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훔친 도둑 - 자비의 참뜻을 알려주는 불교동화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9
우봉규 지음, 최수웅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정’ 으로 살아가던 우리 옛 정서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인 듯 합니다.
옆집에 수저가 몇개인지, 오늘 반찬이 무엇인지, 무슨 일이 있는지...훤히 꿰뚫고 살아가던 모습은 높아져가는 건물 높이와 흙냄새 대신 시멘트 냄새가 풍기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누가 우리의 ’마음’을 훔쳐갔던 것일까요? 그건 바로 ’자신’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동화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기적인 어른이 되어 버린 나에게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훔친 도둑>을 통해서 또 한번 동화책이 주는 감동에 푹 빠졌습니다.
불교동화이지만, 종교적인 색깔이 드러났다기보다는 종교에서 주는 편안함이 나타났다고 해야 좋을 듯 싶습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인 ’자비’ 의 참뜻을 알려주는 감동과 교훈이 함께하는 동화책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너그럽지만, 남의 작은 잘못에 대해서는 무섭도록 힐책을 합니다. 
<자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자비가 지금의 각박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무에 박힌 옹이처럼 단단하다는 뜻의 옹이스님이라는 별명을 가진 어린 고봉스님은 열 살에 불경, 한자도 척척박사에 마을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스님입니다.
옹이스님이 탁발을 하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 옹이스님의 바랑에 곡식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대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는 산내리 마을.
아무 집에나 가서 자고, 먹고 놀았던 이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쌀을 잃어버린 집, 마당에 널어둔 밀과 보리를 잃어버린 집, 집에 있는 물건은 물론 들판에 있는 곡식까지 훔쳐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인심은 날이 갈수록 사나워졌습니다.
그러던 어는 날,
저녁 공양을 마친 옹이스님은 잘 자란 수수를 꺽어 커다란 자루에 넣는 도둑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외딴집에 사는 착하기로 소문난 청년 한수였습니다. 옹이스님과 제일 친한 달래의 오빠이기도 합니다.
한수는 어린 옹이스님에게 울먹이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물건은 계속 없어졌고, 옹이 스님은 한수를 의심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의심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해봅니다. 제 마음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죄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안 후에도 내 마음은 그 사람에 대해 잘 못을 빌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이유였고, 스스로를 위안했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이지. 그 병에 한번 걸리면 여간해서 낫기 힘들어." 54p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나쁜 병에 걸린 듯 합니다. 작은 실수하나 용서하지 못한 채 무섭게 몰아세우는 요즘 세상에 우리는 ’자비’ 라는 이름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
요즘은 누군가를 믿고 살아가기엔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이 세상은 각자 마음속에 걸린 나쁜 병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믿음’과 잘못을 용서하는 ’자비’ ’배려’ 가 사라진 요즘,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따뜻한 마음’을 이제는 내보여야 할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적으로 점점 살기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각박해져 갑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짧은 동화책 한편으로 마음속에 자라나고 있는 나쁜 병을 치유한 듯 합니다. 

 (사진출처: '마음을 훔친 도둑'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 개의 바둑돌 파랑새 사과문고 67
김종렬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과감히 말해봅니다. 책을 읽는내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늘 내 곁에 있어 줄거라고 믿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너무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가, 내가 소홀히 하는 동안 울타리가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아이들과의 대화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소홀히 해왔네요.
주노의 아빠를 통해서 많은 점을 반성해봅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딸아이는 좀더 관심을 갖고 대화하며 손을 잡아주어야 할 때이며, 이제 막 유치원생이 된 아들아이는 처음 사회생활에 속하면서 많이 힘겨울 때여서 엄마인 제가 많이 다독여 주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참 무심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다. 언젠가는 아빠랑 주노가 바둑을 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노랑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알았다면, 아빠가 조금 더 노력했을 거야.’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114p

주노 아빠의 말처럼 나 역시 나중에 기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마치 아이들이 제 마음을 헤아려주기를 바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홉 개의 바둑돌>>은 바둑을 매개체로 하여 가족 혹은 친구간의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주노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주노 아빠는 주노가 바둑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주노 아빠는 왜 바둑을 좋아했던 걸까요?
어린 주노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보다 바둑을 더 좋아하는 것같은 아빠가 미울 뿐입니다. 
주노 아빠는 자신과 아버지가 바둑을 두면서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았던 둘만의 대화를 좋아했고, 주노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주노는 아직 어렸고, 둘 사이에는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힘겨워하는 엄마와 아빠의 부재보다는 엄마의 슬픔이 더 가슴아픈 주노.
주노는 바둑만을 좋아하는 아빠에 대한 추억도, 좋은 기억도 없습니다. 아빠는 주노보다는 바둑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 주노에게, 아빠의 영혼이 나타납니다. 아빠는 주노에게 바둑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노는 아빠에게 바둑을 배우면서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아빠에 대한 미움도 점차 사라짐을 느낍니다.

