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무작정 책이 좋았다. 학교 도서실이며 청계천 헌책방을 들락거리면서 막연히

’이담에 서점을 하면서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했었다.

다른 욕심은 크지 않은데 서점에서 만나는 책을 보면 지금도 맘이 설레고 마치

백화점에서 명품가방을 보면서 침을 흘리는 젊은 여자들처럼 자꾸 욕심이 난다.

저자의 말처럼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들은 과감히 덜어내야 하는데 꾸역꾸역

모아놓은 책으로 집이 비좁기만 하다. 그래도 그책을 보고 있노라면 배가 부르다.

 



 

이런 나에게 ’책 제대로 읽기’를 가르치는 참고서가 등장했다.

’’독서법’이 얼마나 딱딱한 테마인가? 세상에 독서법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멋대로 읽어도 좋으니 그저 행복하게 읽는 것이 최고의 독서법이 아니겠는가?’ -157p

 

그러게 많이 읽고 행복하면 될일이지 무슨 지침서가 필요해...하는 나에게 또 한마디 한다.

’다만 더 행복하게 읽는 데 새끼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이 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라고 슬쩍 이책의 필요성을 흘린다. 교묘하다고 할까. 하긴 제대로 읽는 법을 안다면 점점 책을

읽고 행복할 시간이 줄어드는 요즘에 시간도 아끼면서 행복은 배가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겠다.

 

참으로 책을 좋아하고 이책을 쓸만큼 똑똑하기도  한 저자의 ’책 읽는 법’을 펼쳐보니,

 

일부러 ’책읽는 시간’을 정하지 말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라. 출판사의 색깔을 주목하라.

그리고 번역자를 선택하라...등등...얼핏 내가 필요하거나 이미 행하고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출판사들만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좋아하는 출판사가 생겼고 번역서의 경우에는 번역자가 누군지를 보기 시작했다.

흠..이쯤이면 입문은 한셈인가보다.

두껍고 난해한 책에도 도전하라..이부분은 지금도 내게 어려운 주문이다. 들고다니면서 책을 읽는편인

나에게 두꺼운 책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내용은 더욱...피하고픈 얄팍함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책에 양서가 많다는데..스스로 고도의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놓치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반드시 독서노트에 정리하여 단순히 모래성이 될 지식을 붙들어 두어야 한다. 물론 이말에는 100%

동감이다. 자신의 기억이 무한대라고 믿는 사람만 빼면 책을 읽는 모든이들에게 권할만한 일이다.

 

이렇듯 저자는 느긋히 즐기던 책을 좀더 깊이 바라보고 느낄수 있는 법은 물론이거니와

애초에 내몸에 맞는 책을 고르는 법부터 아직 읽지 못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독서목록까지

세심하게 알려준다. 아쉽게도 그중에 내가 읽은 책은...두어권 뿐이다. 그동안의 책 선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더라도 난 후회는 없다. 이곳까지 와서 이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성공한 셈일테니까. 물론 나는 저자가 골라놓은 책들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혜안이 밝아지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볼일이다.

 

’책읽기는 글쓰기와 함께 발전하거나 함께 망한다. 글쓰기에 도전하자. 그렇지 않으면

글쓰기와 독서가 동반 자살한다.’ -150p

 

편하게 읽고 느긋이 잊어버렸던 그동안의 독서는 이제 틀린것 같다. 독자의 리뷰를 유심히 보고

책을 골라보라던 말에  내 리뷰가 성실해질것만 같은 예감도 들지만 ’동반자살’이라는 저말에 어찌

가슴이 뜨끔하지 않겠는가. 아마 저자도 이책에 올라온 독자들의 리뷰를 매일 들여다 볼것이다.

지금 이글도 보고 계셨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명대사 일본탐정기
박덕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세에 영웅난다'라는 말이 있다.

반도의 길목에 자리잡은 우리민족의 땅덩어리는 무수히도 짓밟혔고 다행히도 살아남았다.

그중 가장 참혹했던 임진왜란중에 빛났던 영웅들이 있었으니 이순신과 권율과 같은 장수 뿐아니라

마땅히 산에서 성불하고자 했던 승려들도 칼고 창을 들고 싸웠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하긴 살아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살생을 금하는 승려가 전장에 뛰쳐나와야 했던 현실을

이해못하고 더욱 산으로 들어갔던 승력도 있었음을 탓할 수는 없을것이다.

