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혼돌내낭 - 살이와 여행 사이
김윤양 글.사진 / 네시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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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생활은 노후에 내가 꿈꾸는 삶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제주에 관한 책은 늘 관심 대상이 된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책은 바로 <<제주에서 혼돌내낭>>이라는 책이다. '혼돌내낭'은 '한 달 내내'의 제주도 사투리로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 달간의 제주 살이를 통해서 가족의 정을 쌓아가는 여행 이야기라 볼 수 있겠다. 저자는 18년 차 방송작가이자 두 딸을 둔 일하는 엄마로 일도 육아도 반타작인 탓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일생 반타작"이라 말한다. 나 역시도 그러한데, 일하는 엄마들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는 달리 어느 한쪽으로도 완벽하지 못한 반타작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롤로그 단 몇 줄에서 동질감이 생기고 순식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그런 저자가 한 대학병원의 조울증 권위자와의 인터뷰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으며 그들에 대한 처방이 '매사에 70%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50% 사람에 대해 당당해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위기가 찾아오게 되고, 육아와 살림, 결혼한 주부로서의 삶과 십수 년 차 사회인의로서의 삶의 경계에 대한 지독한 회의에 빠졌고, 어느 한쪽도 완벽하지 못한 50%의 삶이 아프게 다가왔다고 한다. 일을 하는 엄마이든, 일을 하지 않는 엄마이든 육아는 최대의 난제이며 아이의 문제에 있어서는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저자는 아이들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슬기롭게 넘기고 엄마도 아이도 편하게 그 길을 동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해답으로 여름 한 달을 제주에서 보내는 것으로 해결책을 얻는다. 여름 한 달을 제주에서 보낼 경우 맞벌이 부부의 최대 난제인 여름방학 육아 공백이 해결되고, 최고의 여름 피서지에서 한여름을 즐길 수 있는 절묘한 기회가 주어지고 여행을 떠나기엔 어린 둘째에게도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절박해졌고, 절박함을 무모함이 되어 50점 엄마가 100점 엄마가 되기 위해 그들은 떠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제주에 가게 된 이유, 제주에서 얻고자 했던 해답과는 상관없이 날마다 충실하게, 오늘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놀았다.

 

 

아이들이 보내는 이상 신호는 대부분 어른들의 문제에 기인한다. 아이를 바꾸려면 엄마가 바뀌면 된다는 것. 아이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려면 엄마가 행복하면 된다는 것. 많은 엄마들이 이와 같은 명제를 머리로는 이해한다. 이해는 되는데 실천이 안 되고, 어떻게 한번 한다 해도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엄마도 아이도 달라진다. 문제집도 없고 사교육도 없고 밤낮으로 바쁜 엄마도 없다. 거듭 노출되던 문제가 사라지고 즐겁고 신나는 기억이 많아지니 행여 상처 입은 영혼들도 회복이 빨라진다. 즐거운 추억이 쌓여갈수록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도 불안을 견딜 탄력성이 커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실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간절하게 듣고 싶은 답이었다. (본문 16,17p)

 

 

 

제주시 외도 1동에 있는 '씨앤하우스'에 자리를 잡고 한 달간 조금 모자라게 살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짐들을 끌어안고 살고 있었는지를 배우게 되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비록 한 달간이지만 씨앤하우스는 작은 마을이 되어주었고 서로 위안이 되어주면서 그들은 여행자로 제주 사람처럼 살았다. 바다는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주었고,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브레이크를 걸고 느리게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제주에 집을 얻고 산과 바다를 걸으며 놀라운 회복력을 경험했다던 말.

그때 내가 들은 제주는 '사람을 살리는 섬'이었다. (본문 105p)

 

 

 

얼마 전 제주앓이를 앓던 어떤 이가 제주에서 1년을 살아가는 과정을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제주에서의 삶을 동경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어쩌지 못하는 상황인 탓에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살아보지 못하는 내 처지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곤 했었다. 헌데 1년이 아니라 한 달이라고 하면 왠지 만만해보이지 않는가. 나도 저자처럼 반타작 밖에 하지 못하는 엄마이고,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 좀더 끈끈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며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도 여유가 필요하니 말이다. 물론 절박함이 무모함이 된다고 아직은 절박하지 않은 탓에 애꿎은 현실에 핑계만 대고 있지만. 이들의 무모함이 무척이나 부럽기만 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우리는 늘 부족함, 허전함을 느낀다. 바쁜 직장생활을 탓하며 아이와의 관계에도 점점 소원해진다. 그로인해 여행을 꿈꾸지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렇게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서 잠시 제주에 머물다 온 느낌이다. 제주의 바람, 햇살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처럼 이 책은 여행하기도 버거운 바쁜 일상에서 숨돌리기를 위한 수단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이 또한 힐링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제주를 고스란히 담은 책, 그래서 여행이 주는 안식, 편안함을 선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내 삶이 느려진 듯 싶다. 서로에 대한 욕심도 기대도 없이 가족이 함께 뛰고 달릴 수 있는 그 곳, 그래서 제주 여행은 늘 옳은 것인가 보다.

