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세계를 빛낼 어린이에게 전하는 꿈과 겸손 리더십 이야기, 개정증보판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 1
김경우 지음, 가랑비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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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일생을 결정함게 있어 '의미 있는 타인'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롤모델'의 교육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들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워니비'(모방) 심리를 포착해 책의 형태로 구현한 대안적 교육방식으로 출간되었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 2><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를 읽으면서 어린이를 위한 롤모델 시리즈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 적이 있다. 이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였는지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가 호평을 받으면서 독자의 기대와 요구로 인해 초등저,중학년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한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를 출간되었고, 내심 기대했던 터라 너무 반갑다.

 

첫번째 이야기는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이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노력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외교관이 되어서도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하여 '세계의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 2>를 통해서 반기문 총장님의 노력과 선함, 겸손, 배려 등에 큰 감동을 받았는데,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구성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에는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

특히 반기문 총장님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사랑으로 지지해준 부모님의 교육관에 대해 많은 부분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부모님께]를 통해 반기문 총장님 부모님의 교육법을 정리해 제시해주어 아이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파리똥'이라는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기문에게 "네가 사람들에게 착하게 대하면 결국 사람들도 네게 착하게 대한단다. 꼭 이말을 명심해야 한다." (본문 29p)라는 말로 '최후의 승리는 결국 선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런 기문은 '파리똥'에서 '반 선생'이 되면서 어머님을 말씀처럼 결국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기문은 재능이나 소질과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다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부가 좋았다.

기문의 노력은 6학년에 있었던 주산 대회에서도 빛을 발하게 된다. 친구 한승수와는 모든 과목에서 비슷비슷했지만, 국어나 사회가 더 우수했던 기문은 승수에게 주산 시합에서는 늘 지기만 했다. 곧 있을 주산 대회를 위해 기문의 방에서는 '따르락' 주판알 퉁기는 소리가 밤새도록 끊이질 않았고 결국 승수보다 빠르게 계산하게 되었다.

 

 

1956년 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에게 소련의 행동에 반대하고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편지를 쓰게 되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넓은 세계로 나가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영어를 접하게 되면서 영어를 잘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인해 영어 공부에 열의를 보이고 영어에 재미를 느끼게 되고, 충주비료공장 근처에 있는 미국인 기술자 주택가에서 스미스 부인과 브라운 부인을 직접 만나 영어 공부를 할 만큼 기문은 영어에 대한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열정으로 영어 대회에 합격하고 미국에 초청되어 케네디 대통령을 직접 만나면서 기문은 외교관이라는 꿈을 구체화하게 된다.

 

'나에게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꿈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이다.' (본문 99p)

 

 

목표했던 외교관이 된 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길을 걸었고,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하고, 겸손한 생활은 좌절을 이겨내고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이 되어 진짜 외교관으로서의 활동을 하게 되는 한편, 청와대 외교 보좌관으로서 성실하고 일잘하는 평가를 받게 되고 결국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노신영 총영사의 말을 다시 한번 마음속 깊어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고, 성실함과 적극적인 성격이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당선임에도 쾌거를 이루어내었던 것이다.

또한 진정한 배려와 겸손 '휴밀리티 리더십'은 유엔 사무총장 연임이라는 또 한번의 쾌거를 이루게 된다.

 

'최후의 승리는 결국 선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라는 말을 반기문 총장이 증명해 준 것처럼 여러분도 선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세로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갖기 바란다. (본문 160p)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태도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겸손함으로 세계를 빛낸 반기문 총장님의 성공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선한 마음 역시 꿈을 이루는데 중요한 요소임이 잘 담아져 있다. 어린시절부터 경쟁구조 속에서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경쟁의식만 키워지는 교육 현실에 점점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아이들이 반기문 총장님의 가치관을 꼭 기억했으면 싶다.

"인간은 누구나 가치지향적인 사고를 꿈꾸며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인간의 이러한 사고와 노력을 가능케 하는 것은 롤모델이 있기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은 바가 있다.

이에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는 우리 어린이들이 롤모델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는데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덧붙히자면, 부록으로 소개된 외교관이나 유엔에 대한 이야기와 반기문 총장님의 주요 활동 등에 대한 소개는 어린이들이 꿈을 더욱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사진출처: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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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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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표지에서 발췌)

 

요즘 눈에 자주 띄는 작품이라 눈여겨 보았다. 작품의 경력 또한 대단한터라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등 수상경력이 많은 작품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처음에는 잘 몰랐던 표지 또한 이색적이다. 단순히 초록빛의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온 몸은 사람의 해골로 가득하고, 눈에서는 하얀 눈물이 흐른다. 무엇일까? 이 삽화가 뜻하는 의미는. 왠지 두려움, 불안함이 엄습한다.

