아이가 케이크를 만들자고 할까봐 살짝 무서워지기는 하지만, 책의 뒤편에는 아이들도 얼마든 만들 수 있는 “초코바나나 샌드위치”레시피도 제공되니 독후활동까지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그 뿐 아니라 음식을 할 때 주의점이나 숫자, 지도 등을 배울 수 있기까지 하니, 아이들에게 흥미와 학습효과 둘다를 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터. 

 

요즘의 아이들은 유튜브나 게임어플 등 때문에 책에 흥미가 적다고 한다. 물론 책이 필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의 재미를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 걱정에 『요리해 봐! 케이크』같은 책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게임을 하듯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다보면 책도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이제 막 숫자나 글씨를 배우기 시작하는 꼬꼬마들에게 더욱 추천하는 책, 『요리해 봐! 케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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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 (스프링) - 매일 아침, 나를 응원하는 자기 확신의 언어 365
이평 지음, 모리 일러스트 / 포텐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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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나를 존중하자. 응원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언제인가 한 리뷰에, 집의 여기저기에 일력을 얹어두고 눈이 닿는 순간마다 읽어본다는 말을 적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일력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가을 감성이 가득한 일력을 하나 선물 받았다. 내 화장대 위를 담당하게 된 아침을 여는 자기확신의 언어,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가 그것이다. 매일아침, 씻고 화장을 하며 내 얼굴을 가장 길게 마주하는 시간, 나에게 다정히 말을 건네주는 꽃의 언어를 소개한다. 

 

포텐업 출판사에서 출간된 일력,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는 인스타에서 글귀 맛집으로 유명한 이평 작가의 꽃의 언어를 모리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일력을 무척 좋아해 집안 곳곳 여기저기에 일력이 놓여있지만, 유독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만큼은 화장대 위에 두고 싶더라. “아무 이유 없이 나 자신을 존중하자. 응원하자. 그리고 사랑하자”라는 말을 매일 나에게 해주고 싶어서. 정말 나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데에는 아무 이유가 없어도 되지 않나.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는 짧지만 강한 자기 확신의 문장들로 아침을 맞이하게 한다. 또 모리 작가님의 그림은 얼마나 예쁜지. 그저 얹어두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고, 갤러리에 온 듯, 매일 다른 그림을 감상하며 눈도 마음도 호강한다. 이토록 예쁜 그림이기에 사실 모두가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를 내 화장대 위에 둔 것은, 특히 나에게 매일 좋은 말을 건네고 싶어서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침, 나 자신을 응원하고자 한줄 한줄 읽다 보면 내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은 것처럼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해진다. 

 

어떤 문장은 꽤 감성적이고, 어떤 문장은 때때로 유치하다. 어떤 문장에는 눈물이 핑 돌만큼 위로를 느끼고, 어떤 문장은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런데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을 채우는 누군가가 늘 멋진 말만 한다만 한다면, 그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국밥일 때도 있고, 꽃일 때도 있고, 카톡 하나 이기도 하듯- 어쩌면 진짜 위로는 “사람 냄새”나는 것들에게 받는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는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일력이다. 그저 편안한 대화를 나누듯, 가볍게 읽고- 마음에 남는 날은 두세 번 곱씹어보고, 그렇지 않은 날은 쿨하게 넘겨버리면 된다. 어떤 날은 그림만 감상해도 좋고, 어떤 날은 소리 내 문장을 읽어봐도 좋다. 원래 일력은 그렇게 부담 없이 만나고, 넘기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처음 만나는 문장처럼 다시 읽게 되는 거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담 없이 읽더라도, 아니 그냥 두더라도- 분명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 속 어느 한 문장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웃음이 돼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도 『꽃을 건네듯 나에게 말을 건네다』를 권하고 싶다. 이 문장들이 어느 날은 장미꽃으로, 어느 날은 들풀처럼 아침을 여는 당신에게 응원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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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기분에 지지 않고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몸 중심 심리연습
미셸 블룸 지음, 동현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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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란 타인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고 상상하며 상대가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지 느끼는 능력이다. 우리는 공감을 통해 타인이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다. 연민은 우리가 경험한 공감에 대한 반응을 뜻한다. 공감이 연민으로까지 나아가면 상대의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실천적 행동이 생겨난다. 

