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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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고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 나에겐 다소 생소한 작가였기에 그녀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이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이 처음이었다. 이 책은 작가가 1년여에 걸쳐 완성한 도전의 결과물로 조금은 낯선 '에세이소설'이다. 생소한 형식의 작품이었던 탓일까? 내게는 너무도 난해한 작품던 터라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에세이와 소설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쫓아가기에는 나의 독서력이 많이 부족했던 탓 일게다.

 

1971년 3월

이렇게 쓰고 싶다. "세바스티앵은 휘파람을 불며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조금 숨이 찼다. "십 년 전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은 물론 극 중 인물이다. 나의 유쾌한 연극에 나온다. 빈털터리이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시니컬하지만 점잚은 그들을 보여주는 건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본문 9p)

 

<<마음의 푸른 상흔>>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무일푼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한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과 저자 자신의 삶, 작품 등의 관한 에세이가 교대로 수록되고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50대에는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저자 소개글 中)고 하는데, 그녀는 에세이를 통해 그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의 권리이듯이. 이 시대는 나를 절망하게 한다. 나는 일중독자도 아니고, 양심이 내 장점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문학 덕분에 내 친구인 반 밀렘 남매와 즐기러 간다. 드디어 할 말을 했다. 휴! (본문 57p)

 

저자는 이 스웨덴 남매에게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것들을 실었으나, 최고의 배경으로 명랑함을 주었다. 그리고 남매를 먹여 살릴 사람으로 로베르 로시를 선택한다. 로베르 로시는 중간 키에 몸집이 좀 있는 남자로 겉으로 보기에는 세바스티앵을 광적으로 좋아했고, 엘레오노르의 손에 입을 맞추고 누추한 집에서 지내게 해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발생하게 마련이고, 결국은 로베르 베시의 자살로 이어진다. 작가 사강은 이 작품에서 엘레오노르와 자신, 그녀의 삶과 자신의 삶, 모든 것을 뒤섞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내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가장 견딜 수 없는,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꼈다. 내가 이 책에서 상상력을 예찬한 것도 물론 그런 이유에서였다.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절망과 버려졌다는 느낌에 빠진 스웨덴 남매와 프랑스 청년이 처한 상황은 백퍼센트 복잡했다. (중략)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자기에게 모자란 점을 인정하기보다는 잘못된 점을 만들어내길 더 좋아한다. (본문 172p)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사강의 에세이를 통해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읽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 썩 괜찮은 작품으로 남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싶다가도 가만히 곱씹어 볼수록 그녀가 말하고자하는 의미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작가 '마음에 들어가는 푸른 멍을 외면하는 모두에게' (표지 中) 안녕을 묻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재능을 타고난 작가이며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 프랑수아즈 사강, 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그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맛보게 되었고, 결국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슬픔이여 안녕>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난해했던 처음 느낌과는 달리 책을 덮고서야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을 이해하게 된, 두고두고 곱씹게 되면서 덤으로 여운을 주는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이었다.

 

친해하는 독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합니까?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당신의 귀감이었습니까, 아니면 악몽이었습니까? 인생이 당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당신은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당신의 눈 색깔이, 당신의 머리 색깔이 어떻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까? 밤이 두렵습니까? 잠꼬대를 합니까? 당신이 남자라면, 성질 고약한 여자들을, 여자란 자고로 따뜻한 날갯죽지에 남자를 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들을 - 최악은 그럴 줄 안다고 착각하는 여자들이죠- 떨어져 나가게 할 가슴 시린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의 상관부터 아파트 관리인까지, 마주치기 싫은 주차단속 요원부터 한민족 전체를 책임지는 불쌍한 마오쩌둥까지, 모든 사람들이 - 당신을 포함해서요 - 외로움을 느낀다는 걸, 죽음만큼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는 걸 아십니까? 이러한 진부한 생각이 두려운 것은 이른바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그것을 늘 잊고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기거나 적어도 살아남기만 바라니까요. (본문 70,71p)

 

