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 생명과학 주니어 대학 10
이정모 지음, 홍승우 그림 / 비룡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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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_심리학>으로 출발한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여러 학문들의 흥미로운 진면모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낸 인문학 입문서 <주니어 대학>시리즈 10번째 이야기는 생명체가 살고 죽는 원리를 탐구하는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미래를 꿈꾸는 학문인 생명 과학을 소개하는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전공 학문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는 청소년 인문 교양서인 이 시리즈는 다양한 전공 학문의 세계를 선보이고 있어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고등학생인 딸아이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한 생명 과학은 초등학생인 작은 아이가 굉장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인데, 청소년 인문 교양서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가며 쉽게 소개하고 있는 터라 작은 아이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전통적인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분류학과 진화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하니 한 번쯤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생명학은 생명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생명을 살아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다시,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선뜻 그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이 책에서 살아있는 증거를 하나씩 들여다보게 된다. 그 첫번째 증거로 사람이나 식물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리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면 생명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경기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같은 도가 있고, 도에는 여러 도시가 있으며, 각 도시에는 더 작은 구와 도로가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명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생명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증거는 무엇일까? 체계가 없는 돌멩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또 아무것도 싸지 않는다. 몸 밖으로부터 섭취한 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해서 나온 것으로 몸에 필요한 물질과 에너지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생긴 쓰레기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활동을 하는 대사 활동이 있어야 생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 자동차는 가솔린을 넣고 가솔린과 산소가 범벅이 되면서 폭발이 일어날 때 발생한 에너지로 자동차가 움직이고 그 찌꺼기로 이산화탄소와 물이 배출되는데 이 자동차를 생명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먹고 싼다고 해서 모두가 생명이 아니기에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그 다음 증거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 에어컨이나 난방기는 자동 온도 조절기가 있어 원하는 온도를 설정해 놓으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생명을 설명하기 위한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 누가 옮겨 놓지 않으면 천 년이고 만년이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돌멩이와 달리 생명은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물에 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휘휘 저어 섞은 다음 가만히 놔두면 기름방울이 물 위로 뜨면서 자기네끼리 뭉친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기압의 차이에 반응해서 스스로 움직이고 있으니 살아 있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그 증거가 또 있을까? 여기에 마지막으로 생명은 자라고 자기를 복제한다는 점을 증거로 내놓았다. 이렇게 생명, 즉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다섯 가지 특징을 다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제 생명이 무엇인지 각각의 다양한 예시를 통해 우리는 아주 흥미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단, 지금까지만. 앞으로 자기 복제를 하는 로봇이 등장한다면 새로운 증거가 더 필요하겠지. 우리가 로봇을 생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 로봇은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더 강력한 증거는 무엇일까? (본문 27p)

 

 

사막 여우를 통해 찰스 다윈이 만든 이론 자연 선택을, 개구리를 통해 '변이→자연 선택→유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모든 생명 작용이 일어나는 우리 몸의 작은 세포들에게 영양분이 전달되어야 하는 소화 과정, 소화 기관에서 얻어진 영양소와 허파에서 얻은 산소를 순환 기관계를 통해 전달받은 세포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생명의 설계도인 유전자, 모든 생명 현상을 담당하고 있는 단백질 효소, 침팸지와 사람의 뇌 차이를 만든 뉴런의 연결 그리고 뇌 등 전공 학문의 핵심 주제를 다양한 실험 사례와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생명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자연 선택설을 발표한 찰스 다윈, 합성 생물학을 개척한 크레이그 벤터와 같이 생명 과학에 기여한 롤모델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부, 2부의 구성을 통해 생명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생명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난다. 3부에서는 10가지의 질문을 통해 생명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준다. 이 책은 이렇게 생명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이끌어주는 구성을 가진다.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 생명 과학>>를 비롯한 <주니어 대학> 시리즈를 여러 권 접하다보니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생명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이 초등학생 아들이 다소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는 모습에 더욱 호감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도록 흥미를 돋구는  내용 뿐만 아니라, 각각의 학문이 실제로 어떤 지식을 다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자신이 앞으로 배우고 싶은 학문이나 경험하고 싶은 학문이 무엇인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 생명의 비밀을 밝혀내 근원을 찾고 미래를 꿈꾸는 학문인 생명 과학, 이 책은 그 생명 과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쉽고 재미있는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호기심과 지적 탐구심을 북돋워 주는 마음에 쏙 드는 구성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 생명 과학>>을 적극 추천해본다.