제노사이드. 이는 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제노사이드>> 제목의 의미를 알고나니 이 삽화가 뜻하는 의미와 표지에 수록된 글귀가 이해가 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제노사이드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인류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미국, 일본, 콩고를 넘나드는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은 액션, 공포, 미스터리를 통한 긴박함으로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이야기는 미국 대통령인 번즈가 '인류 멸망의 가능성''아프리카 신종 생물 출현'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콩고 민주 공화국 동부의 열대 우림의 신종 생물 출현. 이 생물이 번식하게 될 경우, 미국 국가 안정 보장에 중대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전 인류 멸망이라는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태는 1977년에 슈나이더 연구소가 제출한 『하이즈먼 리포트』에서 이미 경고되었다. (본문 11p)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번즈는 이 사건을 하찮은 이야기로 치부하고 만다. 2004년 어느 여름밤에 시행된 이 회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열 명도 넘지 않은 채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조너선 예거는 작전 수행을 참여하기 위해 콩고로 가게된다. 반면 겐토는 아버지의 죽음 뒤에 도착한 한 통의 이메일로 아버지가 아무도 몰래 연구하고 있던 일에 참여하게 된다. 겐토는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연구를 시작하게 되지만 경찰과 의문의 여성에게 쫓기는 위험에 말려들게 된다.

겐토의 연구에 도움을 주는 인물로 저자는 한국 유학생인 정훈을 등장시켰다. 스토리 중에 조센징이라는 단어가 수록되어 있어 사실 살짝 기분이 상했던 터였는데, 정훈의 비중이 적지 않음에 사실 놀랐다. 이 스토리를 엮어가는데 정훈의 역할이 단단히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인데, 책 소개에 수록된 글을 보니 저자는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고 이수현'씨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낼 생각을 했다고 한다. 특히 작품 속에 한국의 '정'에 대해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여진 깊은 골에 대해 펜을 통해 그 간극을 좁히려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 작품에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은 미국의 대통령 '번즈'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합법적으로 독재자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번즈 정권은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의 극악무도한 본성을 너무 잘 묘사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 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해야 하는 다른 종인 셈이야. 물론 이것은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습성이네. 인간이라는 동물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난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하네." (본문 473,474p)

 

7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읽어내려가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과학, 의학, 인류의 진화 등 방대한 영역으로 접근하며, 미국, 콩고, 일본 등 공간적 스케일과 다양한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다소 산만할 수 있을지 모르나, 예거와 겐토의 공통분모가 생겨나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박함있게 진행되면서 놀라울 정도의 짜임새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다소 어두운 스토리로 진행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가졌지만, 생생함을 전달하는 묘사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겐토와 정훈과의 관계구도 등을 통해 어두운 면에 감동, 재미를 더하여 흥미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신인류가 등장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번즈와 같은 인간의 본성인 잔학성에 따라 우리 존재를 지키기 위해 그 잔악성을 보여주게 될까? 아니면 악보다 선의 성향이 근소하게 웃도는 인간이 '서로 돕는 사람'으로서의 면목을 지키게 될 것인가? 서로 돕는다는 것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함이라는 경제 활동의 결과라는 하이즈먼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한 본성은 간혹 선함을 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제노사이드>>가 영화화된다고 하면 굉장한 블록버스터 한 편이 탄생될 듯 싶다. 그러나 결국 세계의 권력자인 미국의 도발을 그려내고, 한국인의 큰 역할이 있다손 치더라도, 모든 것이 일본의 '선'으로 결말되어지는 것을 볼 때, 세계적인 흥행작품으로 우뚝 서기는 어렵지 싶다. 결국 인간은 이 작품에서 보여준 것처럼 다른 종을 경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긴장감과 놀라운 흡입력을 갖추고 있으며, 방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음에도 읽기에 어렵지 않았던 <<제노사이드>>의 놀라운 완성도로 인해 이제 다카노 가즈아키 저자를 기억해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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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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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작가 김려령을 알게 된 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통해서였는데, 이후 <완득이>를 통해 꼭 기억해야 할 작가로 남게 되었다. <<가시고백>>은 <완득이>와 같은 특유의 유쾌함은 없지만,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고, 그 속에 청소년의 성장이 잘 녹아들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고백하지 못하는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들킬세라 꼭꼭 감추고 있어 결국 후회와 상처를 남기는,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가시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비밀말이다. 그 가시를 언제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여기 이처럼 가슴에 가시를 갖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나는 도둑이다. (본문 51p)