 

(이미지출처: '제주에서 혼돌내낭'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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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밤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리틀 에어플레인 프로덕션 그림, 조지 셀리그 글, 윤소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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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김새, 생각, 이념,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까지도 말이죠.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이렇게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갈등도 일어나고 대립과 다툼, 전쟁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툼과 전쟁은 사람의 목숨과 희망, 평화를 앗아갑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의견 대립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차이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합니다. 어린이작가정신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시리즈 <<시끄러운 밤>>에서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을 어떻게 해결해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라고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주인공 옐로우와 레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어요.

 

 

레드와 옐로우는 올리브 나무에서 즐겁게 살고 있지요. 물론 늘 둘 다 즐거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옐로우가 막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무척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지요. 그것은 레드가 악기 놀이를 하는 소리였어요.

 

"나 자고 있어."

"자는 것 같지 않은데."  (본문 中)

 

 

 

옐로우는 이제 자고 싶다고 말했고, 레드는 "아"라고만 말하네요. 그러더니 아까보다 훨씬 더 크고 요란한 소리로 연주를 하지 머에요. 옐로우는 화가 나서 그만 시끄럽게 굴어야 잘 수 있다고 했고, 이에 레드도 화가 나서 옐로우가 자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계속 놀 수 있다고 말하네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둘 사이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때, 레드는 고요한 밤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아까보다 얌전히 연주하기 시작했지요. 옐로우는 그게 마음에 들었고, 레드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옐로우와 레드는 가끔 이렇게 멋진 생각을 떠올리지요. 레드는 옐로우를 위해 고요하고 부드럽게 악기를 연주했고, 옐로우는 그 소리 덕분에 천천히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올리브 나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서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그들은 곧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를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서로 의견 차이가 생기고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다투게 되지만 분명 조금만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요. 장난감 하나로 다투는 형제 간에서도,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다툼에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기업이나 국가사이에서도 충분히 해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주 짧은 그림책이지만 정말 커다란 삶의 진리를 알려주고 있네요. 레드와 옐로우의 평화적 해결방법을 담은 <<시끄러운 밤>>은 이렇게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지혜롭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고 있답니다.

 

(이미지출처: '시끄러운 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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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지함으로 말하라
리 시걸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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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구의 일상적인 삶, 문화와 정치에서 발견되는 진지함(seriousness)과 반진지함(anti0seriousness)의 여러 측면을 심도 있고 수준 높은 인문학적 사유로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와 도덕적 가치를 재조명해본다. (표지 中)

 

 

모든 시대에 모호한 주제였던 진지함을 불러내어 면도날같이 예리한 눈과 신랄한 혀로 현대 사회를 고발하는 문화비평서 <<이제 진지함으로 말하라>>는 이 시대가 고민해야 할 실천적인 삶과 새로운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진지하다'는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진지함'이라는 단어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이에 '진지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의미부터 먼저 확인해보고자 했다. '진지하다'는 '마음 쓰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참되고 착실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지니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종종 참되고 착실과는 거리가 먼 상황을 연출한다. 표절, 사고에 대한 초기진압 대응 부족, 지켜지지 않는 선거공약, 국회의원들의 성폭행을 비롯한 사건사고, 그들만의 다툼 등 참되고 착실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우리는 오만한 무원칙, 노골적으로 불경한 태도 등을 공개적이면서도 공식적인 스타일로 횡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반진지함에서 벗어나 본래의 진지함을 회복함으로써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에 진지하지 않은 시대에 진지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제 진지함을 말하라>>가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진지해지려 하고 진지함을 발견하려고 노력할수록 그것은 가뭇없이 사라지는 듯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진정한 진지함은 때때로 재치 가득하고, 신선하고, 더 나아가 괴상하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을 우리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쉽게 진지함을 연기하려는 자세로 전락해, 진지함을 일종의 만화로 만들어버린다. 정계, 언론계, 문학계, 지성계 등에서 벌어지는 진지함의 연기는 이제 미국적 어리석음의 본질이 되었다. 예를 들어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오늘날의 민중 선동적인 토크쇼를 하번 보라. 좌파든 우파든 토크쇼 진행자들은 아주 진지한 태도로 가면 뒤에서 극단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본문 19p)

 

저자 리 시걸은 <<이제 진지함으로 말하라>>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진지함에 대한 안내와 진지함에 허기진 사람들을 위한 생존자 매뉴얼 뿐만 아니라, 시인 겸 저명한 비평가인 아널드의 진지함의 개념을 다룸과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진지함, 진지함의 다른 영역들과 그에 대비되는 진지한 반진지함을 다루고 있다.

