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새
색깔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다. 처음엔 참 예쁜 그림책이구나 그 느낌으로 시작되었는데 읽다보니 나무의 마음이 참 아름다웠다.
2월 중순, 겨울 풍경이 아직 흔적을 남기는 시간들이다.
곧 봄이 되어서 마른 나무 가지에 연두빛 잎이 나겠지.
한참 들여다 보니 마음도 풋풋해진다.
이 그림책은 나무와 새에 대한 이기지만 나는 나무가 주인공같다.
요즘 나는 나무에 빠져있다.
새삼 나무? 라고 할만큼 나무는 얼마나 우리에게 가까웠는가?
그럼에도 미처 몰랐던 게 있었다.
바로 나무는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다.
나무는 한시도 쉬지 않고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머물러 정지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날아온 제비는 나비에게 종알거린다.
나무는 날개가 있어서 포르르 날아가는 제비가 당연히 부럽다,
그림 속 제비는 철없으면서도 해맑아 보인다.
나무와 새 그림책에서 내가 가장 아름다워서 감탄한 장면이다.
나무의 세상을 날아가는 새.
나무의 눈길을 받으며 날아가는 새.
아름다운 자연
참 아름답다.
나무를 찾아 여우와 오고,사슴이 오고, 다람쥐가 찾아온다.
자신이 마치 머물
기만 하고 다가서지도 못하는 느낌이 드는 나무는 답답하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뿌리박혀 움직일 수 없음은 탈출할수 없음으로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을 찾아온 생명들을 따라갈 수는 없으나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이 편하게 대해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가을이 가고 눈이 오고, 눈이 내릴 때 침묵도 따라 내린다.
그림책 속 글이 참 곱고 따라 쓰고 픈 글이다.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 나무가 이따금 다람쥐와 같은 꿈을 꾸듯 몸통을 지나 가지 끝까지 전해지는 작은 떨림을 느낀다니~.
감탄이 절로 난다.
새는 다시 찾아와서 바다 이야기, 아프리카 이야기, 신기한 바오밥 나무, 삼나무 아까시나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나무는 조용히 듣죠.
다른 말은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는 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나조차도 그런 적이 드물다.
요즘 밤에 잠드는 게 싫어서 늦게 자다보니 수면의 질이 안좋다. 그럼에도 아깝다. 별이 빛나는 고요한 시간 깨어있다는 행복.
숲 속의 밤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인간의 두려움이 없다면 고요하고 아름답고 신비함.나무는 누구에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나무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해 답답하거나 날지 못해 안타까운 건 우리 생각일 뿐이다.
세상은 저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어.
나는 세상을 듣고 세상을 느껴.
여기가 바로 내가 있을 곳이야.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아.
요즘 나무를 보면 메마른 가지가 아니라 통통하게 물이 오른 느낌이다. 싹을 내밀 준비, 봉우리를 피울 준비를 추운 겨울 하고 있었다.
곧 다가올 봄,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탐색하며 읽을 그림책이다.
바위를 뚫는 나무의 힘을 믿고 그 기운에 힘입어 그의 말을 듣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어느 책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하루도 같은 날은 없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