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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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무도 편안해 보이는 소녀를 담은 표지 삽화와 달리 주인공 유니스의 현실을 그다지 편안하지 못하다. 성장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겪는다. 그 속에서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내며 독립적인 존재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러나 주인공 유니스는 조금 다르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엄마에게 버려진 탓에 어쩔 수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만 하는 신세가 된다.

동네 미용실을 하는 유니스의 엄마는 윤희(본명)가 유명인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필리핀의 비싼 사립학교 라구나 벨 에어로 유학을 보내지만, 현재 유니스는 '버려진 아이' '생활비가 안 오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유니스가 꿈꾸는 꿈은 절대 유명인사가 되지 않겠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스는 미용실을 몰래 팔아넘기고 튀어버린 탓에 사람들에게 '나쁜 년''사기꾼'이 되어버린 엄마를 미워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겨서 잠시 연락을 끊었을거라며 엄마를 이해하려 애쓴다.

 

생활비 송금이 끊기도 나서도 두 달 동안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하숙집 사장 제임스는 이제 학교를 그만 다녀야 한다고 한다. 제임스와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학교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유니스는 이제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만 한다. 외출은 같은 방의 사라인선 언니와 함께일때만 가능했다.

절대 고독자가 된 유니스는 데니슨 가 12번지 마당을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숲'이라고 정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둘러본다. 우스우면서도 근사한 개그맨을 밀림 한가운데서 만난 것처럼 마음이 풀리는 탓이다. 못생긴 과일이지만, 마냥 달콤하기만 한 과일보다는 덜 시시했고, 뭔가 성격을 드러내는 과일이라 좋았다. 씁슬하거나, 떫거나, 시큼하거나 해서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과일이니 말이다. 고독한 자신의 처지처럼.

유니스는 공립학교 AUP 언덕의 망고나무숲도 좋다. 싸. 싸. 싸. 나무판자 벤치에 앉아서 망고나무 잎사귀들이 바람에 몰려나가는 소리는 생활비 문제와 엄마와 연락이 끊어진 문제들이 모두 먼 별나라 다른 나이의 문제처럼 멀찍이 떨어져나가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므로.

 

제임스의 눈치를 보는 것이나 버려진 아이 취급 받는 것쯤이야, 그립다는 느낌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생활비나 버려진 아이 취급 따위는 견딜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립다는 감정은 쉽게 해결되지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본문 62p)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니스는 절대 절망하지 않았으며, 엄마를 위해 외할머니의 존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절처히 고독한 존재가 된 유니스는 슬퍼하기보다는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나간다. 데니슨 아줌마, 살라망고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데니슨 아줌마의 죽음을 견디어 내면서 유니스는 그렇게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나간다.

 

세상 어느 한 구석에 내가 사랑하고, 그래서 매일 와서 보고, 마음에 담던 숲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아주 바닥까지 불행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살아서 사랑할 것이다. 아주 고요하게라도. (본문 173,174p)

 

고독했던 데니슨 아줌마는 끝내 그 고독을 감내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니스는 고독으로 자신을 더욱 견고히 해 나간다. 타국에서 버려진 아이가 된 유니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엄마를 이해하는 유니스의 모습이 오히려 짠하다. 힘들다고 울었더라면 덜 슬프고, 덜 안타까웠을텐데....싸. 싸. 싸. 잎사귀들의 소리에 위안을 받는 유니스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유니스의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 사랑이 없어 힘겨운 고독한 삶을 이겨내며 사랑하며 살겠다는 유니스는 이 고독으로 한뼘 더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는 열세 살 소녀인 유니스(본명 윤희)가 일인칭 시점이 되어 엄마에게 버림받았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소녀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사랑을 찾아가는 유니스를 통해서 청소년 독자들이 나약한 마음을 다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슬프고 어두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결코 어둡지 않았던 것은 고독을 이겨내고, 결코 절망하지 않는 유니스의 견고한 마음 탓이었으리라.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싸. 싸. 싸. 싸아. 달빛 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망고나무 잎사귀들의 위안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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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관혼상제 이야기 파랑새 풍속 여행 6
이이화 원작, 권경미 글, 지영이 그림 / 파랑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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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관혼상제를 굉장히 중요시 생각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치러야 하는 의례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넘어야 할 고비라고 해서 '통과 의례'라고 불릴만큼 중요시하지요. 하지만, 요즘은 종교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사라지거나 간소화된 부분들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전통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 합니다.

