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난 참 우울했었다.
그냥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우울증인가
하다못해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죽어버리면 내 아이는.
결국 우울속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그건 내 속마음이고 겉모습은 아주 생각없이 사는 아줌마다.
고기 사서 고기구어먹으며 행복한 저녁한때를 보냈으니.
금요일
새로운 책의 계약건으로 논현동에 있는 출판사에 갔다.
기획자가 따로 있는 책의 원고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그래서 인세도 겨우 3% 만원짜리 책 하나 팔면 내게 300원이 들어오는셈.
요즘 처럼 책 안팔리는 때에 내가 잘하는 짓인지.
차리리 매절로 하는게 낫겠다 싶으면서도 그래도 잘 팔리길 하는 작은 희망을 갖고 출판사를 향했다.
따로 회의실이 있어 편집부엔 들어가지 못했는데 얼핏 한 가운데 앉아 있는 분이 낯익다.
아주 많이.
누구지?
어디서 본 사람이지?
편집담당자에게 어서 많이 본분같다고 하니 센스있게 내게 부장님이라며 소개해 준다고 한다.
사실 많이 본듯한 사람은 어디든지 있는데 오바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맞았따.
내가 21살때 시나브로라는 시동인 활동을 했었고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그때 꼬박꼬박 한달에 한번 만나 오프라인 모임을 했다.
가족갖고 친척같아진 모임.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모임이 끊어지고 각자 삶으로 돌아갔는데 바로 그떄 함께 모이던 분이 그 출판사 부장님으로 계셨던것.
이건 정말 생각보다 훨씬 반갑고 내가 잊었던 나를 찾는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시를 썼었지.
그떄 참 시쓴다고 토론하고 충무로와 종로 거리를 거닐며
노래하며 술도 마시고 웃고 밤새 시로 고민하던 그때.
그분은 아직도 시를 쓰고 있었다,
치열한 출판계
그것도 이름있는 출판사의 부장으로 어떻게 아직 시를 쓰세요 했는데 다시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 쓴시라고 보여주는 ~
그 시가 좋고 나쁘고 작품성이 있고 없고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한참을 이야기 나누고 돌아오는 길.
다시 그떄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그때.
가진 게 많다고 느끼지 못했던 그때.
많이 묶여있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던 그떄.
나는 지금에 비해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는 떄였던 걸 십육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꺠닫는다.
그래도 그 일로 나는 다시 희망이 생기고 웃음이 번졌다.
하후하루 줄다리기하는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