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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학창시절, 나의 미래를 꿈꾸고 이상향을 생각하고 5년 후 혹은 10년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해서였다. 순진했거나 혹은 바보였던 그 시절, 내가 서 있을 수 있었던 곳은 엄마가 허락하는 공간 뿐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나의 의지로 꿈꾸고 서 있을 수 있는 곳은 책 속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책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을 갖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책 속에 있는 모든 것들로 미래의 '나'를 그려보곤 했는데 그 중에는 성인이 된 나의 이미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는 굉장히 막연한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언젠가 배우 이보영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그 막연함이 현실이 됨을 알았다. 물론 나는 지금 그려왔던 그 이미지를 갖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다음부터 배우 이보영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모두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늘 관심을 갖곤 했다. 그런 그녀가 책을 출간했다고 하니 반가움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어쩌면 나로써는 당연한 일이리라. 연예인이 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배우 이보영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배우라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독서 마니아라고 한다. 그런 그녀가 책을 통해 성장하고 위로받았던 이야기를 <<사랑의 시간들>>을 통해 풀어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블로거를 운영하게 되고 내 나름대로의 기준과 해석으로 서평을 쓰게 된지 어언 8년이 되어간다. 그래서 서평을 쓰다보면 내 사생활을 이야기해야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기기도 했다. 활자로 풀어내는 것에 대한 능력부족으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프롤로그를 통해 털어놓은 이 책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나와 다르지 않음에 단지 첫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책이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Part로 나뉘어 23편의 책에 얽힌 저자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진다는 것은 책이 지닌 신비로움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어릴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는다. 의무감으로 읽었던 그때와는 울림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마치 다른 책을 새롭게 읽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에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중략)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뜻밖에 찾아온 흥미로운 여행과도 같다. (본문 62p)
얼떨결에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모든 변화가 낯설고 어려워진데다 어설프게 풀려가는 관계 속에서 실수만 반복할 때 저자는 왜 불행한지, 어떻게 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고 그즈음 만난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행복을 구하는 자신에게 어렵지 않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다정한 안내문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불행하다. 우울하다, 내 의지처럼 일이 잘되지 않아 속상하다'는 생각이 들때면 어김없이 꾸뻬 씨와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싶은지, 인연들을 잘 쌓아가기 위해 어떤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지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이었고, J.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장녀로서 언제 어디서나 어른스레 행동하기를 바라셨던 어린시절,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서글펐던 순간들을 위로해주었다.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했던 『창가의 토토』는 순수했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른들의 몰이해 때문에 상처받고 답답하기만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읽는 책이 되었다. 결혼도 인생도 끊임없는 수행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법륜『스님의 주례사』, 밟 넓은 것이 인격처럼 여겨지고 너무 사회적이지 못한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시절 가슴을 파고들었던 법정『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편견을 즐겁게 깨뜨려준 책 조조 모예스의『미 비포 유』,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긍정과 희망이라는 힘을 불어넣으려고 애썼던 고흐처럼,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책 반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반지』, 나눔의 행렬에 다가가는 작은 발걸음임을 이야기하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자는 이렇게 자신이 읽은 책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받았으며 또 성장했고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그러하기를 바란다.
저자가 읽은 책 중에 내가 읽은 책도 몇 권 보인다. 서평을 쓰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같은 책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다보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얻기도 하고, 같은 느낌을 통해 공감을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책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통해서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이런 아름다운 구절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 왜 나는 깨닫지 못했지, 이 책에서는 나와 다른 느낌을 가졌구나, 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라는 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나 인간 관계, 그리고 사랑 등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 닮은 부분이 참 많았다. 그런 탓일까? 왠지 그녀와 조금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그녀도 나처럼 편독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그녀처럼 편식이 심한 독서가이며 좋아하는 작가, 장르 외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처음 연예인이 쓴 책을 접했을 때 그 책은 하필 에세이를 가장한 홍보용 책이었다. 그 뒤에 접했던 몇 권의 책도 그러했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는 연예인이 쓴 책은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제목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표지가 '팬시'해도 예기치 않게 소중한 독서 시간을 선사할 수 있음을 『미 비포 유』를 통해 알게 된 것처럼, 나는 배우 이보영의 <<사랑의 시간들>>을 통해 편견을 깨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참 고마운 책이다.
덧) 그녀가 책한테 반해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을 가졌다는 스티그 라르손『밀레니엄 시리즈』를 얼른 찾아 읽어봐야겠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 ^^
(이미지출처: '사랑의 시간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