(이미지출처: '마음의 푸른 상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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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2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 2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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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지만 그 사실을 감추며 외롭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Paint It Rock>이란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참고서이자 우리만의 암호가 된 것이다. 심지어 우리에게 성서와 같던 <월간 핫 뮤직>조차 자글자글한 현학적인 어휘들로 가득 차 밑줄 치며 공부하게 만들었던 이 복잡한 록의 역사가 남무성의 상스러운 욕과 허를 찌르는 위트, 전설 같은 뮤지션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 덕분에 낄낄거리며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만약 실제로 '스쿨 오브 록'이 세워진다면 『PAINT IT ROCK』은 역사 과목의 1종 교과서로 채택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_김홍기(음악 콘텐츠 기획, 카카오 뮤직) (본문 9p)

 

<PAINT IT ROCK 1>을 통해서 한때 사랑해마지 않았던 비틀즈와 사이먼 앤 가펑클이 록의 장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고, 그저 듣기만 했던 음악에서 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까지 생기게 된 나는, 강렬한 사운드와 비트 그리고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싱어의 보이스를 거칠게만 생각했던 록을 듣는 법까지도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방대한 록의 역사와 장르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낸 <PAINT IT ROCK> 1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3권에 담겨진 록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는 나 혼자만의 호기심은 아니었나보다. '남무성의 음악 웹툰'이 토요일마다 연재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고 하니 말이다. <Paint It Rock> 2편은 언제 나오는 것이냐는 항의성 댓글이 연재가 종교되던 날까지 잇따랐으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남무성 스테이지라도 하나 만들 기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PAINT IT ROCK 2>>가 출간된 것이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록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담은 <PAINT IT ROCK 1>에 이어 2권은 1967년 함부르크의 한 클럽에서 함부르크의 클럽을 돌며 3개월째 공연을 이어갔던 새비지스의 기타리스크였던 리처드 휴블랙모어가 서쳐스에서 드림을 치는 크리스 커터스의 전보를 받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들은 라운드어바웃이라는 밴드를 결성했으나 크리스 커터스의 잠적 으로 깨지고 만다. 이후 존 로드와 리치 블랙모어가 '딥 퍼플'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블랙 사버스는 1970년대 헤비 록의 왕자를 삼등분했던 팀임과 동시에 '헤비메탈의 클래식'으로 규정된다고 한다. 악마적 이미지를 내세운 블랙 사바스는 블루스에 뿌리를 둔 다른 하드록 그룹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하드록을 보다 과격한 양식으로 디자인한 팀인 딥 퍼플은 하드록과 헤비메탈의 관계, 그 거리를 계측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밴드였다고 한다.

 

 

헤비메탈은 파워 지향적인 음악이지만 그 파워는 단순히 엠프의 출력이나 볼륨을 높여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악기의 증폭 시스템의 관계를 파악하고, 다양한 이펙터의 설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소리의 두께, 일그러짐, 날카로움 등의 아이디어들이 합쳐져 얻어내는 결과다. 이렇게 얻어진 추진력에 명료한 주제와 메시지를 담은 노랫말이 얹어지면서 록 음악으로서의 시대정신에도 규합한다. 물론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낸 가사도 없지만, 예외 없이 마초적인 표현 방식은 거칠기 짝이 없다. 허나, 그 정제되지 않은 통쾌함과 빠르게 악절을 훑고 지나가는 스피드감이야말로 무엇 때문에 이 소란스러운 음악에 빠져들게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본문 49p)

 

 

이 외에도 로큰롤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유명한 하드록 기타리스트 중 하나인 제프 벡은 1970년대에 들어서는 '제프 벡 그룹'을 성공시키는 등 독자적인 영향을 개척해간 기타의 장인으로 여타의 하드록 플레이와 완벽하게 선을 긋는 제프 벡만의 플레이로 평가를 받았고,브리티스 블루스와 아메리카 포크록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룬 영/미 합작 밴드 플리트우드 맥은 변신의 역사가 일궈낸 토네이도급 성공신화를 보여준다. CCR은 역사사 가장 미국적인 록 밴드였고, 1970년대 전반에 걸쳐 웨스트코스트 록을 대변했던 두비 브라더스는 보다 선명하고 경쾌하게 질주하는 부기 록 스타일로 여타의 컨트리 로커들이 보여준 모호한 포크적 기실과는 차별화된 연주를 펼쳤다.

