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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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아하는 여류작가 중의 하나이다. 엄마라는 입장에서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으면서 딸을 향한 마음을 진솔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를 많이 질투하기도 했었고, 부러워도 했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가니>등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게 할 수 있는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의식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문득문득 지리산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 속에 가득찬 욕심을 비우면 내 마음 속에 지리산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지리산에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욕심을 비우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했기에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산 속 깊은 곳에서 작은 움막집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물질만능주의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이제는 이런 환경이 아니면 살지 못할 거 같은 나에게 그들의 삶의 모습은 측은지심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더 이상 희망을 느끼지 못하던 그들이 산 속에 들어와 혼자 궁색하게 살아가면서도 행복하다한다. 더 갖고자 하는 욕심이 없고, 더 쥐려고 하는 탐욕이 없기에 그들은 자연이 주는 햇빛과 바람과 물 그리고 음식만으로도 웃음을 짓는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깨끗한 느낌을 주는 웃음이다.
나는 이 책에서는 그 순수하고 깨끗한 웃음과 행복을 만났다. 더 많이 가져야하고, 경쟁 사회에서 선두를 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산 속의 깨끗한 공기를 선물하는 듯한 ’휴식’을 준다. 
더 가져서 행복했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 매캐한 먼지 속에서 헉헉거리며 달렸던 일들이 즐거웠던가?를 생각나게 한다.
후~~~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듯한 신선함이 책 속에서 느껴지는 듯한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책을 읽는내내 행복했다. 라는 표현만으로도 내 기분이 전달되어지려나?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었고, 수없이 읽은 자기계발서보다 더 쉽게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 좋으려나.

이 책은 지리산을 등에 지고 섬진강을 내다보며 옹기종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거기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혹여 잠시의 미소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그들이 거기서 어떻게 돈 없이도 잘, 그것도 아주 잘, 살고 노는지 저와 함께 지켜보시기를. 어쩌면 행복한 생각보다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본문15p)

 

도시의 잘나간다는 직장을 다니다가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의문이 물꼬를 트면서 산골로 들어와 살게된 버들치 시인은 봄이면 나물을 뜯어 말리고 손바닥만 한 밭에 자신의 오줌을 거름으로 주는 농사를 지으며 산다.
정권이 바뀌면서 자신에게 화려함을 주었던 서울이 실패를 안겨주자, 수중에 있던 돈 50만 원을 들고 지리산에 오게 된 낙장불입은 그 곳 사람들 속에 스며들면서, 수경 스님과 함께 지리산 살리기, 낙동강 살리기, 지리산 살리기, 새만금 살리기 등등 10년에 걸친 순례를 이어오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온 지리산에서 낙장불입은 고알피엠(高RPM)여사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국토순례라는 새로운 삶의 표어가 생겼으니 지리산의 정기가 좋긴 좋은가 보다. 아니..버리고 나니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겼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당연한 말로서 가르침을 주고 있는 ’내비도(道)’의 교주 최도사(나도 그 교주의 교인이고 싶다. 나 좀 내비도~~), 정성스레 키우던 집 앞 개울에 버들치를 건장한 남자들의 전기충격기로 버들치를 잃고 앓아누운 버시인,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향해서 큰 소리로 소리를 칠 줄 아는 꽁지작가와 고알피엠 여사, 쌍계사 일대의 국립공원 조성으로 남들이 다 갖게 된 큰 돈이 아닌, 인근 커다란 빈둥산을 얻어 남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후손을 위해서 묵묵히 나무를 심었던 평범한 농부, 15년 전 아무것도 없이 섬진강변에 들어와 누런 천막을 치고 쓰레기를 치우며 꽃과 나무를 심으며 이제는 터를 잡게 된 세 가족 등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벗삼아 살아가고 있다. 연봉 200만원으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 핸드폰 요금을 내지 않아 발신정지가 되어도 그저 껄껄 웃으며 삶이 행복하고 좋기만 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욕망은 너무도 획일적이다. 좋은 학벌, 많은 돈, 넓은 집. 우리는 이제 다양하게 욕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27p) 

 

작가가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을 함께 읽으면서 모두가 같은 욕망을 가지고, 매케한 도시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레고의 꼬마 병정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그 욕망 속에서 우리는 사람에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더 많이 갖고자, 경쟁에서 이기고자 힘겨운 전쟁을 벌이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도 모른 채, 상처만 받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돌려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본문 39p)

