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 했을까 아니야 아니야
일하러 나가던 곳을 그만 나가기로 했다.
5일 나갔다.
5일이라
지난 금요일부터 아니 어쩌면 첫날부터 나는 너무 참기 힘들었다.
나는 출판계에 어느 정도 경력있는 편으로 10년 경력자를 뽑아서 갔고
걸맞은 대우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살다살다 정말 이렇게 치떨리게 자존심 상해보긴 처음이었다.
변명이라 해야하나
변명과 하소연 비슷한 걸 해본다.
시간에 따른 눈치-나는 그냥 윤문 리라이팅 알바로 9시반에서 6시반까지 근무로 나갔는데 그 회사는 날마다 야근 나 혼자 퇴근하면서 어찌나 눈치가 보이는지 아이때문에 가야하는데도 미안해하며 사정하듯 해야 했다.
처음부터 야근 가능자를 뽑던가 아니면 자기들은 야근한다는 말이라도 하던가
점심시간 자유 없음-점심 시간은 12시 30분부터라 했다. 하지만 이사나 팀장이 12시 40분이나 50분즈음 밥먹자 혹은 밥 시키자 해야 모기소리로 네하며 조금씩 엉덩이를 들썩였고 뭐 먹을까하면 모두 입을 다물다 팀장이나 이사 가잔데 가서 오물오물 말없이 먹는다 난 매번 체했다.
전화 받기 어려움-출근 이튿날 난 하루를 통틀어 6번 정도 통화했다. 것도 내 핸드폰으로 사무실밖에서. 그 사무실은 번호기 잠금으로 되어 있고 화장실도 안에 있으며 안에는 모두 말도 없이 일만. 그런데 밖으로 불려 나가 너무 한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 뒤 삼일째 난 어린이집에서 거려온 전화도 받을 수 없었고 간단 문자로만 연락가능했다. 회사 생활을 그렇게 하면서도 이런 경험 처음이다.
일에 대한 자존심-가장 나를 긁은건 자존심이다. 난 거기서 줄거리 요약하는 글만 썼다.기본 원고를 요약하는 일이었는데 14줄이나 15줄을 맞춰야 하고 그안에서 원고에 있느느 내용 없는 내용을 조절해 넣어야 한다. 가슴아팠던 말들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기본이 있는 거예요? 이거 언제까지 읽어야 해요?(시간을 묻는 말 아님)
나는 부들부들 떨다 그만 나오겠다 말했다.
절대 욱하지 않았다.
거길 나가려고 태은이를 어린이집을 보냈고
아이는 엄마 잃은 상실감으로 아프고 헛소리까지 한다.
부하직원도 다뤄보고 팀도 운영해 보고 원고 발주부터 기획까지 안해 본 일이 없는데 나는 마치 스무살 고졸 알바가 된 느낌이었다.
하물며 명함 한장 안주고 소개도 안시키니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게 더 자존심 상한다.
게다 내가 한 일은 그 원고가 그대로 실리는 게 아니라 외주 발주 한곳에 임시로 보라고 넘겨주는 원고란다. 어이가 없다.
적은 돈에 점심도 사먹어야 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에 가까워서 출근 시간이 좀 늦어서 나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정말 잘 해보려 했다.
그 출판사엔 내가 쓴 책이 두권이나 있고 앞으로도 또 쓸 수 있을 테니 정말 잘 해보려 했다.
하지만.
팀장한테 그만 나오겠다 말하며 더 자존심 상하게 눈물이 펑펑 났다.
팀장 미안하다 하며 하루만 더 나오란다.
그래서 내가 하던 일을 마무리 지어달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사람 없고 대신 할 사람 언제 구할지도 모르고 그래도 하던 일이니 하루만 더.
결국 사과의 이유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내일 나갈 수 있다면 그만 두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해서 단 한줄도 글을 쓸수 없게 만들어 놓고
자기네 원고에 있는 대로 써놓았는데 비문이라 하거나 추상적인 단어라 하여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내 스스로 위로 하지만
나는 그정도 대우를 받을 만큼 능력없거나 경력 없는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비참하다니 하며 지하철 타고 가는데도 눈물이 났지만
태은이 한테 미안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라면 참아야 했지만
아직 그래도 난 자존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