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은 조선을 수탈했을까? - 조선 농민 연합회 vs 조선 총독부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2
김인호 외 지음, 황기홍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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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기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에서 일본의 우토로마을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우토로마을은 몇 해전 책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TV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그들의 핍박이 얼마나 심했을지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더군요. 아이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같이 보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갖게 되었고, 역사의 진실과 역사 의식 고취를 위해 자음과모음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시리즈 중 52권 <<왜 일본은 조선을 수탈했을까?>>를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역사 속 라이벌들이 모여 재판을 벌이는 구성인데, 얼마 전 하시마섬 유네스코 등재에 관한 일본의 입장 변경처럼 늘 역사를 왜곡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어떻게 주장하고 있는지 궁금했지요.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아이도 이 시리즈만큼은 재미있게 읽습니다. 아마 그것은 무조건 사실만을 알려주는 나열식이 아니라 법정 공방이라는 흥미로운 포맷이 한 몫 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재판 첫째 날 조선 땅, 빼앗은 적 없다?

재판 둘째 날 그 많던 쌀은 어디로 갔나?

재판 셋째 날 일제 덕에 농민 생활이 나아졌다고?

 

3일에 걸친 재판에서는 위와 같은 주제로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증거물을 제시하고, 증인이 출두하는 등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었던 재판 상황이 아주 리얼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고측은 조선 농민 연합회 대표인 김매기로 조선 농업 정책을 담당한 조선 총독부와 그 추종자, 그리고 식민지 미화론자들에게 조선 농민에 대한 범법 행위에 따른 죄를 묻기 위해 사기죄로 고소하게 됩니다. 그러자 피고측 조선 총독부 농림국장 어기짱은 조선에 은혜를 베풀었던 자신들을 고소한 것에 대한 명예 훼손죄로 맞고소를 하게 되지요. 3일의 재판 과정을 통해 대일본 제국과 조선의 공동 번영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을 뿐이라는 피고 측과 그것은 단지 자기네들 이익을 위한 침략이며 수탈에 불과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오갑니다.

 

 

 

우가기 가즈시게 : 한일병합 초기에 무단 통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압적인 지배가 있었떤 것은 사실입니다. 그에 따른 다소 무리한 제재나 억압이 있었던 것도 인정하고요. 그것은 조선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밝힙니다. 우리 조선 총독부의 지배 원칙은 확고한 것이었습니다. 대일본 제국과 조선의 공동의 번영! 아시아로 침략해 오는 서구 제국구주의 맞서, 동아시아 전체가 함께하는 밝은 미래를 위한 준비! 이것이었습니다. 그 정책드르이 성과가 현재 한국의 눈부신 발전의 뿌리가 되지 않았습니까? 근대적인 민법 체계와 물권 형성, 철도와 도로망의 형성을 통한 사회 간접 자본의 확충, 과학적인 영농법의 도입과 수리 시설의 개선 등 여러분이 피해 의식만 가지지 않고 보신다면 조선 총독부의 업적이 그렇게 약탈적으로 이루어지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김매기 : 저들이 얘기하는 철도와 도로망 건설 등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습니까? 바로 조선의 자원을 좀 더 효월적으로 수탈하는 동시에, 일제의 대륙 침략을 위한 병력 이동을 손쉽게 하기 위한 것이지 않았습니까? 저들은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전체의 공동 번영을 주장하며 내선일체 등의 화려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추구했던 것은 일본의 이익을 위해 조선과 아시아의 농민, 노동자가 희생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던 것입니다. (본문 151~154p)

 

 

 

 

 

