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명화 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11
시아오링링 지음, 심정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서점에서 발견한 후 재미있을 것 같아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다.
처음에는 너무 흔한 그림들이라 설명도 거의 비슷하고 좀 지루할 것 같았는데, 이 책 나름의 장점이 있다.
일단 도판이 훌륭하고 그림 속의 인물을 꼼꼼하게 설명함으로써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체 뿐 아니라 부분도 중요시 하는 장점이 있다.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학생들을 상대로 쉽게 서술됐는데, 치명적인 단점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화가의 생존연대도 잘못 됐고, 그림과 제목이 일치하지 않는 곳도 있다.
또 화가의 성향이나 그림 방식 등을 대충 뭉개고 넘어가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꼼꼼한 편인데 전체적인 서술은 다소 부정확하고 정밀하지 못해 아쉽다.
그렇지만 한 번에 쭉 읽기는 편하다.

익히 알고 있는 화가들이고 잘 알려진 그림이지만 책으로 보니 또 새롭고 감동적이다.
특히 게인즈버러가 그린 <푸른 옷을 입은 소년> 은 정말 매혹적이다.
어쩜 이렇게 파란색 질감을 잘 표현했는지...
초상화의 대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솜씨다.
다비드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가히 당대 사교계를 호령하던 여성답고 그녀의 장밋빛 피부를 기막히게 표현해 낸 다비드에게 감탄하는 바다.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무 정적이고 명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렘브란트 그림도 다시 보니 경건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빛의 깊이가 깊다.
특히 다윗의 하프 소리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사울 왕의 모습은 얼마나 처연하던지!
지나치에 화려하다고만 생각했던 와토의 그림도 패트 갈랑트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정말 화가들은 위대하고 훌륭하다.
이 충만하고 고양된 감정을 이끌어내는 화가들의 예술혼과 솜씨에 늘 감탄하는 바다.
이제 유럽 미술관에 가면 감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유럽으로 날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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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클래식 - 초보 클래식 매니아를 위한 클래식 입문서, 증보판
이헌석 지음 / 돋을새김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비교적 쉽게 설명되어 그야말로 초심자들이 부담없이 접하기에 좋은 책이다.
딱히 저자가 글솜씨가 좋다거나 곡 설명이 훌륭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이런저런 좋은 곡들과 명반을 추천받을 수 있어서 나름 유용할 것 같다.

사실 나는 듣는 건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귀로 듣는 것 보다는 눈으로 보는 게, 더 정확히는 읽는 게 훨씬 좋다.
내가 음악을 듣는 건, 음악 자체가 듣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주변 소음이 짜증날 때 그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을 꽂는 편이다.
특히 버스 탔을 때 기사들이 무식하게 라디오 볼륨 높힐 때가 제일 짜증난다.
지하철 탔는데 옆사람의 시시콜콜한 대화 내용을 생중계 해서 들을 때도 기분이 정말 나빠진다.
도서관에 갔는데 중고생들이 떠들 때 그 때 클래식을 듣는 편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어떤 곡을 듣다 보면 기분이 고양되고 갑자기 울컥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벅차 오르는 그런 느낌이 좋아서 음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곡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음반까지 골라가면서 들을 형편은 못 된다.

