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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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고요하고 쓸쓸하다는 뜻을 가진 적요(寂寥)라는 시인이 죽었다.

한때는 폭풍같은 혁명의 전사가 되길 꿈꾸었고 십년은 감옥에 있었으며, 그후 일흔살의 나이로

이름처럼 고요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시인의 이름으로 살았던 남자였다.

 

그보다 여섯 달 전쯤 베스트셀러작가이며 스승인 이적요시인을 그림자처럼 따랐던 서지우가

먼저 그길로 떠났었다. 시인이 사랑했던 당나귀와 함께.

 

투명하고 흰 피부에 킥킥거리며 웃기를 좋아하는 열일곱의 소녀 은교는 늙은 시인과 중년의 서지우사이에

가로놓인 다리요 과거와 미래를 잇고 사랑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다리였다.


열 살 때 가족과 단절되고 폭력으로 상처받은 시인을 감싸 안았던 여자의 하얀 옥양목 저고리에

젖어든 자신의 핏자국은 평생 다른 사람에게 열수 없었던 마음의 빗장이었고 거친 세상을 가로 질러온 나침반이 되었다.

굳이 사랑한다.라고 고백해야 할 대상이 있었다면 지하의 어둠속에 갇혀있을 때 그를 안아 유일한 혈육 아들을

낳아준 얼의 엄마뿐이었다.

 

그런 시인에게..일흔이 다된 노인에게 열일곱의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은 미친 일처럼 보였다.

더구나 그는 성골시인으로 남기위해 많은 단편과 장편의 글들을 반닫이에 숨겨둘만큼 시인으로서의

이미지관리에 능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애인이 되는 데 나이는 본원적으로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나의 열일곱과 너의

열입곱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면 그것이겠지. -107p

 


하긴 피카소가 그러했고 톨스토이가 그러했듯이 예술가들의 자유롭고 남다른 속성으로 보면

그건 뛰어난 그의 예술가적 기질로 변명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실제 어떤 화가는 자신의 마흔번째

생일날 점을 치니 아직 당신의 반쪽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했다던가. 그후 그는 손녀뻘인 여자를

만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는 상관없이 행복하게 살았다지 않은가. 정작 그가 두려워했던것은

나이차에 대한 시선이었을까.  아님 시인으로서 고결하지 못하다는 평가였을까.

이미 여자를 가질 능력을 상실해 버린 남자에게 사랑은 고통이고 두려움일 것이다.

 

‘남자들은 섹스를 통해 환상을 현실로 만든다’ -120p

 

여자들이 종종 섹스를 통해 환상에 빠지는 것과는 다르게 남자는 사랑이전의 현실이고 본능일 뿐이다.

물론 사랑이라고 믿는 여자가 나타났다면 좀더 그 본능이 자주 발현될 뿐인.

그럼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시인의 욕망은 번번히 실패했고

무능의 성(性)보다 봄풀같은 자신의 순결한 신부를 더럽히고 싶은 욕망에 절망했다.

 


한때는 고결한 시인을 사랑했고 존경했으며 자신도 그와 같은 길을 걸으리라 다짐했던 영원한 작가지망생

서지우는 어쩌면 시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자유롭게 자신의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대추씨같은 능력일지라도 따뜻하고 바람이 드나드는 땅을 만나 열매를 맺을수도 있었을텐데 거대한 바위를 만나

미처 뿌리를 내려보지도 못하고 결국 도둑작가로 막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시인이 가졌던 모든 것을 존경했지만 결국 은교로 인해 질투에 사로잡힌 그는 시인이 사랑했던 은교였기에

그녀를 더욱 차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인이 간절히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은교를 가지는 일만이 그가 그동안 시인의

그림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열등을 깨부수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가질 수 없었던 그가 정말 열등을 부수고 행복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강렬한 갈증에 마셨던 바닷물처럼 그를 더 목마르게 했던 그녀였으므로..

 


도무지 난 은교를 모르겠다. 마지막 이사 장면에서 그녀의 양팔에 안겼던 두동생을 보살폈던 어른스런 맏언니였고

고결하고 조용한 시인과 그를 연모하는 또다른 남자를 흔든 그녀는 너무 어렸고 남자를 목마르게 할 팜므파탈의 요부도,

단아하고 고상한 숙녀도 아닌 그저 ‘앙녕하세요’라고 킥킥거리며 인사하는 열일곱의 계집애일 뿐이니까.