사실 복잡한 우리의 전통 의례 절차가 가끔은 까다롭고 번잡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어 간소화되는 점에는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 의례에 담겨진 의미마저 간소화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시부모님은 전통 의례에 마음을 다하십니다. 그래서인지 며느리 입장에서는 간혹 불편하기도 하지만, 내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에 따르곤 하지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만 10살이 될 때까지 생일날 수수팥떡을 해주고, 삼신할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일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의식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정답이 중요하기보다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관혼상제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로 지켜왔던 우리의 전통 의례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점점 사라지고 간소화되는 우리의 전통을 지켜 나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진 책이지요.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우리 것'이라고 하지요. 이 책을 통해서 삶, 일생과 관련된 전통 의례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우리의 전통 의례를 통한 조상의 지혜도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거 같네요.

 

이 책은,

첫째 마당 통과 의례

둘째 마당 출산 의례

셋째 마당 태어난 아기를 위한 의식

넷째 마당 전통 육아법

다섯째 마당 성년 의식

여섯째 마당 혼례 이야기

일곱째 마당 육시갑자를 지나 환갑을 맞다

여덟째 마당 상례와 장례

아홉째 마당 제례 이야기

총 9장으로 나뉘어 우리의 전통 의례를 소개합니다.

 

 

우리 전통 사회는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 일은 부부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중요한 의무였기에,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머니에게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자손을 바라는 일은 가족이라면 누구나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일이었기에,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이라 할 수 있겠네요. 둘째 마당에서는 삼신 할머니에게 기도를 올리고 얻은 귀한 아기를 위한 태교와 탯줄 자르는 일에 대해 수록했어요. 셋째 마당에서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의식을 담았습니다. 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저도 이런 절차를 거쳤답니다. 물론 그동안 내려온 관습에 의존한 것이었는데, 배내옷에 근을 길게 늘여 놓은 이유와 7일, 14일, 21일이 되는 날마다 시부모님이 삼신할머니에게 기도를 올리는 이유는 잘 몰랐는데 여기서 배우게 되네요. 아기가 건강하기를 바랐던 선조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한동안 서양의 육아법을 유행처럼 따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육아법이 더 좋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전통 육아법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성년의 날에는 장미, 향수, 첫 키스를 선물로 받는다지요. 성년의식은 서양의 문화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성년의식이 있다고 하네요. 다섯째 마당에 수록된 성년 의식에는 몸은 성장했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게 되는 성년들을 위한 우리 전통 의식이 소개됩니다. 어른으로 인정해 주는 의식을 치르는 것은 의젓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우는 데에 참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좋은 전통 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인 거 같아요. 일 년에 몇 번씩 돌아오는 제례는 며느리들에게는 결코 반가운 날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그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 같아 조금 부끄럽네요. 아이들에게도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었는데, 좋은 시간이 된 거 같아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의 변화마다 우리 선조들은 마음을 담아 감사해하고, 건강을 빌었습니다. 생활의 변화로 인해 절차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의례에 담겨진 가치만은 꼭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관혼상제 이야기>>는 그 소중한 가치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낯선 느낌이었던 전통 의례가 친숙하게 다가오네요.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고, 사랑받으면 태어났고 자라고 있는지 알게 될 거 같아요. 이를 통해 우리 전통에 대한 소중함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소중함도 느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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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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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이스키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대를 전후하여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현지의 한인 교포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고 부른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몇 해전만 해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자주 언급해주었던 거 같은데, 요 몇 년동안은 이들에 대해 방영해주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그렇게 그들은 또 같은 민족에게서 잊혀지고 있었나보다.