 

 

컨트리 록 그룹 이글수는 1971년에 결성, 1981년까지 근 11년간 활동하며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 웨스트코스트 록의 왕자였고, 하드록과 프로그레시브 록이 약진하던 70년대 초에는 여성처럼 화려한 치장과 아방가르드적인 패션을 한 남성 로커들이 주인공이며, 고정관념을 깨는 글램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패션은 곧이어 유행하게 되는 펑크에 밑거름이 되는 글램 록이 생겨났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퀸은 하드록을 팝뮤직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었다. 1970년대 후반은 하드록의 전성기가 빗겨나가던 시기였으나 동시에 헤비메탈의 이미지가 완성되었던 시대였으며,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펑그록은 주류 팝으로 올라선 뉴웨이브와 그 반대로 언더그라운드 지향이 더욱 심화된 노웨이브의 두 갈래 흐름으로 나뉜다.

 

20세기 예술사를 읽어내는 일은 그 어떤 시대보다 힘들고 복잡하겠지만, 오히려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있다. 그것은 '아방가르드'의 시대였다.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을 넘나들며 팝, 재즈, 록, 클래식 등 많은 연주자들의 지성과 자존심을 건드렸던 아방가르드라는 괴물은 '예술의 창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조였다. (본문 303p)

 

 

내가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 1,2편을 읽는동안 나는 꽤 흥미롭게 읽고 있다. 전혀 듣도 보도 못했던 뮤지션들이 등장했을때도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노래가 나올 때의 반가움 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이는 이 책은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뮤지션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시의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까지 섞여있어 읽는 재미도 있었던 탓일게다. 무엇보다 좋아했던 음악, 뮤지션들의 등장할때 빠지게 되는 추억이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숨가쁜 릴레이가 펼쳐지는 2권은 1권에 비해 보다 흡입력이 강했으며, 방대한 록의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록'이라는 장르를 거칠게만 생각하고 듣기를 거부했던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을만큼 나는 지금 록의 세계에 빠져있다.

 

 

 

Rcok'n Roll Baby!!!

 

원고 쓰기에 있어서 전편과 비교될 만한 점이 있다면 에피소드보다 음악 소개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물들과 시대 상황이 얽히고설킨 1950~60년대의 로큰롤 이야기는 과감한 해석과 편집을 필요로 했다. 따라서 지루하지 않은 속도감으로 성큼성큼 역사를 훑고 지나간 게 1편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뮤지션들의 대표작과 음악적인 성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록 입문자들을 배려하였다. 동시에 어떤 음악이 얼마나 히트했다는 식의 수치적인 나열이 상대적으로 만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건 아닌지, 독자의 주관적인 음악 듣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자꾸만 고민되었다. 그렇지만 시대를 풍미했던 명곡들과 객관적인 데이터야말로 역사의 핵심 정리이며, 다른 코믹 카툰들과 차별되는 <Paint It Rock>의 본질로 판단했다. 역사를 주도한 뮤지션들과 장르의 흥망성쇠를 관찰함으로써 이 책은 록의 가이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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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철도의 밤 비룡소 클래식 28
미야자와 겐지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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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클래식」은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작품들은 물론, 마치 숨겨진 보석을 찾듯이 세계 각국 명작을 새롭게 발굴해 내는 작업에 나셨습니다. 각 언어권별로 최고의 권위자들이 정성을 다해 번역하여 문체가 유려하고, 개성 넘치는 독특한 삽화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고전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는 방법을 청소년 여러분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입니다. (본문 226,227p)

 

어린시절 <은하철도999>는 내게는 환상이었다. 특히 긴 머리와 긴 속눈썹, 검은 모자, 검은 원피스를 입은 메텔은 내가 꿈꾸는 미래의 여성상이었을 정도로 이 만화영화에 푹 빠져있었다. 어쩌면 이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우리 세대들 대부분이 여러가지 이유로 이 만화영화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참동안이나 잊고 있었는데 <은하철도999>의 원작 동화 <<은하 철도의 밤>>을 읽으면서 그 어린시절로 잠시나마 되돌아갈 수 있었다.

