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거나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말속에 사는 우리는 정작 '말을 잘하는 법'을 잘 모르고 살고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즐거움을 주는 일들은 겁부터 나기 일쑤이다.

나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교육을 했던 사람임에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부족했던가를 되돌아보게

해준 책이다. 진작 알았더라면 좀더 유능하고 행복한 강사가 되었을텐데..정말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아트 스피치의 달인 김미경을 TV나 실제 강연회를 통해 몇번 접한적이 있었지만

그녀가 우리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괜찮은 말솜씨들이

천부적이기만 하거나 애드립이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만이 아니라는걸 알게되었다.

그녀와 접하는 모든 사물, 인물, 사건들이 교과서이고 멘토이며 거울이라는것을..

물론 우리도 그녀가 보고 느끼는 일상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녀는 보지만 우리는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알게되는 것이다.

빵집을 하는 사람은 길을 가다가 빵집만 보이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이며

장신구들이 유난히 더 눈에 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세지는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와 삼라만상에 이르는 삶의 모든것들이기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말마따나

살아가는 모든 것이 공부가 되어 이제 편안한 즐거움이 없어졌다고 하는 투덜거림이 안쓰럽기까지하다.

생각해보라. 영화를 보아도 친구와 밥을 먹고 수다를 떨어도 메모장을 준비하고 하나라도 케치하고 얻기

위해 눈과 귀와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일상이 되어버린다면...그것 역시 일종의 직업병이 아니겠는가.

 

그녀가 전에 썼던 가족들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DNA에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다고 했던 말들이

새삼 다가온다. 그녀의 어머니 홍순희여사의 '김미경 반장만들기'출동이나 '관광여행과 나들이옷'

이벤트와 피아노강사를 때려치우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선 딸에게

'때려치우고 너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고 외쳤던 그녀의 아버지를 보면 그녀는 긍정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용감하고 진취적일뿐만아니라 영민함까지도 고스란히 유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홍순희여사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김미경보다 더 괜찮은 아트스피치 강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사례발굴과 노력의 여정을 보니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때로 경계심을 녹이고 이웃집언니처럼...친구처럼 내맘에 철썩 달라붙었던

친근감조차도 타고난 성정에 노력이 더한 결과라니 그녀의 완벽함이 놀라울뿐이다.

말하기 교과서라는 부제가 부끄럽지 않을만큼 이책은 군더더기 없으면서 따뜻하고 핵심은 제대로 전달하는

말의 모든것을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말도 계획을 세워서 할것' '진심을 담아 상대방의 마음을 겨눌것'

많은 사람들 앞에서뿐만아니라 모든사람과 소통하는 '말'을 얼마나 다듬어서 잘할수 있는지..

우리도 한번 점검해보자. 과연 우리는 말을 잘하고 살고 있는가?

그녀가 전공인 음악을 작곡하듯 세심하게 그리고 있는 말의 오선지를 따라가다보면 분명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대로 된 '말'을 연주할수 있을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 티베트에서 만난 가르침
현진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나니..

우리네 맘에는 사랑이 더 많을까. 미움이 더 많을까.

나이가 들수록 욕망과 미움을 덜어낼 수 만 있다면 내안에 천국을 가지는 일이 되건만

미욱한 나는 오늘도 하기 싫은 일들과 보기 싫은 사람들속에서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

 



 

쪽빛을 닮은 하늘아래 맑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있다.

언젠가 내 삶이 다하기전에 반드시 한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

덕지낀 때를 말끔히 닦아줄것 만 같은 그곳에 오체투지의 자세로 다가가

온세상의 별이란 별은 다 모아놓은 것만 같은 밤하늘을 보고 순한 눈을 한

부처들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그곳은 치열한 속세에서 벗어나 극락에 이르기전의 수미산이 아닐런지..

단지 이 몸뚱이는 억겁의 윤회를 돌고 있는 혼을 담는 그릇일뿐..잠시 머무는 이곳

역시 잠시 소풍을 나온곳일뿐...모든것이 찰나이고 형체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마는 바람같은 존재인 것을.

 

인생의 반을 넘어 살다보니 덜어낼 것들은 많아지고 이제 깃털처럼 날아오르기에는

무거워진 영혼은 신이 머무는 곳과 닮은 곳이라도 찾아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진다.

 



  

행복이라 함은 많은 것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맘을 갖는것.

지금 이순간이 없다면 어제도 내일도 존재할 수 없는 것. 또한 나도 없는 것.

매일 오늘이 내생의 첫날인것처럼...매일 오늘이 내생에 마지막날인것 처럼..살아야 하느니.

혹 전생에 내가 지은 업보가 지금 내어깨위에 얹어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지금 짓고 있는 업이 후생에 짐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한번 삶을 돌아다보게 하는 말씀들이다.

 

어차피 해결되지 못할일들로..어차피 해결될 일들로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자..

해도 스치는 바람한조각에도 부르르 떠는 잎새처럼 나는 헐겁기만 하다.

