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뀌는 하늘공원
정성란 지음, 방대훈 그림 / 세상모든책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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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시절 우리 동네에는 ’망태할아버지(?)’가 있었다. 커다란 망태를 어깨에 메고 쓰레기를 줍던 아저씨는 왠지 무서워보여서 친구들과 길을 가다가 아저씨들을 보면 멀리 돌아서 길을 가거나, 막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무렵 말을 잘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라는 자주 말씀하시던 어른들 때문은 아니였나 싶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어린 시절의 망태할아버지가 문득 떠올랐다. 
환경에 대한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다보니, 아이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도서가 참으로 많이 출간된다.
얼마전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환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가볍게 읽으려고 들었던 동화가 또 한번 환경을 생각해 보게 한다.

’하늘공원’은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를 개발하여 만든 공원이다.
원래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피는 아름다운 꽃섬이였는데, 어느 순간 쓰레기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뒤늦게 난지도를 살리기위해 노력한 결과 하늘공원이 탄생했다.

지금 하늘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아이들이 뛰어놀며, 꽃과 새들이 찾아온다.
다시 본디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하늘공원에 사람들은 먹고 난 쓰레기를 버리고 가곤 한다. 하지만 다행이 이곳에 ’양심할아버지’가 계셔서 하늘공원은 여전히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양심 없는 사람들 같으니!" 
고원을 해치는 사람들한테 야단을 치는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신다.
인라인 연습삼아 하늘공원에 온 동화는 처음으로 양심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작년에 같은 반이였던 김송이네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라인 연습만 했던 동화는 자주 왔던 하늘공원이지만, 잘 몰랐던 하늘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를 통해서 듣게 된다.

"여기는 그 많은 쓰레기를 헤쳐 가며 살던 사람들이 있었단다. 서울의 각 구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수거해 온 쓰레기를 부려 놓으면, 그 쓰레기를 뒤져서 폐품도 팔아 쓰고, 심지어는 양식도 얻어서 하루하루 꾸려 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 41p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완식에 대한 이야기는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였을 때 그 곳에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쓰레기 냄새에 구역질이 나는 그 곳에 사람들은 쓰레기를 주우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이야기는 힘들고 어려웠던 그시절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허나,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기도 하다.

"나만큼 기구한 팔자들이 난지도에 널려 있더란 말이야. 그런데도 나처럼 절망에 빠져 있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고 있더란 말이야. 그 뿐인 줄 아나. 비록 쓰레기를 파먹는 사람들이지만 누가 사고를 당해 입원이라도 하면 기꺼이 병원비를 보태라며 가진걸 내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 바로 난지도 사람들이네. 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얼마나 인생을 낭비했던가. 난 난지도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이 된 것 같네." 58p

난지도의 화재로 인해 친구를 잃었던 할아버지는 하늘 공원으로 변한 난지도를 사랑했다. 동화는 할아버지와 송이와 함께 하늘공원을 산책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와 명아주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다.
인라인을 타다가 다친 팔다리의 흉터를 보면서 동화는 생각했다.

’지금 검은 딱지 속에서 상처가 아물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쓰레기산 속에서도 끊임없이 예전의 난지도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한쪽에 갈대밭이 바람에 흔들리고, 산 아래 그림 같은 집이 몇 채. 집 앞으로 땅콩밭이랑 채소밭이 푸르던 예전의 난지도.’ 141p

동화는 공원길을 지나다 누군가 버린 과자 봉지를 발견하고 ’이런 양심이 뻥 뚫린 짓을 하다니.’ 하며 과자 봉지를 주워들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아주 쉽지만, 다시 돌이키는 일은 몇배 몇백배는 더 힘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아차! 순간에 자연은 쓰레기 매립지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자연을 되돌리는 노력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 동참은 어른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해야한다. 자연의 보존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동화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간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진출처: '방귀 뀌는 하늘공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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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톰 높이나는 새 문학선 4
샐리 프루 지음, 이영 옮김, 이지선 그림 / 높이나는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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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인간 세계와 다른 요정의 세계를 꿈꾸어 본다. 예쁜 외모에 날개를 달고 천사처럼 살아가고 있을 듯한, 아무 걱정도 불행도 없이 편안하기만 할 듯한 요정의 세계를 상상하며 동경하기도 한다.
만약 요정의 세계가 있다면, 그들은 우리 인간 세계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그들이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어떨까? 

작가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스코틀랜드 민요에 상상력을 더하여 이 책을 탄생시켰다. 요정들이 바라보는 인간 세계의 모습을 '톰'을 통해서 그려낸 이 소설은 판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이 얼마나 따뜻한 곳인가를 알려준다.