때밀이를 하면서 세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짐을 덜기위해 청소아르바이트를 하고 ‘할아부지’시인을 좋아하면서도

서지우에게 몸을 여는 맹랑한 여고생일 뿐이니까.

 


평생 아침을 나눠먹는 단란한 가족간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시인에게 ‘은교’와 ‘지우’는

가족이었고 사랑이었다. 재능없는 제자를 보며 어쩌면 안타까움보다 자신의 우월했던 재능을 만끽하고 싶었던...

오만과 이기의 시인이었지만 감춰둔 반닫이 장의 작품들은 밖으로 드러나 그를 빛나게 했던 시(詩)보다 어쩌면

더 순수하고 감동스런 그의 내면이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길에 그는 이모두를 태움으로써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그의 속내를 끝내 감추고 말았다.

서지우의 이름으로 발표된 ‘심장’과 그가 훔쳐낸 두어편의 작품을 빼면말이다.

 

서지우는 눈물로 부옇게 흐려진 눈속에 사랑했지만 버려진 기억을 담은채 형벌처럼 떠났다.

 


시인은...자신이 지정해 놓은 길만 가는 당나귀를 타고 서지우가 마지막 길을 떠났다는 죄책감을 안은채...

극락으로 가는 최정상의 수미산에서 굴을 파고 쐐기풀을 먹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밀라레파처럼, 살면서 내내

무덤과도 같았던 자신의 집이 아닌 스스로 파두었던 ‘적요굴’에서 시인은 눈을 감는다. 은교로 하여 간절하게

젊음과 조우하고 싶었던 시인은 끝내 자신의 예약해둔 죽음의 마차에 올라 호텔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말을 듣지 않은 몸뚱아리도 없고 예약된 자리라고 자신을 내치는 라이브카페도 없는 그런곳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은교와 팡파레를 울릴 것이다. 마침내.

 


남겨진 두권의 노트와...아니 그녀가 태운 두권의 노트는 재로 남고 은교가 남았다.

태운다고 태워 없어질 흔적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하지만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될 두사람의 흔적을 태우고 자신의 가슴에 묻은 은교는

무엇을 붙들어 남은 삶을 매듭져야 할지 모르는 검정끈처럼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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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최하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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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여행기의 제목이 소련이 아닌 '러시아'인 이유는 제국이었고 '철의 장막'이었던 시절의 예술가들을 만나야했기 때문이다.

시인인 저자가 러시아 예술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조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지 그의 여정을 통해 잘 드러나있다.

거장인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안톤체홉과 음악가인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저자의 깊이 있는 문학과

예술에 대한 감각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거장들을 만나기 위해 노구에 지병까지 있는

불리함에도 굳이 러시아를 두번씩이나 찾았던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러시아의 작가들을 연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인내심없이 러시아를 여행하기는 어렵다더니..여전히 공산주의시절의 잔재가 느껴지는 러시아의 딱딱한 분위기가

그를 힘들게도 했지만 그의 열정적인 발걸음을 붙들지는 못했다.

 



 

'죄와벌''카라마조프네형제들'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도시 페테르부르크는 그말고도 많은 거장들이 태어나고 잠든곳이다.

'카라마조프네형제들'을 집필한 책상과 그위에 놓여져 있는 2시9분을 가르키고 있는 멈춘시계를 보면 작가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느껴지지 않을까. 재정러시아시절의 거장들은 하나같이 도박을 좋아했던가 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얼마나 도박을

좋아했는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니..그가 좀더 일찍 그리고 오랫동안 도박에 몰두했다면 더 많은 그의

명작을 만났을지도 모를일이다. 농민과 함께 호흡하고 농토도 돌려줄만큼 너그러웠던 톨스토이역시 재산을 거덜낼만큼

도박을 좋아했다니..거장들을 사로잡은 도박의 매력이 나도 궁금해진다. 혹시 좋아하다 보면 글이 마구 써지지 않을까?

스스로 톨스토이의 사도라고 밝힌 저자는 아주 오래전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톨스토이의 정신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고백한다. 농노의 아내를 겁탈하고 살림까지 차리고 싶어했던 위대한 작가의 어두운 일면마저도 그의 사랑을

퇴색시키진 못한 모양이다.

 



 

'안톤체홉'하면 나는 벚꽃나무가 떠오른다. 실제로 그가 살았던 집마당에는 벚꽃이 지천이란다.