작곡가 별로 중요 음악들을 죽 나열한 방식은, 일견 지루하면서도 나름 유용했다.
역시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뒷쪽에 현대 음악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새로운 곡 소개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명반 설명하는 건 죄다 최고다, 훌륭하다 이런 식이라 약간 지루했지만 연주자들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서 소득이 있다.
요즘은 CDP도 무거워서 안 갖고 다니다 보니 음악 파일로 찾게 되는 것 같다.
클래식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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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의 미술관 - 불후의 화가 70인의 캔버스
쉬즈룽 지음, 황선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발견하고 표지가 예뻐서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다.
작가가 전문적으로 미술을 평론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유기고가)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비교적 성실하게 잘 풀어간다.
글도 지나치게 어렵거나 또 너무 대중영합적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의 이주헌씨 정도 수준으로 글을 썼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글에 언급된 도판은 거의 다 실려 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유파별로 정리하는 방식이 새로울 것은 없으나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쭉 한 번에 훑어주니 개념이 잡히는 기분이다.
르네상스 3대 천재라고 하는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피렌체파라고 묶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에 대비되는 베네치아 화파는 동시대 사람들인데 나는 라파엘로 다음 시대 사조로 이해하고 있었다.
티치아노가 무려 90세 가까이 산 걸 보면 르네상스인으로써 참 대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루벤스는, 공방 시스템을 통해 하도 많은 그림을 양산해 서명한 것만 3000점이 넘는 바람에 미술 시장에서 그 값이 낮게 책정됐다고 한다.
그 격정적이고 역동적인 구도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루벤스 다음에 등장하는 렘브란트의 명상적이고 차분한 그림도 이제는 무척 마음에 든다.
예전에는 너무 가라앉지 않았나 싶어서 관심이 덜 갔었다.
이 책에서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화가는 상징주의의 대표인 귀스타브 모로다.
신화나 성경을 주제로 한 모로의 상상력 넘치는 그림들이 무척 마음에 든다.
떠돌아다니는 오르페우스의 머리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베르테 모리조가 인상주의 전시회에 작품을 출전시켰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 그녀의 새로운 그림도 여러 점 알게 돼서 기쁘다.
미술 사조에 대한 책은, 몰랐던 그림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전반적으로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수준은 유지하는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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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손과 모네의 눈 The Great Couples 1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우연히 알라딘에서 보고 제목이 재밌을 것 같아 읽은 책이다.
두껍긴 하지만 서술이 평이해 쉽게 금방 읽힌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 가볍게 일독해 볼만한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마네다.
특히 베리트 모리조를 그린 <발코니>라는 작품이 마음에 든다.
마네의 그 강렬한 평면성이 마음을 끈다.
반면 모네는 별 관심이 없는 화가였다.
말년에 유명해진 수련 그림에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인상파를 말을 만들어낸 <인상, 해돋이> 같은 그림도 왠지 학생들 스케치처럼 서툴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떤 책에서 그가 그린 풍경화를 보고 완전히 반해 버렸다.
색체의 변화를 대기의 기온차에 따라 기묘하게 잡아낸 그 솜씨에 확 빠졌다.
그의 아내 카미유가 일본옷을 입고 있는 초상화도 그렇고, 양귀비 꽃밭에서 양산을 들고 서 있는 그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굉장히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화가 같다.
터너의 그림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세련됐다는 느낌을 준다.
마네도 그렇고 모네도 그렇고 두 사람의 화법은 다르지만 꼼꼼하게 드로잉을 하고 섬세하게 색칠을 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한 번에 쓱 보고 문지른 듯한 그럼에도 대상의 느낌과 특징을 정교하게 포착해내는 솜씨가 놀랍다.
벨라스케스가 왜 인상파의 선구자인지, 알 것 같다.
그의 유명한 대작 <시녀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정교한 데생 없이 붓질 몇 번으로 쓱쓱 문지른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멀리서 보면 또렷한 형태로 각인되는 것이다.
확실히 이들은 현대 화가들이다.

마네는 특별히 흥미있는 화가라 그런지 그의 일생을 다룬 앞부분은 무척 재밌었다.
할아버지가 시장이었고 마을의 존경을 받아 그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부르주아로, 고위 공무원이었고 나중에 판사가 됐다고 한다.
마네에게 엄청난 땅을 물려줘, 당시 인상파 화가들과는 달리 마네는 특별히 그림을 생계 수단으로 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이런 부유함이 특별히 더 내 관심을 끈다.
먹고 사는데 애를 써야 하는 르느와르 같은 화가 보다는 마네처럼 유복한 환경에서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예술가가 더 부럽다.
그런데도 고흐의 그 끔찍한 가난과 소외된 삶 역시 강렬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나는 마네의 유복한 환경이 내심 부러워 하는 것 같다.