 

지란이는 새 아빠의 전자수첩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가 눈깜짝할사이에 도둑을 맞았다. 사물함에 잘 넣어 두웠는데 잠깐 사이에 도둑 맞았다는 지란이의 투덜거림과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해일은 드러낼 수 없는 행위를 한 자가 정곡을 찔렀을 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해일은 침착하게 표정관리를 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상투적인 충고일 뿐 큰 의미는 없을 거라고, 그러나 가슴에 가시를 쿡 박힌 것만은 분명했다. (본문 18p)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 아파트 관리소장인 아버지, 그리고 감정설계사가 되기위해 불철주야 연구 중인 형 해철 그리고 도둑을 직업으로 가진 해철은 분명 단란한 가족이긴 하지만, 해일에게는 생계를 위해 바쁜 부모님을 기다리며 어린시절 하루종일 혼자 지내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해일이 남이 물건에 손을 댄 건 일곱 살 때가 처음이었는데, 예민한 손은 엄마를 닮은 듯 했다. 감정 설계에 대한 형의 이야기에 해일은 손끝이 떨림을 느꼈다.

 

"예민한 손을 가진 감정 분배가 잘못된 아이....(본문 131p)

 

진오의 초코파이 사건으로 지란은 부산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움직임, 묘한 속도의 해일을 보며 전자사전 범인으로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런 지란에게도 가시 하나가 있다. 바로 아버지와 아빠와의 관계이다. 지란은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아버지는 지란을 어려워하는데, 반면 아빠는 술에 취하면 지란이를 찾는다. 지란은 그런 아빠를 밀어내려고 애쓰는데, 가족과의 관계가 지란에게는 가슴에 담겨진 커다란 가시다. 전자수첩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투정부리게 했던 물건이고, 다시 마음을 닫히게 한 물건이다. 그런 탓에 지란은 해일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반면 진오와 다영은 각각 지란과 해일을 짝사랑하는 가시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가시를 가지고 있는 해일과 지란, 진오는 병아리를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생각없이 툭 던진 말에 꼬리를 물려 유정란으로 병아리 부화실험을 하게 된 해일은 2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하게 되고, 지란과 지란을 짝사랑하는 진오는 해일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들은 친분을 쌓아가게 된다.

지란은 아빠를 복수하겠다는 작전을 꾸미게 되고 해일과 진오가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일은 지란 아빠의 넷북을 훔치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해왔던 그동안의 일에 목격자가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해일의 가시가 밖으로 표출되어진다. 다행이도 해일의 가시고백에 지란, 진오는 들어주었고, 보듬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손이 빨랐어. 생각하는 동시에 움직이는 거야. 그런데 이제는 맘대로 움직여. 넷북 그거 머리가 시킨 거 아냐."

"니 손이 맘대로 움직였다면 손모가지라도 잘라, 새끼야." (본문 226p)

 

해일이 웃었다. 창자까지 컹컹 울리는 통곡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귓바퀴 속으로 흘러들어갈 만큼 많은 눈물이었다. 잘됐다. 친구들한테 걸려서 용서를 받지 못해 잘못을 지고 살아야 한다 해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친 새끼가 이제는 웃으면서도 울어." (본문 254p)

 

<완득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빅 웃음이나 강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지만, 가슴에 가시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 그 상처를 고백함으로써 박힌 가시를 제거해나가는 과정 속에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이 작품에서는 <완득이>의 똥주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감정 설계를 연구중인 해일의 형인 해철이다. 말은 않지만, 해일의 가시를 잘 알고 있는 듯한 해철의 말들이 해일의 가슴에 박히면서 해일의 감정을 뒤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최면은 무의식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자신을 끌어내는 거고, 감정 설계는 의식에 저장된 감정이라도 다시 설계하자는 거야. 생각보다 가짜 감정이 많거든. 말하는 감정하고 마음속 감정이 다른거야. 그러니까 일단 감정부터 솔직해지자는 거지." (본문 28p)

 