이 책속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서 나는 상처를 치유한다. 더 갖으려고 애쓰며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면서, 마음 속에 담아둔 욕심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또 배운다. 자연이 사람에게 베풀고 있는 인자함과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너그러움과 스스로 가난을 택한 사람들을 거두어들이는 풍요로움을 자연이 아니라면, 이 곳 지리산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들은 행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지리산 학교’를 만들었고, 상처입은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려한다.
그들은 말한다.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본문 333p)

훌쩍 지리산으로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나, 책 속의 그들과 만나고, 지리산의 대자연과 만나면서 나는 조금 견딜만해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법, 다양한 욕망을 갖는 법,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자연이 주는 풍요에 행복해하는 법을 배우면서 전쟁터와 같은 도시 속에서 살면서 얼마든지 지리산의 정기를 내 품에 안고 살아갈 수 있음을 배웠다. 
일요일인 오늘 나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통해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왔다갔다 힘들여 산행하지 않고도, 꽉 막힌 도로에서 짜증내지 않고도, 그 곳에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맑은 냇물에 발을 담그며 아주 행복하게 지리산에 다녀온 기분이다. 
나중에 지리산에 갔을 때, 나는 그들이 낯설지 않으리라.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휴식을 준 그들을 다시 만난 느낌을 갖게 되리라.

(사진출처: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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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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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살, 그들은 연우의 엄마 말처럼 아직 미완성품 기계이다. 오작동을 일으킬지도 모르고, 사고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사회적으로는 무능한....청소년기는 그렇게 미완성단계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소년’이라는 단어가 참 슬프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소년을 위로해달라는 책 제목이 무척이나 어울리게 들리는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겨울. 세 계절이 다시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여 은행잎이 다시 무성한 초록으로 덮여있다고 해도, 연우가 겪은 일은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연우는 지금껏 같은 세계에 머물렀었지만, 지난 여름,가을,겨울동안 다른 세계에 머문 느낌이다. 다시 지금까지의 세계로 돌아온다고 해도 연우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 것이다. 연우는 이제 막 소년에서 어른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슬플 때에는 반드시 네 곁에 있을게. (본문 19p)

지금 나는 연우 옆에서 함께 슬픔을 견디어주려고 한다. 연우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을, 아니 열 일곱살의 소년들을 위로하려 한다.

여름 방학, 엄마와 연우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고, 연우는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전학추첨관리교에 갔다가 ’독고태수’를 만나게 된다. 태수가 붙혀준 ’심드렁’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연우와 달리 태수는 걸렁껄렁했고,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지 세 시간쯤 된 조폭 심부름꾼 같이 보여 연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태수가 건네 준 MP3에서 처음 듣게 된 G-그리핀의 힙합을 듣는 순간 연우는 가슴이 뛰는 전율을 느꼈고, 곧바로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름이 시작되었다. 
연우는 새로운 방에 걸려진 거울을 바라보다 전에 살던 같은 또래의 남학생이 그려놓은 날개 그림을 발견한다. 애써 지운 흔적을 쫓아 연우는 날개를 그려나간다. 마치 거울 속에 날개를 단 연우가 비추어지면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연우는 이사한 첫날 자신의 방을 쳐다보던 채영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늘 생각이 많은 연우와 달리 쉽게 채영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태수 덕분에 채영와 가까워진다.