 

진지해지고 또 진지함을 발견하려는 절망적 심정에서, 우리는 아주 부자연스럽게도 진지함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강렬한 진지함을 동경하면서도 그것을 이제 발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 88p)

 

 

 

지금 진지함의 의미는 매우 애매모호 해졌지만 우리는 늘 진지해지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말해야 하고 들어주어야 하는 사소하지만 필요한 악의 없는 거짓말이 지겨워졌음에도, 진지함에 대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진지함의 의미는 상황, 인품, 기질의 압력에 따라 바뀌지만 우리는 인생의 어두운 회색 지역들을 통해 그 의미를 계속 찾아내려 하는데, 그것은 진지해지고 진지한 대접을 받으려는 우리의 탐구가 온갖 변화와 우여곡절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함의 본질적 요소인 관심, 목적, 지속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진지함의 본질을 알고 깨닫게 된다면 관심, 목적, 지속성으로 획득되는 진지함으로 충만해지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반진지함으로 인한 문제점을 재조명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충분히 가치가 있는 탐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는 <<이제 진지함으로 말하라>>를 통해 시걸이 우리에게 던진 "당신은 진지합니까? 확실합니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함이 반지지함의 시비를 이겨내고 본래의 진지함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이미지출처: '이제 진지함으로 말하라'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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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타이 - 침샘 폭발하는 태국 먹부림 가이드
쿠나 글.그림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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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다음 웹툰 인기 연재작 <<하이 타이>>는 침샘 폭발하는 태국 먹부림 가이드 북입니다.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먹거리가 아닐까 싶네요. 맛있는 음식 잘 먹고 오는 것도 힐링이 되고,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잘 먹는 것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하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 타이>>는 맛있는 사진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주의할 점이 있다면, 책을 읽다보면 침샘이 폭발하고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이상 징후가 발생할 수 있으니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2011년 초여름 하던 일이 잘 안 풀리면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던 저자 쿠나는 이곳을 완전히 벗어나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주변의 권유로 태국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지요. 처음 혼자서 하는 여행의 두려움은 순박하고 착한 태국사람들, 아름다운 자연에 매혹되어 사라졌습니다. 맛있는 태국 음식 또한 한 몫 했지요. 덕분에 바쁘게 쫓기던 한국에서의 삶과 달리 느리게 하루를 보내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열심히 살 힘이 되어주었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태국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알려 줌으로써 지친 우리들에게도 힘을 넣어주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네요. 무더위로 인해 점점 지쳐가고 휴식이 절실한 지금 <<하이 타이>>를 만난 건 참 행운이 아닐까 싶네요.

 

 

 

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을 시원하고 간편하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태국의 지옥과도 같은 더위를 잊게해 주는 천국 헤븐 일레븐의 에어컨와 먹거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해서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든 끈적끈적국수 쿤뎅꾸어이짭유안을 주문할 때 꼭 외쳐야하는 마이싸이팍치, 저자가 태국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인 어묵 국수를 먹을 때 김치가 없는 태국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새코미라는 것 등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여행에서 먹거리 중 최고는 바로 길거리 음식이 아닐까요? 저자가 소개하는 길거리 음식 베스트 3는 불고기 맛이 나는 돼지고기 양념 꼬치인 무삥, 빵에 얹거나 컵에 넣어 먹을 수 있고 달콤 쫄깃쫄깃 찰밥과 땅콩도 원하면 넣을 수 있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그리고 태국 소시지 싸이끄럭입니다. 저는 이 길거리 음식을 소개할 때부터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치킨을 주문하고 싶게 만든 음식은 전기 구이 통닭이랑 우리나라 치킨 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쏨땀이었어요. 기름기 쏙 빠진 담백한 꼬꼬닭과 새콤달콤매콤 쏨땀이 함께 어루어져 환상적인 맛이 난다고 하네요. 이 무더위에 치맥이 정말 끌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닭고기를 삶아 닭 국물로 지은 밥 위에 얹어서 짧조르한 소스를 뿌려 먹는 카우만까이는 닭곰탕 국물 같은 육수가 같이 나와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고 하네요. 태국에 가게 되면 요 음식은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태국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팟타이, 요 음식은 돌아다니면서 먹는 게 제맛이라고 하네요.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에서 먹는 씨파 국수는 실연도 잊게 한다고 하니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다면 태국으로 GOGOGO. 34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먹을 수 있는 태국 퓨전 파스타들은 오묘해서 자꾸 먹게 되는 그런 맛이라고 하네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집에서도 해먹었다고 하니 그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하이 타이>>는 태국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저 음식을 소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로서의 정보도 함께 수록하고 있어서 태국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여행에서 음식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향신료와 매운 맛, 단맛으로 거부감이 일었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하고 있어 음식을 소개하는 여타의 책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있네요. 무더위로 힘들고 지친 요즘 <<하이 타이>>를 들고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맛있는 음식과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태국에서 힐링하고 싶어지는 오늘입니다. 아~ 배고파!

