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질 잘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일까 나쁜 친구일까.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나의 결점들이나 실수들을 지적해 줌으로써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더 나은 인간이 된다면 사실상 지적질 잘 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라 해야 할 텐데 실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가 어느날 어떤 친구는 만나고 돌아서면 집에오는 길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친구가 있다고 생가했는데 다른 친구가 자신에게 이럴 땐 충고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안돼? 라고 짜증내는 모습을 보고 그 불편함의 실체를 깨닫고 자신 역시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비쳤음을 깨닫는 부분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그런걸 깨달은 때문인지 요즘은 친구들 만나면 서로 칭찬 일색이다. 다 늙어 쭈글쭈글한 피부를 한 할머니들이 계모임같은 데서 어머 너는 어쩜 피부가 20대 같니 하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이유가 다 서로 편하자고 하는 거다. 너 늙었다 살쪄서 돼지같다. 배가 왜 그리 나왔니 이런 말들이 편한 사람들은 아직 다른 즐거움들이 얼마든지 많고 자신감이 차 있시에 그런 말이 새발의 피만큼도 상처나 불편함이 안되기 때문인데 나이가 들면 나이 자체가 자신감을 위축시키므로 나 스스로 상처받기 싫고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싶다면 상전이 아니라 하전에게라도 서로서로 아부해야 한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쪽 뺨을 내밀라고 하는 종교적 가르침 대신, 개인이 다른 개인 때문에 불행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통하는 가치관이다. 나를 좋아해줄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포기하고 나도 똑같이 미워하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 경우 한술 더 떠 똑같이 미워하고 미워한다는 것을 알게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나를 미워해서 내가 입은 상처와 스트레스는 그에게 되갚아져야 풀릴 것이니까. 사실 여러 심리학 책에서도 나르시스적인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그 사람과 관계를 피하라고 충고한다. 그런 사람은 나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지 않으며, 피하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참아라, 베풀어라 이런 도덕적 윤리는 어느 집단의 희생(그것이 여성이든 약자든 하위 신분이든)을 기반하에나 다른 집단 혹은 사람의 편안함과 성공이 보장되었던 시대에나 통한다. 지배자의 논리다.

책의 내용에서 살짝 멀어졌는데, 이 책 자체가 보노보노를 읽으면서 생각한 내용들, 감상, 깨달음, 통찰, 사유들을 글로 적은 것이다 보니 보노보노를 안읽은 나로서는 보노보노의 철학을 함께 탐구해가기 보다는 저자가 느낀것을 수동적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니까 보노보노를 매우 좋아하는 독자가 읽으면 훨씬 더 재맜게 여러 캐릭터가 주는 느낌들을 더 강허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보노보노는 80년데대부터 90년대까지 네 컷만화로 시작해서 티브이 애니와 영화로까지 이어진 시리즈로, 보노보노는 해달이고 그의 너구리 친구 너부리와많은 동물 가족들이 나와서 유아용 만화 같지만 그 속의 대화는 뜯어볼수록 철학적인 모양이다. 나무위키에 보니 최근 Jtbc뉴스룸과 동시간대에 방영했는데 시청률이 3퍼센트에 이르렀다고 하니 엄청난 인구가 보노보노를 알고 있는데 불행히도 나는 그 중 하나가 아니었다. 보노보노의 명대사들은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고 뜯어볼수록 묘한 철학적 영감을 준다. 저자가 이 보노보노를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새유하는 내용은 평아한 듯 보이면서도 콕 찝어 말해주니 급공감이 되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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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는 척 하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두 가지 차이 중에서, 실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주로 다룬다. 그보다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는 척 하는 것과의 차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는 이 두 가지의 차이 역시 실제로 아는 것과의 차이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은 좀 달라졌으리라 추측되지만, 어릴 때부터 우리는 사지선다형 답안지에 익숙해져있다. 문제의 답을 모르면 모른다는 의견을 표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모르더라도 네개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답을 모르는데, 네 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 인정할 수 없으니, 네 개 중 하나 중에서 답을 추측하거나 찍어서 그게 답이라고 생각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다. 혹 네 개중 답이 없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시험 답안지에는 답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모른다. 혹은 답이 없다 라는 선택지가 더 주어진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네 개 중 반드시 답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 교육 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확신이 없어도 이게 답이다라는 강요된 선택에 의해 선택된 답을 제출하여 점수를 받아, 그 점수로 구획된 틀 내로 살아가면서,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답을 몰라도 답을 알아야 하는 세상에서, 답이 어떤 권위가 이게 답이다 라고 정해 놓은 답을 고르기 위해 애쓰면서, 이게 답이다 이게 답이다 스스로를 세뇌하며 살아간다. 태극기 집회는 그런 그릇된 자기 확신의 끝판을 보여준다. 처음 찍은 선택지 답이 답이 되려면,그게 답이 안되는 다른 모든 객관적 정보들을 무시해야 하고, 그게 답이 되는 객관적 사실이 하나도 없으면 또다른 거짓된 앎을 추스려서 그걸 만든다. 그렇게 해서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가짜 사이트가 판을 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답을 아는 게 알게 된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님에도, 노인이 된다는 것은 선택한 답이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아님에도, 때로 살아온 세월 자체를 지혜로 믿고 답이 거기서 나온다고 믿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생각.