 

<비룡스 클래식> 28번째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 철도의 밤>>이다. 당시 미야자와 겐지의 '파격적인 발상이나 풍부한 환상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 없었'던 탓에 문단이나 일반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묻혔으나 수많은 시와 백 편이 넘은 동화 원고는 그가 죽은 뒤 남동생과 친구들의 노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37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살았던 미야자와 겐지는 1922년쯤에 표제작 [은하 철도의 밤]의 초고를 쓰기 시작하여 십 년에 걸쳐 세 차례나 수정을 하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공을 들인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미완성으로 남았다고 한다.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 속에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삶과 죽음이라는 종교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주제를 그려 내었다고 평가(본문 215p)받는 [은하 철도의 밤]은 만화영화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슬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자 집으로 가지 않고 모퉁이를 세 번 돌아 커다란 인쇄소로 들어간 조반니는 종이 한 장을 건네 받고는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조그만 집게로 좁쌀만 한 활자를 하나씩 하나씩 골라냈다. 그렇게해서 받은 조그만 은화 하나로 조반니는 빵집에 들러 빵 한 덩이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서  흰 천을 덮고 누워 있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조반니는 엄마에게 아침 신문에 올해는 북쪽 지방에서 고기가 아주 많이 잡혔다고 쓰여진 기사를 보니 아버지가 틀림없이 곧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오실 때는 해달 가죽 윗도리를 가져다 준다고 한 아빠의 말에 아이들에게 늘 놀림을 당하는 조반니였다. 어머니에게 우유에 각설탕을 넣어 드리려 했지만 우유가 도착하지 않아 조반니는 우유를 가지러 갔다가 오늘 밤에 있는 은하 축제를 구경하고 오기로 한다. 조반니는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 틈에서 단짝 친구인 캄파넬라가 안쓰러운 듯 말없이 희미하게 웃고는 화났느냐고 묻는 듯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눈길을 피한 조반니는 목장 뒤편 검고 평평한 언덕마루로 달려가 언덕 꼭대기의 천기륜 기둥 밑 차가운 풀밭에 몸을 던졌다. 얼마 뒤 들판에서 기차 소리가 들려왔고 정신을 들고 보니 조반니는 조그만 열차를 타고 있었다. 열차에는 캄파넬라가 타고 있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우주 여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언덕 꼭대기의 풀밭에 지쳐 쓰러져 잠들어 있었던 조반니가 눈을 떴을 때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친구의 죽음, 슬픔, 행복 등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도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 필력에 먼저 놀라게 된다. 그리곤 그 환상적인 이야기에 담겨진 의미에 매료되고 만다.

 

'아아, 그 넓은 바다는 태평양이 아닐까? 빙산이 떠다니는 북극의 바다 위에서 누군가가 조그마한 배 위에서 바람과 얼어붙을 듯한 바닷물, 혹독한 추위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어. 나는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죄스럽고 미안하구나.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나는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그것이 진정 옳은 길을 가는 중에 생긴 일이라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모두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겠지요."

"네, 맞아요. 최고의 행복에 이르기 위해 갖가지 슬픔을 겪어야 하는 것도 모두 하늘의 뜻이랍니다." (본문 63p)

 

반면 산골짝을 흐르는 강 옆에 조그만 학교에 학생이 전학을 오게 되고 아이들은 그를 두고 '마타사부로'라 부르며 함께하는 이야기 [바람 소년 마타사부로]는 [은하 철도의 밤]과는 다른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다. 이외에도 죽음과 아름다움, 영원한 것과 변하는 것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작품이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동경하는 개머루와 무지개와의 이야기 [개머루와 무지개]와 거대한 인간과 힘없는 인간 사이의 대립과 공존을 보여준(옮긴이의 말 中) [수선월 4일] 그리고 [땅신과 여우]에서도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환상적인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은하 철도의 밤]도 좋았지만 [수선월 4일]도 너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환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그러면서도 따뜻한 이야기 <<은하 철도의 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어도 정말 좋은 이야기에 강추 또 강추해본다.