톰은 다른 요정들과는 달리 좀 둔하다. 악마들이 다가오면 위험을 알려야하는 톰은 감각과 행동이 둔한 탓에 종족이 위험에 빠질 뻔했다. 종족들 모두 그런 톰을 비난했고, 엄마 아빠마저 톰을 죽이려했다. 에드린처럼...
톰은 어쩔 수 없이 악마의 세계로 달아났고, 그곳에서 애나와 조를 만나게 된다.
요정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악마의 세계는 바로 '인간의 세계'를 말한다. 애나에게 보살핌을 받던 톰은 조를 통해서 악마란 비열하고 끔찍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톰이 자신의 종족에서 버림받은 것처럼, 실제로 조는 아빠의 사랑에 목마른 여린 인간일 뿐이다.

톰은 애나를 통해서 '노예 밧줄'에 묶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를 묶는 노예 밧줄.

역겨웠지만 톰은 애나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톰은 서서히 애나의 노예 밧줄에 묶이고 있었다. 그 사실이 톰을 더욱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82p

창고가 폭발하면서 톰은 옆집에 사는 에디 할머니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되었고, 애나는 톰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슬퍼하고, 이복오빠 조를 탓한다. 애나가 톰을 찾아 헤매이고 슬퍼하는 것을 본 톰은 자신이 애나의 노예 밧줄에 단단히 묶였음을 느끼며, 애나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싶어한다.

톰은 자유를 찾기위해 인간 세계를 떠나 요정에 세계로 돌아가지만, 애나의 노예 밧줄과 종족에 대한 의구심에 힘들어한다. 노예 밧줄에 얽매여 악마처럼 살 수도 없고, 종족의 일원도 아니며, 더 이상 별과 닿을 수도 없었던 톰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요정의 세계로 돌아가 아빠에게 은빛작살을 맞게 된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 자신을 부르는 애나의 슬픈 목소리를 들었다. 
비로소 눈을 떴을 때, 톰은 에디의 집에서 살갗이 흰색에서 쿠키 색으로 바뀌어진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톰은......그토록 싫어하던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세상은 악마로 가득하다. 몇몇 어리석고 불행한 악마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악마들은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수백만 수천만의 악마들이 함께 얽혀 살며, 그들은 대개 행복하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악마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은 가족이다.
205p

노예 밧줄....사람들은 사랑, 정으로 꽁꽁 묶여있다. 가족일 경우 그 밧줄은 더 단단히 묶여 있다. 우리는 요정의 세계를 동경하며 아름답게 상상해 오곤 한다. 반대로 요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악마의 세계, 즉 인간의 모습은 어떤가? 비열하고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 서로를 의심하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과 함께여서 행복한 세상이다.
판타지라는 형식을 빌어 요정이 바라보는 인간 세상을 보면서, 노예 밧줄에 묶여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를 새삼 깨달게 된다.

책을 손에 잡기시작하자 놓을 수 없었다. 흥미로움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판타지로서의 재미 속에 인간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저자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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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오늘의 역사 - 세계사편
이환주 글, 이동철 그림 / 조선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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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성이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어색한 듯 싶은...그래서 그냥 카렌다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겟다.
초등 5학년 딸아이는 역사책을 읽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학습만화로 역사에 재미를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했으나, 만화 스토리에만 즐거워하고 정작 역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는 많은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역사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부담을 느꼈을 딸아이가, 카렌다라고 내민 이 역사책에는 흥미를 느낀다. 책이라는 느낌이 전혀들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하루에 한페이지를 읽는데에 그닥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상위에 올려진 카렌다를 하루에 한페이지만 읽는다해도 365페이지의 역사책을 읽을 수 있다. 부담없이 그리고 즐겁게 말이다.

1년 365일...세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면 365일을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 어떤 역사가 만들어졌는지 펼쳐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역사와 친해지는 <365 오늘의 역사> 활용법!

01 책상 위에, 탁자 위에 세워 두고 하루에 한 장씩 넘겨 보세요
02 내 생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03 나만의 역사를 기록해 보세요.
04 역사 퀴즈를 내고 맞혀 보세요.


날짜별로 주요 뉴스를 한가지 다뤄놓았고, <오늘의 역사>를 통해서 연대별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 또한 <나의 역사>에는 스티커를 통해서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즐거움이 담겨져 있다.
간단한 일기를 쓴다면 멋진 나만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어 역사에 대한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교해 보세요>에는 그 날짜와 비슷한 역사를 지닌 다른 날짜의 역사를 비교할 수 있어 역사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지닐 수 있도록 한다.
역사 속에는 비슷하거나 혹은 비교가 되는 역사들이 있다. 두 역사를 비교하다보면 역사를 보는 눈이 생기면서 역사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질 수 있으리라.

   

우리는 오늘 모여앉아 우리 가족의 생일에 맞는 역사를 찾아보았다.

