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런던 - 최고의 런던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한세라.이정복.이주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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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들리는 코너가 바로 여행서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그랬던 것 같다.

국경이 닫히고 숨이 막힐 것 같은 은둔의 시간들이 견디기 힘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사실 국경이 열린다해도 편히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5월, 6월 연휴에 국제공항이 북적였다는걸 보면 세계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여행 한 번 하자면 일단 비용도 문제고 휴가 맞추는 것도

문제고 일정을 짜야하는 것 모두 숙제가 된다.

이러저러 검색을 해가면서 연구를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떡하니 책 한권으로 모든게

해결될 수 있다면 떠나기도 전에 즐거운 여정이 시작되지 않을까.

 

 

'해가 지지 않은 나라' 영국은 꼭 한 번 가봐야 할 나라다.

유서깊은 역사가 깃든 나라이기도 하고 과거 누렸던 대영제국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록 브렉시티로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하긴 했지만

그래서 더 자존심 강한 영국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일정대로 3일, 5일간의 여행일정을 짤 수도 있고 공항에서부터 런던은 물론

가까운 런던근교의 가볼만한 곳과 교통편들이 상세히 나와있다.

심지어 영국식의 가벼운 영어회화도 안내되어 있다. 이렇게 친절한 여행서라니.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요리국으로도 유명한 영국이지만 의외로 건질만한 요리도 있고

영국에 관습인 에프터눈을 즐길만한 카페도 소개되어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챕터는 시대별로 간단하게 소개한 영국의 왕조였다.

수박겉핥기식의 여행이 안되려면 우선 그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도높은 공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간단한 역사를 알고 떠난 여행이라면

닿는 곳의 역사와 스토리까지 쏙쏙 들어오지 않을까.

 

그저 여행일정을 짜기 위한 정보서를 넘어서 한 나라의 역사와 삶의 모습들을 짐작할 수 있는 총정보서라고 생각한다.

더 나이먹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중에 내 아이들과 배낭여행을 떠나기가 있는데 글쎄

과연 내가 이 책을 들여다보면서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가슴 설레게 기다리는

날들이 올 수 있을까.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잠시 즐거운 상상여행을 하기에 충분한

여행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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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다시 채우고 - 삶이 어엿함을 잃지 않도록 내 속에 말을 담고, 내 안의 생각을 비워내다
이가경 지음 / 북스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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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많은 나는 살림살이중에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빨리 채우고 싶어진다.

섬에서 오래살다보니 더욱 조급한 생각이 들어서 일수도 있고 어려서부터 가난을

알다보니 게이지의 눈금이 아래로 떨어지면 불안해지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창고에는 여분의 살림살이들이 그득하다. 쌀이며 아이들 사료며 비누에

통조림까지 넉넉히 채워둬야 마음이 놓이는데 나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또 정신없는 냉장고를 맘먹고 정리해서 훤해지면 그 또한 마음이 청결해진다.

그러고보니 채우는것 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알게된다.

집안에 쓰레기를 쟁여두는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우는 일이 더 어려운 모양이다.

 

 

사계절중 여름을 가장 싫어하고 봄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가을이 더 좋은 것 같다. 다 거두어들인 들판을 보는 여유와 강렬한 여름을 견디고 이제는 휴식기에 접어드는 낙엽들을 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나와 겹치기 때문일까. 그동안 쉬지않고 잘 살아 왔으니 이제 좀 쉬어도 좋지 않냐고 스스로에게 다독거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쉬운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일들도 있다. 어려서는 어른이 되어

대접받는 일들이 기다려지더니 이제는 어른노릇도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 사람이야 어려서 용서도 되지만 연륜있는 윗사람들은 삶의 모범이 되야하고

넉넉함을 보여줘야 하니 결코 쉽지 않다는걸 이 나이가 되어보니 알게된다.

그리고 '말'의 무거움도. 언제부터인가 제법 의로운 마음으로 건넸던 말들이 결국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을 깨닫고는 점점 말 건네는 걸 주저하게 된다.

내가 누구에겐가 '조언'이란걸 건넬만큼 잘 살아왔던가. 오히려 말이 무기가 되어

상대에게 상처를 더 많이 주었을 것이다.

 

 

자신감을 넘어 오지랖이 지나친 상사를 만나 맘고생을 하는 우리 딸은 상대의 말에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아마 상대는 자신의 말이 무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들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되는지를 알게 되면 입을 좀 다물텐데.

언젠가 자신이 평생 내뱉은 말들을 다 주워담는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가.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싯구가 절로 떠오른다.

 

편한 마음으로 선택한 에세이라 부담없이 읽어가다가 오히려 저자의 양력을 살펴보게

되었다. 어느정도 살면 삶에 대한 시각이 이런 모습이 되는 것일까.

아쉽게도 자세한 정보는 없으나 저서중 마흔에 대한 것이 있는 것을 보면 그 나이는

지난 것 같다. 향기 좋은 차를 앞에두고 맘맞는 지인과 마음을 나누는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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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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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컬럼니스트의 원조격인 홍승면의 식자재나 요리를 따라가다 보니 역사를 곁들인 잘 차린 요리상 대접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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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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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 대세이다 보니 TV프로그램에 온통 맛집이 등장한다.