그옆집에도, 언덕 아랫집 마당에도..하얗게 날리는 꽃잎을 보면서 '바냐아저씨'와 '벚꽃동산'을 구상했을것이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정원사가 되고 싶었다는 체홉의 정원은 그와 그의 아버지의 체취가 묻어있었다.

잘웃고 자상하고 다정했던 의사이기도 했다는 체홉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그립기도 했겠다.

유독 많은 예술가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폐병'으로 죽어가면서 하필이면 독일어로 'Ich sterbe'(나는 죽습니다)

라고 말했을까.

콧수염이 멋진 영화배우 오마샤리프와 하얀 눈밭과 기차..바로 이장면이 안톤체홉의 대표작 '닥터지바고'의 한장면이다.

어려서 본 작품이지만 문득 벚꽃나무와 더불어 우리는 하얀 눈밭을 기억할것 같다.

 

나도 언젠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싶다. 누군가 남북통일이 되어 서울역에서 시작되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보고 싶다던 말이 떠올랐다.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나는 시간의 개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끝없는 시베리아평원을

달려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당도하고 싶다. 저자의 불평처럼 뚱뚱하고 웃지않는 공항검색대원이 맘에 들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러시아대륙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음울하고 추운 러시아의 몸뚱아리를 낱낱이 보고 싶기때문이다.

침묵을 좋아한다던 저자처럼 잔잔하고 조용한 여정을 따라 두번씩이나 떠다 먹었다던 러시아식 요구르트를 맛보기 위해

나도 언젠가는 동토의 땅 러시아를 가볼것이다. 물론 그전에 적어도 이책에 주인공들인 거장들의 작품을 반드시 다읽어봐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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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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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으로만 억압받고 멸시받는 시대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었다.

세계인구의 반인 여자의 불평등도 아직 여전하다. 하물며 흑인여성으로서 1928년에 태어나 자아를

잃지 않고 당당히 살아간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세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아칸소 주 스탬프스의 친할머니집에서 자라야 했던 흑인

여자아이의 삶은 생각만으로도 암울해진다. 왜 못된 남자들은 여린 꽃잎을 짓밟듯이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고 평생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

오프라 윈프리가 그러했고 저자인 마야 안젤루가 그러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여자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저지른 죄가 한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평생 어떤 굴레가 되는지..그들은 알기나 할까.

 

 



 

이책은 아들 하나만 낳은 저자가 세상의 모든 딸에게 보내는 메세지이다.

비록 이혼의 상처는 있었지만 훌륭한 사업가로 부를 일군 어머니에게 기댈수도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열여덟살에 아들을 얻은 어리고 가난한 미혼모였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열정이 넘쳐 요리사, 댄서, 가수로 전세계를 떠돌며 살게 된 그녀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할머니에게

맡겨진 자신의 아들이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할까 정작 사랑하는 아들은 보살피지도

못하는데...그녀는 낙담했고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대제국 미국은 소심하기가 이를데 없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끌고간 흑인들에게 인색했고 1920년이

되어서야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흑인들에게 좀더 보수적이었던 남부에서는 1960년대에서야 참여할 수

있었을만큼 흑인의 인권은 형편없었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은 오히려 교육의 기회도 지배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 와중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은 아름답고 씩씩하다. 결국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로 수많은 분야에서 빛을 발했던 그녀가

지구의 모든 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되 천박하지 말아라. 어디에 누구와 있든 주눅들지 말고 친구로

만들어라. 물론 세상은 여자들에게 친절한척 하지만 결코 자신들의 영역을 다 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푸념은 하지 말아라. 푸념은 가까운 데 먹이가 있다는 걸 사나운 짐승한테 알려주는 것 밖에 안되거든.

죽기 전에 이세상을 위해 뭔가 근사한 일을 하는 것도 잊지 말고. -11p

 

그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부당하고 억울한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온 그녀가

하는 말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코와 젖꼭지와 혀에  피어싱을 한 실험정신이 강한 세대들에게 자식들이 어쩌다 거기에 구멍이 생겼냐고

물어보면 변명할 거리를 미리 준비하라는 어쩔 수 없는 7순의 할머니의 꾸짖음이 느껴져 슬며시 미소짓게 된다.

