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사건 두레아이들 그림책 6
루쉰 글, 전형준 옮김, 이담 그림 / 두레아이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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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마지막으로 읽게 된 책은 바로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 루쉰의 대표적인 작품 8편을 담은 <아Q장전>이었습니다. 루쉰은 중국 현대문학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을 사유할 만큼 위대한 혁명가이지 사상가이기도 하지요. 루쉰은 작품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선 비판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주인공들을 통해 우월주의와 노예근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이야기 속에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저의 짧은 식견으로는 이 작품을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동안 서양 고전에 익숙했던 터라 중국의 고전은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름만 들었던 루쉰의 작품 <아Q정전><광인일기>를 읽어보았다는 것이 참 기뻤지요. 그러던 중 루쉰의 자전적 단편을 담은 그림책 <<어느 작은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작품을 읽으면서 루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탓에 이 그림책이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그의 자전적 단편이자 국내 최초로 루쉰의 작품을 완역 그림책으로 출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호기심을 갖게 했지요.



이 작품의 원제는 <一件小事(일건소사)>라고 합니다. 내용에 호기심이 일었던 작품이었는데, 삽화 또한 근사합니다. 이 삽화는 왁스를 이용해서 그린 '왁스 페인팅'이라고 하는데, 왁스 페인트는 가장 오래된 채색화 재료라고 하네요. 화면 가득 칠해져 있는 왁스를 긁어 나가면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방법인데, 그 기법탓인지 섬세한 느낌이 드는 삽화입니다. 가장 오래된 채색화 재료인 탓인지 1900년대를 담은 이 작품의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루쉰이 1912년 5월 베이징에 올라온 후 6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격변기였던 탓에 나라의 큰일이 많은 때였지만, 루쉰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은 아주 작은 사건이었습니다. 나라의 큰일들은 루쉰의 고약한 성미를 더욱 나쁘게 했으며, 날이 갈수록 사람을 더욱더 깔보고 업신여기게 만들었지요. 그런 고약한 성미를 고치게 해 준 사건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은 사건입니다.



1917년 가을, 북풍이 사납게 불던 날,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루쉰은 가까스로 인력거 한 대를 잡고 S문으로 향하고 있었지요. 잠시 뒤 북풍이 잦아들면서 인력거꾼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졌는데 S문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갑자기 어떤 사람이 인력거 채에 걸리더니 천천히 넘어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넘어진 사람은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낡고 헤어져 있는 옷을 입은 여자였지요. 인력거꾼이 빨리 걸음을 멈춘 탓에 여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여자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았고 인력거꾼도 발길을 멈추었지요. 루쉰은 그 할머니는 결코 다치지 않았고, 또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탓에 인력거꾼이 쓸데없는 일로 스스로 말썽을 일으켜서 자신이 가는 길을 늦추는 것이 몹시 원망스러웠습니다. 루쉰은 인력거꾼에게 가던 길이나 가자고 했지만, 인력거꾼은 인력거를 내려놓고서 할머니를 부축해서 설 수 있게 도와준 뒤 다친 데 없냐고 물었어요. 할머니는 넘어지면서 다쳤다고 했지만, 천천히 넘어지는 걸 똑똑히 본 루쉰은 할머니가 엄살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인력거꾼은 할머니의 말을 듣더니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노인의 팔을 부축한 채 파출소 문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루쉰은 온통 먼지투성이인 인력거꾼의 뒷모습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고, 그 모습이 자신을 억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파출소에서 경찰 한 사람이 나오며 다른 인력거를 타고 가라고 했을 때 비로소 루쉰은 인력거에서 내려 인력거꾼에게 건네주라며 동전 한 움큼을 경찰에게 건넸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는 게 심지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 전의 일은 잠시 젖혀 놓더라도, 동전 한 움큼은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그에게 상을 준다는 건가? 내가 인력거꾼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내 자신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본문 32p)


이 사건으로 루쉰은 언제나 고통을 참고 견디며, 자신에 대해 돌아보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이 작은 사건의 기억은 어느 때는 전보다 더 또렷해지면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새로운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준다고 하네요. 루쉰이 겪은 이 작은 사건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진심으로 행한 인력거꾼의 행동, 배려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오늘 이 그림책 통해 똑똑히 보았습니다. 조금의 배려도 없이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탓에 쉴새없이 터져는 사건사고들 속에서 이 작은 사건이 우리의 삶에도 우리의 마음과 인간성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고, 나의 이익만을 따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삭막한 세상에 인력거꾼이 보여준 배려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요?