언제든 꼭 가보고 말리라 작정하고 킵해둔 리스트만해도 엄청나다.

요즘에야 TV든 유투브든 매체가 다양하니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금방 퍼지게 된다.

하지만 해방후, 한국전쟁이후 어수선했던 시대부터 경제발전기로 들어서기 시작한

시대의 맛집이며 요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1927년생인 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민족이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고 이후 몇 번의 혁명이 일어났으니 가장 고단한

시절을 겪은 셈이다. 이 책에서는 어린시절 가난하고 먹을거리가 없었던 어려움도

등장한다. 이후 방방곡곡에 퍼져있던 온갖 식자재며 요리법이 등장하니 맛컬럼리스트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작년, 재작년에는 가뭄이 들어 송이수확이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송이는

소나무군락이 있는 조금 습한 기운이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는데 먹어본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한 식자재이다. 나도 30여년 전 속리산 근처에서 수확한 송이를

대접받아본 적이 있으나 이후 사먹는 것은 마음먹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귀하기도

하고 비싸기도 했기 때문이다. 송이는 그 전에도 무척 귀하고 비쌌던 모양이다.

저자 일행들이 두릅이며 더덕, 송이에 왕위를 매기는 장면이 퍽 재미있다.

 

 

먹방이 대세인데다 더불어 맵방이 또한 대세다. 특히 K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맵디매운

라면들이 불티나게 수출이 된다고 한다. 우리도 먹기 힘든 매운 요리들에 외국인들이

왜 그리 환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요리의 중심에 있는 고추가 임진왜란때 들어왔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매운음식을 먹어왔던 역사가 그리 깊지 않은데 민족의 유전자속에 왜그리

매운것에 대한 부심이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나라가 두동강이 되다보니 저 위쪽의 요리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덕에 냉면이며 만두에 녹두지짐같은 것을 맛보기는 했지만

예전 그맛이기야 할까. 육당 최남선이 골라놓은 지방적으로 유명한 음식들을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엿과 제육이 개성의 유명음식이라는 것도 생소하거니와 해주의 승가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의 해석대로라면 서울의 도미국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예전의 유명요리들도 세월이 흘러 없어지기도 하고 또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런 칼럼들은 세월이 흘러도 참 재미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요리가 진화하는

과정이 잘 담겨있는 것 같다. 고전들에서 언급된 요리며 식자재들의 등장도 새롭고

예전에 있었던 요리들의 사라짐은 또한 아쉽기도 했다.

해학이 곁들인 저자의 맛평론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술안주'가 아닌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이유가 혹시 술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두툼한 책이었던데다 한꺼번에 읽어치우기가 아까워 야금야금 아껴 꺼내 읽게 되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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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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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겪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고 가뭄과 홍수와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지친 지구는 몸을 떨었고 그위에 집을 짓고 살던 인간들은 떨어져 죽거나 묻혔다.

 

 

일단 집을 잃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구호소로 흩어졌다.

서른이었던 성결 역시 구호소중 하나인 마트에 터를 잡았다. 그 전에 있었던 교회는

이재민들과 교인들간의 다툼이 이어지자 구호소를 폐쇄시켰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디를 가든 편을 가르고 싸움질을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족속인 것이다.

 


 

 

부모님과 남동생은 삼촌이 살았던 한적한 집으로 피신을 했다. 성결은 마트가 편했다.

같은 처지였던 사람들이어서 그랬을까. 그동안 굽실거리며 살았던 과거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쉘터를 만들고 보니 성안의 성주처럼도 느껴졌다.

아무리 혼자 사는 것이 좋아도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

몇 몇 마음맞는 이웃도 사귀었다. 부부처럼 보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재희라는

여자. 헬스사장이었던 아저씨에 마트 화장실에 버려진 아기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공공주택이 지어졌고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성결이 당첨되었다. 홀로 사는 남자에게 공공주택 입주 당첨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성결은 잠시 재희와 아기가 한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잠깐 행복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입주하기로 했던 집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부모가 신청한 것임을 알게

되고 늘 겉돌던 자신을 이용한 것같아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행복이 내 몫일리가 없다. 성결은 모든 걸 끝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재앙을 겪은 인간들이 모인 마트라는 곳을 통해 인간사회의 다사다난을 그려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국 인간의 사는 모습은 어디에 데려다놔도 같은 모습이 된다.

편을 가르고 완장을 쫓고 게중에 누군가는 저편이 되고 내 편이 아니면 씹어댄다.

한창 꿈을 쫓아야 하는 나이의 성결은 꿈이 없다. 지진은 그런 성결에게 잠시 다른

삶을 살고 싶은 꿈을 주었다. 하지만 미래는 어차피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삶을 끝내기로 한 성결의 선택은 당황스럽다. 불씨같은 사랑이라도 한 번

도전해보지 않고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 많이 아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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