책 내용도 조금 하도록 하자. 믿는 바를 아는 바로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실제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굴 때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많은 연구에서 드러났는데, 그런 잘못된 믿음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그걸 업으로 삼아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선거나 경제 전망에 관한 기사를 매일 쏟아내고 있는 매체와 유명 인사들의 예측은 “다트를 던지는 침팬지들”보다 별반 나은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믿고 주식을 사거나 팔고, 부동산을 사거나 팔고 또 미래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예측을 특히 잘못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한 단어로 “독단.”으로 뭔가의 진위 여부를 모를 때조차 안다고 생각하는 확고부동한 믿음이다. “모른다”라고 말하는 대신 잘못된 추측을 말해도 실제로 잘못된 추측에 대해 실질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다. 추측이 맞으면 영웅이 되고 추측이 틀리면 잊혀지면 그만이다.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데다 알카에다와 연합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근거로 벌어진 이라크 전쟁은 8년동안 8천억 달러의 비용과 거의 4500명에 달하는 미국인과 적어도 10만 명의 이라크인의 목숨을 빼앗아갔음에도, 처음의 그 잘못된 주장 때문에 생긴 사회적 비용을 아무도 변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고 대담한 예측이 우연히 실현되는 경우에는 거대한 보상이 뒤따른다. 이것은 패널티킥을 할 때 위험을 무릎쓰고 왜 구석으로 차는지도 설명해준다. 자기 명성에 끼칠지도 모르는 타격이 줄기 때문이다.



아는 체하라고 꼬드기는 인센티브가 그토록 강력하기 때문에,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에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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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안희정.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아마도 그의 수식어로 따라다니는 고인의 넋을 가까이 있었던 저자의 어떤 일화나 추억속에서 우연히 발견 할지도 모를 희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대뜸 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의미를 물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상기한다.

저는 모욕과 망신을 받으며 돌아가신 노무현 전대 통령의 안희정입니다. 그런 제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것이 곧 복수입니다.

 

그는 분노를 내려놓겠다고 다짐하며 책의 서문을 열어간다. 정의가 패배했던 역사에 대한 분노, 노무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누고 차디찬 벼랑끝으로 몰아 밀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내려 놓겠다는 것이다. 가스통을 메고 다니며 종북 좌빨 퇴치를 외치는 노인들을 하루일당 몇만원을 벌기 위해 동원된 노인들로 보지 않았다. 격동의 역사 속을 온 몸으로 관통해야 했던 시대적 비극이 탄생시킨 기형적 세대를 향한 연민의 시선으로도 읽지 않았다.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쌓여온 마음의 응어리들이 분노가 되고 이것이 또 다른 반대편  분노와 충돌하면서 극단적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며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안희정은 정의가 패한 역사에 대한 분노와 노무현 대통령을 벼랑끝 낭떠러지로 밀던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함께 나란히 일직선상에  배치시킨 후, 극단적 분열을 자초하는 분노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나라를 몰락하게 할 것임을 염려하면서, 스스로의 분노는 이제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용서하지. 그의 고인을 위해 어떤  원망도  변명도 없이 3년의 옥살이를, 그 흔한 사면 복권 마다하고, 고스란히 꽉 채우고 나온 사람인데. 이게 가능한가.

 

그렇다. 그는 화합을 말하고 있다. 상생을 말하고 있다. 대치가 아닌 선한 경쟁으로 함께 가야 할 대한민국, 그의 꿈, 그의 이상을 적고 있다.  그는 이교도이자 흑인인 오바마를 무슬림 근본주의자로 매도하고 비난으로 야유하는 공화당 집회의 청중을 향해 존 매케인이 오바마는 아랍인이 아니며 단지 몇가지 주요쟁점에 대해 우리와 견해를 달리할 뿐이라고 뿐이라고 힘주어 강조한 2008년의 대선 연설장을 회고하며,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을 향해 온갖 비방과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진보와 보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동체를 함께 책임지는 경쟁자라는 틀 안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안희정은 이 때 느꼈던 뜨거운 전율과 감동을 독자에게 전하며 대한민국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참된 화합을 희망한다.

