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 안전가옥 쇼-트 23
가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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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3권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 세 편을 판타지로 새롭게 해석했다.

고전 판타지 방식이 아니라 현재 유행하는 시스템 등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약 웹 판타지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당히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나의 경우 웹툰에서 시작해 웹 판타지를 읽으면서 너무 익숙한 설정이다.

웹 소설의 분량을 생각하면 이 단편들은 너무나도 분량이 적다.

설정에 대한 설명도 없다 보니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것 같다.

고전을 읽거나 간단한 내용을 알고 있다면 기존과 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살라오의 근성>은 리디북스의 ‘우주라이크’ 프로젝트 중 한 편이다.

<노인과 바다>를 웹 판타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야기의 기본 흐름은 비슷하게 했고, 설정과 구체적인 장면에 변화를 주었다.

노인은 이제는 거의 헌터들이 찾지 않는 던전을 지키고 있다.

이 던전 안에 들어가 이곳을 찾는 헌터들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물건을 전해준다.

평범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 끝에 던전 보스가 등장한다.

이후 펼쳐지는 액션 등은 전형적인 웹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따라간다.

동시에 아주 오래 전 읽었던 소설의 기억을 따라 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 연결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노인이 청새치와 벌인 사투와 돌아오는 길에 생긴 일들 말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 원작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떠오른다.


<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는 마법이 사라지고 각성자가 등장한 시대로 설정했다.

산초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유명해 원작이 <돈키호테>란 사실을 바로 알게 된다.

도입부에 보여주는 장면만 놓고 보면 늙은 기사 돈키호테의 기묘한 모험 같다.

하지만 작가는 각성자들이 이어받는 스킬의 이름을 주요한 바탕으로 삼았다.

화자로 등장하는 우체부 소년은 B능력자이고 스킬의 이름은 ‘목표에 도달하는 자’이다.

소년이 스킬을 발동하면 죽어도 입력된 목적지에 도달 수 있다고 한다.

성밖은 위험한 마물들이 돌아다니는데 이 스킬은 죽어도 우편물 전달이 가능하다.

그리고 성 안에 이제는 사라진 기사를 자처하는 인물에 대한 소문이 떠돈다.

이 기사를 만나 마물들의 위험에서 벗어나는데 진짜 이야기는 그 뒤에 나온다.

돈키호테가 소년에게 스킬명에 대해 풀어준 설명은 나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새롭게 웹소설로 각색한 것이 〈어느 신사의 끝나지 않는 모험〉이다.

이번에 다루고 있는 소재는 웹소설에 등장하는 탑 등정과 연결되어 있다.

100층 아닌 20층의 소소한 규모인데 이것을 약정한 시간 안에 돌파해야 한다.

필리어스 포그 경과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가 각 층의 보스를 죽이면서 한 층씩 올라간다.

이 과정은 다른 웹소설의 탑 등정과 상당히 닮아 있고, 빠르게 처리된다.

이 단편에서 가장 놀라운 인물은 당연히 포그 경이다.

그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과 거침없이 사용하는 금화는 시간을 빠르게 단축한다.

장편으로 나왔다면 그의 숨겨진 과거가 상당히 궁금했을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인벤토리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다른 무엇을 들어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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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크
라문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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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 운동과 미스터리를 엮었다.

이 연결은 끈끈하게 이어져 있지 않고 구성은 조금 허술하다.

학생운동과 미스터리를 연결한 부분이나 가독성도 상당히 좋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제보하겠다는 사람이 죽고, 그 살인에 의문을 품은 김 기자.

학생운동 시절 회고의 중심이자 반전의 대상인 성찬.

H대학 NL 운동권 출신이고 현 여권의 실세 중 한 명인 국회의원 경석.

이 세 명을 유기적으로 엮고,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단절시켰다.

물론 이 부분을 반전으로 이용한 것은 이해하지만 돌발적이다.


80년 학생운동의 두 축인 NL과 PD.

함께 NL에서 시작했다가 갈라진 두 남자 성찬과 경석.

