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사람들
윤중호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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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잡지의 제호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시대"라는 잡지가 길지 않은
시간동안 존재했었다. 당시의 청소년 잡지라고 하는게 외국의 소위 스타나 국내의 연예계소식 등
주로 가벼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데 반하여 "우리시대"는 불온하다 싶을 정도로 삶과 역사,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었다.
그 잡지에서 윤중호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그가 쓴 글중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어떤 청소년 독자가 "우리시대"에 독자의견으로 "대안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쓴 것에 대해
"그건 유신시대에 모 관료가 한 이야기랑 같다"는 반박을 상당히 친절한 어투로 해주었다.
그후에는 그가 낸 시집 "본동에 내리는 비"로 만났고,이번에 "느리게 사는 사람들"로 상당히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의 글은 경박스럽게 가볍지는 않다.그렇다고 무시무시하게 무겁지도 않다. 읽는 이에게 미소짓게 하는 유머의 힘이 넘쳐난다. 저자의 삶의 내력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편안하고 쉬운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다. 삶의 쓴맛과 단맛을 다양하게 겪어본 사람은 대체로 소소한 일에 무심하고,넉넉하고 유머가 넘치는데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그가 책에서 소개한 앞,뒤골목의 스승님들도 때로는 저명한 문인들이지만,고고하고 권위적인 사람들이
아니고 술 좋아하고 장난끼 넘치는 사람들이다. 다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만은  질릴 정도로 강렬한 사람들이다. 속도와 경쟁을 중시하는 풍토는 사람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때로는 로또에 당첨되는 부질없는 꿈을 꾸거나 매일 아침 보이지 않는 사슬에 이끌려 즐겁지 않은 기분으로 직장으로 향하는 나의 일상에 조그마한 대안을 제시하여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질없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여 좋은 책을 읽고도 실천에 옮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30대에 자본주의적 때가 깊숙히 배어버린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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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새로 보기
신복룡 지음 / 풀빛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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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심해진 감기몸살로 인하여 계획에 없던 휴가를 받았다.
아침에는 곧 죽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흡곤란과 격심한 기침 등으로 고생을 했는데,
병원에 가서 주사맞고 약을 먹으니 한결 가벼워진 거 같다.
집에 돌아와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못보고 미루어 놓은 책들 중에서 신복룡 교수의
"한국사 새로보기"를 집어들고 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은 오늘 새벽 3시에서야 끝을 보고 책을 내려놓았다.
일부 내용은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예: 원균에 대한 평가, 김일성의 진짜/가짜 논쟁등), 처음 접하게 되거나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예: 첨성대가 천문대가 아니었다는 주장,최만리가 한글창제에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전봉준이 동학교도가 아니라는 주장 등등)도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다만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찬동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는데,예를 들면 성삼문과 신숙주에
대한  양시론적 입장에서 신숙주의 세조정권 참여가 현실 정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본 것은 지조 내지 양심에 충실했던 이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모두가 지조와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버릴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경험으로 느껴온 현실이기는 하지만,그에 반하여 출세를 지향하고 고위 관직에서 호의호식을 했던
이들에 대하여 현실 참여를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면 일제 시대 독립투사들과 군사 독재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위하여 살신성인한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 질수 있을까?
비록 신숙주가 많은 업적을 남긴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변절자"라는 역사적 평가를 피해갈  수는 없지 않을까? 
본서를 덮으면서 드는 잔상은 역사는 엄정한 사실이 규명되고,그 다음에 각 사관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
지는 것이 순서인데,우리의 역사는 문중의 명예(또는 이해관계)와 역사학자의 처한 입장에 따라 사실도
왜곡되고 이러한 왜곡된 사실에 의해 평가마저 엉뚱하게 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제도권 교육을 통하여 확실한 진리로 자리잡게 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으로,잘된 것은 잘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저자를 포함한 많은 역사학자들이
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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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노구찌 - DELUXE 1
무츠 도시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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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책세상에 소개된 것을 보고 구입하게 되었다.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한 쪽 손이 불구가 된 노구찌라는 소년이 갖은 역경을 이기고 의사가 되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세균과 씨름을 하다가 결국 감염되어 객지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노구찌는 보통 사람이 이겨내기 힘든 고통을 본인의 초인적인 의지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해 내고 차근차근 성공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배우고 본받을 만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구찌라는 한 개인의 성공기를 통하여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겨낸다는 이야기는 그렇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암암리에 성공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왠지 뒷맛이 개운하지 못해 몇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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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당쟁사 1 - 사림정치와 당쟁 : 선조조~현종조
이성무 지음 / 동방미디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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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을 통해 국회의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각 정파간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사안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은 상대당과 타협이나 진지한 토론을 하기 보다는 거친 욕설과 몸싸움,고성 등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텔레비젼을 통하여 그들의 모습을 시청하는 국민들은 정치라면 넌더리를 내게되며,역시 우리나라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거라는 속설이 맞음을 확인하게 된다. 대화와 타협을 민주정치의 주요한 운영방법으로 볼 수 있겠지만,사회의 각 영역에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짜와 버티기가 오히려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방법으로 주로 활용되는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정치인들 (이들은 곧 유학을 공부한 학자들이기도 하다)은 자신이 공부한 학문을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하여 유학이라는 무기를 활요하였으며,사람의 생각이 다 똑같을 수 없고 성장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유유상종의 차원에서 붕당을 조성하여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적과의 대립을 해소해 나간 방편으로 삼은 것 같다. 다만 당쟁이 격화됨으로 인하여 게임의 룰을 깨버리고 상대당의 말살을 획책한 행태와 극히 소모적인 논쟁에 치우친 부분은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정치판과 사회 각 영역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대립의 해소를 위하여 과거 선조들이 치열하게 전개했던 당쟁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은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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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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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에 대해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다지 관심이 많지도 않았고,먹고사는데 바쁘고,제대로 듣거나 볼줄아는 식견도 갖추지 못했고,하다못해 주변환경도 받쳐주지 않았던 점(집사람도 나만큼이나 무관심하다..오히려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 등등의 핑계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왔던 것 같다. 법률,부동산,재테크 관련 서적들에 어느 정도 질려서 호기심의 영역을 확대해가면서 마주친 것이 본서이다.

사놓기는 진즉에 사놓았지만 그동안 책꽂이에 얌전히 꽂아놓았다가 주말에 책꽂이 서핑을 하다 우연히 집어들게 되었다. 우선은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여러 화가들의 명화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별 생각없이 '멋있군','이런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네'와 같은 짧은 감상으로 지나쳤던 그림들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해 나가는 것이 어렵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을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추어진 의미를 읽어내고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있게 해석해 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과정을 통해 화가가 가지고 있는 정치사상,세계관 등을 엿볼 수 있고,심지어 무의식의 세계까지 알아챌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워낙 밑천이 없는 영역에 대한 접근이라 군데군데 난해하다고 느껴진 부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림읽기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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