책 제목을 보고서야 비로서 그들을 기억하게 되었다. 가슴에 한을 품은 그들은 국적을 잃은 채 차별과 배척을 당하며 방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타국에서의 서러움도 모자라, 조국에서는 그들에 대한 관심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그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230여 년 동안 발해가 다스리던 땅 연해주. 한인들은 주인 없는 이곳에 계절 농사를 지으러 왔고, 1900년대에 이르러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으로 망명가나 독립투사들까지 연해주로 들어왔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연해주는 러시아 한인 민족 운동의 주요 지역이 되었으며, 1910년 한일 합방 이후에는 일본의 식민 통치로 고통을 당하던 한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연해주로 모여들었다. 그러다 1918년 일본이 연해주를 점령하자, 한인들은 독립군을 만들어 항일운동을 했으나 1919년 만세 시위로 인해 일본의 한인 탄압은 더욱 거세졌고, 1920년 4월 일본군이 신한촌을 습격하여 한인 수백 여명이 희생되었다. 1922년 일본은 연해주에서 물러났고, 레닌은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의 국가들을 통합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을 탄생시켰다. (프롤로그 中)

 

1924년 신한촌에서 동화는 까레이스키로 태어났다. 그러나 1937년 소련은 18만여 명이나 되는 까레이스키들을 강제 이주 열차에 태웠고, 동화 역시 그중의 한명이었다. 이 책은 바로 강제 이주 열차에 태워진 동화를 비롯한 수많은 까레이스키들의 고통이 오롯이 수록되었다.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아파서 책을 읽는 것이 고통이 되었다. 그들을 잊고 지낸 것에 대한 미안함에 가슴이 아려왔다. 오갈데 없이 철저히 고립되어버린 그들은 우리가 보듬어야 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본의 첩자 노릇을 하기 때문에 강제 이주를 시킨다는 말도 들려요?"

"첩자라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무슨 할 일이 없어서 까레이스키 모두가 이를 가는 일본군의 첩자를 하겠소?" (본문 32p)

 

사흘 전에 통보받은 이주 명령으로 동화네 가족은 농사터와 집, 가축들을 모두 버려둔 채 열차에 태워진다. 소련 사람에게 갑자기 끌려간 아버지는 이주하는 그날까지도 돌아오지 못했고, 동화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담아 편지를 남겨둘 뿐이었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려야했는데, 출산을 앞두고 있던 동화 엄마는 끝내 숨을 거두었고, 태어난 아기마저 목숨을 잃었다. 더 이상 못 가겠다고 버티던 사람들은 군인들에 의해 사살되었고, 사람들은 하나 둘 숨을 거두었다.

연해주를 떠난 지 40여 일만에 밟은 땅은 집도, 나무도, 바람을 피할 바위도 없는 허허펄판의 눈 세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땅 위로는 나무줄기가 뻗지 못한 채 땅속으로 뿌리를 뻗은 싹싸울 나무처럼 그들은 끈질기게 버텨 냈다. 아이와 아들을 잃고 정신을 놓은 함흥댁,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 동식 등 이들은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지만, 그래도 끝질기게 버텨 냈으며, 마을을 일구어냈다.