하여튼 이 화가는 처음에는 해군이 되려고 했다.
성적이 나빠서 법대에 못 들어가고 대신 해군이 되려고 했는데 몇 번 낙방해 결국 하고 싶은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집안 환경 때문이었는지 마네는 국전에 입선하려고 애썼고 드가로부터 출세에 눈이 멀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 점도 왠지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마네는 최고의 인상파 화가로 역사에 길이 남았으니, 그 자신은 죽기 전에 이런 영광을 누렸는지 모르겠다.
수잔과의 결혼은 순탄치 않았다.
사진을 보면 그냥 평범한, 오히려 펑퍼짐한 아줌마 스타일인데 두 살 연상의 이 가난한 피아노 교사의 어떤 점에 반했는지 모르겠다.
모네의 아내 카미유를 그린 그림을 보면 무척 매력적이던데, 수잔을 그린 초상화는 영 느낌이 안 살고 그래서인지 그녀가 모델로 나오는 그림은 유명한 게 없다고 한다.
하여튼 스무 살 때 아버지가 된 마네는, 집안에 얘기하지 못해 아들은 사생아로 무려 스무 살 때까지 엄마와 둘이 살게 된다.
보통 이런 사연이면 마네가 유복한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들은 버려져야 맞는데, 뜻밖에도 마네는 아버지가 죽은 후 유산을 물려 받은 후 수잔과 정식 결혼한다.
진정한 로맨스가 아닐 수 없다.
그의 동생 외젠은 화가 베리트 모리조와 결혼해 종종 마네의 모델이 되어준다.
저자의 지적대로 베리트는 마네가 원하는 표정을 잘 알고 있는 훌륭한 모델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등장하는 그림은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마네는 기존의 명화들을 열심히 모사하고 대가들로부터 좋은 점을 취해 자신의 것으로 혼합시키려고 애쓴다.
전통을 존중하는 이런 태도가 참 마음에 든다.
드로잉을 무시하는 그림, 이를테면 발로 그려도 이보다는 잘 그리겠다는 그런 그림은 아무리 예술이라 우겨도 도저히 마음에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정확한 대셍, 드로잉은 화가의 생명이지 않겠는가?
비록 똑같이 모사할 필요는 없지만, 즉 화가는 기술자가 아니지만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상당히 전통주의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들라쿠르아의 과도한 색체의 향연인 낭만주의 그림보다는, 앵그르의 정밀한 그림이 훨씬 마음에 든다.
그 초상화를 보면 정말 숨이 막힐 것 같다.
뽀얀 피부와 특히 파란색 스커트의 질감과 색감은 손으로 만져지는 기분이 든다.

마네의 사진은 이 책에서 처음 봤는데 실망스럽게도 썩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러서 그런가?
배가 불룩 나온 모네보다는 낫지만, 하여튼 반할 만한 인상은 아닌 것 같다.
바지유가 퍽 잘 생겼다.
아직 끝까지 읽지 않았지만 저자가 무리없이 글을 풀어 나가고 마네와 모네의 그림을 비교한 부분은 좀 작위적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재밌게 보고 있다.
북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김원일이 쓴 <피카소>도 퍽 재밌게 읽었는데, 미술 부분도 번역서 말고 한국 사람이 쓴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역시 번역서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해 주지 못한다고 할까?

뒷부분은 51세로 일찍 사망한 마네 얘기 대신, 86세까지 장수한 모네의 얘기로 가득찼다.
대략 40대가 넘어가면서 모네의 그림은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모네는 상당히 낭비벽이 심했던 것 같은데, 좋게 말하면 우아하고 여유있는 삶을 즐긴 스타일 같다.
그는 언제나 생활비가 부족해 허덕이면서도 월세가 비싼 좋은 집에 살고, 하녀, 정원사 등을 고용했다.
말년을 보낸 지베르니의 수련 연못은 다섯 명의 정원사가 가꾸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마네에게 자주 돈을 빌렸고 1차 대전 때 전사한 바지유에게서도 돈을 자주 빌렸다.
언제나 외로웠던 고흐와는 달리 인간관계가 무척 좋았던 것 같다.
고흐와 고갱처럼 개성 강한 예술가가 만나면 불화하기 마련인데, 모네는 어려운 살림 때문에 바지유 등과 같은 동료 화가들과 화실도 같이 쓰면서 그림 작업을 한다.
역시 오래 사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매독에 걸려 50대 초반에 사망한 마네나, 권총자살한 고흐, 전사한 바지유 등과는 다르게 마네는 무려 86세까지 살면서 온 세계의 인정을 받아 말년에는 전 세계 뮤지엄에서 그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한다.

