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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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있겠지요.

저 별에도 

사람은 아니라도 

그리운 마음 하나 떠돌고 있겠지요.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사람들 잠든 불 꺼진 지붕 위로

밤새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리움들 중에 하나

저 별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있겠지요.

 

-소강석,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중 「겨울 2」

 

 

학생 때는 분명 시집을 자주 읽었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혹은 먹고 살기가 바빠질수록) 가장 쉬이 멀리하는 것이 시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론 아이가 어릴 때는 동시집을 그렇게 부지런히 읽어주었는데, 요즘은 일주일 하나 읽어주나 싶어진다. (동시 필사를 끝내고 나니 읽지 않게 된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그러다 샘터에서 연말에 보내주신,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라는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는 어느 목회자의 시를 묶은 시집이다. 사실 작가소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부자교회, 대형교회의 목회자라는 것을 기본에 두고 읽어버렸는데(세상에 때가 많이 탔나 보다) 시는 외로 담담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많아 편안하게 읽었다. 바쁘게 보낸 연말연시, 모닝커피를 마시며 한 장, 필사하고 난 후 한 장, 십 분가량 틈이 났을 때 한 장- 그렇게 읽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읽었더라.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를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순번만 다른 동명의 시가 많아 변별력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것. 사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시상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별이나 달, 가을이나 여름 등의 제목으로 이어지는 연작시들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반면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의 좋았던 점은 강한 어조나 큰 분위기 변화가 없었던 것.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이어져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상 사이, 다른 책을 읽는 사이사이에 꽤 편안한 시간 이음이 되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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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속담 - 읽으면 톡톡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몽구 지음, 곤룐 그림 / 봄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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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조는 '우공이산'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이 말은 무엇이든 부지런히 노력하면 마침내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노력해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뜻하는 '일취월장'이나 '일진월보' 등의 사자성어 혹은 속담 속의 '티끌 모아 태산'이나 '작은 개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는 말과 연결하여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요즘 MZ세대들의 '일취월장'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는 말을 들었다.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에 장난 아니게 힘들다'라나 뭐라나. 심지어 진짜 일취월장의 뜻을 아는 MZ는 65%에 불과했다고. 솔직히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뭐든 줄여 말하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라지만 모르는 것도 '웃어넘길 일'이 되는 세상이라니. 꼰대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적어도 내 아이는 모르는 것이 '웃어넘길 일'이 돼서는 안되고, 아름다운 한글을 마구 줄여서 파괴하는 사람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 생각했더랬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우리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이모티콘 시리즈』를 보며, 이 책이라면 모든 어린이가 한글의 아름다움과 어휘의 활용, 책 읽는 재미를 모두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우리 아이가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다 보는 「이모티콘」 시리즈는 『이모티콘 속담』을 선두로 「이모티콘 사자성어」, 「이모티콘 서양 관용어」, 「이모티콘 IT용어」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어휘를 이모티콘으로 무척 재미있게 풀어주는 시리즈. 우리 아이는 이 시리즈 중, 속담 편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나 얼른 집에도 들였는데, 엄마도 그 자리에 앉아 『이모티콘 속담』을 뚝딱 읽었다. 

 

『이모티콘 속담』의 장점, 첫 번째!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네 컷 만화, 카톡 형식을 빌린 대화체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디어 속에 성장하는 아이들이기에, 일러스트는 그들의 호기심과 지식을 자극하는 중요요소. 이 책에는 정말 카카오톡에서 볼법한 이모티콘과 대화체, 네 컷 만화 등을 다양하게 속담을 설명해준다. 

 

『이모티콘 속담』의 두 번째 매력은 언제 쓰이는지, 이와 관련된 확장 어휘를 알려주는 점을 알려준다는 것. 속담도 외우기만 하면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속담, 반대되는 속담 등을 더불어 이해하다 보면 무척 다양한 어휘와 용어를 익힐 수 있게 된다. 

 

『이모티콘 속담』의 세번째 매력!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100가지 속담을 무척 쉽고 간략하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사실 요즘 학생들은 어른보다 바쁘기에, 이렇게 간략하고 직관적으로 소개하는 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도서의 편집이 무척 완성도 높기에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볼 수 있어 좋다. 처음에는 정독을, 후에는 포인트만을 짚으며 재독 한다면, 이 책의 지식을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다이어리를 꾸밀 때 쓰기 좋을 속담 스티커도 들어있어 아이들의 만족은 더욱 높아질 듯하다.