기름진 음식이 없어도, 좋은 옷을 입지 않아도 행복을 껴안고 살아가는 티벳사람들에게

더이상의 상처가 없기를..도대체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 인걸일까.

부처의 뜻이 어디까지 일지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인간의 마음으로 빌어본다.

부처님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놓아야 할 땅입니다.

 



 

'삶의 모든것이 기도로서 당신에게로 향하는 순백의 그들에게 집을 빼앗지 않게..

그리하여 당신에게 이르는 길에 치욕이 없게..해줄것을 믿겠습니다.'

 

삶은 어차피 불편할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행복과 지혜의 보물을 찾으러

떠나고 싶다.  하지만 사실 그보물은 이미 내맘속에 있음을..단지 내가 보지 못하고

구하지 못하는 장막을 거두는 일은 결국 내 선함만이 해줄것임을 알기에..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부처의 자비를 구하는 진언을 외워본다.

'옴 마니 반메 훔. 옴 마니 반메 훔...'

연꽃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피어나듯이 보석이 자기 빛을 잃지 않고 만들어 지듯이..

'옴 마니 반메 훔..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 더러움이 물들지 않게 나를 지켜주소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회 없는 삶
김태광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후회없는 삶을 꿈꾼다.
운이 좋았다면 능력있고 온화한 부모를 만나 가난과 두려움없는 유년을 보낼수 있었을 것이고
조금 운이 좋지 않아 그런 부모를 갖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더라면 오히려 부모덕을 입었던 사람보다 보람된 삶을 누렸을것이다. 하지만 여기 그리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음에도 불평과 나태로 일관된 시간들을 보내다가 교도소중에서도 흉악범들만 수용한다는 청송교도소에 갇혀있는 한 남자가 있다.

인생의 절반인 25년을 감옥 속에서 보내고 있는 그 남자는 나와 비슷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내가 지나온 유년의 환경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벽을 두고 세상 이쪽과 저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남자의 부모들은 무학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했고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했던 좋은 분들이었다.  외아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랬으며 몇번의 실수를 저지를 아들을 믿고 갱생하기를 간절히 원했던 분들이셨다.
하지만 그 남자는 쉽고 가까운 길을 택해 공부를 멀리하고 자퇴하고 방황하고 그리고...
여러번의 범죄를 저지른 후 가중처벌의 형량을 더해 앞으로 10년을 더 교도소에 갇혀있어야 한다. 한평이 조금 못되는 독방안에서의 삶은 어떨지..짐작으로만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찌보면 그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밥을 굶은 기억도 없고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중단한 기억도 없었던 그가 왜 그리 허망하게
악(惡)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아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물로 인간답게 살기를 기도했던 부모의 소망도 저버린채 철창안에 갇힌 그가 지금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제 부모의 눈물을 이해한다고..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하면서 너무나 많이 후회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알고 있었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스무살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나마 적어도 자신의 삶만 피폐해졌더면 다행일텐데..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도...살아갈 방한칸이 없어 여관을 전전하는 두아이와 아픈몸을
이끌고 아이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아내까지..물론 그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죄많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나온 자신의 길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가슴 절절히 느끼고 회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철없던 시절에 쉽게 생각했던 선택이 얼마나 큰 죄악의 시작이었는지를...
눈물로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범죄예방을 위해 앞장서는 인물이 된것이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것이란 말이 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를...
잘못된 삶의 여정이 그려지는 동안 분노했던 마음은 이제 저자인 김태광을 만나 자신의 
속죄록을 우리에게 전할 수 있었던 그에게 다시 한번 삶의 희망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저자의 걱정처럼 환갑의 나이에 철창밖으로 나올 그의 삶에 아직 남아있는 희망이 있기를
그의 아내와 착한 두아이를 위해 간절하게 기원하게 된다.

혹시 지금도 지하의 오락실에서...달콤한 유혹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책이 그들의
손에 닿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가 걸었던 길을 우리 아이들이 되짚어 가지 않기를..
아마 철창안에 그도 이런 마음으로 이책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랄것이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날이 올수 있기를..
그리고 맛있는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나누어 먹을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같은 시간을 살아온 내가 멀리서나마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 프랑스 연인과 함께 떠난 2,000시간의 사랑 여행기
정여진 글, 니콜라 주아나르 사진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글로벌시대라더니 과연 지구가 좁다고 느끼는 당찬 아가씨의 아프리카여행기를 읽으니

젊다는건 뭐든지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긍정과 열정의 또다른 언어처럼 느껴졌다.

 

’우연은 때로 필연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운명으로 탈바꿈하곤 한다.’ -26p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었던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정말 소설속에나 등장할 만한

사랑을 하고 있어 부럽고 전생에 분명 깊은 인연이 있었을 짝을 지구 건너편에서

찾았으니 예사롭지않은 영(靈)을 가진 사람이 분명하다.

누구를 강렬하게 사랑하고 그의 흔적을 쫓아 그가 살았던 땅을 찾아가는 여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홀로 떠나는 여행보다

든든하기도 하였겠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프랑스 청년의 아프리카도전기도

또한 아름답기만 하다.