정말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나 싶네요. 아이 역시 오랜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물론 어려워하는 단어도 있었지만 친절하게 수록된 tip을 통해 이해하거나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지요. 이런 섬세한 부분이 있어서 독자어린이들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네요. 선호하던 장르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책을 읽고 아이는 서로의 주장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정리를 하곤 했답니다. 얼마 전 함께봤던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고, 이 책을 통해서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 거 같아요. 더군다나 이 시리즈의 다른 주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네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균형잡힌 시각을 잡아주는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시리즈는 아이에게 정말 좋은 역사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덧붙히자면, 부록으로 수록된 [한 걸음 더! 역사 논술]을 통해 역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실력도 향상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활용해보면 더 좋을 거 같네요. 자신의 생각도 적고 인터넷을 통해 조금더 알아본다면 논술 실력도 향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지출처: '왜 일본은 조선을 수탈했을까?' 본문, 네이버 검색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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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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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만다라체 상을 수상한 작품 <<여기 용이 있다>>는 헐리우드가 주목한 이야기꾼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의 소설로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는 별개로 잠깐씩 짬을 내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쓴 이야기라고 한다. 촬영 중 쉬는 시간이나 영화 후반 작업, 비행기나 기차역 등에서 떠오르는 내용들을 메모해 둔 내용으로 작가는 이 책을 읽을 때 이야기 사이사이에 몇 초간 휴식을 취하며고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읽기를 권하고 있다. 113편의 미니 픽션들은 상당수가 1~2페이지 분량의 짧은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말 많은 생각을 유도하고 있다.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읽기를 권한다. 읽다보면 처음에는 이야기들의 미로 속에서 정해진 길이 없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엄연히 입구와 출구가 있다. 그 속에서 단계적인 진행이 있고, 순서에 따른 의도도 있으며, 일부 시적인 요소도 있다. 잘못된 우회로와 놀라움, 반전, 휴게소 등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가까이에 있는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실제의 미니어처이자 소문자로 쓰는 고함이며, 병 안에 들어 있는 배이다. (본문 9p)

 

저자의 권유대로 (사실 모든 책에 대해 늘 그래왔지만)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다. 많은 언어가 실종되고 있지만 연인들은 꼭 필요할 때 쓸 말을 열 개 혹은 열두 개 정도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았고, 시인들 역시 '아침''식탁보''희망' 등의 말을 저장하였으며 목숨 걸고 진심으로 이것들을 지켜낼 준비가 되어있다는 [전염병]을 시작으로 어린 소녀 마샤가 욕조 안에서 비누와 색색의 새끼 오리들과 함께 몸을 담그고 있자니 자신의 작은 몸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욕조 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실수], 우리를 담고 있는 여행 가방은 우리 자신을 가장 잘 함축해놓은 축소판이자 우리의 버릇과 기호, 의도, 살면서 잃고 얻는 것 등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를 요약해준다는 이야기 [여행 가방], 한 권 안에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수록함으로써 성격에 따른 책 읽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경고], '이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라는 짧은 한 글귀만 적혀있음에도 묘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등 이 소설 속에 수록된 113편의 픽션들은 때로 난해하고, 때로는 공감을 주고 때로는 혼란을 주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말처럼 이 이야기들이 만들어 낸 미로 속에 갇혀있는 듯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어 저자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출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조차도 어려웠다. 고백하건데, 나의 독서력으로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행 가방도 우리처럼 늙어간다. 다크서클과 주름, 균열이 생긴다. 가방의 원래 재질은 단단하지만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약해진다. 한 승객이 가방을 분실한 대가로 아주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똑같은 가방을 받았다고 해도 절대 예전 것과 똑같을 수는 없다. (본문 47p)

 

 

분명한 것은 <<여기 용이 있다>>에는 결코 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용'은 무엇일까? 저자는 앞서 이 책 제목에 나온 용들은 수 세기 전부터 고대의 미완성 지도들 속에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 제목에 나온 용들은 수 세기 전부터 고대의 미완성 지도들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들이 가리키는 세상이 끝나는 그곳에서 바로 지식이 생겨났다. 비축된 물이 다 떨어지기 전에 어디에서 배를 돌려야 하는지, 또는 배를 침몰시킬 최악의 협곡이 숨겨진 깊은 바다가 어디인지 그 지도 위에 주의 표시를 해 놓았다.

'여기 용이 있다'라고. (본문 6p)

 

 

 

갈 수 없는 그곳, 더 이상 모험심을 품지 못하게 하는 그곳, 우리의 지식이 끝나는 그곳에서 상상이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항해자들이 위험 표지판을 보고 뱃길을 돌렸던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고로, 이 책의 제목은 세상만사의 신비한 생각의 중심에 깊게 다가가고 우리 자신과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픽션을 이용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상상력의 개척지를 저자는 상징과 풍자로 뒤섞인 113편의 거대한 퍼즐로 채워냈다. 부족한 독서력으로 그 퍼즐의 완성품을 끝내 그려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상상력의 개척지로의 안내를 기꺼이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가져볼 수 있었다. 난해하고 때로는 길을 잃은 듯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나에게 이 소설은 현실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제 독자들에게 이 페이지 사이사이에 오래된 지도 속의 용들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 이 책을 포함한 모든 책은 미개척지이자, 살아 있는 이야기들의 묘지이며, 상상과 두려움, 그리고 욕망으로의 초대, 우거진 숲, 열쇠로 잠긴 옷장, 야밤에 나서는 외출이다. 그러니 부디 이 책장을 조심히 펼치기 바란다. 여기 용이 있다. (본문 9p)

