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이창봉 지음 / 사람in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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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은 신선한데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약간 실망스럽다.

미국 문화보다는 책 제목대로 영어 관용구에 방점을 찍은 책이다.

저자가 영문학자이고 미국에서 공부해서 관용구가 쓰이는 문화적 배경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실제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나처럼 미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한 사람은 활용도가 낮을 것 같다.

미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영어 자체는 아무 관심이 없는데, 속독이 안 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많은 내용을 단번에 읽고 싶은데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한글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 기피하게 된다.

딸아이 영어 동화책을 같이 읽으면서 놀랄 때가 많다.

우리나라 동화책에서는 돈에 관한 얘기를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미국은 유치원생이 읽는 책에도 바자회를 열어 작은 프로젝트 추진하는 내용이 종종 나온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돈에 관한 개념을 가르치려는 목적 같고 일상생활에서도 자본주의적 태도가 배어 있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도 미국 문화의 두 기둥으로 청교도적 신앙과 자본주의를 들고 있다.

총기 소지나 배심원 제도 등도 개척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오랜 전통 같다.

생각해 보면 열심히 일해서 합당한 돈을 버는 부자를 존중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는 게 참 신선하다.

그래서 법치주의도 같이 발달한 것 같다.

돈을 잘 버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고, 대신 그 과정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합당한 과정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크게 유행할 정도로 사회 풍조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세금을 많이 내면 존경을 받기는 커녕 몰래 빼돌린 돈은 얼마나 많을까 이런 불편한 시선이 대부분이다.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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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절대권력 바티칸 제국
루드비히 링 아이펠 지음, 김수은 옮김 / 열대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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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이다.

교황은 가톨릭의 우두머리로써 편하게 공경을 받는 줄 알았는데 도덕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공들여 세계 각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은 책이다.

솔직히 나는 가톨릭 신자도 아니고 교황이라고 하면 어쩐지 마녀 재판이나 갈릴레오 등이 생각나 거부감이 들어 읽으면서도 지루함이 느껴져 완독해야 하나 몇 번이나 고민했다.

그렇지만 항상 느끼는 바대로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훨씬 유익하다.

뒤로 갈수록 흥미롭고 왜 바티칸이 하나의 독립적인 국가로서 위상을 지키고 있는지 또 전세계 가톨릭 교단의 수장으로서 교황이 어떤 위치인지,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요한 바오로 2세이다.

폴란드인 교황이 폴란드 민주화에 얼마나 큰 실제적 기여를 했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

종교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적어도 고국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대단한 업적을 이룬 듯하다.

저자가 마치 신문 기사처럼 건조한 어조로 기술해서 더욱 신뢰가 간다.

동구권의 민주화 혹은 정교회와 공산주의에 맞서 교세를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 앞에서는 현실적 타협을 하는 수밖에 없음도 확인했다.

가톨릭은 하나의 단일 교단이기 때문에 강력한 위계질서를 갖고 전세계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같다.

라틴 아메리나카나 동구권에서는 교황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있으나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세속국가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발언권이 낮다고 한다.

바티칸은 이슬람과는 또다른, 확실히 하나의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

최초의 남미 출신인 현재 교황 프란치스코의 업적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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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 사람이 해서는 안될 거의 모든 것
하르트무트 크라프트 지음, 김정민 옮김, 이태주 감수 / 열대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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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낫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아주 유명한 고전이 아닌 이상 가급적 새로 출간된 책을 읽는 게 낫고 아무래도 영미권 책이 접근하기 쉽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훌륭한 고전은 시간이 지나도 전혀 촌스럽지 않지만 10여 년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은 시의성이 떨어져 공감이 안 가는 부분들이 있다.

이 책도 터부의 기원을 밝히는 인류학적 책이라기 보다, 독일이라는 사회에서 터부라는 기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임상의사의 책인지라 아무래도 발간된지 20여 년이 다 되다 보니 거리감이 느껴진다.

터부라는 제목 보다는 사회적 금기가 더 어울릴 것 같은 책이다.

대표적인 터부로는 근친상간과 이슬람이나 인도의 음식 금기가 해당될 것이다.

존속살해나 성폭행 등등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법적, 도덕적 금기가 터부인데 이를 어기게 되면 공동체로부터 추방된다.

격리에 대한 두려움이 일종의 초자아로써 개인의 욕망을 억제하고 있는 셈이다.