루쉰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어보고자 했던 <<어느 작은 사건>>은 기대보다 더 큰 감동과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더불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삽화 기법은 보는 즐거움도 더했지요. 저도 루쉰처럼 이 사건으로 제 자신을 다잡는 기회로 삼아보고자 합니다.


(이미지출처: '어느 작은 사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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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너를 믿어 봐 - 자유학기제를 대비하는 본격 진로 소설
송영선.김용원 지음 / 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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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 집중학년제에 따르면 한 학기가 되는 기간을 진로 탐색에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험 등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려면 당연히 우리 아이가 어떤 적성과 특성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에 맞게 계획을 세워 효율적인 진로탐색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세 주인공의 직업 흥미 유형 검사, 직업 흥미 검사 보고서, 단계별 진로 로드맵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이 세 학생을 통해 학부모님이나 학생 스스로 평소 성향을 관찰하는 방법과 그것을 진로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 5,6p)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한 학기 동안 진로 탐색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에 앞서 적성과 특성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딸아이는 자신의 적성과 특성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못한 탓에 여전히 진로에 대해 막막해한다. 그런 탓에 자유학기제를 대비하는 본격 진로 소설 <<내일의 너를 믿어 봐>> 책이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큰 기대감에 딸아이에게, 그리고 그런 딸을 응원할 부모인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게 된 작품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형식을 빌은 작품이니만큼 소설적 감동은 참 좋으나, 진로를 이끌어가는 간접 체험에 대해서는 기대한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앞서 저자가 소개한 것처럼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엄마가 암환자인데도 독하게 공부에 몰두해 친구들에게 괴물이라 불리며 의사가 되고자하는 소영, 운동 잘하고 성격 좋으며 불의를 참지 못해 퇴마사로 불리며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민태, 백일장에 나가기만 하면 장원인 작가를 꿈꾸는 혜란이다. 이야기는 세 주인공을 토대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꿈으로부터 한 발 더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을 소개하는 1장, 주인공들의 멘토를 보여주는 2장, 꿈을 다잡으며 꿈으로 한 발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3장, 4장으로 나뉘어지는데, 각 장이 끝날때마다 [진로 가이드]로 청소년들을 이끈다.

자유학기제는 무엇이며, 진로적성검사로 자유학기제 미리 준비하는 법을 소개하고, 자신의 직업 흥미 유형을 체크하는 리스트와 특징을 소개하며, 세 주인공의 직업흥미검사 보고서도 함께 보여준다. 진로 로드맵을 설계하는 이유와 세 주인공의 단계별 진로 로드맵을 보여줌으로써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예를 보여주고 진로 로드맵을 작성하는 방법을 통해 진로 로드맵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로써 세 주인공을 통해 진로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간접 체험하여 청소년이나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자유학기제 운용 목적은?

자유학기제를 운용하는 목적은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끼를 찾고,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해 탐색. 설계하는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자기 성찰 및 전인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지식과 경쟁 중심의 교육을 자기 주도적, 미래지향적인 창의성, 인성, 사회성 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공교육이 달라지고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얻어 결국 학생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본문 42) 

 

 