 

"서로 힘을 합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요."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이 나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본문 164p)

 

연해주에 남겨놓은 짧은 편지를 보고 아버지가 찾아오리라는 희망으로 동화는 엄마, 오빠, 할아버지의 죽음을 견디어냈지만, 해가 바뀌고 또 한 해가 지나도 아버지의 소식은 할 길이 없었다. 이주를 당한 지 햇수로 20여 년이 흘러서야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지만, 동화는 레닌 훈장을 받아 아이들이 까레이스키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강제 이후를 당한 지 49년이 지나서야 소련 정부는 적성이민족이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소련의 잘못된 정책으로 60년 가까이 억울한 삶을 살아온 까레이스키들의 보상은 누가 해 줄 것인가? (본문 229p)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19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국적을 잃고 여전히 발붙일 곳 없는 유랑 민족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도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의 일부이며,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조국의 광복을 위해 독립운동을 해온 이들의 후손들은 방랑자가 되어있다.

광복과 함께 우리는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다. 역사 속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었으며, 그 노력에는 연해주에서 독립을 해온 이들의 도움도 컸다. 지금 우리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보듬어야 할 때이다. 조국으로도 오지 못 한채 타국에서 차별과 배척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제는 우리의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

조국의 무관심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싹싸울 나무처럼 버텨내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의 희망이 꺼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이 관심의 시작이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으로 인해 멀리멀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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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자 유재석 - 방송작가가 쓴 국민 MC 유재석 이야기
김영주 지음 / 이지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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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들은 '유재석'이라 쓰고 '유느님'이라고 읽는다. 드라마보다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탓에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을 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도 그가 하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고, 그가 하는 프로그램에는 큰 기대를 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감이 되겠지만, 그는 그런 기대감에 항상 노력으로 보답해주는 탓에 다소 재미가 없어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그는 그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런닝맨'이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기자들은 앞다투어 유재석의 한계에 대해 논했다. 유재석이 MC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좋지 않자, 그동안 국민MC의 자리를 명백히 했던 그의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그 뒤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시청률이 오르자 유재석의 한계를 논했던 기사 대신 역시 유재석이라는 기사가 주를 이뤘다. 사실 논란을 만드는 기자들의 평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차츰차츰 다져가는 그의 능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이 중요할 뿐.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유재석에 대해 많은 부분 궁금해하고, 그의 리더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예능력을 높이면 높일수록 인간관계는 풍요로워지고, 타인의 호감을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며, 연봉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루하루가 버라이어티인 우리 삶에 예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예능력의 기본은 유머인데, 방송작가인 저자는 인상이 좋으며, 유머가 편안하고, 삶이 배어 있는 유재석표 유머를 좋아하여 유머 멘토로 그를 꼽았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개그맨, MC 중에 유재석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를 직접 보아 온 방송작가는 유재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방송의 모습의 아닌 방송외의 그는 어떤 사람일까,에 주목하게 되었다.

사실 코디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탓에 봉숭아학당, 서세원 쇼부터 그가 국민MC가 되기 전부터 그를 알아왔던 터라, 1부 '유재석TV 도전! 무명에서 유명으로'는 좀 식상한 느낌이다. 유재석은 어린시절부터 대학개그제 동상을 받았던 날, 무명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많이 해왔다. 귀를 후비며 객석에서 내려오던 자신의 불찰은 자료화면과 함께 많이 등장했고, 메뚜기 탈을 담은 가방 밖으로 더듬이가 나와있었다는 무명시절의 에피소드는 핑클의 이효리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리바이벌해왔다. 유재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유재석이 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상당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무명의 서러움을 이겨내고 국민MC가 된 과정 속에 그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지만,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터라 이 이야기를 책의 50%를 할애한 점은 좀 아쉽다. 방송에서 접하지 못했던, 그가 남모르게 해왔던 노력에 주목하여 수록했다면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더 폭발적이지 않았을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어쨌거나 1부에서는 그렇게 기고만장했던 무명 신인 시절에서 스타가 되어가면서 겸손해지고, 자신을 낮추며 타인을 배려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예능의 정석 유재석의 7가지 습관'에 대해 다룬다. 그가 오랜 세월 무명을 거치며 체득한 것들을 '유재석, 예능의 정석'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고 있다. '열심히 하길 바라' '부지런히 공부하길 바라''자신을 낮추길 바라''배려하길 바라''남을 돋보이게 하길 바라''희생하길 바라''게이머가 되길 바라' 총 7가지의 예능의 정석을 유재석이 방송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방송에서 공공연히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바로 이 7가지의 모습을 통해 비추어졌으며, 이 모습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게되는 요소가 되었는데, 유재석식 유머가 있다면 우리의 삶의 본질도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3부에서는 '유재석처럼 웃겨라! 나도 유재석이 될 수 있다' 편인데, 앞서 이야기와는 조금 중복되는 느낌이 든다. 4부는 '유재석, 인터뷰의 재구성'인데 지금까지 유재석이 한 말을 모아모아 소개하는 부분이라 아는 내용이 많아 좀 아쉬웠다.