 

(이미지출처: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 생명 과학'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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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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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출간, 호주 '책을 읽자!' 선정 내려놓을 수 없는 책 50, 3년 연속 호주출판업상(ABIA) 올해의 어린이책 상 수상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신 있게 선보인 책 <<13층 나무 집>>입니다. 책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 책이 얼마나 흥미로울지 가히 짐작이 됩니다. 표지를 펼치면 앤디와 테리가 사는 13층 나무 집의 구조가 훤히 보인답니다.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수영장, 레모네이드 분수, 덩굴 그네, 극장 겸 도서관, 볼링장, 식인 상어 수조, 거대 새총 등등 정말 없는 게 없는 집이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던 그런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왠지 이 집에 살면 흥미로운 일들이 마구마구 생겨날 것만 같아요. 한 번쯤 꼭 놀러가보고 싶네요.

 

 

 

뭘 망설이고 있지

올라와! (본문 11p)

 

 

 

나무 집은 앤디와 테리가 사는 집이기도 하지만, 함께 책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지요. 앤디는 글을 쓰고 테리는 그림을 그립니다. 고양이를 밝은 노란색으로 노란 카나리아로 변신시킨 테리 때문에 한 바탕 난리가 났을 때, 출판사 사장인 큰코 씨가 원고 마감일이 지났다며 버럭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1년 전 앤디와 테리는 지난 금요일까지 원고를 보내겠다고 약속을 했었거든요. 앤디는 내일 오후 5시까지 갖다 놓겠다고 약속을 하고 곧 탁자에서 일을 하기로 합니다. 앤디는 테리의 그림 가방에 재미난 스케치가 몇 장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원고를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헌데 손가락 그림이 전부네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감을 잡았다는 앤디의 글쓰기 공책도 별반 다를 바 없군요. 맞춤법도 틀린 '옌날옛적'이 전부군요. 헌데 일을 빨리 시작해야할텐데, 테디는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 '멍멍이의 왈왈 쇼'를 봐야한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일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우체부 빌 아저씨가 소포를 전해줍니다. 생각했던 바다원숭이가 아니라 인어 아가씨가 도착했지만 테리는 인어 아가씨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앤디는 인어 아가씨가 아니라 바다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다행이 바다 괴물을 물리칠 수 있었고 드디어 책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새로운 문제가 또 발생을 하는군요.

 

 

 

실컷 팝콘을 먹고 목이 말라 레모네이드를 마셨지만 트림이 계속되어 풍선껌을 씹었는데, 풍선껌의 풍선이 너무 커져서 테리를 감싸 버렸네요. 트림한 가스로 가득 찬 풍선껌 풍선 속에 테리가 갇힌 거죠. 그런 테리를 구하기 위해 또 모험이 시작되는군요. 사건이 일단락 되고 이제 정말 책을 써야합니다. 지금까지 그리고 쓴 거라고는 '옌날옛적'이랑 '손가락' 그림이 전부인데 말이죠. 하지만 앤디와 테리는 이 글과 그림을 합쳐서 '슈퍼 손가락의 모험'이라는 책을 쓰게 됩니다. 이들은 이야기가 만족스럽자 다른 이야기를 더 쓰기로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또 방해를 받게 되는군요. 바로 인어 아가씨를 잘 못 배송해준 바다원숭이 판매 회사에서 보내준 바다원숭이 알이 도착한 거에요. 하지만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겠지요? 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물론 엄청난 모험이 끝나고 일은 잘 해결됐지만 책이 마무리가 안 되었네요.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앤디와 테리는 오늘 하루 엄청난 모험을 했고, 그 모험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게 되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책 좀 읽어라'라며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책이네요. <<13층 나무 집>>을 읽기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정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흥미진진한 모험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할 거 같네요. 더 흥미로운 것은 앤디와 테리가 <<13층 나무 집>>을 곧 '26층' 나무 집으로 더 높이 올려 지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범퍼카 경기장, 펭귄도 함께 즐기는 얼음 경기장, 78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퍼 주는 로봇 같은 기발하고 새로운 발명품은 물론이요, 도시와 섬과 바다를 오가는 짜릿한 사건들이 벌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아이들의 기대가 정말 대단할 거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13층 나무 집>>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13층 나무 집'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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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 그리고 돈요일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4
한아 지음, 배현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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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김영사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4번째 이야기는 동현이와 영기가 학교 폭력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진정한 우정을 통해 서서히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월화수목 그리고 돈요일>>입니다. 개인적으로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스토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받고 있는 상처를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고, 학교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함,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을 모두 느껴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깨달아야 합니다. 학교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안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지요. 아프고 절망스러운 고통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나한테는 금요일이 없다. 대신 돈요일이 있다. 태수 형에게 돈을 상납해야 하는 돈요일. 태수 형은 금요일마다 3만 원을 받아 간다. 금요일을 달력에서 오려 내고 싶다. 달력에서 금요일을 지워서 태수 형을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끊을 수만 있다면, 나는 세상의 모든 달력을 찾아서 금요일을 오려 냈을 거다. (본문 7,8p)