책에서 소개한 무료 진로적성검사 사이트를 이용해 진로적성검사를 미리 해보는 것도 좋으며, 책에 수록된 직업 흥미 유형 체크리스트를 통해 객관화된 지표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에서 주인공들의 세 가지 직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가슴'이었다. 사회적 신분이 보장되고 수익도 보장되는 직업인 의사 역시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우선 대해야 하며, 소설 역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써야한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리고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나의 적성에 맞는 꿈과 끼를 찾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앞으로 시행될 자유학기제를 통해 내가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보여준 것처럼 내 '적성'을 파악하고, 내일의 '진로 로드맵'을 짜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그 길을 안내한다. 아직 적성을 파악하지 못한 딸아이가 남들에 비해 다소 늦었을지 모르지만, 이 책이 천천히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어줄 듯 싶다. 아이가 이 책을 계기가 되어 가슴 뛰는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진로적성검사를 마쳤다면 자신의 적성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로 로드맵을 짜 보면 앞으로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미리 감 잡을 수 있습니다.

길게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성 요인별로 어떻게 능력을 기를 것인지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 실제로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설계를 해 보면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때에 봉사활동이라던가 체험 활동을 구체적으로 짜, 더욱 알차게 자유학기제를 보낼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본문 145p) 

 

(사진출처: '내일의 너를 믿어 봐'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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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글.그림 / 북극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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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큰 아이가 일곱 살 무렵, 늘 곁에 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이는 처음으로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함께 소꼽놀이, 인형놀이를 해 주던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9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여전히 할머니의 이야기를 합니다. 고요한 나라에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 할머니, 아이는 할머니와의 추억으로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참 후에 태어난 작은 아이는 죽음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큰 아이의 일을 겪었지만, 난 아직도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듭니다. 아이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이 그림책이 저에게 도움이 될 듯 싶었습니다. 오로지 죽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그림책이었지요.


표지 속 아이들은 하늘 나라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득 큰 아이가 '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이 외할머니 별이야'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 하늘에 나만의 별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지 속 두 아이들은 어떤 별을 찾고 있는 걸까요? 머리에는 하얀색 리본을 달고, 검은색 상복을 입은 아이들은 아빠를 찾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는 엄마는, "아빠는 아주 먼 나라로 가셨어. 그곳은 고요한 나라란다." 라고 말씀하셨지요.



아이들은 사랑하는 아빠에게 보고싶다는 편지를 쓰고,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날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종이비행기가 그림 속으로 날아간 것이지요. 편지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한 두 아이는 그림 속 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두 아이 앞에 버스가 멈춰 섰고, 아이들은 고요한 나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렇게 한참 달리던 버스가 멈춘 곳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었지요.



우체통 문을 열어보니 부엉이 아저씨가 두 아이 앞으로 온 소포를 건네주네요. 소포 안에는 소라껍데기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소라껍데기는 점점 커져서 동굴이 되었고, 남매는 캄캄한 동굴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동굴 끝에는 언젠가 본 듯한 아주 넓은 바다가 있었고, 아이들은 아빠 냄새를 맡습니다.



바람이 부드럽게 속삭였어요.
"준이야, 윤이야, 사랑해." (본문 中)



그곳은 정말 평화롭고 고요한 나라였습니다. 그곳은 오래 전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바다였어요. 아이들은 아빠와의 추억을 통해 아빠를 보고 있었고, 기억하고 있었던 셈이었습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누군가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으로 이야기하곤 하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은 사랑하는 마음, 그리움을 모두 기억하게 해주고 그들과 만나게 해주지요. 아빠와의 추억, 그 추억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고요한 나라인 셈입니다. 언젠가 저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죽음은 어느 누구도 예견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사랑하는 두 아이와 헤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저는 두 아이에게 많은 추억과 사랑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가끔씩 우리 아이들이 고요한 나라로 놀러올 수 있겠지요?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였음에도 재미있는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담겨진 그림책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함께있는 사람과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잘 표현해주었지요. 몽환적이 느낌의 삽화도 참 좋았습니다. 저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그림책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였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어디로 갈까요? 어렵고 복잡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문지나 작가는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뜻깊은 해답을 제시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면 아름다운 추억의 나라에서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추천사 中)