대화는 가족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친구간에도 대화가 없다면 오해로 인해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하게 지낸 기석과 주노의 오해 역시 대화의 부재에서 생기게 된 것입니다.
주노는 아빠와 바둑을 배우면서 기석에 대한 오해 또한 스스로 깨달아갑니다. 

아빠가 내게 찾아온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아빠는 내게 소중한 기억을 나누어 준 것이다. 아빠가 문득 생각날 때마다, 바둑판 앞에서 아빠와 마주했던 일주일 동안의 일이 떠오를 것 같았다. 지금도 아빠의 바둑판 위에 놓여 있는 아홉 개의 바둑돌처럼. 149p

책을 읽는 동안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이들은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가족은 가장 소중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없으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함을 모르는 공기같은 존재처럼 말이죠.
가족은 한 지붕아래 같이 사는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보듬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사랑할 때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족간의 <대화>는 아닐런지요.


조금은 소홀했던 내 아이들에게 오늘은 조잘조잘 엄마인 저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려 합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도록 말이죠. 오늘은 그동안 못 다했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것이 행복이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 쑥쑥문고 5
하라다 마사즈미 지음, 오애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환경의 심각성에 대해서 많이 깨달고, 환경 보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한 우리의 인식이 또다른 환경 오염을 낫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환경이 많이 오염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병이 심각해지면서 늦었지만, 환경 보호 운동이 전개되었지만, 아주 오래전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그 시절 일본에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다와 섬의 색깔이 아주 잘 어울리는 미나마타 만.
그곳의 아이들은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 바닷가에 나가 물에서 뛰어놀고 자라며, 부지런히 고동을 주워 삶아 먹기도 한다.
갯내음이 살짝나는 고동은 알맞게 간이 들어 아주 맛이 있으면 이것이 이 고장 아이들의 간식거리이다.

하지만, 이 곳에 기묘한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바다로 뛰어들기도 하고,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둘 아프기 시작했다.
걸을 수 없게 되고, 말을 할수 없게 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기 되는 아이들.
그러나, 누구 하나 환경 오염이 가져온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똑같은 병이 가족이나 마을 사람에게 계속 발생을 하자 전염병이라 생각하고, ’피병사’(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피해서 설치된 병원)에 격리되었으며, 사람들이 쑤군거리며 가까이 오려하지 않았다.

몇 년후, 공장에서 흘러나온 유기 수은이 바다를 더렵혔고, 그것이 물고기랑 조개 속에 쌓이게 되었는데, 오염된 물고기와 조개를 먹은 고양이나 사람이 중독을 일으켜 괴질이 생겼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이 바로 '미나마타 병' 이다.
또한 ’태아성 미나마타 병’ 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이 생겨났다.
공장의 생산이 증가하여 환경 오염이 심해진 1951~1952년경부터 1969년경까지 엄마 뱃속에 있던 아이들은 끔찍하게도 환경 오염과 함께 수은에 오염되었던 것이다.

이 책속에는 ’미나마타 병’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몇명의 아이들이 소개되어 있다.

1972년 6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수상의 제의로 국제 연합(UN)이 주최한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하나의 녹색 우주선’ ’하나밖에 없는 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은 세계 환경 회의가 열렸다.
’태아성 미나마타 병’을 안고 태어난 시노부는 이 회의에 참가하여 미나마타 병에 대해 알렸다.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들에게 공해 때문에 병든 환자들이 회의에 참가한 일은 뜻깊은 일이 되었고, 시노부는 훌륭한 일을 수행한 아이였다.

