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잠실 ‘영토확장’ 중소서점 “울상” [06/02/20]
3000평 규모의 교보문고 잠실점이 22일 개점하기로 함에 따라 인근 중소형 서점들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서점연합회(서련) 송파지구 조합(조합장 김동욱)은 20일 임원회의를 열어 “교보분점이 들어옴에 따라 같은 상권안의 중소서점들이 존폐 기로에 섰다”면서 자구책으로 20~30% 할인판매를 하기로 결의했다.

교보문고 잠실분점은 잠실 사거리 롯데캐슬플라자 지하 1층 3000평 규모로 20만종 40만권의 도서를 갖춘 서적공간 외에 문화이벤트와 휴식을 위한 공간(티움), 북카페, 어린이 및 유아를 위한 키드스 가든과 수유실을 구비했다. 25년 만에 11호점을 연 교보는 이로써 서울에만 광화문점(2704평), 강남점(3600평)에 이어 초대형 점포 3개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서점에서는 새 문화와 트렌드를 소개하는 ‘편집매장’을 운영하며, 원하는 책이 어느 서가에 있는지까지 검색이 가능한 도서검색대와 고객과의 일대일 맞춤상담을 하는 북마스터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서련 송파지구 이진표 총무는 “교보 잠실점의 영향권은 송파구, 광진구, 분당 성남 일대”라면서 “손님들이 교보로 쏠리면서 송파구, 강동구 일대 서점이 직접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구책으로 지역서점들이 자율적으로 20~30% 할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송파, 광진 2개 구에서 적어도 15개 서점이 폐업 또는 전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분점에서 300여미터 떨어진 15평 규모의 중앙서점 김동욱 대표는 “장님 제닭 잡아먹기이긴 하지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지구조합의 결의에 따라 할인 판매를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독자들이 편할 지 모르지만 동네서점이 문을 닫게 됨에 따라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먼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하고 “정부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는 일을 구분해서 교보같은 큰 기업이 영세 자영업의 영역을 빼앗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름 밝히길 꺼리는 한 서점의 대표는 “2003년 교보 강남점이 열면서 가까이 있던 1000평 규모의 진솔문고가 1년만에 폐점했는데 교보 분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 남상호 홍보팀장은 분점 개설이 “기존의 시장을 뺏기보다는 가족단위의 고객 등 새로운 독서수요를 창출한다고 본다”고 말하고 “2001년 부산교보 개점때 지역서점의 반발이 있었지만 그 때문에 문을 닫은 서점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교보가 진출한 영남권은 도서시장이 활발한 반면 교보가 없는 호남지역은 침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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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일하는 엄마 [06/02/21]
집에 들인 지 3년된 벤저민 화분이 깡통 장식에 울긋불긋해졌다. 줄곧 한자리에만 두었더니 모든 가지가 햇빛을 좇아 한 방향으로만 내뻗었다. 물을 채운 청량음료와 맥주 깡통에 끈을 매 가지에 달았지만 모양을 잡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 듯하다. 아이는 뒤늦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마냥 신났다. 이렇게 부산떠는 건 텔레비전에서 살림을 잘 하는 주부들의 집안을 들여다본 때문이었다. 분위기 있는 카페 같은 집과는 거리가 한참 먼 방 안을 둘러보자니 성이 잔뜩 난 벤저민 화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아이의 주문이 늘었다. 누구 엄마는 영어 책도 같이 읽어주고 그림도 같이 그려준다,누구 엄마는 맛있는 간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준다. 그러더니 며칠 전에는 두 팔을 허리에 붙이고 “난 크면 일하는 엄마는 안 될거야,집에서 살림만 할거야”라고 말해 가족을 웃겼다. 평생 집과 직장 사이를 종종거린 엄마는 물론이고 지금껏 직장을 놓지 않았던 여동생과 나는 집에서 살림만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상상을 해보았다.

