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하셨습니다 - 취업달인들이 전하는 생생 노하우
이현택.유용수.조현우 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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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강렬하다! '합격하실 겁니다'도 아니고 '합격하시게 돕겠습니다'도 아니고 '합격합시다'도 아닌, '합격하셨습니다'라는 제목!! 제목을 보고 나면 자신감으로 이런 제목을 달았을까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과연 저러한 제목에 걸맞는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일단 저자진이 신뢰할 만하다. 기자와 전문 컨설턴트, 내로라 하는 기업에 입사한 취업 선배들 20여명이 이 책의 집필을 위해서 힘을 모았다. 전문성과 현실성을 보장하기 위한 작가진이다. 두번째로 깔끔하고 명쾌한 구성이 눈에 띈다. 취업전 몸풀기, 합격면접 방법, 실전 면접의 모든 것, 달인의 족집게 멘토링의 네 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단원은 적절한 소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어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품을 빼고 꼭 필요한 조언들만 모아두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언(苦言)도 마다하지 않는다. 도발적이고 기분 상하게 만드는 표현도 독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면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또 핵심부분은 눈에 띄는 색과 밑줄을 사용하여 강조를 함으로써 반드시 머릿속에 담아두게 만들어준다.

 

다만 이 책은 '해야할 것'보다는 '하지 않아야할 것'에 좀 더 비중을 두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제목이나 표지설명으로는 취업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면접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에 더하여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취업이 그리 쉬울리가 있겠는가? 다만 취업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감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 저자진은 이 책 이외에도 취업과 관련된 책을 4권 더 냈다고 한다. 과연 어떤 책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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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김남조 외 지음, 이경철 엮음 / 책만드는집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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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시와 친한 편은 아닌 듯 합니다. 일단 보유하고 있는 시집이 4권 정도 밖에 안된다면 추측하실 수 있겠지요? 시집과 소설이 있으면 소설을 택하는 타입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른 분들도 그러신지 모르겠으나, 시는 머리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단 피하게 되더군요. 감성이 부족한 걸일까요... 혹시 그런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은 뭘지 혹시 궁금하시려나요? 류시화 님이 엮은 잠언 시집 2권과 백석 님의 시집, 그리고 대학 때 과제용으로 구매했던 시집 한권입니다. 잠언 시집이야 시라기 보다는 명상록에 가깝고 백석 님의 시집은 서정적이고 정경 모사를 주로 하기 때문에 다가가기 시집은 아니죠. 물론 이해하기가 쉬운 시집들도 많이 있겠지만 그런 시집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를 않더라고요. 궁금해하시지도 않을 신변 이야기는 이걸로 접도록 하고 그럼 이렇게 시와는 멀~리 떨어져 지내는 제가 과연 이 시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려 볼까요?

 



 

일단 시집을 손에 들고 한번 주루룩 훑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름다운 사진, 사진, 사진입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이 책의 여백을 가득 메우고 있죠. 게다가 시집을 읽어가다보면 이러한 사진들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데요. 이 사진들이 시의 내용에 맞추어져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예컨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는 물에 떠있는 매화꽃잎의 사진과 어우러져 있고, 한기팔 님의 '먼 바다 푸른 섬 하나'는 안개 낀 새벽의 붉으레한 바닷가의 사진이 함께 하는 식이지요. 어찌보면 상투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시가 끌어올린 감성을 사진의 여운으로 이어가는 이러한 구성은 감동을 훨씬 오래 음미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집에 담겨있는 시들은 - 제겐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 주지적인 시보다는 주정적인 시가 대부분이며 상징적인 표현을 쓴 시도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곱씹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다 싶게 긴 시들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리움의 정서를 담고 있는 시들을 중심으로 엮어냈기 때문에 모음집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통일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80편 정도의 시 중에서 본 적이 있는 시는 10편이 안되고 시인의 이름이나마 들어본 시도 20편 정도밖에 안되었습니다만, 하나같이 주옥같은 시들이라 여태 이렇게 좋은 시를 모르고 지냈던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시가 담아내는 정서가 너무나 순수하여 시인의 마음을 훔쳐오고 싶어지는데다, 그 정서를 전달하는 데 있어 더하거나 뺄 것이 없는 '딱' 맞는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을 보노라면 경이로운 마음마저 들 정도입니다. 같은 사람인데도 이 시인들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떠올려낼 수 있을까요? 부럽고도 놀라운 일 아닌가요?