 

사람들은 '유재석'기사는 자동클릭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MC, 개그맨, 방송인이 되고 싶은 사람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그의 7가지 모습이 지금처럼 영원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나 내 삶이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그러나 아무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재석마저도 10년이라는 무명세월동안 노력해왔기에 지금의 그가 있었던 것처럼, 하루하루 버라이어티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도 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유재석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7가지 습관에 관심을 둔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위인이 되어버린 유재석, 그렇기에 그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다. 그가 그냥 그 자리에 올라서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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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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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직접 읽어본 적이 없다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책이리라. 유아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데, 학창시절 읽었던 기억으로는 노인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벌이는 사투였다는 점만이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이다. 최근 어른이 되어 고전에 심취해졌는데, 학창시절 읽었던 작품의 의미와 인생에 대해 조금 알듯한 나이가 된 지금 읽는 고전은 그 느낌부터가 너무도 다르다. <<노인과 바다>> 역시 기억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헤밍웨이의 문체는 너무도 건조하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소설의 구성에는 단계별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면서, 긴장감의 고조가 있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충분히 그런 고조를 느낄 수 있을 법한 스토리임에도 작가는 건조한 문체를 택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깊이가 더욱 깊이있게 다가온다. 이것이 헤밍웨이를 풀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게 한 근원은 아니였을까 나름 짐작해본다.

사실 초반부는 작품이 주는 무미건조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를 잡아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의 연륜을 가진 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극기가 굉장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듯 했다. 잔잔한 바다인 줄 알았는데, 커다란 파도를 몰고 온 느낌이다랄까.

 

주인공 산티아고는 노인이었고, 이미 일상의 생활에서는 소년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불가능을 가능케했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였던 것이다.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아." (본문 103p)

인간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나약함과 한계를 느끼게 됐는데, 헤밍웨이는 이 혼란 속에서 인간의 존재, 그 본질을 찾으려고 했단다. 산티아고가 바다에서 상어와 싸우는 불굴의 의지는 바로 인간은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헤밍웨이는 인간은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니며 가능성있는 존재임을 표현해냈다. 여기서 헤밍웨이는 이 외에도 사람은 사랑하며 살아가야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산티아고가 소년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바다에서 홀로 물고기를 잡는 장면장면마다 느낄 수 있으며, 커다란 물고기를 상어에게 빼앗기는 장면에서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자연에 대한 사랑 또한 보여준다.

"모든 게 꿈이라면, 저 물고기를 낚은 것부터 아예 꿈이었으면! 미안하다, 물고기야. 애당초 너를 낚은 것이 잘못이구나.....미안하다, 물고기야." (본문 110,111p)

 

헤밍웨이는 산티아고를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역경을 잘 이겨 내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한계에 부딪친 노인이었지만, 결코 한계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너무도 담대하게 그 한계를 넘어서는 산티아고의 사투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이탓인가, 학창시절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산티아고의 극기와 사랑 그리고 도전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나는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인간은 그 누구에게도 한계점이 있는 것이 아님을 산티아고는 보여주었으며,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선물해주었다. 짧은 글 속에 너무도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노인과 바다>>는 고전이 주는 힘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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