이들이 어떻게 학생운동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고등학교 동기였던 둘이 어떻게 진영이 나누어졌는지 알려주는 부분도 재밌다.

중간에 대학의 낭만으로 학생운동을 생각한 학생의 등장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게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H대학과 경석은 조금만 검색하면 어딘지,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사건을 통해 연결되는 다른 사건의 의혹을 파헤치는데 이 비중이 조금 적다.

학생운동 부분이 너무 많고, 삼각관계 등에 집중하다 보니 균형이 깨어진 느낌이다.

80년대 학생운동 내부에 대한 자료는 많은 부분 월간 조선에서 가져온 듯하다.

사실과 거짓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나의 지식으로는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


작가는 북한노동당 당원이 된 학생운동의 기수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 NL의 일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판결이나 기사가 있다.

그 기수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경석이다.

경석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지 않고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의 비서관, 다음은 학생운동 당시의 모습, 나중엔 그의 이야기로.

차기 대권 주자인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가 사건의 핵심이다.

이것은 제일 첫 장에서 다루는 입당식과 연결되어 있다.

불안에 떠는 그는 옛 친구와 암에 걸린 친구 아내를 병문안 한다.

한때 이들은 삼각관계였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좀더 간결하게 처리해도 될 부분인데 반전 때문에 길게 쓴 것 같다.


초반에 수상한 성찬의 돈벌이와 김 기자의 탐사는 학생운동 이야기에 뒤로 밀렸다.

성찬의 이야기는 뒤에 간결하게 나온 것으로 충분히 반전의 요소가 된다.

하지만 김 기자의 조사와 그 긴박감은 너무 쉽고 너무 건조하다.

개인적으로 김 기자의 조사와 연쇄살인 가능성을 연결해 더 스릴 넘치길 바랐다.

그런데 이 부분을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마무리해 아쉽다.

작가는 마지막 문장으로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권의 실세이자 운동권의 기수였던 인물이 자신의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의외다.

조폭을 이용해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생각할 때는 더욱.

곳곳에 깔아둔 복선을 이용해 사건을 일으키거나 문제를 해결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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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2 안전가옥 오리지널 30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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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30권이다.

예상하지 못한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후속작이다.

1년 6개월만에 후속작이 나왔는데 3부작도 있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나의 저질 기억력이 이전 이야기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재미는 그대로임을 안다.

샌드박스 시리즈이고, 연작 소설 형태인데 작가의 실험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이전 작품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고, 3부에서 어느 정도 결말이 날 것 같다.

이미 작가와 편집자가 3부를 예고하고 있으니 그냥 기다리면 된다.

완결로 나아가는 중간에 있지만 각각의 단편들이 주는 재미는 변함없다.


읽다 보면 이전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생략된 내용들은 전편을 떠올리면서 조금씩 채워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존재를 쫓고 다가간다.

이 과정에 작가의 만들어낸 세계관이 하나씩 드러나고 메타버스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게임이나 이런 쪽에 문외한인 나는 기존 영화 등의 이미지를 불러와 이해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메타버스와 해킹 등을 이용해 사건을 불러온다.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을 파고들어 틈을 벌리고 문제를 일으킨다.

<집행인의 귀한 칼날>은 게임 아이템을 이용한 범죄 이야기이자 부의 불평등 문제를 보여준다.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은 난해하다.

AI들이 풀어내는 수많은 대화와 기호, 아주 짧은 시간은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나열 속에 황당한 인물을 등장시켜 살짝 고개를 기웃거린다.

유치하고 황당한 설정과 장면들은 알고리즘들의 대화와 엮여 생각하지 못한 재미로 마무리된다.

<셋이 모이면>은 한국인의 부동산 욕망을 그대로 담은 이야기다.

재개발을 둘러싼 각각의 이해가 충돌하고, 이 사이를 악당이 파고든다.

제목대로 다른 문양 셋이 모이면 스마트팜이 폭발한다.

사람들이 손목이 날아가는 위험이 생기지만 부의 욕망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복원 요법>은 평택에서 조금 더 확장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에서 올라온 두 아이들의 이야기는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두 아이의 영원한 사랑, 아이들의 장기를 매매하는 악당.