 

에세이 모음 형식으로 된 이 책을 저자 안희정이 주로 충남 도지사로서의 도 운영에서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체화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이상을 담고 있다.


새정치라는 국민적 허상이 만들어낸 현상 속에서 기성 정치인으로서 새정치인(안철수)의 등장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향하는 시선은 자못 자기고백적이고 솔지한 자신의 정치 철학을 대변해 준다.  국민들은 언제나 기존 정치를 혐오하고 참신한 인물을 원하지만, 새정치를 앞세우고 정치권에 들어오면 곧바로 기존질서와 기득권에 충돌하게 되고, 현실정치에 권력자가 되고 나면 기존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견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든 권력을 갖게 되고, 타협은 불가피한 것인데, 더럽지만 진흙탕 속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면서, 결국 정치는 인간 세상의 모든 탐욕이 뒤엉켜 만들어지는 타협의 장이라는 솔직한 견해를 밝힌다.

 

그의 정치관은 진보적이라기 보다는 다소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는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메커니즘을 존중하되, 대기업과 정경 유착이라는 힘의 논리로 중소기업의 자유 경쟁적인 질서를 방해하지 않도록 정부는 중재할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차분한 톤으로 납득시킨다.  노사 대립의 양상 역시, 노조가 전체 노동자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지 않으면서 소수(15%)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법적으로 회사를 점거하고 공권력이 개입하여 해결해주기를 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 세계적인 추세인 시장 개방을 통해 경제적 영토를 더욱 넓혀야 하며,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과 같은 특정 기득권 세력의 서비스업의 진입 장벽을 다양한 형태로 낮춤으로써, 경쟁력있고 다양한 고급 서비스업의 확장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과 자본의 유연성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개인 또한 국가와 기업이 자신을 평생 책임져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얼핏 들으면 오히려 보수의 주장들과 일치하는 요소가 많은 이러한 자율 조정 기능의 강조는,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장치들을 마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내보인다. 이제는 분배냐 성장이냐의 낡은 대립적 주장을 거두고, 최소한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고, 의료비의 혜택을 못받아 아파 죽지 않고, 하는 등의 국가와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의 이상은 꿈같이 환상적이고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자기 비판(당 혹은 진보 비판)적이다. 그러나 실현가능하고, 대안제시적이며, 경험과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로 그의 생각은 그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악의에 찬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빌미를 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행간에서 비쳐지는 그의 철학과 고민,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드러난 그의 소신과 원칙있는 행동은 책을 읽으면서 드러난다. 그렇다. 고인의 넋은 그의 정치 철학, 합리성에 바탕을 둔 소신 있는 선택, 정신적인 가치에 스며 있었다.

 

(* 2013년 출간 직후, 신간 이벤트를 통해 읽고 쓴 글이다. 대선 정국에 다시 읽어보려 생각해보니, 약 1년전쯤 책 정리를 하면서 요구르트 배달직원님께 드렸는데 마침 리뷰쓴 것이 남아있었다. 헌재가 내린 결정에도 불복하는 사람이 아직도 미디어를 시끄럽히는 시간동안,  나는, 삭지 않은 분노를 내려놓아야 할지, 분노의 에너지를 더 끌어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내려 놓아야 한다면 그것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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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 - 100년 동안 인류가 뇌에 관해 밝혀온 모든 것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박인용 옮김, 정용 감수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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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 늙어 죽기 직전까지 다른 그 무엇보다도 피하고 싶은 질병이 있다면 단연코 자신을 서서히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비롯하여 뇌졸증, 파킨슨 병 등의 신경 손상일 것이다. 한 개인을 전우주를 통해 철저하게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뇌이다. 다른 장기들은 대체가 가능해도 나지만, 기술이 가능하여 만일 뇌가 교체된다면, 더이상 나는 나일 수 없다. 우리는 뇌를 통해 생각하고, 움직인다. 뇌는 신체를 인식하고 자신을 의식하며 세상을 인지하고 성격을 만들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 뇌의 활동은 자아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다.