 

함께 태권도 수업을 받은 태수 형이 왕따를 당하는 걸 알게 된 후 동현이는 형이 가여워 태수 형한테 잘해 주고 싶었습니다. 동현이 역시 태권도장에는 친한 친구가 없었던 터라 태수 형과 금세 친해지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간식을 사주던 형이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동현이가 간식을 사는 날이 많아졌고 점차 돈을 빌려 달라는 일이 생기더니 지금은 동현이는 태수 형의 저금통이 되어 버렸습니다. 매주 금요일, 동현이는 쌈지 공원에서 태수 형에게 3만 원을 줘야합니다. 돈이 조금 부족하면 주먹이 날아오곤 하지요. 3만 원을 모으기 위해 동현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뺏아야했고 결국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떠나 동현이는 학교에서 혼자가 되었습니다. 엄마나 사범님, 관장님한테 얘기한다면 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끊을 수 있겠지만, 형제가 없는 자신에게 진짜 형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기에 동현이는 형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장은 형이 이상하게 굴어도 곧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으니까요.

 

돈이 조금 부족하자 태수 형은 돈을 팽개치고 멱살을 거머잡아 올렸습니다. 동현이는 태수 형을 똑바로 보지 않고 태수 형 머리 뒤에 있는 아파트를 보았지요. 한 아이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태수 형이 배를 때리자 동현이가 쓰러집니다. 다행이 공원 앞에서 멈춘 사이렌 소리에 태수 형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바람에 동현이는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동현이는 아파트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던 그 아이가 경찰을 부른 것 같아 고마웠지요. 동현이는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한편 반년이 넘도록 집에서 마지막 숙제를 생각하며 보낸 영기는 금요일만 되면 공원에 나타나는 두 아이를 기다리곤 했지요. 그런데 그 중 작은 아이가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세 번의 기회밖에 없는 영기는 한 번의 기회를 사용해 동현이에게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신고를 한 것이 영기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가 되기로 했습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 들리는 빈 집에서 영기는 사고가 났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영기가 어떻게 해도 잠자코 있던 진우가 그날따라 영기를 들이받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들러붙던 중 진우는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영기의 허리를 잡고 밀어붙혔고, 허우적거리며 뒷걸음질을 친 영기는 자동차에 그대로 들이받쳐졌지요. 영기는 식물인간이 되었고, 다음 세상의 안내자는 영기가 이 세상에서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를 해결해야 다음 세상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했지요. 육체를 떠나 영이 된 영기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거나 만지거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세 번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동현이에게 현관문을 열어줄 때 한 번의 기회를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마지막 숙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영기는 영인 자신을 볼 수 있었던 동현이가 바로 마지막 문제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현이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로 마음 먹습니다.

 

한편 동현이는 태수 형에게 돈을 주기 위해 어린 아이들의 돈을 뺏다가 새로 전학온 오성이를 만나게 됩니다. 이후 오성이는 사사건건 동현이의 일에 참견하지만 동현이는 그런 오성이가 싫지 않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영기의 사고가 있은 후 전학을 갔지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상해졌다는 진우의 소식을 들은 영기, 영기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과 아이들의 돈을 빼앗는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동현이가 학교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용기를 보여줍니다.

 

 

 

<<월화수목 그리고 돈요일>>은 동현이와 영기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현이는 피해자, 영기는 가해자의 입장인 셈이지요. 동현이는 영기와 진우를 통해 태수 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가해자였던 영기 역시 진우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게 되지요. 이 동화책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가 두 사람을 통해 잘 보여지고 있는 작품이라 여겨지네요. 두 주인공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학교 폭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가해자가 안고 가야하는 고통이나 피해자가 받게되는 상처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를 통해 학교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동현이가 태수 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힘들게 용기를 내어 맞서는 모습이 너무도 멋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당당한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거 같네요.