왜 근친상간이 터부시 됐느냐는 족외혼이 공동체 유지에 유리했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반면 유럽 왕실에서는 재산이 나눠지는 걸 막기 위해 오히려 친족간 결혼을 장려했다.

재밌는 것은 이슬람의 돼지고기 금기에 관한 해석이다.

보통 중동에서 돼지는 사람의 곡물을 먹고 병충해가 많아 키우기가 어려워 금기시 됐다고 하지만 단지 이익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지키기 다소 어려운 것을 강제함으로써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해석한다.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못 먹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계기로 금기시 된 이 규칙을 지키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외부에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터부는 정체성의 표현이 되고 이것을 지켜가는 힘이 바로 마나라고 한다.

마나는 터부를 보존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당연시 되는 사회적 금기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터부를 깨는 것은 바로 공개적 토론이라고 한다.

생명윤리나 남녀평등, 인종차별, 양극화 등등 여러 주제들이 있을 것 같다.

터부를 깨기 위해서는 마나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개인은 미약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이런 금기를 지키려고 한다.

대신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위트를 제시한다.

그러고 보니 정신과에서도 유머를 올바른 승화의 방법으로 제시했던 것 같다.

다시금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 동물인지 느낄 수 있었고 이 거대한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있고 그것이 반드시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안정감은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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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성의 즐거움 - 서울성곽 600년을 걷다
김도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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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책들이 너무 뻔한 얘기들이 많아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다.

지리학을 전공한 분이라 그런지 꽤 상세하게 서울 성곽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역사적 내용도 꼼꼼하게 찾아쓴 점이 마음에 든다.

조선시대에도 하루 코스로 서울 성곽을 도는 순성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남산타워 올라가는 길만 가도 숨이 가빠서 죽을 것 같았는데 기본적으로 산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을 하루 종일 걸어서 유람하는 걸 보면 우리 조상들 체력이 대단했던 것 같다.

성곽의 해체나 훼손에 대해 기술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일제의 만행인데 이 책의 저자는 꽤 공평한 시각을 유지한다.

기본적으로 서울 성곽은 조선시대부터 보수 정비를 지속해 왔고 근대화가 되면서 전철로를 놓는 등 어쩔 수 없이 철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유산의 보존은 기본적으로 현대인의 편리함을 담보하는 것이라 부유한 국가가 아니면 어려운 일 같다.

남의 나라 식민지로 전락했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이 정도 유적이라도 남아 복원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행의 편리함이 아니라 풍수지리에 의해 도성문이 폐쇄됐던 것을 보면 확실히 전근대 사회는 현대인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던 듯하다.

책에 소개된 곳들은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데이트를 했던 곳이라 잠깐 추억에 젖기도 했다.

확실히 서울은 현대적인 대단한 도시면서도 문화유산을 간직한 매력적인 곳이다.


<오류>

197p

실제로 조선 왕조에서 이루어진 26번의 왕위 계승 중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단 6명의 적장자만이 왕위를 계승했다.

조선 27대 임금인 순종은 적장자가 아니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적장자는 태어난 지 5일 만에 요절했다.

-> 보통 조선의 적장자 계승을 7명으로 보지 않나 싶다. 5일 만에 요절한 첫째 다음에 태어났다고 순종을 적장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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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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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간되는 책들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나오는 반면 너무 지엽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만족도가 있다.

대중교양서는 쉽게 읽히는 반면 너무 뻔한 내용일 때가 종종 있어 얻는 정보가 적어 아쉬운데, 이 책은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유통은 어떻게 되는지 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많은 지식을 전달해 준다.

사실 나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술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다만 인문학적인 배경이 궁금해서 읽게 됐다.

곡물이나 과일이 발효되면 자연스럽게 술이 만들어지므로 농사꾼은 필수적으로 술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발효주는 알콜 농도가 낮은데, 증류 기술이 생기면서 좀 더 높은 도수의 증류주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각종 향신료 등을 첨가한 혼합주가 나온다.

재밌는 것은 증류기를 개발한 중동에서는 술이 금지된 반면, 유럽에서는 수도원에서 와인을 생산했다는 점이다.

이슬람이라고 해서 술이 절대 금지는 아니고 경전의 해석 여부에 따라 터키처럼 음주가 가능한 곳도 있는 점은 처음 알았다.

와인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도 대량 수송이 가능하게 된 덕분이라고 하니 과연 인간의 문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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