생각하고 사고하고 말하고 계산하고 느끼고 하는 것은 모두 뇌의 작용이다. 아이들도 아는 이 간단한 사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이 굳건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영혼은 물질과 따로 있다는 류의 그런 주장은 아무리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한다고 하더라도 신뢰가 되지 않는다. 뇌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지만 뇌와 정신이 떨어져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오라기만큼도 재생가능한 근거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고 과정은 뇌의 작용이다. 

뇌과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50가지의 키워드 속에 응축한 뇌 사전이다. <뇌와 자아>, <사고 과정>, <역동적인 뇌>,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 <도그마를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도전>의 6개 파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고, 앞의 <뇌와 자아>, <사고 과정>, <역동적인 뇌>은 포괄적으로 뇌의 역할과 인간의 사고 작용에 관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고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은 기초적인 뇌구조와 생물학적 뇌 지식을 제공한다. <도그마를 벗어나>는 최근 뇌의 연구에서 밝혀진 성체 신경형성과 후성유전, 디폴트 모드, 뇌파 진동, 예측 오차 등을 다룬다. <새로운 기술과 도전>은 최근 뇌과학의 동향과 새로운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허와 실에 대해서 다룬다.

뇌과학이 일반인의 관심을 많이 끌면서 심리학과 행동과학과 관련된 도서에서도 뇌과학의 일부 사실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은 이렇게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들이 하나의 책에 망라되어 있어서 통일된 통합적인 시각으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부풀려져 있는 특정 지식들에 대한 학계의 여러가지 반응들과 최근의 실험에서 나타난 사실들을 매우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참고 서적으로서 유용하다.

사고과정은 뇌의 작용이다. 우리의 주변은 온갖 사건으로 가득차 있지만, 뇌의 활동중 매우 짧은 어떤 순간에는 하나의 일만을 처리하는 것으로 여겨지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쓸모없는 잡음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혼동만이 존재할 것이다. 고릴라가 지나가는 동영상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뇌는 필요한 것에만 집중함으로써 인간답게 생각하는 사고가 가능하다.

기억은 사고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흔히 알고 있듯 1960년대에 제기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라는 두 단계의 작업모형은 아직까지도 유효하지만 현재의 발전된 모델이 설명하는 시각에 의하면 너무 단순하다. 기억은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뇌 구조가 작동하며, 기억 형성과 회상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은 해마가 관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을 떠올리는 데는 전두엽 피질의 관여도가 점점 높아진다. 기억의 종류는 서술기억, 일화기억, 절차기억, 의미기억, 공간기억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렇게 구분된 기억의 활동은 뇌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시냅스 강화라는 활동이 관여하는데, 기억의 형성과정은 시냅스 강화 활동인 '기억 흔적'이 장기기억장소로 옮겨져 '응고' 과정을 거친 후, 이 기억흔적은 몇분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재활성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장기기억저장소에서 불러내 강화하는 과정은 '재응고' 과정인데, 불러낸 직후의 기억흔적이 불안정해져서 잘못 수정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

과잉기억증후군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증상인데 보고된 건수가 수십건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하다. 축복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뛰어난 기억은 일상생활을 방해할만큼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정확하게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는 상태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경험을 재구축하는 자전적 기억의 한 작용인데, 이러한 미래와 기억의 연관성에 의해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은 새에게도 있음이 보고되었다. 불규칙한 아침 식사가 주어지는 새들은 잣(먹이)을 모아두더라는 것이다.

<역동적인 뇌>에서는 성인이 되면 뇌세포가 퇴화한다는 기존의 학설을 깨고 전전두 피질이 20대 후반까지 계속 성숙한다는 놀라운 발견과 함께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 가지치기에 관여한여 바람직하지 않은 시냅스가 제거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발견, 그리고 동물의 연구를 통해 신경 형성이 성인이 된 후에도 꾸준하게 일어난다는 발견을 통해 오용되고 있는 신경가소성의 실체를 설명한다. 희망적으로 볼 때에는 동물 연구에서 보여준 희망적인 성체 후의 신경 형성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면 좋겠지만, 그 무수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로운 가지돌기가시를 만들어내서 신경세포들이 새로 연결하는 과정을 인간에게서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의학계 소식을 전한다. 이 신경가소성이란 유행어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갖가지 신경학적 현상을 설명하는데 이용되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학습과 기억은 분산된 신경세포망에서 이뤄지는 시냅스 강화와 연관되어 있지만, 시냅스 가소성은 다른 여러 이유로도 폭넓게 뇌 전체에서 일어나며 뇌가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능력은 나이 듦에 따라 쇠퇴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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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1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뇌에 관해 관심이 많습니다. 리뷰를 보니 이 책 재미있어 보입니다. 평점 별 3개 주셨는데 어떤 단점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CREBBP 2017-03-14 15:07   좋아요 1 | URL
하하 걸렸군요. 제가 사실 별 네개를 줬다가, 세개로 깎았는데, 요즘들어 제가 별 세개 준 다른 서적과 비교해볼 때, 세개가 더 공평하다고 생각되어서였습니다. 내용은 잘 정리되어 있고, 편집도 깔끔한데, 딱히 (제게) 엄청나게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고,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라는 틀 내에 있는 평범한 책이라는 생각에서 별 세개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네 개 정도라고 해도 적당한 것 같구요. 때로 별점을 좀 차별화시켜야 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일관성이 없어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ㅎ
 