이 아이들이 가지고 온 구형 스마트폰 등이 기괴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세컨드 유니버스>는 앞의 나온 사건의 배후와 연결된다.

이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인물과 정체가 불명확한 존재의 등장.

모든 사건과 이어주는 이름 하나 여울.

발단한 과학과 메타버스 등이 어떻게 상류층의 오락으로 변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의 삶에서 마약보다 더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 놀랄 수밖에 없다.

이 단편에서 점점 더 어두운 배후의 실체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느낌이다.


에필로그를 읽기 전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에필로그가 다른 이야기의 예고편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 바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대 기술로는 분명히 불가능한 구조물의 모습은 쉽게 머릿속에 구현되지 않는다.

이런 장면과 상황에 대한 설명은 이 소설의 큰 재미 중 하나다.

그리고 이전에 본 많은 SF, 판타지 소설의 장면들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오갔다.

시간이 되면 3부가 나오기 전 다른 장편 한두 권 정도는 더 읽고 싶다.

매력적인 이 작가의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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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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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중반까지도 그렇게 나의 심금을 울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감정을 건드리면서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한 노인이 호텔 바에서 읊조리는 자신의 삶에 이렇게 감동할 줄은 몰랐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의 삶과 비교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잠시 숨을 멈추고 과거의 한 순간을 떠올리거나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본다.

내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과거를 떠올릴까?

분명한 것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했던 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의 삶에 대한 것이다.

다섯 명은 그의 형 토니, 제대로 태어나지 못한 탈 몰리, 우울증을 앓은 처제 노린.

어렵고 힘들게 낳고 품에서 떠나보낸 아들 케빈, 마지막으로 그의 아내 세이디.

아들과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다.

어린 시절 그의 영웅 같았던 형 토니와 처제 노린은 예상 외의 인물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인 호텔과 바의 의미도.

무심코 읽고 지나간 이야기들이 뒤로 가면서 서로 엮이면서 의미를 품어낸다.


아일랜드인의 힘든 삶은 잘 알려져 있다.

모리스의 삶도 쉽지 않았다.

지주 돌러드의 성에 가족의 생계를 기대야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주의 폭력도 묵묵히 견뎌내야 하고, 아픈 아들의 병간호도 지주의 요청에 멈추야 한다.

그러다 우연히 모리스 앞에 떨어진 금화 하나.

이 금화가 불러온 사건은 결코 적지 않다.

모리스가 이 집에 대해 가지는 반감과 분노와 엮여 있다.

그리고 이 금화는 처제 노린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반짝이는 동전이다.

나중에 이 금화의 가치와 의미를 알고 그가 얼마나 불안해했던가.


평범한 한 소년이 어떻게 지역의 부유한 노인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토니의 죽음 이후 돌러드의 집을 나와 자신들만의 목장을 꿈꾸었다.

그 과정에는 미국으로 이민 가는 마을 사람들의 땅을 헐값에 매수한 것도 있다.

그의 매수 과정은 조금의 주저함도 인정사정없었다.

이렇게 그는 돌러드의 땅마저 조금씩 조금씩 사들인다.

그가 과거를 추억하는 레인스퍼드 하우스 호텔은 한때 돌러드의 집이었다.

돌러드의 손자 사위가 이 집을 호텔로 개조했고, 그 딸 에밀리가 호텔의 수익을 내었다.

이 과정에 모리스의 자본이 투자되었다.

에밀리의 삶도 알게 모르게 모리스의 삶과 엮였고, 이것은 다른 이야기와 이어진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다섯 번의 건배와 다섯 잔의 술과 다섯 인물에 대한 기억들.

단순한 회상처럼 보이지만 뒤로 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든다.

이런 반전도 재미있지만 가장 울림을 주는 것은 그의 삶에 큰 울림을 준 이야기들이다.

슬프고 그립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 말이다.

한없이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그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게 풀어낸다.

이야기 곳곳에 담긴 부모의 마음, 상실감, 그리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

왠지 모르게 갑자기 흑맥주와 위스키 한 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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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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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존 윌크스 부스라는 이름은 낯설다.