 



 스승인 서산대사와 함께 왜구를 물리친 유정 사명대사가 왜란이 끝나고 6년후에 벌인 또다른

전쟁에 관한 기록이다. 얼핏 제목으로만 보면 대승이신 사명대사가 무슨 사심이라도 있어 정탐을

벌인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이의 10만양병설까지 묵살하고 느긋했던 선조와 조선의 조정으로서는

된통 혼이난 후에 혹시나 하는 염려는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계속된 정쟁에 인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왜구의 침입으로 인해 그나마의 인물들도 별로

남지 않은 조선으로서는 비록 산으로 내쫓긴 승려이기는 하나 큰스님 유정만한 사신이 없었을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정치와는 무관하게 덕을 쌓은 승려인데다 왜구를 벌벌 떨게했던 승군대장으로서의

유정이라면 일본으로서도 딱히 시비를 걸 이유가 없는 인물이었을테니 말이다.

 

과연 산속에서 정토의 세계를 추구해야 옳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라와 민족이 없는 정토가 무슨의미이겠는가. 나는 유정의 이런 합리성이 좋다.

어려서 불을 때는 방안에서도 이불을 쓰고 덜덜 떨고 있었다는 신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어서가

아니고 큰스님으로서 법문으로 대중을 감화시켜서도 아니고...불(佛)을 억압한 유(儒)까지도 섭렵하고

껴안고 교류하고 터득해버린 그의 영민함과 인간의 마음과 시대를 뒤흔드는 그어떤 사상에도 휩쓸리지

않는 담대함이 좋았다. 물론 그의 이런 담대함은 자신을 극복하고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만이 가능한

이야기일테지만.

 

'유학이 칼로 세운 일본의 죄를 씻어줄 학문이기는 하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면

그역시 칼의 학문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323p

 

성리학을 숭상했던 유교국가 조선이 끝없는 당쟁의 피바람속에서 서로를 할퀴고 죽어간 인물들이 진즉

이 말을 새겼더라면 조선의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참으로 한심한 왕들로 인해 우리민족들은 억울한 일을 수없이 당했다. 인조도 그러했고 선조도 그러했고..

그나마 훌륭한 참모들로 인해 나라를 구했건만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그들에게 질투를 느끼고 내치는

군주의 모습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후의 비참한 상황에서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적국으로 향해야

했던 노구의 유정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과연 일본이 더이상 조선을 침범치 않겠다는 약조는 받아낼 수 있을까.

전과에 대한 뉘우침보다 얼른 교류나 해보자고 달려드는 일본의 영약함을 어떻게 깨닫게 하고 해답을 얻을 것인가.

 

'일본인들은 우선 겉으로는 상대를 받아들이고 또 자기 뜻도 분명하게 밝힙니다. 일본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한 번 뱉은 말은 끝까지 지키려는 습성이 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진짜 서로 마음을 터놓은 사이가 아니면 섣불리 본심을 드러내지 않지요. 이점 일본인들을 상대할 때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합니다.' -180p

 

일본인의 근성을 제대로 설명한 말이다. 절대 그들의 친절에 맘을 놓아서는 안되는 것임을 우리는 안다.

결국 그들의 야욕은 후대에 이빨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왜구에게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쇼군인 도쿠카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침략국

일본을 질책하고 그에 합당한 해법을 제시한 큰스님의 위엄이 그대로 느껴진다.

글을 아는 인물도 드물었다는 왜국에게 남겼다는 그의 글은 지금도 우리 삶의 지표가 되어 마땅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어도 홀로 깬 사람이 되어라!'

 

명명백백한 역사적 사실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 우리의 무고한 백성과 무수한 재물을 빼앗아간 침략국의 지휘자들을 설득해서 포로 3천의

송환을 약속받아온 유정을 존재를 깨우기 위해 수년간 자료를 모으고 살려낸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남편의 수상한 여자들
브리짓 애셔 지음, 권상미 옮김 / 창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확실히 우리의 문화와는 다른 색채의 결혼과 가족문화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하니 열여덟살의 나이차이야 요즘에는 문제가 될수도 없다고 쳐도

4년간의 결혼생활중 세 번의 바람을 피웠고 화가나 별거에 들어간지 6개월여 만에

죽어간다는 소식이라니..이건 정말 해도 너무한 악재뿐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싹싹빌어도 다시는 만나지않으리라 결심했건만...죽어간다니..

물론 6개월전에 내손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던 분노는 잠시 접어두고 임종을 맞는 남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끔찍하기만 하다.

 

하지만 콕사키바이러스로 유발된 급성 신근염으로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죽음과 마주한

남편을 그대로 보낸다는건 한때는 사랑했었고 아직은 아내라는 자리에 있는 루시에게는

삼킬수도 없고 뱉을수도 없는 쓴약과도 같은 현실이다.

 

어렵게 맘먹고 바쁜 회사일도 접은 채 돌아왔더니..남편은 한장의 리스트를 내민다.

남편의 옛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려달란다.

그리고 사실은 결혼하지 않았지만 옛여자와의 사이에 아내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도 있단다.

처음에는 연약해보였던 고구마 열매를 막상 캐어보니 쉴새없이 줄줄이 엮어나오듯이..