(사진출처: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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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괴물 그림책 도서관
조미영 글, 조현숙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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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전업주부로 아이들과 늘 함께 생활하다 6년전부터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직장을 다니기로 마음먹으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직장을 다닌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닌가? 라는 고민을 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직장을 다녀도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이 신경쓰고,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자라는 결심과 함께 만 10년만에 직장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성취감도 생기고, 나 스스로의 발전도 이뤄내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결심한 것처럼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신경을 썼지만, 어느 새 아이들에게 조금씩 소홀해지는 듯 했지요.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컸어,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언제나 자리하고 있고, 엄마의 부재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 기특한 마음도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엄마가 느끼는 성취감,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 대견함 등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있던 저는 주니어김영사 <<회사 괴물>>을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음에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엄마랑 블록 쌓기를 하고 있는 예솔이가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회사 괴물'이 나타나 또 엄마를 잡아갔지 머에요. 하지만 다행이도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큰일이에요! 엄마가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은 옷을 입고 화장을 했네요. 예솔이는 회사 괴물이 엄마를 잡아간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지키기로 결심했지요. 예솔이는 회사 다녀온다는 엄마에게 매달리며 놀이터에 같이 가자고 하지요. 할머니가 달래도 어쩔 수가 없네요. 결국은 엄마랑 할머니랑 예솔이랑 셋이서 같이 놀이터를 가게 되었어요. 예솔이는 엄마를 지켜서 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지요.



놀이터 가서 미끄럼틀 타고, 그네랑 시소도 타자는 할머니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 예솔이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 후 엄마가 보이지 않자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회사 갔다가 금방 온다는 할머니의 말에도 예솔이는 걱정이 되었지요.



엄마는 늘 회사에 간다며 사라져요.
예솔이는 엄마가 회사에 갔다가 안 올까 봐 무서워요.
괴물 같은 회사가 엄마를 잡아갔을까 봐 걱정돼요. (본문 中)



그래도 다행이 예솔이는 놀이터에서 할머니와 신 나게 놀았고, 할머니 품에서 깜빡 잠이 들었어요. 저 멀리 성에서 공주님 옷을 입은 엄마가 예솔이에게 구해 달라고 소리칩니다. 무서운 회사 괴물이 성 앞에 서 있어요. 예솔이는 그림책에서 본 왕자님처럼 말을 타고 빨리 달려가 회사 괴물과 싸워 엄마를 구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네요. 결국 울음을 터뜨린 예솔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고 엄마를 바라봅니다. 예솔이는 엄마와 목욕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예솔이는 회사가 괴물이 아니라,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곳임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엄마가 회사 가면 안 올까 봐 무서워."
예솔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어요.
"예솔이가 할머니랑 신 나게 놀면 금방 깜깜한 밤이 되지? 그럼, 엄마가 이렇게 다시 오는 거야."
엄마가 예솔이를 꼬옥 안아 주었어요.

"예솔아, 엄마가 많이많이 사랑해." (본문 中)



늘 갑자기 사라지는 엄마, 예솔이의 눈에는 엄마가 회사 괴물에게 잡혀갔다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늘 '회사 갔다 올게'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엄마, 예솔이의 눈에는 회사가 무엇인지, 엄마는 왜 사라지는지 의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회사에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엄마와 회사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회사에 일을 하러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전달하고 있어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에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아이에게도 그리고 직장맘인 엄마에게도 서로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네요.

우리 집 아이들은 엄마가 회사에 간다는 의미를 이제는 알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저는 이 그림책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저를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고, 아이들에게 대한 미안함, 고마움, 대견함 등을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된 점도 잘 인식하게 되었으니까요. 처음 직장을 다니기로 결심할 때의 그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회사 괴물>>은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과 회사 괴물에게 잡혀가는 엄마 때문에 불안한 우리 아이들에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해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직장을 다니면 아무래도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죠. 이 그림책은 그런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위안을 주는 그림책 <<회사 괴물>>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마음을 잘 대변한 그림책이랍니다.