이 이름 대신 링컨 대통령 암살범으로 바꾸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국사에 이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중요하기에 알고 있다.

특별히 이 암살범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름도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가라면 이 사건과 인물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소재다.

그가 왜 이런 살인을 저지르고, 어떤 심리 상태였는지, 음모론을 덧붙여 파헤치는 것 등 말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런 길을 따라가지 않고 그의 가족들에 눈길을 준다.

자료가 풍부한 두 사람뿐만 아니라 자료가 거의 없는 누나에게로.

덕분에 그 시대의 풍경을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있었지만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다.


존 윌크스 부스가 직접 화자로 나오는 경우가 이 소설에는 없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그의 누나들 로절리, 에이시아와 형 에드윈이다.

에이시아와 에드윈의 경우는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만 로절리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읽으면서 가족의 굴레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 로절리에 눈길이 많이 갔는데 예상외의 정보다.

자신보다 위의 형제들이 모두 죽은 후 그녀는 선택의 영역이 점점 좁혀진다.

아래로 계속해서 동생들이 태어나고, 기회는 다른 형제들에게 넘어간다.

그녀에 있던 유일한 로맨스는 남자의 신분과 부모의 반대로 끝난다.

그녀의 삶을 보면서 한국의 대가족에 자신의 삶을 빼앗긴 누나들이 떠올랐다.

작가의 상상력과 그 시대를 엮어 풀어낸 로절리의 이야기는 뒤로 가면서 분량과 힘이 줄어든다.


에드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고 아버지처럼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에드윈을 목수로 만들고 싶다.

아버지 부스는 유명한 셰익스피어 배우이고, 가끔 광기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연극이 흥행에 성공해 집에 많은 돈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자주 집에 자주 오는 편이 아니다.

아버지의 기행에 대한 이야기 대부분은 로절리의 이야기 속에서 흘러나온다.

절점 나이가 든 아버지를 돌보고 기행을 막기 위해 에드윈이 여행에 따라간다.

어린 소년인 에드윈은 연극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아버지는 연극을 시킬 마음이 없다.

이때 일어난 몇 가지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에드윈을 배우의 길을 가게 한다.

그리고 그의 연기는 항상 아버지의 연기와 비교 대상이 된다.


에이시아는 엄마의 미모를 물려 받았다.

존 윌크스 부스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자 가족이다.

그녀의 시선은 부스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곳으로 가 있다.

언니 로절리를 얕보고, 오빠 에드윈과의 관계도 그렇게 좋지 않다.

존을 제외하면 그녀의 사이가 특별히 좋은 가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는 한 대가족의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을 더 잘 드러낸다.

세상에 나가 살아보지 못했기에 아직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순수함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의 화려한 외모 때문에 많은 구애를 받지만 선택은 한정적이다.


존 윌크스 부스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지만 그의 행동까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로절리, 에드윈, 에이시아의 이야기 속에 그의 행적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노예제도를 둘러싼 논쟁과 진영이다.

미국 역사에 밝지 못하다 보니 명확하게 풀어낸 부분이 아니면 헷갈려 한다.

미국 지리를 잘 모르다 보니 어떤 주가 노예제도 찬성주인지도 잘 모른다.

후반부에 속도가 붙을 때 아는 내용이 나와 더 가속도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존과 에드윈의 비교, 둘의 다른 행적 등은 자주 눈에 띄었다.

역사에 남은 암살범 가족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부스 가족만 보여주지 않고 시간 순으로 링컨의 행적도 간결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과 부스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란히 나아간다.

정해진 파국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그 사이에 있었던 풍성한 이야기들.

부스 가족 개개인의 삶과 그 시대 연극판의 모습까지.

전쟁이 끝난 다음 있었던 몇 가지 느슨한 상황과 암살 시도의 결합은 비극으로 변했다.

이 사건으로 부스 집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역사 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떤 대목을 읽을 때는 역사 다큐를 보는 느낌이었다.

묵직하고 복잡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회오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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