늙어가는 그녀의 말이 여전히 반짝거리는 것은 아무 장식없이도 스스로 빛났던 그녀의 삶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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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 겸손의 미덕으로 미래를 바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8
박근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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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中國)의 공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세계최고의 인구를 가진,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찬 나라이름처럼 세계의 중심에 우뚝선 나라가 되었다.
삼국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호걸영웅들의 이야기이며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의
역사서이다. 이 수많은 나라와 영웅들이 사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중국은 동양최고의 나라이며 지금은 전 세계의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그야말로 거대한 용의 나라가 되었다.
단순히 자원을 소비하는 나라가 아닌 지구촌의 필요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하다.
과거에 우리나라가 담당했던 역할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값싼 노동력과 효율높은 
생산력으로 급격하게 부(富)를 쌓아가고 있는 무서운 나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세계의 판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라면 결국 거대한 지구촌의
촌장과도 같은 의미가 된다. 과거 치열한 권력다툼과 혁명의 피비린내를 풍기고 모택동이
중국의 기틀을 세우고 등소평이 과도기의 중국을 명분과 실리로 잘 이끌어 왔다면 지금의
후진타오는 공산당이라는 집약적이고 보수적인 정신과 중화민족의 자부심을 살리면서 자본
주의의 번영을 교묘하게 버무려 번영으로 이끄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 후대의 역사가들은 후진타오를 도약을 기틀을 만들어 비상의 날개를 달아준 지도자라고
평가하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번영의 기틀을 이루었듯이말이다.

노력하는 사람과 운좋은 사람중에 누가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운좋은 사람이라고
대답할 만큼 타고난 운수는 한사람의 운명뿐아니라 자신이 속한 나라와 전세계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너무도 잘알고 있다.
하지만 후진타오는 타고난 운도 좋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는 양수겹장의 명장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명문대인  칭화대의 수리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했으나 자신과의 뜻과는 다르게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산당에
입문하고 정치가의 길로 들어선 과정을 보면 마치 예정된 시나리오가 있어 마침 품성좋고
능력있고 노력하는 한 사나이가 차곡차곡 길을 밟아온것과 같은 여정이 잘 그려져 있다.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한때는 억압과 폭력이 용인되고 어쩌면 더 효과적으로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겸손과 미덕의 후진타오같은 지도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당연히 그시대가 필요로 했던 인물들이 나라를 이끌어 왔으며 그 순리를 
따르지 못한 나라들은 멸망하거나 후진국으로 낙오해야 했다.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지금의 중국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중국의 몇백분의 일의 자원으로 성공한 우리나라가 새삼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웃을 잘만나야 한다는 말처럼 바로 이웃한 중국의 상황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수 있으므로 단순히 중국의 지도가가 누군지가 남의 나라의 먼산보기일수가 없는것이다.

어린나이에 최고의 학부만을 이수한 명석한 두뇌와 어머니를 대신하여 가정을 이끄는 성숙함에 항상 먼저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지혜와 늘 겸손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그의
리더십에 감명받았고...정치가로서 티벳의 독립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악역을 맡기도 했다는 그의 과거에...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세계최고의 지도자를 향한 그의 야심이
느껴져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새삼 무섭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히 겸손과 미덕으로만 세계최고가 될수는 없었을것이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고유의 품성을 포기하였든 숨겨진 냉혹함이 발현되었든 그가 중국의 지도자가 되기위해 준비하고 기다린 시간들은 절대 낮게 평가할수 없다.

’미래 중국의 지도자로 커나갈 청년 간부라면 언제나 반듯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명예욕에 들뜨지 않으며, 간부라는 폼을 잡지 않고 인민대중과 눈높이를 맞춰 마음을 나눌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실속있는 성과를 추구하고 인민대중에게 헌신하며 언제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을 기본 자세로 삼아야 합니다.’-202~203p

아마 자신이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당히 말할수 있었을 이말은  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는 원만하면서도 치밀하게 준비해온 대단한 야망가라는걸 알수 있다.

자신이 쌓아온 성을 잘 지켜주기를 바라는 성주의 마음처럼 차기의 후계자를 키우고 있다는
후진타오는 저자의 말처럼 재능인 칼과 겸손의 칼집을 가진 지도자임은 틀림이 없다.

제나라의 역사와 정치도 골치아파하는 요즘사람들에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와 정치가
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이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사람들과 현재를 살고 있는 세계인 모두가 주목해야 할 책이다.   