 

 

 

저는 이 책을 부모도 함께 보기를 권합니다. 처음 돈을 훔치다 걸린 동현이에게 했던 동현 엄마의 행동을 통해 어른들이 저지르기 쉬운 과오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만약 엄마가 동현이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동현이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려 했다면 동현이에게 돈요일이 존재했었을까요? 어른들의 무관심, 소통의 부재가 학교 폭력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이미지출처: '월화수목 그리고 돈요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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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육아 - 이 시대 부모와 아이를 이어주는 따뜻한 소통의 본질
수잔 스티펠만 지음, 이주혜 옮김 / 라이프로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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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좋은'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받고 다정하게 대우받고 삶의 무한한 축복을 받을 자격이 충만함을 알게 된다. (본문 134p)

 

가장 어렵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되기 위한 어떠한 훈련이나 자격증도 없기에 수많은 육아서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일 게다. 헌데 수많은 육아서를 읽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여전히 부모로서는 아마추어이고, 육아의 체계 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부모의 의식이 부족해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 부모들은 과거의 지나치게 권위적인 육아에서 벗어나 새로운 체계와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과도기 속에 있어 아이들이 절실하게 바라고 요구하는 명확한 길을 알려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바꿔보려 하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의 부모와 주위 환경으로부터 받은 영향력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부모교육가이자 가족 치료 및 육아 전문가인 수잔 스티펠만은 <<흔들리지 않는 육아>>를 통해 아이의 존재 그리고 부모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본질을 깨닫게 하는 육아법을 정리하여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존의 육아서가 '아이'의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육아는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서 시작됨을 강조하고 있어 기존의 육아서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흔들리지 않는 육아>>를 통해 여러분 역시 육아의 일상에서 더 큰 평화와 기쁨, 그리고 자기 변혁을 가져오는 여정을 시작해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실생활 육아가 안겨주는 기쁨, 힘든 일을 더욱 의식적으로 헤쳐나갈 전략, 마음의 평정을 깨트리는 요인들을 잠재우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본문 19p)

 

우리는 흔히 부모가 아이의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좀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바로 '아들딸들이 우리 가슴과 영혼을 변혁시킬, 신이 정한 스승'이라는 것. 예를 들어보자. 마음이 급한데 아이가 자꾸 가던 길을 멈추고 길옆에 핀 모든 꽃의 냄새를 맡고 싶어할 때 우리는 삶의 속도를 늦추라는 가르침을 받고, 아이가 밤마다 악몽을 꾸고 울면서 깨어난다면 우리는 아이를 달래느라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도 사랑을 바탕으로 한 불굴의 인내심을 배우고, 아이가 자꾸 숙제를 미룰 때는 우리 역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미루는 습관에 대해 똑같이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면을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참 많은 것을 깨닫고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육아에 대해 우울하고, 화나고, 짜증나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갖게 되는 것일까?

 

아들딸이 아무리 우리의 스승이고, 우리를 성장케한다 할지라도 육아만큼이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전쟁을 치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자리에 쓰러질 때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생각에 몸서리 치게 한다. 수많은 육아서를 통해 배운 육아법을 기억하고 원칙을 세워보려해도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의 현실에서는 늘 충돌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이들은 우리에게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더욱 광대하고 충만한 삶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해주며, 우리 마음의 어둡고 더러운 면을 만날 기회(본문 28,29p)를 주기도 하기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나의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보라고 한다. 일례로  열네 살 엘라와 열여섯 살 셰이 두 딸과 엄마 캐서린 사이의 이야기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아이를 스승으로 바라보고 이때 생기는 치유와 변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큰 보상이 돌아옴을 알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육아의 스트레스를 '아이 때문에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저자는 아이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에 따른 부모의 감정 문제는 부모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들과의 관계를 손상시키고 있는 일들은 부모의 문제로 인해 비롯된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내 경우를 보더라도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나 컨디션 난조 등은 내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많은 부분을 좌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강조하는 육아는 '아이'가 아닌 '부모'에게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한 측면일 것이다.