 

꼬마가 다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눈 아이는 웃으며 다시 한 번 꼬마를 떠밀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주위가 어슴푸레 어둑해지더니 3시가 채 되기도 전에 날이 저문 듯했습니다. 꼬마는 이제 기운이 바닥나 더 이상 일어나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눈 아이가 웃으며 팔을 뻗어 빨간 담요를 꼬마에게 포옥 덮어 주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자고 있어. 내가 담요를 두둑이 덮어 줄게. 그러면 몸이 얼지 않을 거야. 내일 아침까지 설탕 과자 꿈이나 꾸고 있으렴." (본문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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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8
다마리스 코프멜 지음, 김일형 옮김 / 라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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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다마리스 코프멜은 거리의 부랑아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기 위해 상파울루를 직접 취재했으며, 그곳의 참상을 목격한 뒤 10년 간 브라질에서 머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쓰고 부랑아들을 도왔다고 한다. <<거리의 아이들>>은 그에 의해 쓰여진 브라질의 현실을 그린 최초의 청소년 소설인 것이다. 흔히들 '거리의 아이들'에 대해 범죄, 비행소년, 도둑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에게 경멸의 시선을 먼저 보내게 되는 것도 그들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그들의 현실을 취재함으로써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간혹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가출 청소년들의 각종 범죄 행위로 인해 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틀에 한 명씩 아이들이 버림받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도 우리의 '미래'입니다!

 

마르시우의 형제자매는 모두 다섯 명이다. 가장 어린 동생은 다섯 살배기 에드손, 그 위로 비토르가 일곱 살, 파울루가 열 살로 엄마가 병에 걸려 가족을 돌보지 못해서 마르시우와 함께 고아원에서 살고 있으며, 큰누나 레시는 이미 결혼했다는 것만 알 뿐 소식이 끊긴지 오래되었고, 작은누나 안젤라는 열일곱 살로 어렸을 때 고아원 원장의 집에 입양되는 바람에 남동생들과 떨어져 살았다. 안젤라 누나가 오는 월요일은 어느 누구도 마르시우의 화창한 기분을 망치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누나가 엄마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창녀이며 형제들 모두 엄마는 같지만 아빠는 다르며, 아빠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했기 때문이다. 열한 살짜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이야기였다. 마르시우는 고아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 형들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으나 마르시우를 유별나게 더 혐오하는 이사벨 감독관으로 인해 좌절되고 만다. 고아원 탈출 계획이 무산된 지 2년이 지난 열세 살 마르시우의 유일한 낙은 몇 시간이라도 고아원의 회색 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학교였다. 하지만 이사벨 감독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마르시우는 또다시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고아원 밖에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출생증명서를 손에 넣지 못해 갑갑하기만 했다. 그런 마르시우의 탈출을 도운 것은 다름아닌 이사벨 감독이었고 마르시우는 자유가 된다. 하지만 쿠리치바의 거리는 그냥 말로만 듣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고아원에서 도망치는 것과 길에서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길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마르시우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남은 유일한 사람인 것만 같았다. 아무도 마르시우를 거들떠보지 낳았다. 의지할 곳 없는 어린아이가 혼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이토록 비참한 일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에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본문 72p)

 