연우와 태수, 그리고 채영은 함께 여름,가을을 보낸다. 채영을 통해서 첫사랑의 알싸한 느낌을 갖게 된 연우는 채영에게 자신은 날개를 그려놓았던 방의 전 주인이었던 선배 민기훈의 그림자였다는 생각에 채영에게 조금씩 멀어지려한다.
세 명의 아이들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끼어들어 사고를 만드는 태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 늘 혼자이지만 자신의 소신을 표현할 줄 아는 채영 그리고 생각이 많은데다 무슨 일이든 ’별로’’대충’이라는 말로 심드렁하게 표현하는 연우. 그리고 전혀 다른 이들 가족의 모습.
엄마라는 위치때문일까? 이들 가족의 모습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뒤에서는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권위적인 아빠로 인해서 뭐든지 아빠 말대로 해야하는 연우네 집과 고급 양식당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안락하고 질서가 잡혀있지만, 정해진 행동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태수네 집 그리고 아빠 엄마의 이혼으로 어릴 때부터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연우네 집.
옷 칼럼리스트인 40대의 엄마는 8살이나 어린 애인과 사귀고 있고, 생활이 불규칙적이다. 술에 취하면 연우를 앉혀놓고 푸념을 하듯 인생과 사랑에 대해 늘어놓는 연우네 엄마. 누가봐도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그런데 그 ’정상’의 구분은 누가 정했을까?
태수도 말했지만, 삐뚤어질 법한 가정환경이지만 연우는 그렇지 않다. 엄마보다는 ’신민아씨’라 부르는 연우는 엄마와 스스럼없는 데다가 엄마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난 뒤라 연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엄마와 나 둘 사이에는 필요 없지만 남의 눈에 비쳐질 때를 대비해서 갖춰야만 하는 것들이 따로 있는 건가. 하지만 가족사진만 해도 그렇다. 가족 구성에서부터 어차피 우리는 남들과 같을 수는 없다.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는 것, 그건 오른쪽이 옳은 쪽이라 생각하는 오른손잡이들의 착오라던데, (본문 306p)

채영에 대한 연우의 마음, 연우에 대한 채영의 마음을 잘 아는 태수는 무면허로 채영을 태우고 여행을 떠난 연우를 찾아가다 사고를 당하게 된다. 태수의 죽음.....세상은 늘 태수를 오해하고 있었다. 껄렁껄렁한 폼새와 미국유학에서 사고를 치고 돌아왔다는 태수의 꼬리표가 태수를 오해하고, 태수의 죽음조차 오해한다. ’요즘 애들이란....’이라는 말로 청소년들의 겉모습을 보고, 그 마음속까지 오해하는 것처럼.

세 계절동안 연우는 첫사랑의 설레임을 알았고, 태수와의 우정을 배웠고, 첫사랑의 아픔도 겪었으며, 우정을 나눈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은행나무는 무성한 푸른 은행잎을 새로이 싹트우게 되었지만, 연우는 전과 같은 봄을 맞이하지는 못했다. MP3를 통해 듣던 G-그리핀의 음악을 연우는 공연장에 와서 듣고 있다. 그런 무수히 많은 감정을 겪고 견디어 내면서 연우는 봄이 온것처럼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생각될 정도로 예전의 내 행동이나 심정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만한 일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무엇이 그렇게 아쉽고 안타까웠는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얼마 안 가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지금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봄눈에 묻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간이 다가왔지. 눈앞이 흐려질 만큼 한꺼번에 눈이 퍼붓는다. 봄눈이랑 아직 남은 지난겨울의 눈이거나 아니면 너무나 일찍 와버린 아직은 낯선 올 겨울의 눈이군. (본문 482p)

성장이란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각하는 거야. 자신이 위치한 좌표를 읽게 되면 그때 비로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성숙이란 일종의 균형 잡기야. (본문 340p)

어른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기준에 맞는 조건을 하나씩 하나씩 갖춰나가는 게 인생인걸까? 결국 채영의 아버지처럼 마음에 들지도 않고 잘 맞지도 않는, 누군가가 입혀준 옷을 입어야하는 것처럼...?
자신의 좌표를 읽는 것이 성장이라면, 그것은 바로 자신이 마음에 드는 옷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아버지의 요구대로 영재 학원을 다니면서 점차 소외되어버린 채영이 다른 옷을 입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꿈’ 즉, 삶의 지표를 찾아 가는 성장과정이라 할 수 있으리라.

엄마를 향한, 혹은 세상을 향해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많은 생각을 하는 연우의 독백이 책 속에서 줄곧 이어진다. 연우는 평범한 우리네 청소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것을 잘하는 것도 아닌, 그저 타인에 묻어가며 살아가고픈, 지극히 평범하고 싶은 소년의 모습이다. 그러나 세상은, 가족은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성취욕구가 강한 맹렬 엄마들로 인해 아들을 약하게 만드는 경향이 생기면서 사커 맘, 헬기 맘이란 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열 일곱살,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스스로 찾아서 입을 때다. 지금 그들에게 가족이란 연우 엄마가 말하는 방목의 기술만이 필요하다.