 

아이들이 삶의 피할 수 없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당당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어른의 삶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육아가 안겨주는 가장 큰 보상이다. 이때 우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우리 자신을 살피려는 노력들이 모두가 커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본문 76,77p)

 

저자는 배의 선장처럼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책임을 지는 부모는 심지어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어서 불만을 품을 때조차도 명확하면서도 다정하며 아이들 대신 합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배의 선장이 되면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영향에 의해 무조건 반발하기보다 아이가 폭풍을 몰고 와도 융통성을 발휘해 수용적으로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본문 50,50p)는 것이다. 간혹 나는 아이의 양육함에 있어 싫어했던 내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저자가 소개한 사례를 미루어 볼 때 어린 시절 해소하지 못한 감정과 상처가 우리가 아이들이나 생활에 대해 느끼는 반발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내가 가지고 있는 낡은 습관을 버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을 통해 내 자신의 중심을 잃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며, 그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육아의 본질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흔들리지 않은 육아>>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아이들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서 충동적인 대처 대신 융통성 있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가 의식적이고 당당하며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자질을 알아볼 수 있으며, 좌절이나 분노, 두려움으로 반항하기보다 융통성과 선택안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선물은 상담 사례들을 통한 가슴에 와닿는 진실된 조언들을 통해 아이와의 힘겨운 시간을 극복하고, 부모 자신 또한 치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매 장마다 소개되고 있는 [이제 당신 차례][실생활 속 육아상담]과 일상생활에 통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한 [육아의 도구와 팁, 그리고 전략]편을 통해 실천의 기회를 가져보면 더욱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는 아이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쏟고 존재 자체를 인정해준다면 아이는 친구보다 오히려 부모에게 더 의지하고 길잡이 역할을 맡긴다고 강조한다. 이제 그 여정에 이 책이 함께 할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육아>>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서도 반발하기보다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일깨워준다. 아이들보다 부모에게 말하는 책이다. 부모 먼저 문제를 해결할 때 스트레스가 상황으로 몰아가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차단할 수 있다. _팀 라이언(<<마음챙김의 국자>>저자, 오하이오 주 미하원의원)

 

한 세대의 부모가 존재의 육아, 조율의 육아, 참여의 육아에 매진할 때 보이지 않는 장볍이 깨진다. 또 아이와 더 함께하려는 작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마음과 가정에 더 큰 평화가 찾아올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관심 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끼며 성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한 번에 한 아이씩 우리 자신을 치유하고 변혁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바꿀 기회를 가진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회이고, 대단한 모험인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영적인 순례이다. (본문 357p '끝내며' 中)

 

(이미지출처: '흔들리지 않는 육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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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한 생명이 떠나간다.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의 여정이 끝나고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파스카의 시간.

고통과 두려움의 터널을 지나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는 시간.

그 시간을 함께하는 수도자들이 있다.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세상은 그들을 블루베일이라고 부른다. (본문 中)

 

2013년 12월 방송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갈바리의원의 100일간의 기록을 담은 <KBS다큐멘터리 블루베일의 시간>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방송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 곁을 홀로 떠나며 남긴 깨달음의 메시지와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하늘색 베일의 수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마리아의작은자매회는 1877년 영국에서 메리포터 수녀가 설립했는데,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 여러 가지 질병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몇 차례 겪었던 그녀가 임종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돌봐 줄 수도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수도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수도회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63년이었는데, 외국에서 약과 장비를 지원받아 1980년대까지 외래 진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곳이 되었다.

 

 

 

프로듀서인 이호경님은 2년 전 누구에게나 한 번쯤 찾아오는 경험을 통해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죽음의 현장에서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싶어 자문을 구하던 중 한국 최초, 동양 최초 호스피스 시설인 강릉의 갈바리의원을 알게 되면서 이 곳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이호경 피디는 주방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환자들의 발마시지를 통해 환자들과 수녀들과 친분을 쌓게 되었고, 촬영을 하면서 100일 동안 스무 명의 임종 순간을 함께 했다고 한다. 화장지를 통째로 편집기 앞에 가져다 놓아야 했던 피디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구원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 역시도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혼자 남겨질 가족에 대한 걱정 등으로 몇 개월간 슬픔과 절망 속에서 헤매였었다. 무엇보다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할 기회조차 갖치 못한 채 갑작스럽게 보낸 엄마에 대한 죄스러움, 원망,후회 탓인지 이 책을 쉽게 펼치지 못했다. 피디처럼 화장지를 준비한 채 책을 읽기 시작하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에 대한 감각조차 없이 몰입해서 읽었으며, 때론 화장지로 눈물을 훔치기도 해야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은 서로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탓인지 갈바리의원에서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이별의 파티는 힘겨웠을지라도 나는 그들의 그 시간이 너무도 부럽기만 했다. 더불어 지금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어 그들에게 감사했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또 한 번 후회하며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냈을지도 모른다.