이들에게는 몸의 불편함보다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일을 주세요."
"공부하고 싶어요."
"친구가 있었으면!"
아이들은 여러 가지 요구를 했지만, 어른들도, 정부도, 회사도, 그리고 부모님도 아이들의 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조,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에이키치는 언젠가 회사 사장 앞에서 처음으로 큰소리로 울부짖었어요.

’상대방 입장에 서는 것, 상대방의 몸이 되어 보는 것’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자기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미나마타 병이 생겼고 오늘에 이르러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죠.
240p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많이 깨달고, 환경 보호 운동도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우리 나라에도 미나마타의 병처럼 환경 오염이 심해지면서 ’온산병’이 생겨났다.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며, 지구는 우리의 하나밖에 없는 터전이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 우리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라 생각된다. 과학의 발달로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졌지만, 삶의 터전은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과학의 발달과 환경 문제가 조화롭게 이루어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기심이 만들어 놓은 ’미나마타 병’ 
하지만, 그 병을 이겨내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과,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껴본다.
다시한번 환경의 심각성에 대해서 깨닫고,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년의 사랑 직지 눈높이 어린이 문고 96
조경희 지음, 박철민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직지」는 최소한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보다는 78년, 중국의 「춘추번로」보다는 145년이나 빨리 금속활자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2001년 6월27∼29일까지 청주서 열린 제 5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 심사에서 2001년 9월 4일 「직지」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http://www.jikjiworld.net 참고)

언젠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우리 문화 유산 찾기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각지에 반출된 문화 유산을 찾아보고자 했던 내용이였습니다. 현재는 ’우리 문화 유산 찾기 운동’을 통해서 외국으로 반출된 문화 유산을 찾고자 노력하는 운동이 있다고 하네요.

또한 「직지」찾기 운동을 통해 1996년 5월 유네스코 충북협회의 <유네스코와 고인쇄문화> 에서 「직지」의 원본을 찾기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직지」 금속활자본이 하루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직지」가 현존하는 금속활자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미처 느끼지 못했습니다. 
큰 아이 학교에서 독서퀴즈대회 도서로 선정된 이 책을 통해서는 저는 「직지」에 대한 소중함과 안타까움을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직지’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마음을 우리 아이들과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나중에 버선목 뒤집듯 세상이 뒤집어져서 귀하고 천한 것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겨. 그때 가서 우리 만복이가 높은 벼슬자리라도 턱 허니 한자리 꿰차고 앉았음 원이 없겠어요.’
’쉿! 말조심혀. 지체 높으신 양반님네가 들으면, 죽도록 경을 칠지도 몰러.’
11p

신분제도가 극심했던 시절, 문둥병으로 엄마 아빠를 잃고 누이와 함께 살아가던 만복이는 누이마저 문둥병에 걸리자 마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마을에서 쫓겨나 헤매이던 중 누이마저 병이 들고, 만복이는 아픈 누나를 등에 업고 절에 도착하였으나, 슬프게도 누나를 잃고 말았습니다.
슬픔과 분노가 마음에 자리잡은 만복이는 백운스님에 의해 달잠스님이 됩니다.
그러던 만복이는 들기름이 배어든 헝겊으로 부처님을 닦다가 부처님의 손가락이 선명하게 찍힌 헝겊을 보고 깨달게 됩니다.

"쇠로......., 쇠로 글자를 만든다면! 누야가 가지고 싶어하던 불경을 천 권이고 만 권이고, 끝없이 찍어 낼 수 있을 거야.". 126p

"스님, 쇠로 글자를 만들 수는 없습니까?"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느냐?"
129p

수행을 하러 떠난 만복이는 우연히 장쇠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서 대장장이 봉사 할아버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쇠로 글자를 만들겠다는 만복이의 꿈은 조금씩 펼쳐지게 됩니다.