 

(이미지출처: '여기 용이 있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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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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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최단 기간 동안 100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보여주었고, 아마존 베스트셀러이자 이탈리아 국민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는 우연히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다 알게 된 작품이었다. 미스터리이자 막대한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뇌 게임이라는 소재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1960년대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던 가정부 멘눌라라가 남긴 유연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등극이자 미스터리(표지 中)인 이 소설은 '지적 유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63년 9월 23일 월요일 멘눌라라가 죽은 날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본명은 마리아 로살리아 인제릴로이지만 사람들이 놀리느나 '아몬드는 줍는 여자'라는 뜻의 '멘눌라라'라 불린 그녀는 열세 살부터 알팔리페 가문에서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된다. 릴라 부인이 돌아가시고 농사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던 가장인 오라치오 알팔리페가 돈을 흥청망청 쓰기 시작하면서 빚이 늘어나자 멘눌라라는 직접 농사일을 맡아서 관리하겠다고 나서게 되었고, 결국에는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가족 모두가 멘눌라라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특히 오라치오의 아내인 아드리아나는 남편이 죽은 후 자식들이 고향을 떠나자 하녀 멘눌라라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그렇게 모두가 의지했던 멘눌라라가 죽자 알팔리페가의 장남인 잔니, 큰딸 릴라, 막내딸 카르멜라는 멘눌라라가 남겨 놓았을 유산에만 관심을 보였으며, 카르멜라의 남편 마시모는 자신의 결혼을 반대한데다 늘 알팔리페 가문을 한 손으로 흔들어온 멘누의 죽음을 자축하기도 한다. 헌데 유산을 기대했던 유언장에는 자신의 부고를 《시칠리아 일보》에 실을 것과 장례식 날짜, 알팔리페 가문의 무덤에 안장하라는 지시만 기록되어 있어 이들을 분노케 한다.

 

멘눌라라의 죽음을 두고 알팔리페가 사람들 뿐 아니라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인 로카콜로바의 마을이 들썩인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멘눌라라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그녀를 두고 맞아 죽어도 싼 년이며 부도덕하고, 상스럽고 예의라곤 전혀 모르는 여자이며 욕심 때문에 속만 썩이다 죽어간 거라 이야기하기 급급했다. 물론 그녀를 정직한 여자라 기억하는 사람도 몇 있었는데, 보통 사람들의 견해에 따르면 멘눌라라는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였고, 동시에 까다롭게 권위적인 여자 그리고 평생을 알팔리페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여자였던 것이다. 헌데 그녀의 장례식에 마피아 두목인 돈 빈첸조 안코나가 참석하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게 되면서 멘눌라라에 대한 경외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런 와중에 마시모는 아내 카르멜라를 이용해 멘누의 우편물을 확인하려했으나 카르멜라의 실수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아내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 일로 마시모는 경고장을 받는다. 돈 빈체조 안코나의 방문과 마사모가 받은 경고장으로 멘누가 그냥 죽은 게 아니라는 얘기가 오가자 알팔리페 사람들은 멘누의 지시대로 부고를 재작성하게 되고 얼마 후 멘누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지 않으셨더군요. 하지만 이제《시칠리아 일보》에 부고를 실으셨으니 용서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본문 235p)

 

멘누의 편지를 알팔리페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주었고 멘누가 하늘에서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편지에 적힌대로 골동품을 박물관에 가져가 감정을 받지만 가짜라는 것이 판명되자 또다시 멘누를 욕하기 시작한다. 미친년, 무식한 년. 하지만 얼마 후 멘누의 또 다른 편지가 도착하면서 이것이 멘누가 재산을 합법적으로 돌려주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녀와 오라치오 그리고 그녀와 돈 빈체조 안코나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그들의 상상 속에서 거의 전능한 악마과 다름없었던 그녀의 삶이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주인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오해를 받으며 알팔리페가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마녀로 자리잡게 된 멘눌라라, 하지만 두뇌 게임을 통해 유산을 돌려주고 그녀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멘눌라라는 사랑과 열정이 가득했던 여인으로 남게 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일단 죽어야 한다. (표지 中)

 