일하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진료실에서 많이 접합니다. <<회사 괴물>>은 일하러 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각이 참 흥미로운 책입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의 분리불안이 회사 괴물을 만들어냈고, 괴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아이의 불안이 해소되는 과정을 따듯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변지윤(소아과 의사) (표지 中)

(사진출처: '회사 괴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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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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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현실은 언제까지나 알 수 없는 채로 남을 것이다."라고 적었지만 우리는 프로이트의 출국비자와 그것이 누이들에게 어떤 기회를 의미했는지 알고 있고, 프로이트가 런던으로 망명해서 보낸 마지막 몇 달에 관해서도 알고 있다. 그것은 기록으로 자세히 남아있다. 또 프로이트의 누이들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누이들의 마지막 몇 달은 역사에 남아 있지 않다. 프로이트는 어느 편지에서 아돌피나를 '누이들 중 가장 다정하고 착한 동생'이라고 불렀다. 아돌피나를 둘러싼 침묵이 매우 요란해서 나는 이 소설을 그녀의 목소리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미로 속에서 아돌피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통로를 찾아다니며 그녀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면서 소설을 통해 역사 속에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었다. (작가의 말 中)

 

<꿈의 해석>의 작가,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 정시병리학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체코의 유태계 가정에서 출생했으며, 유년 시절 빈으로 이주하여 대학에서 의학 수업을 받았고, 1938년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했다. 프로이트에 대해 검색을 하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대략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이트가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했다는 사실 속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행간의 의미가 있었고, 저자는 프로이트의 해외의 외교관 친구들의 도움으로 런던으로 망명하게 되면서 같이 데려갈 가까운 사람들 명단을 작성하면서 올케, 조카들, 올케네 여동생과 가정부 둘, 오빠의 주치의와 주치의의 가족들 그리고 강아지 요피를 작성하면서 네 명의 누이를 기록하지 않았던 사실에 주목했다. 결국 여동생 파울리나 그리고 마리 언니와 로자 언니는 아돌피나와 함께 베를린에 남게 되었고 수용소를 끌려간 그들은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아돌피나가 죽음 앞에서 눈을 감으면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저자는 침묵하고 있던 아돌피나의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고자 했다.

 

그들은 몇 발짝 걸어서 샤워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샤워기를 바라본다. 오틀라와 아이들. 그들이 웃는다. 드디어 따뜻한 물로 실컷 몸을 씻게 되었다고. 누군가 물이 나올 줄 알고 팔을 뻗는다. 그 순간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지 않고 어디선가 가스가 퍼진다. 오틀라는 아이들 얼굴을 보고,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새파랗게 질리는 얼굴들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마시려는 얼굴들을 보고, 아이들이 바닥에 쓰러져 한 아이 위에 또 한 아이가 포개지는 걸 보면서 자신도 힘이 빠지고 숨이 막힌 채로 너무 튼튼한 몸으로 끝까지 남아 아이들이 죽는 모습을 다 봐야 하는 운명을 저주하면서, 마침내 아이들의 시체 위로 쓰러지고 아이들의 눈이 뒤로 넘어가고 입에서 피가 흐르는 걸 다 보고 나서야 가슴이 뭔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고 그녀의 눈도 뒤로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숨을 내뱉는다. (본문 41p)

 

언젠가 가슴 아프게 보았던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충격적이었던 장면과 흡사한 묘사가 그려진 부분이다. 두려움을 안고 사는 법에 익숙해진 네 자매는 죽는다는 것보다 고문 같은 상황을 두려워했고, 결국은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수용소에서 만난 오틀라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했던 장면 앞에 이제 아돌피나는 서 있다. 죽음 앞에서 눈을 감은 아돌피나는 자신에게 정신적 학대를 서슴치 않았던 어머니, 오빠 지그문트 그리고 옛 연인인 라이너, 친구 클라라 등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내 삶이 시작되는 순간에 사랑과 미움이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둘의 감정이 공존하면서 때로는 상처에 연고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연고가 독이 되어 상처를 덧나게 만들기도 했다. 엄마의 미움은 내게 가장 아픈 상처이면서도 또 엄마만큼 날 사랑해준 사람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오빠 지그문트조차도. (본문 49p)