 

세상의 흐름대로 같이 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멋진 것은 오히려 기본을 잘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속담이나 사자성어 등을 더욱 중요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부디 『이모티콘 속담』등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언어, 적합한 어휘로 더욱 건강한 의사소통을 이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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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 - 너와 나의 건강한 관계를 위한 MBTI 소통법
박소진.김익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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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것도 건강하게 적절히 표출하는 것을 배울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전략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이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P. 221)



사실 MBTI를 신뢰하는 편은 아니다. 인터넷이 너무 발달한 까닭에 근본 없는(?) MBTI 결과로 자신이나 타인의 성격을 판단하고자 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직업이나 상황, 환경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도, 여러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는 성격을 그저 16가지로 표현하다니, 좀 터무니없다 생각하는 것. 물론 4가지에 억지로 끼워 맞춘 혈액형보다야 낫지만, 굳이 믿으려 한다면 차라리 사주팔자가 낫지 않으려나. (그럼에도 백번 천번 'ENFJ-소통능력으로 성과를 내는 선도자 유형'만 나오는 단호박 같은 내 성격. 사회운동가가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믿는 것과 별개로 MBTI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 재미있다. 또 어느 정도는 자신의 '성향'을 기반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으니 '참고용'쯤으로 종종 읽어보곤 하는데, 최근 『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가 꽤 유익했기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는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 박소진 대표와 김익수 교육 이사님이 만든 책. 특히 박소진 작가의 「영화관에 간 심리학」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 두 권 다를 읽었기에 이 책이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촘촘히 풀어낼지에 대해 기대가 되더라. 나의 기대처럼, 이 책은 단순히 재미로 풀어보는 MBTI 책과는 달리, 이를 바탕으로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심리적으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다. 이 리뷰를 쓰는 오늘도 나와 다른 성격의 사람으로 인해 복잡했던 터라,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타인을 특성을 읽어보며 '그래, 이런 면을 가졌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넘겨보았다.


특히 『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가 유익했던 것은, 단순히 MBTI를 풀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드라마 등장인물로 성향을 풀어내는 점이 MBTI와 심리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나와 같은 성격유형의 등장인물은, '나의 해방일지'의 염창희였는데, 워낙 심리를 잘 풀어낸 드라마였던 덕분인지, 각각의 묘사에서 '아, 이 성격의 이런 점!' 등을 떠올리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뒤편에 실린 MBTI 신뢰도에 대한 부분이 내가 평소 MBTI에 가지고 있던 의문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물론 『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 안의 내용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본 개념을 충실히 풀어내면서도, 직업이나 의사소통방법, 스트레스의 관리, 감정이나 갈등을 관리하는 법까지를 아우르고 있기에,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요즘 '젊은이들의 첫인상 소통법'이라는 MBTI가 그저 재미나 타인을 평가하는 도구가 아닌,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타인을 널리 포용할 수 있는 한 도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의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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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신 - 로컬 브랜딩 전략 '서울을 따라하지 않는다'
이창길 지음 / 몽스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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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을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 가장 편안하고 게으른 방법이다. 잘못됐을 때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 탓을 할 수 있다. (...) 다수결은 공평하고 민주적이기에 다수결이라는 말에는 “옳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결이 옳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무난한 것은 팔리지 않는다. 무난한 것은 이미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난한 것을 즐기기 위해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일은 없다. 김밥천국에서 파는 김밥을 먹기 위해 다른 도시를 방문하지 않듯이 말이다. (p.209) 

 

 

얼마 전 한 기사에서 서울을 벗어나 사업을 펼치는 청년들의 인터뷰를 본 일이 있다. 나 역시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지만, 소도시의 경제가 어떤지를 직접 체감하고 있기에 그저 몇몇 청년들의 눈에 띄는 무엇이냐고 생각하고 이내 기사를 닫았던 것 같다. 그렇게 까마득히 잊고 있던 '개항로 프로젝트'를 다시 만난 것은 몽스북의 신간 『로컬의 신』에서였다. 

 