마르시우는 거리의 아이인 나폴레옹을 만나지만, 그들의 패거리들의 범죄행위를 보며 마르시우는 정직한 방법으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으나 길거리는 지옥임을 실감할 뿐이다. 하지만 마르시우는 이 끔찍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처절하게 싸우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남기로 굳게 다짐했다. 1년동안 마르시우는 물건을 훔치거나 마약을 운반하라고 강요하는 경찰관에게 맞섰고, 비행을 저지르는 길거리 아이들과 수시로 싸웠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마르시우는 굳은 의지로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직하게 돈을 벌어 언젠가 형제들과 함께 살 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신념을 알아준 테레자 음식점의 사장인 사무엘 아저씨의 도움으로 어엿한 직업을 갖고 자신만의 공간을 얻을 수도 있었다. 반면 나폴레옹은 도둑질, 본드흡입 등을 일삼았고 이후 마약을 운반하게 되었고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마리시우는 나폴레옹처럼 삶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길거리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꼭 증명해 보이리라고 다짐했다. 그러자면 반드시 성공을 해야 했다. 나폴레옹과 동생들을 위해서 꼭 그래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굳게 믿어야 했다. (본문 170p)

 

열일곱 살이 되면서 마르시우는 더없이 행복했고 여자친구도 생겼으나 나태함으로 직장을 잃고 상파울로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했으나 돈을 도둑맞고 오래 전 고아원에서 나왔을 때처럼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미래도 희망도 없는 마르시우는 롤란드 아저씨를 통해 새로운 기적을 만나게 된다. 이후 열아홉 살이 된 마르시우는 동생들을 찾아갔지만 그들은 거리의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마르시우의 의지는 절망보다 힘이 셌다. 모든 게 끝이 났다고 생각했을 때 어김없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마르시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동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희망이 있기 마련이니까. (본문 223p)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폭압적인 고아원에서 억눌린 채 지내던 열네 살 소년 마르시우가 살기 위해 달아난 '거리' 위에서 보낸 6년간의 발자취를 그림으로써 인권의 사각지대와 잔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거리의 아이들>>은 범죄에 찌든 거리의 아이들과 부패한 경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존엄과 신념을 지키며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르시우의 이야기를 통해 브라질의 현실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명암과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中)

 

우리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두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유로 거리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이나 그들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자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생각이나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등의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생각해봐야한다. 경멸에 찬 우리들의 시선이 그들을 범죄로 내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가족의 폭력이나 가정불화 등으로 더 이상 자신이 서야 할 자리가 없었던 탓에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들에게 뻗어오는 악마의 손길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바로 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거리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우리들에게 작가는 나폴레옹을 통해 묻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작가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마르시우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신념 그리고 어떤 위기가 와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희망이 있다면 범죄가 도사리는 정글같은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제3세계 청소년 인권의 사각지대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가난과 부모의 이혼 등으로 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생각할 때 이 책은 브라질의 현실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의 어린이·청소년 문제를 비추어 보게 한다. 강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던 사무엘 아저씨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에게, 혹은 참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목표를 잊어버리지 말고 보물처럼 소중하게 지키렴." (본문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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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찍이 <Paint It Rock>같은 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Paint It Black'을 다룬 록에 관한 외국서적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이렇게 록의 역사를 우리들의 모국어인 한글과 풍자적인 만화로 에리하게 다루었던 책은 아직 나온 바 없다. 만화가와 작가, 두 사람이 하기에도 벅찬 이 작업은 그 누구도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남무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본문9p_성시완 추천의 글 中 )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예외가 있다면 바로 록이다. 강렬한 사운드와 비트 그리고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싱어의 보이스가 나에게는 거칠게만 느껴졌다. 부활, 김종서, 윤도현 등 대중적인 느낌이 가미된 록발라드로 인해 록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정말 조금) 바꿀 수 있었지만, 록에 대해 나는 참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 역시 딱히 읽고 싶은 장르의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느낀 것은 아마 표지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록의 역사를 다룬 책에 왜 비틀즈로 표지삽화를 장식했을까? 이런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은 록에 대한 나의 잘못된 상식을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록 음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가? 한때 비틀즈와 사이언앤가펑클 음악에 빠져있었던 내가....상당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동시에 음악을 듣는 것만 좋아했던 내가 음악이라는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PAINT IT ROCK>> 1권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 동안의 록을 다루고 있는데, 거의 60년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60년대의 그 10년 간은 록의 역사 전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고 한다. '록의 명반 100선'에서 60~70년대 레코드가 무려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겠다. 전쟁이 없는 평화와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진 시기였던 1950년대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흥미를 추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유가 주어진 기회의 순간이었다. 젊은 작가와 예술인들이 50년대 비트족의 시대를 열었던 때, 백인 사회의 문화와 동떨어져 살아야 했던 흑인들은 그들 나름의 표현 방식을 개발했는데, 그 경향은 음악에서 두드러졌다. 크게 소리를 질러 노래하는 샤우팅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붙었다가 떨어지고(Balance), 돌리고(Roll), 감았다가 풀고(Reed&Spin)하는 원색적인 그들만의 어휘를 즐겼다. 백인들 중 일부는 그런 흑인들을 흉내 내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존 레논이 "로큰롤에 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척 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로큰롤 사운드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이며 비틀즈, 롤링 스톤스 등 60년대 로큰롤 밴드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연주자는 척 베리였다. 리듬 앤 블루스(R&B)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던 앨런 프리드가 외친 '로큰롤(Rock' n' Roll)'이라는 단어에서 록(Rock)이 시작된 것이다.

