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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님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0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2월
평점 :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위한 필요조건!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위한 충분조건!
삶의 크나큰 선물이자 아름다운 덤, 친구!
'친구'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님>>이라는 책 제목에 솔깃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청소년문학의 대표적인 이상권 작가의 작품은 여러 번 접한 적이 있었던지라 더욱 끌렸던 것일지도. 분홍빛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뒷표지에 쓰여진 문구는 더더더 마음에 들었다. 특히 '삶이 크나큰 선물이자 아름다운 덤, 친구'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도 전에 그냥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44.05.09 닉네임 '검은깃털'인 스콧이라는 소년이 어느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시작된다. 5년 전 난민 캠프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무슨 사연일까? 궁금함에 서둘러 다음 페이지로 넘겼는데, 13.05.02 '몽상가'라는 닉네임을 가진 고등학생인 해인이가 선생님에게 쓴 메일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인연일까? 해인이는 성적이 상위권이지만 시험공부 하는 내내 옆에서 기도하고 더 좋은 성적을 바라는 엄마로 인해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신을 좋아했던 민수라는 남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고,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워하는데, 해인은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내는 일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줘서 행복한 일이라 말한다. 닉네임이 '마법사'인 선생님은 이시우 작가로 해인이의 메일에 충고 대신에 어린시절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으로 답변한다. 선생님 역시 해인의 편지로 힘을 얻는다.
해인은 친구 유미의 사촌오빠인 시경이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는데, 해인은 엄마와의 갈등, 성적에 대한 고민, 이성문제 등에 관한 청소년들이 갖는 다양한 고민들을 선생님에게 털어놓는다. 선생님은 그런 해인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어주기도 하고, 어린 시절 좋은 친구였던 초님의 이야기, 자신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선생님은 해인의 엄마처럼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식의 충고가 아니라 어린시절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던 초님이 자신에게 그랬듯이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소통한다. 그렇게 그들은 3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된다.
꼭 한 번 선생님을 '친구'라고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사랑하는 저의 특별한 친구님...."하고 불러봅니다. 친구라는 말이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선생님이라고 불어야 할 것 같지만.....그래도 힘껏 다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시우 친구님...."이라고 불러봅니다. (본문 221p)
해인은 민들레는 늘 긍정적인 생각하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에 닉네임을 민들레로 바꾸기로 한다. 행복하지도 않고,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게 된 해인은 자신이 진짜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달리는 자동차를 향해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한다. 해인은 선생님을 친구님이라 부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아쉬운 마지막 결말에 안타까운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 시작되었던 스콧의 메일에 대한 답변이 마지막으로 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희망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나이와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우정을 통해 소통이 무엇이며, 친구가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도 절절하게 보여주었다. 해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막히는 일상을 보내는 요즘 우리 학생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해인이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이시우 작가는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메시지까지.
해인의 엄마는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했으며 바로 내 모습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내가 나의 삶을 살아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하는 부모였다. 고등학생인 딸에게 엄마인 나는 답답함일까? 자꾸만 겹쳐지는 해인 엄마와 내 모습에 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렇게 이 작품은 딸의 모습을,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게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친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삶은, 만남으로 인한 그 만남이 또 다른으로 이어진 거미줄 같은 실선과 시선이 보태어져 진행형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이들은 만남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사랑하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사랑과 상처, 위로와 성장의 공통분모는 '친구'이다. _김선영(소설가)
살아 있다는 것은......그래서 좋은 거야.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만 주어지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있고, 어떤 상황만 주어지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있어. 식물이든 사람이든 다 마찬가지야. 해인아, 이럴 때일수록 너 자신을 믿었으면 해. 지금까지 살아온 너의 힘을 믿어라. 자꾸 극단적인 생각으로 너 자신을 무시하고 초라하게 몰아가지 마. 내가 널 늘 믿는다고 했던 것은...........넌, 저 산에 나무나 풀처럼 살아가는 힘이 유독 강했던 아이였기 때문이야. 살아가는 힘을 믿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힘을 믿는 것처럼 좋은 종교는 없어. 그게 최고야. 알았지? (본문 165p)
(이미지출처: '친구님'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