 



 

누가 시킨일도 아니건만 스스로 제갈길을 찿아 가난과 한숨이 섞인 땅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간

두젊은이의 발길이 놀랍기만 하다. 인간이라면 거의 모두다 편하고 안락한 삶을 꿈꿀것이다.

그저 한바퀴 돌아보는 배낭여행이 아닌 자신의 삶을 펴칠 무대로 선택하고 깊은 마음의 눈을

열어 그땅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도저히 20대의 아가씨로 상상할 수가 없다.

 

어찌보면 아직 철없고 발랄하고 통통튀는 나이이건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오랜세월을

살아온 사람처럼 깊고 심오하여 많은 책을 읽고 사색해온 사람임을 짐작케한다.

자식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준 부모님도 대단하고 운명같은 사랑에 순종하고 어쩌면

우리의 관습으도 들여다보면 돌발같이 보이기도하는 두사람의 사랑은 한편 부럽기도하다.

집안이며 학벌, 비전까지를 따져가며 짝을 찾았던 우리들은 이렇게 단단한 사랑의 확신이

어디서 부터 나온것인지...단지 젊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정원을 가꾸고 아이를 낳아 기를 꿈을 꾸면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할것만 같은 그녀의 미래가 그려진다. 맛있는 파이를 가장 늦게까지 남겨놓듯이 남아메리카는

먼 미래의 땅으로 남겨놓겠다는 그녀의 야무진 계획을 보면 아마 그전에 지구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사랑을 하려면 인도에 가라’는 그녀의 조언처럼 아프리카는 못가더라도 인도만큼은 꼭 가봐야

할 것 같다. 글을 써야만 가슴속에 고인 것들을 덜어내는것 같다니 아마 글쓰기가 그녀의

평생 직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사물을 보고 느끼는 마음이 깊음을 이책을 보고 느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이란 본래 길 위의 삶이다. 남편과 아내로, 아버지와 아들로, 아버지와 딸로

아무리 깊은 정을 나누고 긴 세월을 함께 했어도 결국은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풀잎 위의

이슬 한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335p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하는 옛노래가 떠오른다.

이승에서의 삶은 잠시 소풍나온 일이라는 천상병시인의 싯구도 떠오른다.

7십평생 희로애락을 느끼고 천상으로 가니 3일도 안되더라는 천계의 이야기처럼

무릇 인생은 책열권으로도 모자랄것만 같은 구구절절의 시간조차  잠깐 머물다가는

바람조각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반평생 지나온 내 삶을 돌아다보니 틀린 말이 아닌듯싶다.

 



 

중국본토에서 피난나와 타이완에서 삶을 마감한 저자의 아버지의 삶은 우리 아버지의 삶과 닮아있다.

잠시 시장에 다녀오기 위해 나섰던 열여섯 소년은 40년이 넘어서야 고향땅을 밟을 수 있었고

평생 그리워했던 어머니와는 다시 조우할 수 없었으며 젊음과 열정이 다 빠져나간 가벼운 시신이

되어 고향땅에 묻힐 수 있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얼결에 두고온 한살박이 아들도 만나고

태를 묻었던 고향땅에 다시 묻힐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아버지 역시 평생 두고온 북쪽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짓다 가족들의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영혼이 되어서야 돌아갔으니..그에 비하면 저자의 아버지는 그나마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피난민이 되어 외성인마을에서 고향의 사투리를 부끄러워하며 살아가야 했던 아픔과 오로지

자식들을 바르게 길러 고향으로 돌아갈날만을 꿈꾸었던 시간들은 바로 우리아버지의 바램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두고 자식들은 자신의 삶위에 아버지의 꿈을 얹어 늘 바른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저자의 성공역시 그런 바램의 결과이기도 했을것이고.

 

우리 나이쯤 되면 탄생보다는 죽음을..작별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노쇠한 부모를 삶의 저편으로 보내는 일들과 만나고 이제는 길을 건널때 잡아주던 손을 다 컸다며 뿌리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있다. 왜 하필 이런 아픔들은 젊음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불면에 시달리는 나이즈음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단련이 되었으니 이겨낼 힘도 같이 견고해졌다는 뜻일까.

한때는 찬란했지만 기어이 서쪽하늘로 사라지는 노을처럼 쓸쓸히 우리는 많은 것들과 작별하는 시간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는 차를 놓친 시간여행자가 되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늙은 딸의

모습도 가슴아프다. 어린아이가 숨바꼭질하며 웃고, 부엌에서는 생선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집으로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서서히 흐려지는 기억만 남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흰머리수가 늘어나는 만큼 떠나는 사람들과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잔소리로 나를 깨우는 부모님도..매를 들어 울릴 아이들도 떠나고 밤을 새워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도..

어제까지 밥을 나누어 먹었던 이웃들도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이 드물지 않게 들려온다.

연습이 되지 않는 슬픔이 아무렇지도 않을 나이가 되면 그때 나도 세상과 작별하는 것이겠지.

앞서간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밤새 웅크리며 모아두었던 물방울들이 아침햇살에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인생인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