더구나 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정,제계의 리더들의 육성이 담긴 '명연설 베스트 6'의
CD까지 들어있으니 때때로 느슨해진 삶을 이연설을 들으며 단단히 조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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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정도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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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속에 사막이 있다. 한때는 커다란 산이었을지도 모를 모래가루가 쌓여 다시 산이되는 그런 사막!

 




 

세상 어떤 문명의 이기로도 손쉽게 건널수 없는 그곳에는 오로지 낙타만이 어떻게 사막을 건너야 하는지 알고있다.

사나운 바람으로 길이 묻혀도 그네들은 바람의 냄새만으로 혹은 태고적 기억으로 용케 내가 건너야 할 그고비를

묵묵히 건너게 해주는 안내자이다. 자신의 몸과 혼을 나누어 태어난 아들에게 몽고의 사막땅을 건너 흉노가 그렸다는

암각화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아버지가 열여섯해를 살다 하늘도 떠나버린 아들과 함께 떠난 기행문이다.

아니 치유되지 못한 아픔을 이기고 보내지 못한 아들을 떠나보내는 진혼굿이고 씻김굿이다.

 

다른 아버지보다 달랐던게 있었다면 밥이 안되는 글을 쓰고 상금 5천원을 걸고 어린 아들과 국토대장정을 감행했던

무모하고 용감했다는것 밖에...그의 아내의 말처럼 철이 덜난 남자였을 뿐이다.

오히려 다른 어떤 아버지들보다 아들과 소통한다고 믿었고 그녀석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끔찍하게 지하철에 몸을 던진 아들의 소행은 그의 옆구리에 높은 절벽을 만들었다.

때로는 유체이탈을 하듯 공중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일들이 생겼고 끊임없이 그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상상에 빠졌다.

그리고 손톱을 세워서라도 절벽을 긁으며 다시 올라오기위해 테비시로 향한다. 미술을 하고자 했던 아들녀석과

꼭 함께 가겠다고...녀석이 죽기 열흘전 약속했던 그곳으로 말이다.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답다고 했지. 우물이 숨어 있어서...하지만 몸밖의 사막이든 몸안의 사막이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노을지는 어느 한때 별이 쏟아질것 같은 깜깜한 밤에 잠깐 아름답다고도 생각했지만 뜨거운 한낮의 태양앞에서는

낙타보다도 못한 인간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가혹한 땅이었다.

가지 않으면 도저히 평생 아이를 놓아주지 못할것 같아서 아비는 죽은 아들녀석을 불러내어 같이 사막을 건넜다.

분명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그아이는 여전히 아비를 시시하게 여기고 MP3에 몸을 흔들거리는 보통의 아이이건만

제나이에 비해 허영이 너무 컸어. 윤활유같은 허영정도였다면 지금쯤 너는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뺑뺑이를 도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아비의 곁에 있었을 것을...아비역시 목숨걸고  건넜던 그 황량한 사막땅을 뒤로하고 결국 너를

만났잖니...너도 언젠가 너를 닮은 아들녀석을 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무심했을까. 꼭 그길이어야만 했을까. 아비는 듣고 싶었다. 왜그랬냐고. 후회스럽지 않았냐고.

너를 사랑했던 가족들과 헤어져 그곳에 가니 더 행복하냐고...하지만 아비는 많이 묻지 못했고 아이는 적은물음에도

대답이 없었다.

 

'이 고비를 넘으면 바람에 날려가는 모래먼지처럼 내 생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175p

 

나역시 시간이 모든 기억들을 지우고 아비와 아이의 소망처럼 생을 리셋하고 싶다.

아비가 살았던 역사의 소용돌이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너무 깊었다. 허무하게 보내버린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버려졌던 어린시절의 슬픈 기억도 낙타를 불러 하늘도 떠난 아이와 함께 그렇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입속에서 서걱거리는 모래를 내 뱉으며 이제는 단단한 땅위에 서서 이렇게 외쳐주었으면 좋겠다.

 

'초원에선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어. 그저 현재를 열심히 사는거지. 우리는 언제나 불안한 시간 속에서 살지.

죽음은 삶처럼 흔하니까. 그게 자연이고.'-38p

 

죽음처럼 깊었던 어제로는 떠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아비가 정신을 차려 이렇게 큰소리로 외쳐 주었으면 좋겠다.

 

'개찬타 개찬타 개찬타..' 그의 황량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주문을 외우면서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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