해철이 한 이 말들은 바로 저자가 <<가시고백>>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는 비밀을 감추어둔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가시같은 비밀과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가시로 인해 상처가 곪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게다. 손가락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가 박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가시지만, 아프고 쓰라리며 결국은 작지만 상처를 남긴다. 하물며 마음에 박힌 가시는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주겠는가. 가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빼내지 않는다면 곪아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가슴에 박힌 가시를 빼낼 수 있는 것은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상처와 대면하거나, 고백하고 용서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저자는 주인공들과 해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완득이>와 같은 빅 히트를 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고 있어 잔잔한 청소년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괜찮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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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금지 리스트
레이철 콘 외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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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소년문학 중 동성애자를 소재로 한 작품 <비너스에게>를 읽은 적이 있다. 성문화가 개방이 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오픈되어지는 사회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향한 우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커밍아웃을 선언한 한 방송인의 대담한 표현에 대해 사람들은 그의 용기에 과감히 박수를 쳐주었지만, 그에 대한 뾰족한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 중 한 사람이었고,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시선은 곱지 않다. <비너스에게>를 읽으면서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사실을 짚어내고, 금기시 되었던 동성애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의도를 엿보기는 했지만, 고지식한 나에게는 조금은 낯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작품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키스 금지 리스트>>는 어렵기만 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성애자인 일리에게도, 이성애자인 나오미에게도 사랑은 어려운 것이었다. 이런 사랑 이야기에 앞서 내가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이 작품에서는 동성애자인 일리의 이야기를 특별하지 않게, 그저 이성애자와 다름없는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분인 탓에 나 역시도 동성애자인 일리와 커밍아웃을 하게 된 브루스에 대해서 그다지 꺼림칙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사랑은 사랑일 뿐인데, 동성애자니, 이성애자니 구분짓는다는 것은, 내가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이었다. 이 작품은 <비너스에게>에서 인정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나의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폭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오미와 일리는 어린시절부터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자라온 친한 친구사이이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동성애자인 일리는 나오미를 친구로서 사랑하고 있지만, 나오미는 일리를 이성으로서 사랑하고 있다. 아빠가 일리의 두 엄마 중 한 사람과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고, 엄마는 침대에서 나올 줄 모르는 기막힌 상황에 처했을 때도 두 사람의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마 이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오미가 일리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거짓말 덕분이었으리라.

나오미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남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큼 몸매가 끝내주지만, 나오미는 일리가 처녀림에 첫발을 내디딜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열두 살 때부터 결혼식을 계획해 왔고, 그들은 서로와 첫 키스를 했으며, 일리가 게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리가 게이라고 해서 함께 공유한 과거, 약속한 미래가 바뀌지 않고, 그가 이성애자가 될 때를 기다리지 말라는 법 또한 없으니 말이다.

나오미와 일리는 질투로부터 서로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키스 금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리는 나오미의 남자친구(세컨드라고 하자. 나오미에게는 일리가 항상 우선이니까.) 브루스와 키스를 했다고 고백하고야 만다.

 

우리가 서로를 연습 상대 삼아 키스하는 법을 한창 연마하던 열세 살 때, 게이 따위는 내게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의 키스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달콤하고 떳떳했다. 서로에게 첫 경험 상대가 되는 게 우리의 운명임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그의 입술에서 게이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게이의 입술이어야 하는데? (본문 58,59p)

 

<<키스 금지 리스트>>는 나오미, 브루스, 일리, 범생이 로빈, 나오미를 좋아하는 아파트 경비 가브리엘 등의 등장인물을 중첩적으로 수록하여 사랑에 대한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엿보게 되는 작품이다.

브루스와의 이별에 슬퍼하기 보다는 이제 일리는 영원히 잃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슬픔이 자라잡은 나오미,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브루스, 나오미를 배신하는 기분이 들지만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아직은 혼란스러운 일리의 이야기가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함께 기록된다. 그렇게 그들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사랑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나오미도, 일리도, 브루스도, 그리고 나오미의 엄마도.

"나는 그냥.....쉬울 줄 알았어. 나한테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이렇게 쉽게 느껴지다니, 정말 얄궂다. (본문 246p)

나오미는 이제 일리를 놔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엄마도 이제 침대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예 머릿속을 싹 바꿔 봐요. 덫에 걸렸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우리는 지금.....미로 안에 있지만 나갈 길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덫은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지만 미로에는 출구가 있잖아요. 엄마는 그걸 찾아야 해요." (본문 251p)

 

어른이거나 혹은 아이이거나, 이성애자이거나 혹은 동성애자이거나 사랑은 언제나 어렵다는 것을 이들은 깨달아간다. 아프고 상처를 입었지만 이들은 괜찮을 거라는 것도. "괜찮을 거야. 모든 건 변하기 마련이고, 너도 변화에 대처해야 해. 어쨌든 우리는 괜찮을 거야."(본문 265p) 

나오미와 일리, 브루스가 보여주는 첫 사랑의 이야기는 아프고 힘들었다. 첫 사랑은 누구에게나 아프게 기억된다. 무엇이든 처음은 낯설음 탓에 더 아프게 느껴지는 법이리라. 그러나 그 아픔은 성찰을 통한 성장이라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키스 금지 리스트>>는 현 청소년들의 감각에 맞추어진 작품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점을 소년, 소녀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는데, 표지 삽화를 비롯해 현대 감각에 맞추어진 직설적인 표현과 이모티콘에 의한 표현 등이 눈에 띈다.