지난주에 O선생과 차를 마셨다. 인터뷰 요청을 해온 잡지사는 제2의 창작을 시작하는 선생의 근황과 더불어 주부이자 소설가로서의 그간의 고충을 한 번 써보자고 했다. 갓 서른을 넘긴 아들과 이십대 후반인 딸의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십육 개월 터울로 연년생이나 다름없는 고물거리는 아기들을 업고,안고 소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젊은 선생의 모습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차를 다 마실 무렵에야 잡지사의 편집장이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날은 그녀의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었다. 오늘도 오지 않으면 다시는 엄마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치러지는 졸업식을 보느라 학부모들이 복도에 늘어섰는데 아이가 가끔 복도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녀는 손을 흔들면서 눈도장을 찍었노라고 했다. 그러더니 조금 풀 죽은 목소리로 “늘 아이한테 미안하죠” 했다. 그녀의 심정을 알고도 남는 선생과 나는 말 없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그리고 밥하기 싫어 울었다는 선생의 글에 공감하며 웃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곧잘 놀이방에서 어린아이를 찾아오는 직장 여성들을 만난다. 저녁 때가 다 지난 시간이다. 그녀는 집에 들어가 늦은 저녁을 때우고 아이를 씻기고 부족한 잠을 잘 것이다. 한 젊은 평론가는 아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 좀 늦은 귀가에 아기를 돌보는 아주머니는 성화하고 그녀는 아기를 잠깐 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 면에서 집이 곧 일터였던 내 경우는 행복한 편이었나? 소설을 쓰다 밥을 안치고 찌개를 끓이고,밤을 새운 날 아침 아이가 체육 시간에 쓸 훌라후프를 놓고 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학교까지 뛰었다. 아이가 우산이나 실내화 주머니를 잃어버리면 아이를 앞장세워 학교 주변을 뒤졌다. 그리고 짬짬이 소설에 몰입해야 했다. 비가 오는지 몰랐다가 부랴부랴 우산을 들고 학교 쪽으로 뛴 적이 있다. 아이는 코트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비를 맞으면서 걸어오다가 나를 보고는 씩씩거렸다. “엄마 미워,다른 엄마들은 다 학교 앞에서 기다렸단 말이야!”

6,7년 전쯤 소설집을 냈을 때 한 기자가 기사 말미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앞으로 이 주부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그때는 소설가 앞에 여성,여류라는 단어가 붙는 것도 끔찍하던 때라 이 새로운 단어에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미 그때 그는 주부로서의 글쓰기,일하는 엄마의 고충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남자였음에도 말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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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할때는 운동에 대한 생각만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침 헬스클럽에 가서 런닝머신을 하는데 순전히 런닝머신만 하기가 힘들다.

지루하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벌게진 내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시간 계기판을 보면 시간은 왜 그리 더디 가는지.

참 이상하게도 한 30분이 지나면 40분채우고 싶고 40분 채우면 50분 그러다 한 시간을 채우는데 문제는 10분에서 20분 사이가 고비다.

중간에 내려오고도 싶고 30분까지만 버티자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방법이 책을 읽으며 런닝머신을 하기로 했는데 책 한권 다 읽을 때까지 내려오지 않기로 했다.

오늘 읽은 책은 바로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은 성공이었지만 사실 그 책은 그렇게 런닝머신하며 신나는 음악 속에서 읽을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책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좀더 재미있게 런닝머신을 할 방법을 찾던가 아니면 인내심을 기르던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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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비를 보며 런닝머신을 하세요!