한 소년을 통해서 열 일곱살의 소년들이 모습을 엿본다. 다양한 감정을 가진 질풍노도의 시기의 그들이 처음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해가는 방법을 연우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엄마인 나에게는 책 속에 등장하는 세 가족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가족이 가지고 있는 올바른 시스템은 과연 무엇인가....혹은 나는 태수의 엄마처럼 착실한 반장 역할을 하고 있는, 모범생은 아니였을까? 를 심도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범생들이 좀 그렇거든요. 열심히 하긴 하는데 늘 불안하고, 왜 만족이 안 되는지 자기도 잘 몰라요. 칭찬은 듣지만 재미 하나도 없고요. 그리고, 자기가 옳다고만 생각하니까 남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그래요. 반장 스타일은 그게 좀 문제 같아요. 
-그래도 누군가는 재미없는 반장을 해야 하잖아.
-역할이란 게 있으니까. 아무도 그 역할을 안 하면 시스템이 안 굴러가거든.
-하지만 시스템이 틀렸을지도 모르잖아요.
-대부분 틀려 있긴 하지. (본문 416,4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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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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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볼 때, 꼭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혼자 남으면 죽는다, 샤워씬에서는 꼭 죽는다, 도망가다 꼭 넘어진다 등등 영화 속에 꼭 등장하는 장면이고, 그 장면이 나오면 지레짐작 하면서도 오싹한 기분을 떨칠수는 없다. 그 뿐만 아니라, 결말이 뻔히 보이는 로맨스 소설에서도 해피엔딩의 결말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과 행복감을 느낀다. 추리소설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여지곤 한다.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비슷한 트릭이 보여지는 경우가 있어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진행되게 될지에 대해 대략의 상황을 예건하게 된다. 놀라운 추리를 하는 똑똑한 사립 탐정과 사건을 해결한 실마리를 놓치곤 하는 경찰 그리고 사건의 주무대가 되는 밀실이나 죽어가는 순간에 피해자가 남긴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다잉 메시지’ 등은 추리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은 추리 소설의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추리를 하게 되고, 작가들은 식상함이나 상투적인 느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요소들을 토대로추리소설을 써내려간다. 

<용의자 X의 헌신><백야행> 등을 집핍한 미스터리의 제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데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책 표지에 적혀진 문구가 심상치 않았다.

이 미스터리가 위험하다!
패러디 정신과 블랙 유머로 가득한 초현실 자학 미스터리

"본격 추리 소설의 규칙을 낱낱이 까발린다!" 라는 문구를 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추리소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설레임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보다는 웃음코드를 더 많이 가진 작품이었다.
조연 오가와라 반조 경감과 주인공 덴카이치 탐정 두 주인공이 열 두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는데, 그 사건들을 통해서 추리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상투적인 패턴을 소개하고, 비난하면서 추리 소설을 재평가하고 있다. 이는 미스터리 작가인 자신에 대한 성찰일수도 있으리라. 
오가와라 반조 경감을 자신은 탐정 시리즈의 조연에 불과하며,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고,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애꿎은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세우며 시간을 벌어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상투적인 말들을 내뱉어주면서, 탐정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까지 해주어야 한다는 푸념도 함께하고 있다.

나는 절대로 범인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주인공 덴카이치 탐정의 역할이므로, 그가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기 전에 내가 사건을 해결해 버리면 주인공은 무의미한 존재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탐정 소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사건 해결의 핵심이 되는 열쇠를 번번히 놓쳐야 한다. 용의자를 적당히 의심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운 좋게, 혹은 우연히라도 ’제대로 된’ 의심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본문 9,10p)

추리소설 속에 탐정들은 사건 현장에 어떻게든 알고 찾아온다. 지나가는 길이거나 혹은 사건과 관련된 누군가와 지인이거나, 의뢰자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하는 일로 어떻게서든 사건에 연루되어 어느 누구도 찾지 않았지만, 제 때에 나타나준다. 그러면 경감은 "생초보 탐정이 나설 자리가 아니야. 물러나 있게."라는 구태의연한 대사를 읊어준다. 
사건의 패턴 또한 비슷하다. 트릭의 제왕인 밀실 선언,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를 설명하는 폐쇄된 산장의 비밀, 다잉 메시지에 대해 담은 최후의 한마디, 알라바이에 대한 트릭을 내세운 알리바이 선언, 동요 살인에 대한 트릭을 보여주는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등등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12가지의 사건은 그렇게 추리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의 패턴들을 소개함으로써 기존 추리 소설의 규칙을 낱낱이 까발리면서 비판하고 있다. 이 패턴들은 경감과 탐정의 대화를 토대로 주로 보여주고 있다.