"화지요. 사람의 마음속에도 화가 있듯이 쇠의 마음속에도 화가 있다우. 사람이나 쇠나 마음속에 든 화를 삭이지 않으면 온전치 않은 게유."
"저 뜨거운 기운이 화입지요. 저렇게 화를 빼 줘야 쇠가 제 구실을 하는 게유. 쇠를 끓일 때도 그럽지요. 화가 빠져나갈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써야 되는 게유."
176

쇠처럼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 인 듯 싶습니다. 마음속에 담겨진 ’화’’분노’를 담고서는 모든 일이 온전치 않습니다. 화가 또다른 화를 부르듯이, 마음속에 용서와 자비가 있을 때, 모든 일이 제 구실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직지」를 통해서 우리는 두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진심이 담겨진 마음과 또하나는 누나를 사랑하는 혈육의 정입니다.
누나의 죽음이 가져온 만복이의 ’화’가 누그러지면서 누나에 대한 사랑이 더욱 두드러졌고, 그로 인해 「직지」는 완성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쇠글자가 누나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누름 솔을 통해 완성되었을 때, 그것은 누나의 머리카락이 아닌 사랑으로 완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집어든 순간 긴장감과 감동과 재미가 책을 놓을 수 없게 했습니다. 「직지」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경이로움과 그 속에 담겨진 진심과 사랑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책을 읽은 후 인터넷 검색창에 조심스레 「직지」를 쳐봅니다.

사랑과 열정과 감동이 만들어낸 우리의 소중한 유산「직지」가 하루 빨리 우리 곁에 나타나 주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우리 문화 유산이 가지고 있는 뜻과 마음과 조상의 얼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천년의 사랑 직지>를 통해서 아이들이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또한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춘기 딸을 둔 엄마라서일까? 유독 청소년 문학소설이나 성장소설에 관심을 갖는다. 사춘기를 겪고 엄마가 되었지만,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이미 어른이 된 나는 사춘기 시절의 고민이나 감정을 잊어버린지 오래되었다. 이런 나에게 성장 소설은 딸과 나를 이어주는 끈 중 하나가 되었다.

낯선 세상으로 뛰어든 열다섯 살 세 애송이들이 펼치는 ’개판’ 여행이라는 글귀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십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그 비밀스러운 성장의 기록이라는 문구 역시 나를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읽다보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3명의 애송이들은 각각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그들은 ’성장’ 이라는 같은 결말을 얻으며,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결론을 찾은 듯 보인다.

1986년 8월 14일..

엄마의 재혼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동생, 6년전 금방 오겠다고 집은 나섰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는 아빠...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준호는 친구 규환의 심부름을 가게 된다.
운동권 학생으로 경찰에 쫓기는 형을 도피 시키기 위한 규환의 계획을 준호가 실행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시작부터 준호의 계획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늘 아빠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는 정아, 광주학생운동으로 딸을 잃고 순식간에 범죄자가 된 정체를 알수 없는 할아버지, 부모의 과잉보호를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 승주, 정아네 사냥게 루스벨트까지.
준호는 이들과 어쩔 수 없는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던 이들은 여행을 통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그들이 갖은 고통을 나누어 갖는다.
형을 도와주겠다는 목적으로 떠난 준호, 아빠에게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정아, 엄마의 지독한 과잉보호를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픈 승주.
각자 속해있던 울타리를 떠나 낯선 세상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격려하고, 그들과 함께 조마조마해 하며 책을 읽어내려 갔다.

"네가 규환이 대신 어딜 간다는 거 알고 있어. 중요한 일인가보다, 짐작하고. 승주가 혹이고 나는 혹 위에 붙은 혹이라는 것도 알아. 알면서도 결심이 서질 않았어. 엄마를 생각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막상 가야지 하면 그게 죽기보다 싫었거든. 그 소굴로 돌아가는 게 너무나 끔찍해서.... 그냥 너 따라서 가는 데까지 가 보자는 생각만 들었어. 너도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러면 나도 어떤 결정을 해야겠지만, 그때까지 철판 깔자 생각했어. 시간이 필요했어. 엄마한테서 떨어져 있을 시간. 냉정하게 내 인생만 계산해 볼 시간." 266p

형을 구하기 위한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이들은 더욱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하나로 묶는데는 정체를 모를 할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죄인이 아닌 죄인이 되어버린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며, 또한 그 시절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준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준호의 모습은 저자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였을 것이다. 어쩌면 무모한 여행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준호에게는 또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이 또래의 아이들은 무수히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들처럼 가족문제 일수도 있고, 성적, 미래, 이성, 친구에 대한 문제일수도 있다. 미래는 늘 낯선 세상이다.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은 두려움과 있지만, 희망도 함께 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이 주인공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긴박한 스토리 속에서 긴장감이 흐르지만, 그 긴장감 속에 유익함이 묻어난다. 나도 주인공을 따라서 함께 낯선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그 여행을 딸에게도 권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