 

병약했던 아돌피나는 "널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엄마의 말에 상처를 입었고, 자신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엄마의 자장가에서 사랑을 느꼈다. 여섯 살 많았던 오빠 지그문트는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다른 누이들보다 더 살갑게 굴었다. 하지만 그런 오빠가 자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오빠와 멀어지게 된다. 그림을 배우고 싶었던 아돌피나는 당시 의학을 공부하던 오빠의 도움으로 프리드리히 리히터 화가의 집에서 그림을 배우게 되고 자신처럼 고통을 담은 눈을 가진 화가의 아들인 라이너와 친구가 된다. 그곳에서 아돌피나는 여자들이 권리를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고 외치는 클라라와 만나게 된다. 아돌피나는 성장 후에도 여전히 엄마에게 정신적 학대를 받았는데, 언니들과 여동생이 엄마처럼 그 시절 여자들의 삶의 수순을 밟자 엄마는 아돌피나의 연악한 빈틈에 미움을 쏟아 부었다. 어린시절의 친구였던 라이너가 부모님의 죽음으로 아돌피나에게 찾아오게 되면서 두 사람의 연인관계는 시작되지만, 아돌피나는 라이너에게 배신을 당하게 된다.

 

오래 전 아직 겁 많은 소녀로 엄마에게 미움받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절에, 나는 언젠가 손 하나가 나타나 내 손을 잡고 다른 존재로 데려가 줄 거라고 믿었다. 꿈속에서 그 손을 보고 손을 뻗다가 벽에 부딪혀 잠이 깬 날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절망 속에서도 언젠가 그 손을 찾아 내 손과 누군가의 그 손이 맞잡고 새 인생을 시작하는 그날이 오면 내 고통도 끝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라이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에게 더는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는 순간 내 손을 잡았던 그 손으로 나를 뿌리치고 절망 속으로, 깃털과 납, 피와 영혼이 같은 빠르기와 같은 느림으로 떨어지는 진공 속으로 밀어 넣었다. (본문 134p)

 

아돌피나는 결국 부모와 여인으로부터 고통 받으며, 친구 클라라가 있는 정신병원인 '둥지'에서 보내게 되고, 정상인 것과 미친 것, 삶과 죽음 등에 관한 철학적 사색을 하게 된다. 그를 통해 독자 역시 정상과 미친 것 그리고 삶과 죽음, 사랑과 배신 등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을 느껴보게 된다. 네 자매와 클라라 그리고 엄마를 통해 바라보게 되는 당시의 시대상은 아돌피나의 삶을 더욱 외롭게 했으리라.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해야하고 자신의 삶을 모두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던 엄마, 그리고 인해 더욱 고통받았던 아돌피나 그리고 그런 시대를 바꿔보고 싶었던 클라라, 그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삶도 떠올려본다. 그리고 여기서 문득, 프로이트에 관한 상당부분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관점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죽음을 통해 태어나지 못했던 아기를 잊고, 사랑했던 라이너를 잊고, 오빠를 잊고, 삶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사랑과 고통을 잊고, 태어난 사실을 잊으려는 아돌피나, 누군가에게도 기억되지 못했을 그녀의 처절하고도 고통스러웠던 삶이 이제 작가 고체 스밀레프스키를 통해 우리에게 기억되어지고 있다.

 

나는 죽음으로 들어가면서 죽음은 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다짐한다. 나는 죽음으로 들어가면서 인간은 그저 추억일 뿐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죽음으로 들어가면서 죽음은 그저 망각일 뿐이라고 되뇌었다.

나는 죽음으로 들어가면서 다 잊어버릴 것이라고 되뇌었다. 나는 죽음으로 들어가면서 되뇌었다. (본문 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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