  




시집을 덮고 불현듯 떠오른 것은 '시만큼 효율적인 언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소 세속적인 표현이라 아쉽지만 50자도 안되는 짧은 글이 이토록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효율적이라는 말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단 5분의 시간이면 아름다운 세상이 나에게 다가와 주는걸요. 생활의 메마름에 마음이 바스러지고 있다고 느끼신다면 한편의 시로 감성을 퍼올려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특히 이런 봄날에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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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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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있어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없겠지만, 책의 인상을 결정짓는 제목과 디자인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는 없으리라.

이 책 '오래된 연장통'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독자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한 듯 하다.

'오래된 연장통? 진화론에 대한 책인데 왜 이런 제목을 달았지?'

'Evolution이라고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은 이 남자는 왜 용접 마스크를 쓰고 있는거지? 어, 잘 보니 용접 마스크에 도시의 모습이 비쳐져 있네?'

보자마자 이러한 의문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라면 망설임없이 성공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의 답은 책을 들추면 바로 풀리게 된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의 제목을 설명해준다.

p.19 '...인간의 마음은 톱이나 드릴, 망치, 니퍼 같은 공구들이 담긴 오래된 연장통이다. ... 인류의 진화적 조상들에게 주어졌던 다수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때로는 구차하기까지 한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되었다.'

또한 서문에서는 이 책이 입문서가 아닌 에세이임을 명시하고 있다.

p. 19 '그러므로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기본 개념과 주요 연구들을 잘 정리한 입문서는 아니다. ... 이 책은 그 모습들을 어설프게 스케치한 에세이다.'

이 두 가지로 이 책의 특성은 완벽하게 설명된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책이라는 소개를 듣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은 자칫 이 책을 진화심리학에 대한 개론서로 생각하고 읽게 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만 실망해버리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럴 뻔 했으니 말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현대사회를 진화심리학이라는 돋보기로 조명해본 단상들의 모음집이다. 그 결과 전체적인 통일성이나 체계성은 일정부분 희생시켰지만 입문자에게 가장 중요할 재미라는 요소를 보장해준다. 작가는 이런 부분을 예상하고 미리 언급해둠으로써 독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준다.