 

 

로큰롤이 출현하기 직전까지의 영국은 재즈 스타일의 음악이 유행했지만, 팝계의 주류는 곧 로큰롤로 바뀌었고, 로큰롤이야말로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음악이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비틀즈와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는 롤링 스톤스, 그리고 비틀즈의 아성을 위협했던 애니멀스의 폭풍 같은 등장으로 연결되는 60년대 중반의 록은 실로 드라마틱했다. 전 세계의 유행을 주도했던 당시의 로커들은 대부분 영국 출신이었는데, 더 후(The Who)로 인해 무대에서 기타를 때려 부수는 피트 타운센드의 무지막지한 퍼포먼스는 밴드의 트레이드마트가 되었다고 한다.

 

 

포크의 대변자인 밥 딜런이 남긴 '포크의 배신'은 포크 록(Folk Rock)의 미래를 제시한 포크 록의 영도자가 되어 버즈, 닐 영, 사이먼 앤 가펑클,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시, 도너번 등 많은 포크 가수들에게 포크 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 사포크 록을 예술적이면서 상업적으로 완성시킨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가 록의 한 장르인 포크 록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폭넓은 록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은 우드스탁, 라이브 에이드 등 대규모 국제적인 록 페스티벌의 시초이자 모델이 된 페스티벌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자신의 존재를 미국인들에게 확실이 각인시키게 되었는데, 그의 음악은 전통적인 12마디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존의 흑인 블루스 맨들과는 다른, 몇 배나 강력한 사운드의 헤비 블루스(하드록)로 연주했다. 원래 하드록이라는 개념은 크림으로부터 생겨났으며, 60년대 말 백인들의 록이 지배적이었던 하드록계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등장은 여러 모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많은 록 음악 팬들과 비평가들은 지미 헨드릭스를 70년대 하드록의 시대를 도래하게 한 진정한 주인공으로 꼽기도 한다고 한다.

 

 

<<PAINT IT ROCK>> 을 읽기전까지는 나에게 록은 헤비메탈과 같은 하드록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이 록발라드.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록의 세계가 이 두가지로만 구분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드록, 사이키델릭 록,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포크 록, 롤링스톤스의 펑크 록 등 그야말로 록의 세계는 방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이 책은 음악을 그저 듣는 수준에 그쳤던 나에게 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주었다.

이 책은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뮤지션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시의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까지 섞여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대한 록의 역사와 장르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낸 <<PAINT IT ROCK>>을 접하게 된다면 누구든 거대한 록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2, 3편에서는 1편에서 못다한 70년대 이야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록 역사 대장정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전편의 주인공들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튼, 레드 제플린에 이어 블랙 사바스, 딥 퍼플, 퀸이 프롤로그를 장식하며 데이빗 보위, 이글스를 거쳐 메탈리카, 너바나, 그린데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로 이어지는 록 스타들의 숨가쁜 릴레이가 펼쳐진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자, 그렇다면 이제 록의 세계에 빠져보자!!

Rcok'n Roll Baby!!!

 

(이미지출처: 'PAINT IT ROCK 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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