가장인 아빠의 생일 10월 9일에는 <세종대왕, 훈민정음 반포> 에 대한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돈키호테를 쓴 소설가 세르반테스가 출생했으며, 캄보디아가 1151년간의 군주제를 종결했고, 미얀마에서는 아웅산 묘소 폭발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이 책을 통해서 역사에 흥미를 느끼길 바라는 사랑하는 딸의 생일 11월 2일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NO.5, 1948>에 대한 사건을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영국 BBC  세계 최초 TV 방송을 시작했으며, 노벨문학상을 받은 극작가 버나드 쇼가 사망한 날이며, 우리나라에 울진과 삼척에 무장공비 1백여 명이 침투한 날이기도 하다.

 

애교덩이 막내아들 5월 12일은 스터블필드가 휴대폰 특허를 획득한 뉴스가 주요 기사로 떴다. 이 날은 영국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출생한 날이기도 하며, 소련에서는 (서)베를린 봉쇄가 322일 만에 해제된 날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TV 광고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책살라구의 생일 2월 14일성 밸런타인 주교가 사망한 날이다. 영국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에서 원주민에게 피살된 날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안중근 의사가 뤼순지방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영국 생물학자 플랭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했던 날이다.

 

우리 가족의 생일을 찾아가며 역사를 배우는 또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역사를 배우는 일이 그다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을 우리 딸에게 깨우쳐 준 책이였다. 
나의 역사에 스티커를 붙이며, 오늘 하루 즐거운 역사를 만들었던 딸아이.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역사를 배우는 또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즐거워했던 시간은 우리 집의 또 하나의 역사는 아니였나 싶다.


요즘은 즐겁게 학습하고, 즐겁게 독서하며, 색다른 독서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책이 많이 출간되는 듯 싶다.
독특한 구성이 마음에 든 이 책은 지루한 독서가 아닌 재미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는 즐거움을 알려준 책이다.  

(사진출처- '365 오늘의 역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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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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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춘기 딸을 둔 덕분일까? 요즘 나는 성장 소설을 유독 많이 읽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남편이 말한다. "나 큰거 아니야? 아직도 성장을 하고 싶은거야? 항상 성장 소설을 읽네~"
그 순간 나는 내 딸을 위해서 읽는다는 성장 소설을 통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아직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나의 됨됨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프랑스 4개 문학상을 석권하였다는 <길 위의 소녀>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소녀의 우정뿐만 아니라 두 아이가 속하지 못하는 어른의 세계를 비판하기도 하며, 어른으로서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루’는 참 매력적인 아이다. 독특한 아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천재소녀라 불리는 루는 자신보다 2단계를 월반한 지적 수준이 높은 아이기도 하지만,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이런 루에게 가족은 또다른 외로움이다. 동생 타이스의 죽음으로 가져온 엄마의 우울증은 자신을 남의 딸 대하듯 하는 엄마의 부재가 늘 가슴한켠 아픔으로 존재해있다. 그런 루에게 뤼카는 새로운 돌파구 같은 존재이다. 

노숙자를 대상으로 발표를 해야하는 루에게 또다른 상처를 안고 다가온 홈리스 노는 루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친구가 된다. 세상속에서 고통과 아픔 그리고 슬픔과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왔던 노는 루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된다.
발표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루에게는 노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였고, 자신의 집에서 노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애쓴다.
노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엄마의 우울증은 조금씩 치유되는 듯 보였지만, 노는 항상 불안한 듯 보인다.
’루, 우리는 함께인 거지?’ 라는 노의 물음은 그동안의 외로움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다시는 외롭지 않고 싶다는 애절함이 담겨져 있다.

노와 루는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며 지냈고, 뤼카 역시 루에게 힘을 주는 사람으로 늘 뒤에서 존재해주고 있다.
상처가 아물어가고 조금씩 세상밖으로 나가는 노는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또다른 상처를 받으며, 결국 루의 아버지의 결정으로 혼자 살던 뤼카의 집으로 가게 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 결코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사람의 우정은 사회의 부조리속에서 빛나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싶다.

타이스의 죽음 이후로 엄마의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루는 노와 뤼카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지만, 엄마의 부재가 늘 그립고 아프다. 자신을 두 팔 벌려 안아주기를 바라는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공허한 눈빛으로 서 있다. 
루는 노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것은 노가 루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였고, 사랑이였고 우정이였다.
그리고 루는 자신이 갇혀있던 우물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며 한걸음 성장하게 된다.