하늘바람 2006-02-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는 헬스클럽은 런닝머신앞에 티브가 없어서요. ㅠㅠ

마늘빵 2006-02-2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구운동도 재밌는데

하늘바람 2006-02-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구운동에는 쉽게 도전하게 되지 않네요. 사실 헬스를 가면 이ㅐ저래 두서너시간가게 되어 오전이나 오후가 금세 가버리더라고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구판절판


내가 어른이 되고, 늙어 가도 너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아직 덜자란 소년으로 남아있겠지. 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너는 그렇게 풋풋한 소년으로만 남아있겠지. -35쪽

저 지옥! 저러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단지 이 아이들은 비겁하고 소심하고 타협적인 것이다.
지난 학교의 아이들은 배짱이 있었다. 그래서 때릴 테면 때려라, 나는 자야겠다고 나왔던 것이고, 아이들이 모두 그러자 선생쪽에서 항복하고 만 것이었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졸음이 안 오는 애들이나 열심히 들으면 된다. 선생님도 그런 애들만 신경쓰면서 가르치는 쪽이 훨씬 더 보람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가? 모두들 지옥처럼 졸음의 고통에 싸우면서 오직 매가 두려워 안 자는 척 기를 쓰고 있다. 하긴 나라도 먼저 배짱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사실 나도 그런 일을 시작하기가 귀찮았다. -50쪽

엄마는 늘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가 너를 안때리고 키운것은 매를 무서워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않아서야.
그런데 내가 매를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으로 자라난 건 엄마 때문이 아니었다. 맞지 않고 자란 나는 오히려 매를 무서워해서 어린 시절엔 그야말로 소심한 모범생이었다. 언젠가부터 그 생활에 손을 딱 놓고 뻔뻔하게 나가기 시작하자 학교는 내게 매타작을 하기 시작했고, 사실 나는 그 매타작에서부터 매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51쪽

내가 생각할 때 사랑에 있어서도 우정에 있어서도, 타이밍이란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타이밍, 즉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일 때 상대를 만나는가?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우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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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나는 아주 깜짝 놀랐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보았다.

이경혜 선생님

나는 이경혜 선생님을 그림책 번역으로 만났다. 사실 만나지 못했고 메일한두번 전화 통화 한번이었다.

그래서 이경혜 선생님은 기억도 못하실 거다.

당시 그 그림책은 꾸꾸의 꼬마비행기라는 프랑스 그림책이었는데

책이 나오기 전 컬러프린트한 종이를 보내드렸었다.

혹시 고칠게 있으면 알려주십사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림이 너무 예쁘니 이 컬러교정지를 가지면 안돼냐고 하셨다.

나는오히려 미안했다.

그럴줄 알았으면 더 좋은 종이에 프린트 할것을.

그렇게 여리고 소녀스런 목소리로 이경혜 선생님을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유화 풍의 표지와 제목에 나는 한동안 책을 사지도 읽지도 못했다.

어릴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나 청소년기에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생각이 너무 강해서 우습게도 유서를 써 본적이 있다.

그런데 그 유서라는 것이 참으로 좋은 자살충동 치료법이다.

유서를 쓰다보면 나를 위해 슬퍼하는 사람들 얼굴이 떠올라 울다가 차마 죽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죽었다니.

청소년시기에는 성장통이 있다

몸보다 마음이 아프다.

사춘기라 웃기에는 나는 떨어지는 낙엽이 너무 슬펐다.

시드는 꽃도 너무 허무해 보였다.

짝사랑하는 선생님 때문에 가슴아파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름다울지 모를 일들이 그땐 온통 아프기만 했다.

그리고 정말 죽은 같은 학년 친구가 있었다.

친하지도 않았고 반도 멀어 얼굴도 가물거렸다.

그런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동안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은 서로의 성장통에 부대끼며 가슴아파하고 또 그렇게 위로를 받는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나는 내가 만약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든 과정을 겪으며 글을 완성시켜 주신 이경혜 선생님이 너무 대단해 보인다.

슬픈 것이 모두 낭만적인 것이 아니듯 죽음은 낭만적이지 않다.

이땅에 죽어간 아이들을 아파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살아있어서 그래서 숨쉬고 있어서

그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낭만적이다

라고 일일이 편지를써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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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2-2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부터 신선했어요. 이경혜님이 번역한 그림책이 뭐죠? 읽고싶어지네요^^

하늘바람 2006-02-2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꾸의 꼬마비행기라는 그림책이에요. 이자벨샤를리라는 작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