죽어간다는 이유로 이렇게 막나가도 되는거야?

 

결국 술한잔을 걸치고서야 리스트에 나온 여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지옥에나 가라'는 여자들이 더 많다. 은근히 고소해진다. 어떻게 살았기에 이모양이야.

루시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는것을 거절한다.

역시 유산을 일부 주기로 하고 만날 약속을 받아낸다.

아니 이렇게 착해도 되는거야?

드디어 여자들이 도착하고 남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전화를 받았던 과거의 여자들도 막상 죽음의 문턱에 선 옛남자를 그렇게 보낼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이럴때 써먹으라고 있는말이 아니어야 했는데..

그녀들은 죽어가는 남편과 옛애인을 위해 장례를 준비하고 과거에 청산하지 못했던 감정의 정리까지

손을 걷어 부치고 해결해 나간다. 어쨌든 그남자가 죽어간다잖아...

동지애를 멋있게 발휘하면서...결국 그남자는 떠났다. 물론 장례식에는 남편의 아내였던 루시와

옛여자들의 들어차 발 디딜틈이 없다. 흠..가는 사람이 눈이나 제대로 감았는지 모르겠네.

꽃밭을 두고 가려니 발이 떨어졌을까.

 

요즘 우리나라도 막장드라마가 인기이긴 하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도무지 이해될 수 없는 '내남편or

옛애인 편안하게 저승보내기 프로젝트'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빌어먹을...도대체 미국여자들은 죄다 쿨하기로 약속을 한거야?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바람핀 남편을 그렇게 어여삐 옛여자들까지 불러서 죽음의 길을 갈수 있게 하다니..

아티! 당신 대단해. 그곳에 가서도 그버릇 못버리겠지? 하지만 당신의 안목은 높이 사주겠어.

어찌 그리 착한여자들만 골랐던거야. 그러게 너무 힘을 빼니까 일찍 갔잖아. 반성해!

 

'죽음은 어떤것도 용서된다'는 선례가 남겨질까봐...우리나라 남편들이 볼까봐 숨겨둬야 할 책이다.

대한민국 남편들 바람? 국물도 없어. 이건 미국에서나 있는 아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무리들'이라구.

헹여나 우리나라에서 어찌해보겠다는 생각같은건 꿈도 꾸지 말라구.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샹해요 2010-05-1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합니다.
 
아마존의 눈물 - MBC 창사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김윤정 지음, kyomong 그림, MBC「아마존의 눈물」제작팀 원작 / MBC C&I(MBC프로덕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 중 20%를 만들어 내는 아마존.

아마존을 최초로 탐험했던 사람은 에스파냐의 군인이었던 오레야냐로 페루와의 전투에

참여했던 그가 우연한 기회에 아마존강을 따라 대서양으로 나오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여전사 부족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 여전사 부족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마조네스'와 많이 닮아,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답니다.

 

이제 지구상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그리고 이 아마존의 밀림지역의 일부만이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밀림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릴만큼 산소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마존이 인간의 탐욕으로 점차

파괴되고 그곳에 오랫동안 생활하던 부족들이 줄어들거나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핏보면 우리와 다른 문화때문에 미개인인것 처럼 보이지만 그들나름대로의 질서와

문화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명의 아내를 가질 수 있고 턱에는

불편해 보이는 뽀뚜루를 끼고 살아가는 조에 족은 점점 줄어드는 사냥감에 식량이 부족함에도

사냥한 동물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풍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 사냥감이 풍족했더라도 가족이 먹을만큼만 사냥했을것입니다. 더운 날씨에 보관해둘곳도

없으려니와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를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백인들에 의해 전파된 전염병에 부족들이 죽어가고 살아가기가 어려워져도 백인들의 문명은

서서히 아마존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TV도 이들의 큰 즐거움이라네요.

자라나는 아마존의 아이들은 문명세계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어쩔수 없는 편리함에 불편하고 위험한 정글의 생활이 점차 싫증이 나기도 하겠지요.

숙명처럼 늘 그렇게 살아갈것이라고 믿었던 일상들이 미개와 낙후처럼 느끼는 날들이 오고야

만것입니다. 글쎄요. 독충이 가득하고 교통이 불편하고 먹을것이 점점 부족해지는 밀림에

그대로 죽은듯이 사는것이 옳은일일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게 옳을까요.

 

우리는 편하게 살기위해 그들의 보금자리를 야금야금 파괴해 들어가면서 그전처럼 살으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들의 세계로 두손들어 환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와우라족 사람들처럼 적절하게 문명을 받아들여 적응해나가는 부족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은 고유의 풍습을 잃고 언젠가는 미국의 인디언처럼 쇠퇴하지 않을까요.