이 책은 21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꼭지는 우리의 일상 면면에 대해 진화심리학적 눈으로 접근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꼭지가 없지만, 나에게는 다섯번째 꼭지 '병원균, 집단주의, 그리고 부산갈매기'와 열여섯번째 꼭지 '가을빛이 전하는 말', 스물한번째 꼭지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하죠?'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섯번째 꼭지는 동서양 문명의 폐쇄성과 개방성 정도를 각 문명이 경험해왔던 병원균에 대한 피해 정도로 풀이해내고 있는데, 생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었다. 열여섯번째 꼭지는 고인이 된 대석학 윌리엄 해밀턴이 단풍의 진화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대가는 대가의 면모를 갖추고 있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스물한번째 꼭지는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서로 다른 관점들이 아주 재미있게 다가왔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소개서라 하지만 이 책의 내용 중 절반은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한다. 이미 우리 삶에 있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진화심리학이 접근해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반면 열일곱번째 꼭지에서부터 다루는 도덕에 대한 진화론적 '소개'는 생소하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논란의 여지가 큰 부분이니만큼 에세이적 접근을 꾀한 이 책의 구조상으로는 모험적인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가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굳은 신뢰가 있어서인지 여기저기 자신만만하면서도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짧은 글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하는 칼럼들을 모은 책이니만큼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짧은 글 속에 모두 담아낼 수는 없었을 근거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확신에 찬 설명은, 나같이 의심많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듯 싶다. 수천년간 과학이 담아내지 못했던 종교와 도덕을 과연 진화심리학이라는 새 상자가 깔끔하게 포장해서 담아낼 수 있으리라 확언할 수 있을까? 과학이 어떤 가설이라도 편견없이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자체가 편견으로 작용한 예도 적지 않았다.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표현은 조금 더 다듬어주었다면 어떨까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 역시 진화심리학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아야겠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킨 셈이니 결국은 작가의 판정승일까나? 젊은 글을 써낸 저자의 싱싱한 필력이 반갑고 그만큼 어떤 차기작을 낼지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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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기술 - 일 잘하는 사람의 비즈니스 성공법칙
마쓰오 아키히토 지음, 이민영 옮김 / 행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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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년간 서점가를 휩쓸던 자기개발서의 열풍은 잠잠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먹고살기 팍팍한(?) 세상에서 믿을 것은 자신 뿐인지라 자기개발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자기개발을 말그대로 이해하자면 스스로를 개발하여 보다 나은 인물로 발전시켜보자는 것일터.. 그러나 이 책 '부하기술'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타인, 특히 부하직원을 개발하는 방법을 익혀 결과적으로 자신이 개발되는 결론을 도출시켜보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 흥미롭지 않은가? 하지만 남을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듯이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가르치느니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간략히 구성을 살펴보자면 1장에서는 상사로서 부하직원을 교육하는 것이 어떠한 이점을 가져오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어 2장과 3장에서는 일반적인 교육의 지침들을 하나하나 제시해주고 있으며, 이어지는 4장에서는 부하직원의 성격에 따라 효과적인 교육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하는 경우 필요한 지침들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일본의 자기개발서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도 철저하게 불필요한 부분은 빼버리고 간결하게 지침만을 제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시원시원하고 거침없이 읽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특히 지침 하나하나가 살다보면 경험을 통하여 깨닫게 되는 사실들과 잘 부합하기 때문에 설득력도 매우 높다. 역으로 보자면 색다를 것 없는 내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것 못지않게 알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때 이 책은 그러한 기능에 잘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조금이라도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남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철저히 실용성에 염두를 둔 지침들이니만큼 오늘부터라도 이 책의 내용을 돌이켜보며 부하직원 가르치기에 돌입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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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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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팩션의 붐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팩션들이 쏟아져나왔다. 팩션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흘러나오는 긴장감이 아닐까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작가의 필력과 기본 구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매력이 반감되겠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근래 접했던 작품들 중 다시 보고 싶어지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이 책, 천년의 침묵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익숙하면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와, 제 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이라는 이력으로 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작가가 상당히 오랜기간 가다듬어 온 작품이라는 소개를 보고 일단 수준 이상의 작품이겠구나 라는 믿음을 가지고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우선 간략히 작품 소개를 하자면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크로톤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크로톤의 귀족 아리스톤은 정치에 뜻을 둔 인물이지만 형 디오도로스가 살해되자 그 배후를 캐기 위해 형이 몸담고 있던 학파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 학파를 설립한 인물은 피타고라스 정리로 이름을 남긴 피타고라스. 그 곳에서 그는 형의 친우이자 피타고라스의 수제자 중 한명인 히파소스와 만난다. 아리스톤과 히파소스는 디오도로스의 죽음 뒤에 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아채고 그 비밀을 알아내고자 디오도로스가 남긴 기호의 비밀을 파헤쳐간다. 


이상의 줄거리를 듣고 이 작품을 미스테리로만 생각한 독자는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스토리의 전개는 상당히 빠르지만 비밀과 반전의 짜릿한 손맛은 그다지 크지 않다. 주인공이 파헤쳐가는 비밀이 평이하여 쉽게 예측 가능한 수준이며 중반부에 접어들면 이미 범인은 명확히 드러나고 뒤따르는 반전도 없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이 작품의 미덕은 오히려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여가는 인물 군상의 묘사에 있다고 생각된다. 근래 출간되는 소설들의 특징 중 하나가 선악의 문제보다는 욕망의 문제를 중요시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 작품 역시 등장인물의 선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각기 다른 욕망선의 교차와 그에 따른 갈등 속에서 개인의 선택만이 부각될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서술자의 역할을 하는 아리스톤과 히파소스보다는 오히려 피타고라스와 테아노, 에우니케가 중심 인물이 되어간다(소재과 배경의 형태적 유사성도 작용하겠지만 이러한 욕망의 충돌과 파국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내게는 후일담을 짧게 요약하는 마지막 한장의 에필로그가 인상깊었는데 욕망의 무상함과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분주히 떠오르게 하며 작품 전체를 다시 곱씹어보게 해주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만큼 더 눈에 띄게 되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분량의 제한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이야기 전개를 너무 서둘렀다는 인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인물 묘사가 너무 직선적이고 서술적이었던 점이 아쉽다. 간략한 서술만으로도 강한 인물상을 남긴 작가의 능력은 존경스럽지만 좀 더 많은 분량을 인물 묘사에 할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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