세상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고리타분한 시대적 사고방식에 편협된 내 사고방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다독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이 작품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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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나무 내 친구는 그림책
카토 요코 지음,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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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집에서 화가 난 일이 있어 친구에게 메신저를 보냅니다. 친구는 내가 옳든 그르든 항상 내 편이 되어 생각해주고 위로해줍니다. 그런 친구가 있기에 항상 든든하고, 슬프고 화났던 기분은 금새 풀어집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함께 등교하는 걸 좋아하던 아이는 어느 순간, 등교길에 친구를 만나면 엄마에게 서둘러 인사를 하고 뛰어갑니다. 내가 그렇듯 아이도 친구의 소중함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가 봅니다. 소중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지요.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 옆에 소중한 친구가 있었으면, 그리고 내 아이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울보나무>>는 친구의 소중함과 함께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친구가 되는 법을 울보 아기 돼지와 울보나무를 통해서 일깨워줍니다. 삽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고 녀석 맛있겠다>의 미야니시 다쓰야의 작품이네요. 익살스러운 캐릭터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느낌이 주는데다, 미야니시 다쓰야만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어느 마을에 친구와 싸워서 울고, 엄마에게 혼나서 울고, 넘어져서 우는 울보 아기 돼지가 있었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도 아기 돼지는 울고 있었지요. 그런데 해님이 반짝이는데 갑자기 툭툭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요.

"으어엉 으어엉." 툭툭 내리는 비는 알고 보니 울고 있는 나무의 눈물이었어요.


"무, 무슨 일이야? 왜 울어, 나무야?"

"나는 날마다 우는 너를 보고 있었어. 그런데 울고 있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잖아. 으엉 으어엉." (본문 中)


나무가 흘린 눈물 비에 흠뻑 젖은 아기 돼지는 괜찮다며 나무를 달랩니다.
다음 날, 아기 돼지는 친구랑 싸워서 울상이 되어 나무를 찾아갔어요. 울음은 참았지만 떨어지는 눈물에 나무는 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기 돼지가 불쌍하다며 우는 나무를 보며 아기 돼지는 괜찮다며 또 달래야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하자 아기 돼지는 정말 괜찮아진 것 같았어요.


다음 날 친구랑 화해한 탓에 웃으며 나무에게 뛰어가던 아기 돼지는 넘어졌고, 막 울음을 터트리려하자 이번에도 나무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네요. 자신을 만나기 위해 뛰어오다가 넘어진 아기 돼지가 아플까봐 우는 나무를 보며 아기 돼지는 아프지 않다며 웃어주었습니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어요. (본문 中)


그렇게 친구가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자니 겨울이 다가왔지요. 재잘재잘 이야기하던 아기 돼지가 잠이 들고 해가 지자, 나무는 아기 돼지가 꽁꽁 얼어 버릴까 자신의 이파리를 한 잎, 두 잎 떨어뜨려 나뭇잎으로 아기 돼지를 따뜻하게 덮어 주었지요.

아침이 되어 일어난 아기 돼지는 나뭇잎이 모조리 떨어진 채 더 이상 말이 없는 나무를 보며 울었습니다. 자신을 지켜준 나무가 고마운 아기 돼지는 언제까지나 잊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어요. 나무는 다시 초록 이파를 잔뜩 매달고 있지만, 울지도 말을 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아기 돼지는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와 친구가 되었으니까!' (본문 中)요.


아기 돼지를 위해 울어주는 나무가 있어 아기 돼지는 자신을 위로하는 친구가 있다는 기쁨에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친구란, 이렇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존재가 아닐까요. 이제 아기 돼지는 더 이상 울보 아기 돼지가 아닙니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어 마음이 한 뼘 더 자랐으니까요. 울보나무는 아기 돼지처럼 자신이 아닌, 아기 돼지를 위해서 울었습니다. 이렇게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울어준 울보나무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지요. 물론 우리 자신이 울보나무처럼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준다면, 친구 역시 나에게 울보나무와 같은 친구가 되어줄거에요.

미야니시 타츠야의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그려진 <<울보나무>>는 아기 돼지와 울보나무의 우정을 통해 친구의 소중함을 잘 그려진 작품입니다. 친구가 있어 울음 대신에 미소를 짓게 된 아기 돼지의 모습이 담긴 표지 삽화가 너무도 행복해보입니다. 친구는 있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사진출처: '울보나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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