"아, 또 밀실 트릭인가."
한마디로 지겹다. 요즘에도 과연 이런 패턴의 사건을 반기는 독자가 있을까 싶은데도 몇 건 중 하나꼴은 반드시 이런 트릭이 나온다. (본문 24p)

"요즘 세상에 밀실로 소설의 분위기를 띄우라는 건 한심한 요구야." (본문 30p)

"흔히 말하는 ’다잉(Dying)메시지’라고."
"골치 아프지요. 그 패턴은."
"그렇지, 뭐."
"작가 입장에서는 손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죠."
"당연히 부자연스럽죠. 도대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메시지 따위를 남길 여유가 있겠어요?" (본문 93,94p)

"’알리바이 허점 찾기 식 탐정 소설’의 범인은 바로 저 녀석이에요. 결론은 언제가 똑같군." (본문 123p)

경감과 탐정은 소설 밖에서 추리 소설의 식상한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12가지 사건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살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이 책에서는 사건의 해결에 대해서는 그닥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어쩌면 독자들 역시 이런 흔한 트릭에 대한 뻔한 결말을 알고 있으리라 여겼기에, 추리 소설에 대한 작가의 심정을 담아낸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작가는 과연 흔해빠진 트릭으로 추리 소설을 써내려가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만을 하고 있는 것일까? 두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는 독자들에 대한 야유도 함께 담겨져 있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네만, ’알리바이 허점 찾기’ 패턴에는 고정 팬이 있어. 작가나 우리 같은 등장인물들은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 (본문 125p)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처럼 논리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려는 독자란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대부분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판해 낸다.
"나, 소설을 중간쯤 읽다가 범인이 누군지 알아 버렸어."라고 말하는 독자가 잇다. 하지만 추리를 통해서 알아낸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녀석이야!’라고 적당히 꿰맞췄는데 결과적으로 들어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와 같은 ’꿰맞추기’식의 경우 예측이 한 인물로 모아지지 않는다. 독자의 범인 꿰맞추기는 경마의 우승마 예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본문 58p)

추리 소설의 상투적인 등장인물이나 패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독자들 역시 저자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뿐 아니라 예산과 시청률을 앞세우고 있고, 원작보다 질이 떨어지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에 대한 분노도 담아냈다.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보다는 시청률 때문에 그러겠지. 원작의 복잡한 스토리를 그대로 방영하는 것보다, 조금 진부하더라도 알기 쉽고 적당히 섹시한 내용을 넣는 편이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어."

"요즘 미스터리 소설 부문에서 신인상이 많이 나오는데, 방송국이 스폰서를 맡는 겨우가 늘고 있어. 1000만 엔도 넘는 상금을 펑펑 쏟아 붓고 있지. 결국 드라마 원작을 구하기 위해서야." (본문 156,157p)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 같은 패턴으로 추리 소설의 질을 떨어뜨리는 작가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 대한 아쉬움 토로 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부분과 예산과 시청률을 앞세워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논리적인 부분을 배제시켜 드라마화 하는 방송매체에 대한 불만이 섞인 저자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이런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미스터리 소설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페이지가 쉴새없이 넘어갈 정도로 어리버리함을 설정해야하는 경감과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탐정이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코믹하고 재미있었다. 기존 추리 소설에 대한 저자의 통쾌한 비판,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그 코믹 요소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비록 식상한 패턴이라고는 하지만 그 식상함이 바로 독자들이 추리 소설을 사랑하게 된 기본적인 요소였을지도 모른다. 그 요소들이 지금의 추리 소설이 사랑받는 하나의 분야로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필요 요소였다는 것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읽고나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식상한 패턴이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미스터리는 어떻게 진행될까? 그의 작품 세계에 한번 빠져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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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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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재미있어요. 웃으면서 읽다 보니 가슴이 조금 찡하기도 해요." 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데, 읽다보면 가슴이 찡해지면서 눈끝이 시리다. 책 제목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도장을 소재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제목보다 더 유머스럽고, 삽화 역시 코믹하다. 그런데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닫혀있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코믹하지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결말 부분에서는 짠한 마음이 든다.