(...) 그러므로 공감은 곧 마음을 나누는 느낌이며, 연민은 도움받는 느낌이다. 이해와 인정이 그렇듯이 공감과 연민 또한 공동조절을 확고하게 만드는 상호연결을 촉진한다. (...) 더불어 공감과 연민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너는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야,” 이 메시지는 우리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몸과 마음에 평화와 고요를 가져다주는 강력한 의미 있는 느낌이다. (p.216~217) 

 

 

집중이 잘 안 된다.

너무 피곤하거나 탈진할 것 같다.

호흡이 밭아지거나 멈춘다.

가슴이 뻐근하거나 근육이 뭉친다.

잠들기 어렵다.

강박적 생각에 시달리고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혹시 이런 증세에 시달리는 중인가?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의 저자 미셀 블룸은 이런 불안에 시달린다면, 자신을 감각하고, 관찰하고, 표현하고, 돌아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각자 다른 이유로 불안에 시달리지만, 그 불안 자체에 힘들어하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의 불안과 생활을 관리할 수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에서는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이유를 짚어봄과 돟시에,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 불안함을 떨칠 방법들에 대해 거론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불안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줄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의 전반적인 내용이 대체로 좋았지만, 몸의 소리를 들으라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내 몸이 보내는 의미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나는 것에 대해 준비하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부분을 읽으며, 때때로 비판받아온 '감각적인' 직감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의미 있는 느낌을 숙고하면 조금 더 심층적인 의미에 닿을 수 있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사려 깊은 행동을 끌어내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감각을 보다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의미였다. 불안이 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책의 내용이 더욱 낯설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도 있었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었던 듯하다. 

 

사실 대부분의 책이 마음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는 오히려 몸에 집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점이 신박하게 느껴졌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몸에 귀를 기울여, 내 마음을 관리하게 하는 맥락이었으나, 우리가 잊고 살았던 나의 몸의 소리에 집중해볼 수 있던 기회를 가진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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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웅진 모두의 그림책 56
윤정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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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집 장만은 사람이나 제비나 참 어려운 걸까?

망연자실한 얼굴의 제비 위로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라고 적힌 그림책을 보며, 답답함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보다. 지방 소도시에 살기에 내 집을 갖고 살지만, 생계형 부동산이기에 재산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서민임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의 주인공 '보여 안 보여 날개'는 눈이 밝아 밥도 잘 먹고, 발이 빨라 어디든 먼저 가지만 임금님이 어마어마한 집을 짓기 위해 튼튼한 제비집을 모으는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 내 집 마련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곳 역시 입장부터 쉽지 않다. 달리기도 잘해야 하고, 눈도 밝아야 한다. 그뿐인가, 날개도 커야 한다. 입장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날개를 나무에 묶거나 빨강 열매를 먹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깃털을 얻어 눈속임을 시도하나 결국 불통을 받는다. 제비는 처음엔 실망하지만, 결국에는 상처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나며 한층 가벼워진 마음, 가뿐한 발걸음이 된다. 

 

누군가는 어린이들도 보는 그림책에 굳이 집 장만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냐 묻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어른의 눈이란 생각이 든다.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를 만난 우리 아이는 제비의 도전을 무척이나 재미있어했고, 시험에서 낙방한 채,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에는 꼭 다른 제비랑 같지 않아도 된다며 제비에게 위로를 건네기까지 하더라. 다섯 제비들이 훈수를 두는 모습에 깔깔 웃기도 하고, 그들이 내어준 마음에 감동도 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또 한 번 깨닫게 되기도 했다. 