TV로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아마존 사람들의 맑고 순박한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조상이 그렇게 자연과 어울리며 살았을텐데...지금 온갖 문명의 이기로 익숙해진 우리들은

과연 행복할까요. 밀림이 불태워지고 강이 오염되고 그들의 땅이 줄어들수록 지구는 자꾸 눈물을

흘릴것 같습니다. 정말 인간이 지혜롭다면 최소한 그곳만큼은 온전하게 때묻지 않은 고향처럼

소중하게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을 가르치고 예방주사를 맞히고 걷는 대신 탈것을 들이미는 대신 그들 나름대로 살아갈수 있도록

문을 닫아주는 것이 더 옳은 일은 아닐까요? 아니 어쩌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 될것 같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우리들의 후손이나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로움을 꺾어버리니까요.

이제 너무 늦은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최준영 지음 / 자연과인문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때로는 한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한권의 책이 자신의 미래를 바꾸었노라고 말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책은 우리에게 지식과 깨달음과 비전을 전해주는 중요한 메신저입니다.

 

이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모두 성공한 인생을 살고싶어합니다.

실패하고 뒤처지고 결국은 노숙자신세가 되는것을 원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팔자때문인지...노력이 부족한 때문인지..그들은 길에 서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루 잘곳과 먹을것을 걱정하면서 더러운 몸과 절망을 숨기지 못한채 그늘로 숨어둔 사람들..

그들에게 천원은 추위와 절망을, 부끄러움을 감추는 소주가 되고 따뜻한 물을 하루를 버티는 컵라면이

되기도 합니다. 정신은 죽어가는데...먹어야 하는 본능은 더 치열해서 하루 한끼를 제공해주는 자선단체의

밥차를 네시간전부터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무섭기만 합니다.

 

확실히 세상은 살기가 좋아졌습니다. 집도 많아지고 차도 많아지고 아이들은 배고픔이라는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밥도 못먹었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 라면이나 피자를 먹지 그랬냐고 생뚱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요즘에 굶어죽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질은 풍요롭고 정신은 삭막한 현실에서 단순히 가난해서 밥을 못먹었던 예전의 거지보다도 못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마 보도가 많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스스로 목숨을 놓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습니다.

 

LA 다운타운을 새벽에 지나오면서 인도에 가지런하게 펼쳐져있던 이상한 물체들을 유심히 본적이 있습니다.

그 긴 길에 누워있었던 수많은 노숙자들...세계제일의 미국에서도 노숙자들이 넘칩니다. 더구나 이들은

고학력자가 많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식사는 무료로 제공되는곳이 많습니다. 물론 실업급여나

최소한의 생계비도 지원됩니다. 그럼에도 노숙자들이 넘치는 이유는 마약때문이라지요.

우리나라가 그들나라에 비해 감사한 일은 마약과 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클레멘트(홈리스 인문학)의 창시자 얼 쇼리스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노숙인 스스로 자활의 길로 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알고 몸소 실천한 사람입니다. 1995년 뉴욕의 한교도소에서 만난 수감자에게게 들었던 한마디가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난한건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삶이 대체 무엇이냐고 묻자 "저기 저곳에 있는 극장과 연주회, 박물관, 강연 같은거죠"

단순히 물질적 충족이 아닌 정신적인 충만함을 채우지 못한것이 바로 가난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처음 TV에서 노숙자들이나 재소자들에게 인문학강의를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참으로 의아했습니다.

차라리 밥이나 일자리를 주는게 낫지 않을까...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책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아니 가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이 채워져야 한다는 것...

 

가난을 경험해본 사람이 가난의 무서움을 압니다. 이책의 저자역시 가난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까지 진학한

의지의 인간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중에는 올챙이적 기억을 잊은 채 안하무인으로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잊지 않았습니다. 아니 가진것도 별로 없는 살림마저 가난한 이에게 내어주고 자신이 가진 지적재산을

함부로 나누어 주고 살고 있습니다. 아무도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 소외된 노숙자나 재소자들에게 정신의 양식을

나누어 주고 살고 있습니다. 이책은 그렇게 그가 나누어준 양식을 먹고 허기를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중간에 수저를 놓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혼 후 16년동안 한번도 아내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한적이 없는

남자가 인문학을 배우고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다죠. 이게 바로 정신적인 허기가 채워지는 인문학의 기적이랍니다.

 

댓가도 없는 강의를 하는 사람들과 얼핏보면 쓸데없는 일일수도 있겠다 싶은 인문학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책을 좋아하는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가난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시절 저를 견디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했던것도 역시 책이었습니다. 부족했지만 기죽지 않게 나를 일으켜 세운

책이...저를 살렸었습니다. 지금도 책들은 많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런 메세지를 전하는 소중한 사람..이책의 저자 최준영교수가 있습니다.

오늘도 제돈을 털어 밥과 술을 사면서 그는 구두가 닳도록 뛰겠지요. 또 누군가를 살려내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