최기봉 선생님은 15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에게 도장 선물을 받았다.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한 행동을 한 아이들한테는 엄지 손가락을 세운 엄지 도장을, 공부 제대로 안 하고 말썽만 피우는 녀석에게는 찡그린 표정이 그려진 울보도장을 찍어주겠다는 선생님은 제자의 선물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15년 전의 아이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 선생님은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도장판 때문에 공포의 두식이들이라고 불리는 형식이와 현식이는 청소를 도맡아하게 되었다. 두식이들 뒤를 아슬아슬하게 추격하고 있는 공주리는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늘 그림자처럼 앉아 발표도 숙제도 하지 않기 때문에 울보 도장을 받곤 했다. 사실 공주리는 걸레질의 여왕으로 ’인간 세탁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탄을 닦은 것처럼 새까맣게 걸레질을 한 뒤에는, 하얗게 걸레를 빨아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깜쪽같이 없어진 도장은 학교 곳곳에 도장을 찍어 놓는 범인 때문에 최기봉 선생님은 수난을 겪어야했다. 선생님은 도장을 가져갔을 거라 생각되는 유력한 후보 형식이와 현석이 그리고 공주리를 ’도장 특공대’로 임명하여, 도장을 가져간 범인을 찾도록 했다. 아이들이 내세운 유력한 후보자는 최기봉 선생님을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과 옆반 유보라 선생님, 그리고 박 기사 아저였지만, 마땅히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도장이 소란을 피우는 동안, 최기봉 선생님은 처음으로 책상에 처박아 두었던 ’아동 기초 조사표’를 살펴보게 되었고, 아이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도장을 지우고, 범인을 찾느라 애쓰는 아이들과 떡볶이를 먹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닫혀있던 선생님의 마음이 스르르 열리면서 아이들과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다.

어린시절 따뜻한 정을 받아본 적 없던 최기봉 선생님은 남에게 정을 주는 법을 몰랐고, 아이들이 다가오는 게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던 게다. ’도장 특공대’ 였던 형식이와 공주리 역시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에 맡겨졌던 형식이는 아빠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도장 사건으로 아빠와 친해질 수 있었고, 늘 그림자와 같았던 공주리는 자신을 지켜봐주지 않는 선생님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들 그리고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들 모두 선생님 혹은 어른들의 관심과 애정어린 눈빛을 기대한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관심을 받기 위한 그들만의 방법임을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고지식한 마음으로 애정을 담은 표현을 서툴어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있음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최기봉 선생님이 마음을 열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은 것에 기뻐하듯이, 마음을 열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자신의 무관심으로 상처를 받은 15년 전의 제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 최기봉 선생님의 얼어붙은 마음은 스스로 녹아내리는 듯 했고, 제자는 아팠던 과거를 치유하게 된다.

’도장’을 소재로 코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였다. 나도 혹여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 못한 채, 마음 한 구석을 자물쇠로 잠궈 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할 듯 싶다. 



(사진출처:’ 최기봉을 찾아라!’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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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인물백과 - 성격과 기질로 알아보는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롤모델이 있으면 아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성취동기와 삶의 목적이 분명해져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라는 백 마디 잔소리보다 아이의 롤모델을 찾아 주는 것이 성공한 아이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말 中)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라고 합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나도 박지성처럼’,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나는 박찬호처럼 될꺼야’ 등등 아이들은 그렇게 그 분야 최고의 인물과 닮고 싶어합니다. 목적이 있기에 자신이 꿈꾸는 꿈을 향해서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이죠. 저는 롤모델이라 함은, 화가가 되고 싶다면 피카소처럼, MC가 되고 싶다면 유재석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에디슨이나 뉴턴처럼...이렇게 그 분야의 최고 인물을 롤모델로 삼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성격과 기질로 알아보는 롤모델 인물백과>>를 읽으면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인 내 아이의 성격과 기질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롤모델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떤 한 사람을 표본으로 정하여 자신이 성숙할 때까지 모델로 삼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버트 머튼이 처음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막연히 되고 싶은 사람이 롤모델은 아닌 것입니다. 롤모델이란 바로 개인의 열정과 이성 그리고 적성이 결합된 닮고 싶은 인물입니다. (머리말 中)