죽은 사람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쉬지 않고 멘눌라라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각자 자신만의 기억으로 멘눌라라가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기억만으로 누군가에게는 마녀로, 누군가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멘눌라라를 보면서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멘눌라라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삶을 되짚어가는<<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는 미스터리적 요소를 가미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라 독자들은 멘눌라라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매력을 주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저 멋드러지게만 보였던 표지 삽화 속 여인의 모습을 책을 다 읽고서야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단편적인 기억만으로도 내 모습이 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내 삶을,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이미지출처: '마녀에게서 온 편지 멘눌라라'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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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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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최근 자주 접하게 된다. <등 뒤의 기억><기억 깨물기><우는 어른>에 이어 이번에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제목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다.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좀처럼 책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제목이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책 제목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기존의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굉장히 섬세하고 잔잔하며 담담하다. 이 작품 역시 기존 작품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조금은 독특한 구성인데다, 흔히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보곤 했던 막장 드라마의 스토리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 모습을 가진 이 가족을 만난 독자들이라면 그들이 불행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속사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가족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총 23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의 화자가 다 틀리다. 더군다나 시간적 배열도 순차적인 아니기 때문에 누가 화자인지는 일단 매 장의 도입부를 읽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구성 탓에 초반에는 뒤죽박죽 혼란스러워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허나 읽다보면 퍼즐 조각 하나하나가 맞춰지면서 하나의 멋진 완성품과 마주하게 된다. 이 거대한 완성품을 마주하고 나면 정말 괜찮은 책이구나, 라는 탄성을 내뱉게 된다. 이 3세대, 100년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는 독특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야나기시마 일가에는 무역 회사를 경영하는 할아버지 다케지로, 러시아인인 할머니 기누, 아빠 도요히코, 엄마 기쿠노, 유리 이모, 기리노스케 외삼촌 그리고 아빠가 다른 언니 노조미, 가족 관계의 중심이 되는 차녀 리쿠코, 오빠인 고이치, 그리고 엄마가 다른 우즈키가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대신 가정 교사를 통해 집에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우즈키의 마마(친엄마인 아사미)로 인해 2주동안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그동안 다른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몰랐던 이들은 자신의 가족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대게는 '낳아준 엄마'와 '현재 같이 사는 엄마'가 같다는 것과 다른 집 아이들은 거의가 외삼촌이나 이모와 같이 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은 허구헌 날 TV를 보며 자란다는 것 따위들 말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고이치가 자신의 가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본인 입으로 '이상한 집'이라 했고, 아버지가 다른 누나에 어머니가 다른 남동생에, 아무튼 복잡한 가정인 듯 싶다. 외삼촌과 이모도 한집에 같이 살고 있다. 나도 딱 한 번 놀러 간 적이 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이상하긴 했다. 양관? 서양건축? 여하튼 대저택인 데다 난로가 있는 응접실로 가정부가 차를 내왔을 때에는 무슨 서스펜스 극장인가 싶었다. (본문 307p)

 

1982년 가을, 리쿠코가 화자가 되어 보여준 이들 가족의 모습, 관계 등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엄마가 다르고, 아빠가 다른 형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 헌데 책을 읽다보면 더 이해할 수 없는 관계들도 많다. 리쿠코의 친아빠인 기시베의 딸 치하루와 친구로 지내는 리쿠코, 아이들이 사는 집을 방문하는 기시베와 아사미. 어떻게 이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일까? 엄마인 기쿠노는 권위적인 집안의 분위기에 반항하여 가출을 감행하였고 기시베를 만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유리는 선 본 남자와 결혼한 후 6개월 만에 이혼을 하고 돌아오고, 집안끼리 결혼을 약속했던 기쿠노와 결혼을 하게 된 도요히코는 다케지로의 비서인 아사미와 아들을 낳게 된다. 그렇다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된 네 명의 아이들의 삶은 불행하기만 했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은 성장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서 조금은 삐끄덕거리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적응하고 성장한다. 여느 평범한 가족과는 너무도 다른 생활 환경이지만 이들은 나름대로의 규칙과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애정을 가지고, 나름대로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을 추구해가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사랑, 이해 관계가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언뜻 보면 행복해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면 기막힌 비밀이 숨겨져 있어 불행해져야 마땅한 가족이거늘, 그들은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유리가 결혼했던 가족이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가족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렇다. 우리는 흔히, 우리에게만 불행이 닥치고 우리에게만 어려운 고비가 찾아온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어느 가족이든 나름대로의 비밀이 숨겨져 있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속사정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결국은 불행의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행복해보이는 가정에도, 평범해보이는 가정에도 나름대로의 사정과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이들 가족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얽혀있는 사연들은 정말 독특하지만 이들 가족이 만들어가는 사랑이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미지출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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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먹밥을 맨으로 만드는것보단 약간의 깨소금을 섞는게 목넘김이 훨씬 쉽듯..그런 얘기아닌지..