확실히 모네는 풍경화의 대가다.
마네가 인물화에 강했던 것에 비해, 모네의 강점은 여러 겹 덧칠한 풍경화에서 정말 이것이 자연에서 받은 순간의 인상을 포착한 그림이구나, 감탄사가 나온다.
내가 마네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인물의 표정을 잘 캐치하면서 강렬하게 명암 대비를 주기 때문인데 모네의 풍경화도 너무나 아름답다.
모네의 삶 중에서 꼭 언급해야 할 부분이 아내 카미유와 알리사다.
카미유는 겨우 서른 두 살에 아들 둘을 낳고 사망하고, 모네는 가난 때문에 후원자인 오슈드 부부와 한 집에 산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오슈드 부인인 알리사와 사랑에 빠져 아내 카미유가 살아 있을 때 알리사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는다.
알리사는 남편이 죽은 후 모네의 정식 아내가 된다.
모네는 알리사의 세 딸들을 정성으로 돌보는데, 둘째딸 블랑슈가 카미유의 아들 장과 결혼한다.
또 막내딸 수잔이 미국인 화가 버틀러와 결혼하는데, 그녀가 일찍 죽자 다시 큰 딸 마르트와 재혼한다.
우리 눈으로 보면 좀 이해하기 힘든 결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피는 안 섞였다 하더라도 의붓남매의 결혼이나, 처제와의 재혼 등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데 확실히 18세기 말의 프랑스는 21세기 한국보다 더 개방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동거도 훨씬 자연스러운 것 같다.

도판이 훌륭하고 책에 언급된 그림들을 가능하면 전부 싣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다 보니 책값이 높게 책정된 것 같다.
마네와 모네의 덜 알려진 그림들을 많이 알게 되서 기쁘다.
역시 이런 훌륭한 그림을 언제쯤 한가롭게 실제로 관람할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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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심장 뉴욕미술 - 뉴욕의 미술관 Art Travel 2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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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르네상스 미술에 열광하더니, 인상파로 넘어갔고 이제는 비구상에도 눈길을 돌리려고 한다.
조금씩 발전하는 태도일까?
고전주의 그림은, 그 정교한 디테일과, 마치 사진으로 찍은 듯한 놀라운 사실성 등이 내 마음을 혹했던 반면, 현대미술은 일단 비구상이라 대체 뭘 그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흔히 하는 말, 이런 그림이면 나도 그리겠네, 하는 반발심이 들었다.
특히 마티스의 스케치는 너무 형편없어 대체 왜 위대한 화가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현대 미술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역시 직접 전시회장에 가면서부터다.
대상을 묘사하는 능력은, 과거 그림에 비해 부족하다 할지라도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배열에서 뭔가 울컥 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고흐의 <해바라기> 를 직접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확 솟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누가 그랬던가, 그림의 본질은 조형이 아니라 색체라고.
정말 그 말뜻을 요즘에는 실감한다.
칸딘스키 그림을 봤을 때 그 신선하고 새로운 색체 배열에 기분이 확 달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날아갈 듯이 고양된 기분, 그림을 보면서 그런 청량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대상을 모사하지 않고도 관람객의 감정을 이렇게 고양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더욱 위대한 화가가 아니겠는가?

확실히 현대 화가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
아마 요즘에 르네상스 그림처럼 정밀한 모사를 한다면 달력 그림 그리냐고 비웃음을 살 것이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대, 그게 바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다다이스트의 그 장난 같은 작품들은 도저히 감동받기가 힘들다.
누구는 또 인식의 전복이라고 감탄할 수도 있겠으나 예술의 본령에서 한참 벗어난 그림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앤디 워홀이나 잭슨 폴록 등의 작품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혹시 모마에 가서 직접 그 작품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올 여름에 뉴욕에 가지 않을까 싶어 도서관에 신청한 책인데, 생각만큼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이주헌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감탄했던 것에 비하면, 그의 글쓰기 패턴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별로 신선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책이 매력적인 것은, 덜 알려진 분야를 소개해 준다는 점에 있다.
지난 번 러시아 미술 소개도 좋은 자극제가 됐는데, 이번 뉴욕 현대미술도 신선했다.
현대미술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좋아하는 데이빗 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은 없어서 아쉬웠다.
로스앤젤레스를 좋아해서 거기 산다는데, 뉴욕에는 대표작이 없는 모양이다.
책 표지로 사용된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의 초상화는 무척 매력적이다.
사진으로 찍은 듯한 앵그르의 초상화와는 또다른 매력을 준다.
이런 책을 보고 나면 항상 하는 불평이지만, 문화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고 사는 뉴욕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파리의 미술관 설립에 자극을 받아 국가의 중대사로 인식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세웠다는 일화에서, 다시 한 번 문화 선진국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해외 유명 미술관의 작품들이 내한하면 관객들이 몰릴 만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니, 그럴듯한 미술관 운영에 더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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