그러기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롤모델은 아이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성공한 인물의 성격과 기질을 비교하여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격과 기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공한 인물을 무작정 쫓다보면  롤모델처럼 될 수 없을거라는 실패에 대한 좌절만 더 많이 느끼게 될 듯 싶습니다. 롤모델을 선정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아이의 성격과 기질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이 책에서는 롤모델을 선정함에 있어서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바로 잡고, 어린이들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서 크게 10가지로 분류하여, 유형에 따른 이상적인 롤모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이순신형- 끈기와 집념으로 뜻을 이룬 사람들
매일매일 연습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좀처럼 성할 날이 없었던 발레리나 강수진, 평발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습때마다 인내와 눈물로 남들보다 두세 배 더 뛰어다니는 박지성, 맹인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노력하여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의 정책차관보 자리에 오른 강영우 그리고 장애를 극복한 헬렌켈러와 베트벤, 올바르고 정직한 성품을 지닌 이순신, 인종차별을 극복한 무하마드 알리, 이혼녀에 실업자였지만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조앤K.롤링, 그 밖에도 김정호, 고흐, 프리다 칼로 등은 끈기와 집념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었던 인물들을 수록했습니다.

2)제갈 공명형-지혜와 지성으로 목표를 이룬 사람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안철수, 자신의 전 재산의 대부분인 379억 달러를 기부한 워런 버핏, 자신의 전재산을 정리해서 ’한국 여기자상’을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기자 최은희, 지략가 제갈 공명, 소크라테스, 선생님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 된 오토다케 히로타다, 윤이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피카소형-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감동을 준 사람들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본 백남준, 피카소, 이중섭, 베르나르 베르베르, 호기심이 많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스티븐 스필버그,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의 옷을 바꾼 패션 디자이너 샤넬은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입니다.

4)에디슨형-과학 연구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

5)빌 게이츠형-사업가적 기질로 부자가 된 사람들


6)슈바이처형-봉사와 헌신으로 인류를 구한 사람들

7)오프라 윈프리형-끼와 재능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
오프라 윈프리, 바우덕이, 김연아, 유재석, 찰리 채플린, 박진영, 금난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조수미, 엄복동 등 자신의 끼와 재능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된 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오프라 윈프리는 요즘 인기 많은 롤모델 중의 한 분이도 합니다.

8)링컨형-열정과 리더십으로 지도자가 된 사람들
요즘 창의성과 더불어 열정과 리더십은 어린이들이 꼭 갖추었으면 하는 기질 중의 하나입니다. 버락 오바마,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 황희, 김구, 반기문 등이 이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보다는 미래, 그리고 작은 일보다는 큰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앞장섰던 인물들입니다.

9)제인 구달형-자연과 지구를 연구하고 지켜 낸 사람들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들의 성공과정이 어린이들에게 많은 자극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10)존고다드형-도전과 모험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들
요즘 많은 이들의 롤모델로서 두각을 높이고 있는 한비야가 이 곳에 속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스포츠나 모험을 좋아해서 비행기 승무원이나 조종사 그리고 운동선수나 운동 관련 직업이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이 책이 주고 있는 강점은 무엇보다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 성격과 기질에 따라서 자신에게 적합한 롤모델을 찾고, 그들을 통해서 동기부여를 하고,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들의 업적을 소개하기 보다는 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함께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각자 모두 다른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정해진 틀안에서 모범답안과 같은 성격을 요구합니다. 크게 10가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어린이들은 다양한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기질에 맞는 롤모델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기질을 인정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뜻깊었던 거 같아요.
세상을 바꾼 위인들은 다 다른 기질들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로 평가되기 보다는 그 기질을 발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합한 롤모델을 선택하는 일은 어린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그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조력자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책과 함께 <<성격과 기질로 알아보는 어린이 직업백과>>를 함께 읽어보면 서로 상호보완이 되어 더 좋은 꿈을 갖게 될 거 같네요.

"실패라니요? 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단지 전구가 빛을 내지 않는 2,000가지 원리를 알아냈을 분입니다." (본문 114,115p)

(사진출처: ’롤모델 인물백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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