동화세상 2015-09-17 11:14   좋아요 1 | URL
적절한 표현이시네요
 
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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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의 미래를 꿈꾸고 이상향을 생각하고 5년 후 혹은 10년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해서였다. 순진했거나 혹은 바보였던 그 시절, 내가 서 있을 수 있었던 곳은 엄마가 허락하는 공간 뿐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나의 의지로 꿈꾸고 서 있을 수 있는 곳은 책 속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책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을 갖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책 속에 있는 모든 것들로 미래의 '나'를 그려보곤 했는데 그 중에는 성인이 된 나의 이미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는 굉장히 막연한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언젠가 배우 이보영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그 막연함이 현실이 됨을 알았다. 물론 나는 지금 그려왔던 그 이미지를 갖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다음부터 배우 이보영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모두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늘 관심을 갖곤 했다. 그런 그녀가 책을 출간했다고 하니 반가움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어쩌면 나로써는 당연한 일이리라. 연예인이 쓴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배우 이보영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배우라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독서 마니아라고 한다. 그런 그녀가 책을 통해 성장하고 위로받았던 이야기를 <<사랑의 시간들>>을 통해 풀어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블로거를 운영하게 되고 내 나름대로의 기준과 해석으로 서평을 쓰게 된지 어언 8년이 되어간다. 그래서 서평을 쓰다보면 내 사생활을 이야기해야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기기도 했다. 활자로 풀어내는 것에 대한 능력부족으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프롤로그를 통해 털어놓은 이 책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나와 다르지 않음에 단지 첫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책이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Part로 나뉘어 23편의 책에 얽힌 저자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진다는 것은 책이 지닌 신비로움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어릴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는다. 의무감으로 읽었던 그때와는 울림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마치 다른 책을 새롭게 읽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에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중략)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뜻밖에 찾아온 흥미로운 여행과도 같다. (본문 62p)

 

얼떨결에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모든 변화가 낯설고 어려워진데다 어설프게 풀려가는 관계 속에서 실수만 반복할 때 저자는 왜 불행한지, 어떻게 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고 그즈음 만난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행복을 구하는 자신에게 어렵지 않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다정한 안내문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불행하다. 우울하다, 내 의지처럼 일이 잘되지 않아 속상하다'는 생각이 들때면 어김없이 꾸뻬 씨와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싶은지, 인연들을 잘 쌓아가기 위해 어떤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지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이었고, J.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장녀로서 언제 어디서나 어른스레 행동하기를 바라셨던 어린시절,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서글펐던 순간들을 위로해주었다.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했던 『창가의 토토』는 순수했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른들의 몰이해 때문에 상처받고 답답하기만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읽는 책이 되었다. 결혼도 인생도 끊임없는 수행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법륜『스님의 주례사』, 밟 넓은 것이 인격처럼 여겨지고 너무 사회적이지 못한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시절 가슴을 파고들었던 법정『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편견을 즐겁게 깨뜨려준 책 조조 모예스의『미 비포 유』,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긍정과 희망이라는 힘을 불어넣으려고 애썼던 고흐처럼, 힘든 상황이 닥쳐와도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책 반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반지』, 나눔의 행렬에 다가가는 작은 발걸음임을 이야기하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자는 이렇게 자신이 읽은 책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받았으며 또 성장했고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그러하기를 바란다.

 

저자가 읽은 책 중에 내가 읽은 책도 몇 권 보인다. 서평을 쓰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같은 책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다보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얻기도 하고, 같은 느낌을 통해 공감을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책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통해서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이런 아름다운 구절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 왜 나는 깨닫지 못했지, 이 책에서는 나와 다른 느낌을 가졌구나, 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라는 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나 인간 관계, 그리고 사랑 등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 닮은 부분이 참 많았다. 그런 탓일까? 왠지 그녀와 조금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그녀도 나처럼 편독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그녀처럼 편식이 심한 독서가이며 좋아하는 작가, 장르 외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처음 연예인이 쓴 책을 접했을 때 그 책은 하필 에세이를 가장한 홍보용 책이었다. 그 뒤에 접했던 몇 권의 책도 그러했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는 연예인이 쓴 책은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제목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표지가 '팬시'해도 예기치 않게 소중한 독서 시간을 선사할 수 있음을 『미 비포 유』를 통해 알게 된 것처럼, 나는 배우 이보영의 <<사랑의 시간들>>을 통해 편견을 깨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참 고마운 책이다.

 

덧) 그녀가 책한테 반해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을 가졌다는 스티그 라르손『밀레니엄 시리즈』를 얼른 찾아 읽어봐야겠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 ^^

 

(이미지출처: '사랑의 시간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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