 

 

 

(이미지출처: '하이 타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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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0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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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위한 필요조건!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위한 충분조건!

삶의 크나큰 선물이자 아름다운 덤, 친구!

 

'친구'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님>>이라는 책 제목에 솔깃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청소년문학의 대표적인 이상권 작가의 작품은 여러 번 접한 적이 있었던지라 더욱 끌렸던 것일지도. 분홍빛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뒷표지에 쓰여진 문구는 더더더 마음에 들었다. 특히 '삶이 크나큰 선물이자 아름다운 덤, 친구'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도 전에 그냥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44.05.09 닉네임 '검은깃털'인 스콧이라는 소년이 어느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시작된다. 5년 전 난민 캠프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함에 서둘러 다음 페이지로 넘겼는데, 13.05.02 '몽상가'라는 닉네임을 가진 고등학생인 해인이가 선생님에게 쓴 메일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인연일까? 해인이는 성적이 상위권이지만 시험공부 하는 내내 옆에서 기도하고 더 좋은 성적을 바라는 엄마로 인해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신을 좋아했던 민수라는 남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고,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워하는데, 해인은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내는 일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줘서 행복한 일이라 말한다. 닉네임이 '마법사'인 선생님은 이시우 작가로 해인이의 메일에 충고 대신에 어린시절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으로 답변한다. 선생님 역시 해인의 편지로 힘을 얻는다.

 

해인은 친구 유미의 사촌오빠인 시경이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는데, 해인은 엄마와의 갈등, 성적에 대한 고민, 이성문제 등에 관한 청소년들이 갖는 다양한 고민들을 선생님에게 털어놓는다. 선생님은 그런 해인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어주기도 하고, 어린 시절 좋은 친구였던 초님의 이야기, 자신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선생님은 해인의 엄마처럼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식의 충고가 아니라 어린시절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던 초님이 자신에게 그랬듯이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소통한다. 그렇게 그들은 3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된다.

 

꼭 한 번 선생님을 '친구'라고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사랑하는 저의 특별한 친구님...."하고 불러봅니다. 친구라는 말이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선생님이라고 불어야 할 것 같지만.....그래도 힘껏 다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시우 친구님...."이라고 불러봅니다. (본문 221p)

 

해인은 민들레는 늘 긍정적인 생각하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에 닉네임을 민들레로 바꾸기로 한다. 행복하지도 않고,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게 된 해인은 자신이 진짜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달리는 자동차를 향해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한다. 해인은 선생님을 친구님이라 부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아쉬운 마지막 결말에 안타까운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 시작되었던 스콧의 메일에 대한 답변이 마지막으로 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희망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나이와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우정을 통해 소통이 무엇이며, 친구가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도 절절하게 보여주었다. 해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막히는 일상을 보내는 요즘 우리 학생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해인이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이시우 작가는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메시지까지.

 

해인의 엄마는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했으며 바로 내 모습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내가 나의 삶을 살아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하는 부모였다. 고등학생인 딸에게 엄마인 나는 답답함일까? 자꾸만 겹쳐지는 해인 엄마와 내 모습에 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렇게 이 작품은 딸의 모습을,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게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친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삶은, 만남으로 인한 그 만남이 또 다른으로 이어진 거미줄 같은 실선과 시선이 보태어져 진행형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이들은 만남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사랑하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사랑과 상처, 위로와 성장의 공통분모는 '친구'이다. _김선영(소설가)

 

살아 있다는 것은......그래서 좋은 거야.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만 주어지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있고, 어떤 상황만 주어지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있어. 식물이든 사람이든 다 마찬가지야. 해인아, 이럴 때일수록 너 자신을 믿었으면 해. 지금까지 살아온 너의 힘을 믿어라. 자꾸 극단적인 생각으로 너 자신을 무시하고 초라하게 몰아가지 마. 내가 널 늘 믿는다고 했던 것은...........넌, 저 산에 나무나 풀처럼 살아가는 힘이 유독 강했던 아이였기 때문이야. 살아가는 힘을 믿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힘을 믿는 것처럼 좋은 종교는 없어. 그게 최고야. 알았지? (본문 165p)

 

(이미지출처: '친구님'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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