1260쪽에 8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책을 갖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착한 가격이다.  2011년 출간되었던 해럴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 (백년후) 는 절판 중이었을 때 중고 판매가가 20만원에 육박했다. 


전공이 요리도 아니고, 그런 책이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나는 신간 정보로 이 책을 접하고 바로 주문했다. 그동안 음식과 요리에 대한 갈증에, 이책 저책 두서 없이 읽어왔지만, 가격과 두께로 뿜어내는 이 책의 포스는 이러한 갈증을 잠재우기 충분하다. 음식에 관한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백과사전이 다루지 않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일상적인 정보도 다룬다. 책이 다루는 주제는 세계 모든 장소와 역사에서 흔하게 먹어왔고 계속해서 소비되고 있는 기본적인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내용들이다. 1장이 우유와 유제품으로 여기까지만 읽었는데, 우유 하나만 해도 포유류 젖의 유전적 발생부터 생리학적 화학적 영양학적 특성, 살균 방법에 따른 맛과 성질의 차이, 수많은 종류의 유제품의 전통적 유래와 현대적인 제조 방법까지, 거의 모든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8만원에 가까운 책 가격이 사악하여, 고민하였지만, 절판시의 중고가격을 보면 책의 가치를 말해준다. 전통적으로 버터와 치즈와 요구르트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가 슈퍼마켓 매대에서 구입하는 제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거의 일반적 사이즈의 책 한권이 커버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가 빽빽하게 들어있다. 과연, 요리사들과 요리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성경과도 같은 책이라고 하지만, 요리와 음식이라는 게 일반인의 일상생활에서도 가장 가깝게 접하는 일상이기에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쉽지 않은 소중한 정보라는 판단이다.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된 비슷한 류의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동아시아 장의 역사와 계보'라는  부제가 붙은 이한창님의 《장보》라는 책이다. 분류는 동양사에 속해 있는데, 주제는 장이다. 90세가 가까운 저자 이한창 박사가 '일생을 걸쳐 연구한 장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고서들을 뒤지고 뒤져, 장과 관련된 자료들을 추려내었다고 하는데, 미리보기가 없어서 한 줄도 읽어볼 수가 없지만, 출판사 소개글에서 인용된 몇몇 줄을 보면, 방대한 고대 문헌들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장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면서 동시에 근거가 분명한 문헌 속에서 장의 유래와 이용을 찾아온 흥미로운 책이라고 여겨진다.  한자가 많아보여 걱정은 되지만, 절판되기 전에 구입해두고 싶은 목록 1위로 등극이다.


근 읽은 음식에 관한 인문 과학 책들이다. 미각의 비밀은 지난 달에 나왔고, 음식의 언어와 맛의 천재는 1~2년 정도 되었다. 맛의 천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음식 약 10가지 정도를 택해 그 유래를 찾아 떠나는 역사와 공간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로마시대 때부터 이어오는 풍부한 문헌을 바탕으로, 피자와 스파게티 등 현재 우리가 즐기는 이탈리아 요리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와서 어떻게 변화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탐험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음식의 언어는 맛의 천재의 세계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어와 음식의 변천을 함께 연구하면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음식이 언어와 함께 변화해온 과정을 탐구한다. 미각의 비밀은 미각과 관련된 잡다한 유전, 싱리학적 화학적 지식들을 총망라한 책이다.
















국내 저자가 쓴 책들도 많이 있을텐데, 읽은 것 중 생각나는 것은 두 권이다. 요리책쓰는 선비 술빚는 사대부는 그나마 전통을 지키는 종가집을 찾아다니며 전해내려오는 종가 음식을 취재한 것으로 앞의 책들에서 제공한 것과 같은 넓이와 깊이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한국 맛집은 맛에 대한 작가(미식가)의 생각과 가치관이 반영된 맛집으로, 그악한 시대에 자극적이고 그악한 맛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진정한 식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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