일단 표지가 너무 강렬하여 시선이 갔던 『로컬의 신』. 이 책은 서울을 벗어나 제주, 부산, 인천 등에서 여러 프로젝트로 로컬 비즈니스도 아이템만 훌륭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의 책이다. 책을 휘리릭 둘러보고서야 요즘 해시태그에서 자주 만나는 여러 '핫한 장소'들이 그의 창조물이었음을 깨닫고, 부지런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로컬의 신』은 단순히 로컬에서 사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딩을 목표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만나보면 좋은 책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방향성,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것 등 무척이나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책을 읽으며 무척이나 인상적인 문구가 많았는데, 그 문구들의 공통점은 “확신”이었다. 『로컬의 신』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가 느끼겠지만, 작가는 “~하면 좋겠다.”, “~는 좋을 것 같다”라는 투의 문장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단단하고 확고한 문장을 사용하는데, 이게 꼭 '굳은살'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하다못해 연필 쥐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려고 해도, 수없이 글씨를 써야 생기지 않나. 작가는 여러 번 반복하여 부딪히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고 차근차근 쌓아갔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온고지신'의 마음이었다. 대부분은 과거의 것을 털어낸 후에야 새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나.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시로 인테리어를 하고, 건물을 짓고 부시고, 보도블록도 파헤치고 다시 까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나 역시 예전에는 그런 생각과 행동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작가는 로컬에 있는 것으로 로컬에 없는 것을 연결하고,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의 솜씨에 나의 실력을 얻는다. 그래서 더 새로운 것,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득 최근 유행했던 많은 것들을 떠올려보다가 익숙하고도 새로운 것이 아니고는 타인의 사랑을 끌어내지 못했지 않나 싶어지며, 지켜야 할 본질과 바꾸어야 할 것을 적절히 배치하는 기획이야말로 창조보다 아름다운 것임을 새삼 느꼈다. 

 

또 『로컬의 신』에서 무척이나 대단하다 느낀 것은, 자신이 오래도록 쌓아온 노하우를 정말 대방출한다는 것. 어떤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돈 받고 파는(!) 기술을 작가는 그냥 막, 완전히 풀어놓는다. 나 역시 그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을 브랜딩하기를 위해 바꾸어야 할 것들과 계획해야 할 것들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의 말이 정답은 아니다. 아니, 정답이었다고 해도 금방 바뀌는 것이 세상이니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을 찾는 사람이 다음 '개항로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로컬의 신』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왜냐면 이 책은, 자신의 멋에 겨워 일단 출간하고 본 가벼운 느낌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르기 몰라도, 스스로라는 브랜드에 먹칠할 책이라면 아예 출간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싶은 단단한 문장과 철학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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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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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이미 전화기 속 세입자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셔터를 연사해 마음에 드는 순간만 골라낼 수도 있다. 그런 마당에 필름 카페라는 참 불편하고 무능하다. 너무 가까워도, 조금만 어두워도 피사체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 게다가 너무 무겁다. (...) 그럼에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 강렬한 결과물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건 모든 게 완벽하고 안전한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결핍의 산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필름을 고르고, 뷰 파인더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묵직한 셔터를 누르고 리와인드 레버를 돌려 필름을 꺼내 시간을 묵혀두다가 나만의 빛이 태어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p.182)




며칠이나 늦게 정리하는, 지난 12월 27일, 2023년 마지막 독서 모임 이야기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 독서 모임은 각자 책을 고르고, 자신이 읽었던 책을 추천하는 형식의 독모였습니다. 무슨 책을 소개할까 꽤 길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애정하는 김진영 선생님의 책을 소개해야 할지, 한참 필사하며 읽던 김종원 작가님 책을 소개해야 할지- 그러다 우연히 마음에 닿은 것은 루시드폴의 『모두가 듣는다』였습니다. 사실 너무 좋아하는 출판사인 돌베개에서 너무 돌베개답지 않은 여리여리한 표지의 책이 올라와 있기에, 가만히 들여다보니 감성 끝판왕 루시드폴이더라고요. (이수지 작가님과 「물이 되는 꿈」을 작업하신 그 감성 끝판왕 맞습니다) 그래서 “그래, 연말에는 감성이지”하며 이 책을 냉큼 집어 들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연말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고민하던 김종원 작가님의 책도 여러 건 등장했고요.) 감정적인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가슴이 몽글해졌고,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리라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의 도서소개를 들으며 울컥하는 마음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이야기하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소개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좀 억지로 자꾸 웃었고, 독서 모임을 끝으로 이사를 한다는 한 분의 관계에 대한 문장은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과 1년간 독서 모임을 할 수 있었음이 복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빠져서, 2024년에는 도서모임을 참가할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더 하는 것으로 욕심을 부려보고 있습니다. 


어느새 새로운 한 해가 왔습니다. 달력이나 다이어리는 어느새 새것을 꺼내 들었고 새로운 기록을 위한 볼펜도 새로 들였지만, 이제는 무조건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님을 압니다. 우리의 삶도 휴대폰으로 들어간 카메라처럼 점점 편리해지고, 빨라지고, 급해지겠지만- 적어도 필름카메라가 남기는 '흔적'처럼- 마음에 무엇인가를 남기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모두가 듣는다』를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2023년의 마지막에 『모두가 듣는다』를 읽고-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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