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이나 임신 초기가 아니 불과 한달 전 만해도 이렇게 예정일을 일주일도 안남긴 상태에서는 누워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운동을 해야지 결코 누워만 있으면 안된다는 것도 알았고 실제 누워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냐 것도 아니다.
가만 있거나 운동을 하면 내 안의 생각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조마조마 해지거나 설레이거나 두렵거나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태어날 아기를 안고 있을 생각하면 신이 나다가 그 아기를 어떻게 목욕이나 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면 걱정되나가 아기 낳을 때 아프다던데 하면 겁이 나서 우울해지고 갑자기 옆지기가 얄미웠던 때까 떠올라 눈물까지 나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뜨게질에 거의 열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거의 마지막일 거라 생각한다.)
금요일부터 복이 조끼를 뜨기 시작했는데 월요일날 완성하는것이 내 목표다. 그건 엄청 빠듯한 목표여서 밤먹고 자는 시간 외엔 모두 뜨게질 중이다.
얼마전 까지 막달에 뜨게질하는 임산부에게 그렇게 뜨게질하거나 팔을 많이 쓰면 아기 낳고 팔이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한대요 하며 그냥 쉴것을 권유했던 나.
그건 실제 들은 경험담이었고 나 역시 그냥 쉴 생각이었는데 그 어떤 임산부보다 아주 빡세게 뜨게질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주먹이 안쥐어지고 팔이 아프지만 시간도 빨리가고 조마조마한 마음도 조금은 사라지고 담담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한가지 걱정되는 건 혹 예정일보다 빨리 낳을까 하는 걱정.
옆지기가 복이야 빨리 나와라
라고 말했는데 나는 안돼 복이야 조끼 다 뜨면 나와야 해
라고 말했다. 대체 이런 맘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남들은 빨리 나와라 하는 판에 조금더 참아라라니. 이런 맘을 아기가 알면 정말 내려올 생각을 안할지도 모르는데.
복이가 오해하는 건 아닌지.
"엄마는 나를 보기 싫어하나봐" 하는 오해.
절대 아니다. 절대 절대.
다만 임신 기간이 끝나갈 수록 안타까움이 드는건 왜 더 많은 복이 옷을 못 떴을까? 기껏해야 복이 옷은 여름용 세개. 모자 두개. 것도 여름용.
나보다 예정일 이주 뒤인 임산부는 벌써 아주 어러개의 아기옷을 떠놓았다. 주로 돌 즈음에 입을 수 있는 옷들인데 아기 한복에서 시작해서 정말 너무 예쁘다.
거작은 아니더라도 하나쯤은 털실로 짠 옷을 만들어 주고 복이를 맞이하고 싶다. 또 복이를 낳으면 거의 뜨게질을 못하리란 생각이 더욱 그런마음을 들게 하는지도.
시아버님 조끼와 신랑 가디건도 떠줄걸. 하는 후회.
요즘처럼 잠도 안오는 때 두려움을 잊고 시간을 보내기엔 정말 뜨게질이 딱이다.
오늘 조끼를 거의 완성해서 내일 마무리 하고 정말 칼같이 예정일에 복이를 만났으면 싶은데
예정일에 아기를 낳는 것은 5%정도라나.
병원선생님과 간호사들의 표정을 살펴보았을 때도 웬지 좀더 늦을 것같은.
12월에는 혹시 아기가 빨리 낳을까봐 복이야 1월에 보자 했었고 지금은 복이야 조끼 다뜨면 보자 하니 우리 복이 삐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도 몸무게도 작게 나가는 우리 복이 좀더 살 오르고 튼실해져서 나오면 더 좋겠지 하며 나를 위한 위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