나는 지구 상의 모든 죽은 눈빛들을, 번득임도 없고 광채도 없는 수백만의 눈빛을 생각했다. 방황하는 그 눈빛들은 다름 아닌 세상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세상의 복잡함, 소리와 이미지로 포화되어 있으면서도 그렇게나 헐벗은 세상을 반영할 뿐이다. 205p

노는 만나기 전에 나는 폭력이 고함, 구타, 싸움, 피와 함께 자행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폭력이 침묵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폭력은 상처를 은폐하는 이 시간, 불가피하게 이어지는 나나들, 결코 시간을 되도릴 수 없다는 이 불가능성이다. 폭력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며, 폭력은 입을 다물고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폭력은 설명을 찾을 수 없는 것, 영원히 불투명하게 남는 바로 그것이다. 258p 

폭력은 자신을 공허하게 쳐다보는 엄마의 눈빛속에서도 자행되며, 자신이 낳을 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노의 엄마에게서도 자행되었으며, 홈리스라는 이유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 속에서도 자행되고 있었다.
루는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었으나, 노를 통해서 세상에 한걸음 나오게 되었고, 노는 루를 통해서 세상의 부조리 속에도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두 소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결국 서로 다른 환경으로 돌아갔지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우정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루와 노를 통해서 사회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노숙자, 빈곤, 사회복지 문제, 미혼모 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대면하게 된다. 두 소녀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부조리속에서 어둡고 고통스럽다.
허나 그 속에서 우리는 또다른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루와 노 그리고 뤼카가 보여주는 우정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진출처: '길 위의 소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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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걸음 내딛다 보름달문고 33
은이정 글, 안희건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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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아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이 용기있게 한걸음 내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깨달아 갑니다. 좀더 많은 성장을 바랬던 것은 아닌가? 좀더 빠른 성장을 바랬던 것은 아닌가? 하는 엄마의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의 힘겨운 한걸음을 그저 무시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봅니다.
한걸음...아니 반걸음도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가지고 내딛었던 것이라는 걸 새삼깨달아 봅니다. 그전에는 몰랐던 것처럼 말이죠.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눈게 언제였는지 되짚어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누구인지...엄마인 나는 제대로 잘 알고 있는걸까요?
아이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반걸음 내딛어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을 보는 순간 책 표지가 참 깔끔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책 뒷표지에 그려진 발자국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발자국 앞에 이정표가 있다면, 내딛는 걸음이 힘겹지 않을거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다 또다시, 이정표를 따라가는 아이들의 무미건조한 얼굴도 떠올려봅니다. 알수 없는 미래지만, 힘겨운 일이 다가올 수도 있지만, 자신의 미래를 향해 반걸음, 한걸음, 두걸음 걷는 아이들의 상기된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발걸음에 담겨진 용기와 희망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쳐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희영이는 엄마 아빠의 대화없는 숨막힘을 느끼고 힘겨워하는 사춘기 소녀입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보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상상의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소녀적 엄마의 일기는 희영이에는 또다른 친구가 되어줍니다.
직장을 다니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아빠에 대한 불만을 풀기보다는 회피하려는 지금의 엄마는 힘들고 지쳐보입니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면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와의 대화 시간을 없습니다. 아빠는 혼자 고립되어 있음을 느끼지만, 역시 회피하고자 합니다.

희영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은 엄마, 아빠 그리고 희영이입니다.
이들 3명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풀려고 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것은 이들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 어떠한 해결방안도 내어주지 않습니다.

희영은 재준이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재준이는 나영이를 좋아합니다. 희영이는 상처입고 슬퍼하였고, 엄마 아빠는 서로를 회피함으로써 가족은 더욱 숨막히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희영은 엄마에게 엄마의 일기장을 돌려줍니다. 엄마가 예전에 가졌던 꿈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권리를 주고자 합니다.

엄마는 소녀시절 가졌던 오 년에 한 번씩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와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싸움으로 해서 서로가 가졌던 불만을 토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희영은,
재준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재준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을 등록합니다.

’가까이 있고 싶으면 가까이 가! 꼭 좋아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어. 그냥 옆에 있으면 되잖아. 기회는 네가 만드는 거야.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아! 도와줄 수 없다고!’ 189p

아빠, 엄마, 그리고 희영은 그렇게 반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힙겹고 아팠던 순간을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용기있는 반걸음입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무언가를 해 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 214p

희영이 엄마가 희영이에게 해준 말입니다.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알게 해주는 대사입니다.
우리는 가끔 아이가, 엄마가, 배우자가....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고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으면서 말이죠.
그리고 화를 내고, 실망합니다. 대화를 통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화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반걸음 내딛다>는 제 딸에게도, 남편에게도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대화의 가치, 반걸음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할 수 없을거라는 좌절보다는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합니다.
늘 외로워만 보이는 희영이가 재준이를 향해서 반걸음 다가갔을 때의 희영이의 모습은 아주 밝아보였습니다. 아이들과 투닥거리며 등산을 하고, 장을 보는 아빠의 모습은 아주 정다워보였고, 꿈을 향해 힘겨운 결심을 한 엄마 역시 아주 행복해보였습니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용기를 내어 디딘 반걸음이 바로 행복은 아닐까요?
대화와 반걸음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 책이였습니다. 아빠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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