 

 

죽음은 산 자의 것이다. 죽은 자는 죽음을 얘기하지 않는다. 산자만이 다른 이의 죽음을 받아들어야 하는 숙제에 골몰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애통한 죽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도 죽은 자가 된다. 아름다운 죽음이란 말을 막달레 수녀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은 아름답게 죽었습니까?"라고 물어볼 사람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임종의 자리가 평화로웠습니까? 만일 그 자리에 평화가 있었다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본문 29p)

 

 

 

 

학교를 휴학하고 아빠 곁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린 작은딸과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병실로 짐을 옮겨 온 큰딸 그리고 아내와 함께 생의 끝자락에서 마지막까지 잘 살기 위해 온 덕수씨네 가족 이야기, 죽어 가는 어미의 몸에 엎드려 십자가 앞에 무릎 꿇은 죄인처럼 잘못을 비는 자식들의 모습, 아들의 아픔이 모두 자기 탓인 양 자꾸만 하고 싶을 말을 하고 싶을 때까지 반복하는 귀 어두운 어머니,  사는 건 생선을 팔 수 있다는 것이고 죽는 건 이제 생선을 못 팔게 되었다는 뜻이니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며 살고 죽는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던 생선 장사를 해서 세 딸을 키운 정선 씨 등 죽음에 대해 불안하고 두려웠던 이들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자도, 떠나보내는 자도 남은 시간을 서로 보듬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더 없이 사랑해가는 모습이 너무도 감동적이다. 특히 이별 파티가 열리면 서로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선물을 만들며 사랑한다,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평소에는 내색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편지 속에 자신의 마음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그 편지를 읽고 읽자면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왜 나는 훌쩍 떠나버릴 엄마에게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지 아쉬움만 가득하다. 갈바리의원을 알고 있었다면 나는 엄마를 조금이나마 평화롭게 보내드릴 수 있었으련만.

 

 

사랑하는 엄마!

할말은 많지만 마음속에 담아 두고, 두고두고 혼자라도 엄마를 그리워하며 많은 편지를 쓸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려요. 우리를 위해 고된 삶을 살아오신 엄마가 자랑스럽고 고마워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엄마.

큰 아들 올림. (본문 116,117p)

 

항상 나를 위해 살아 주신 남편에게

따뜻하게 '여보', '당신' 소리 한 번 못 해주고 짜증만 부렸던 내 모습, 정말 미안합닏가. 아파하는 당신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더 잘해 줄걸…… 후회합니다. 고마운 남편, 여보, 사랑해요. (본문 120p)

 

난 오늘도 아빠 딸로 태어난 것에 너무 감사해. 아빠, 평생을 내 아빠로 살아 줘서 너무 고마워요. 고생 많으셨어요. 평생 사랑할께.

아빠 장난감 올림. (본문 123p)

 

 

 

갈바리의원에서 마지막으로 환자 곁에 서는 사람 박희원 진료원장,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게 해달라고, 미움이나 괴로움은 내려놓고 아무런 기대 없이 생을 놓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수녀님들의 인터뷰는 죽음에 대해, 삶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한 생명이 떠나가는 것을, 혼자 남겨지는 것을 경험한 나로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죽음 앞에 섰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해보기도 하는 기회가 가질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들, 죽음과 대면한 이들을 바라보면서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매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남은 이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준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합니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 등에 늘 인색했던 나는 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 말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슬프지만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갈바리의원 100일간의 기록 <<블루베일의 시간>>을 만난 건 참 행운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충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누구나 언젠가는 이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사별의 아픔을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인생을 새롭게 알아 간다. 의식하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세상을 하직하고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한다. 어느 날엔가 죽음을 맞이할 존재로서, 슬픔의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견뎌 내야 한다. 남은 인생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다가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살므이 고비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수녀들도 인생의 비밀을 깨닫곤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모두, 그 고통의 깊이만큼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수녀는 혼자 남아 기도했다. (본문 298,299p)

 

(이미지출처: '블루베일의 시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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