 

아이와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를 읽을 때, '집'이라는 소재에 어른의 무게를 얹기보다는, 다양한 도전을 하는 제비의 모습, 한마디씩 건네는 주변 제비들의 말 등을 위주로 만나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 결국에는 응원을 해주는 친구들의 마음, '남들도 다 하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벗어던지는 것 등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부분이 무척이나 많은 그림책이니 말이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제비의 모습이나, 깊은 생각 없이 타인에게 훈수를 두는 것, 검증되지 않은 노력하는 제비 등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 아이의 초점은 주인공 제비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않고 날개를 밧줄에 묶는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 이야기는 판단해서 들어야지~”라는 아이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일러스트 역시 감상할 포인트가 많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함을 느끼게 하는 페이지도 있고, 제비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다. 그림마다 제비의 표정이 어찌나 다양한지, 어떤 감정인지를 유추하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웠으며,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반짝반짝 일러스트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표지에는 여섯 마리의 제비가 춤을 춘다. 한 마리는 우리의 주인공일 테고, 나머지 다섯 마리는 훈수쟁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이들도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구나, 세상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하지는 않는구나 싶어졌기 때문. 문득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라는 그냥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고- 본인이 바라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날갯짓을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응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도 언제나 “자, 이제 씩씩하게 가 볼까?”라며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어야지. 다양한 생각을 던져준 책,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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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낚시 -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키키유 지음, 유경화 그림 / 오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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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나라면 그랬겠지. 근데 그림자 덕분인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쑥 솟아올라서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었어. 이미 쓴 돈은 용서해줄 테니까 나머지 돈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어. 유치하게 부모님께 이르지는 않겠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평생 나한테 언니로 인정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당황하는 것 같더니 날 밀치면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더라. 근데 잠시 뒤에 내 방에 들어와서 돼지 저금통을 돌려주는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p.112) 

 

 

만약 당신의 그림자가 어느 날 다른 모습이 된다면? 아마 그것을 눈치채는 순간부터는 놀라 까무러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나를 그림자처럼 바꾸기 위해 나를 제어하기까지 한다면? 이때부터는 일상이 공포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설정은 눈높이아동문학상에서 동화우수상을 수상한 『그림자낚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들을 붙잡아둘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른인 나 역시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몽땅 읽어버린 것은 안 비밀! 심지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굵직한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도 함께 하니, 초등 고학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일단 시선 집중 하셔라!

 

『그림자낚시』는 하늘 위에서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이상한 아저씨로부터 시작된다. 악명높은 도둑이었다는 이 아저씨가 훔치는 것은 그림자이며, 그림자를 도둑맞게 되는 아이는 먹성 좋은 '방소유'다. 어느 날 소유는 친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도넛을 먹다가(!) 친구들이 자신을 두고 “게걸스러운 돼지”라고 표현하는 소리에 상처를 입는다. 그렇게 약해진 마음에 찾아든 낚시꾼은 소유의 그림자를 날씬한 아이로 바꿔주는데, 생각 없이 시작된 교환은 엄청난 일들을 연결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되찾고, 스스로를 더욱 소중히 하게 된다. 

 

사실 『그림자낚시』를 읽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 겨를조차 없었다.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기도 했고,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긴박함도 있었기에 그저 내용에만 집중했던 것. 또 그림자를 바꾼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기도 했고. 하지만 『그림자낚시』를 덮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아이의 모습이었다. 소아비만으로 고민하는 소유, 재혼가정에서 만나게 된 언니와의 갈등으로 더욱 소심하고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채윤이, 집단행동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민서, 성적에 집착하는 민성이 등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그러다 『그림자낚시』는 그림자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바꾸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작아진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쩌면 어른들 모두가 “자존감 도둑”은 아니었나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아이들이 하나둘 스스로의 본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내면)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자신의 콤플렉스나 불만을 미워하기보다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자신을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어른들이 아이들의 자존감도둑이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그림자낚시』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그림자를- 내면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면 좋겠다.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동화, 『그림자낚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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