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2024년 2월,이야기를 시작하다. - scott
'산산이 부서진 담론, 파괴된 논설이라는 알리바이를 지니고 우리는 단상을 규칙적으로 연습하기에 이른다. 그러고는 단상으로부터 '일기'로 미끄러져 들어 간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일기'를 쓴다고 할 수 없는 지점은 어느 지점인가?'-롤랑 바르트​매일 아침 스마트 폰의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뜨면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반 쯤 뜬 눈으로 여기 저기 화면을 터치 하면서 몇 분의 시간을 흘려 보낸다.​ [뇌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뇌는 서로 다른 두 기능 상태, 즉 깨어 있는 상태로 의식을 유지하느냐, 아니...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구름모모
두려움이 무엇인지 직조된다. 그리고 두려움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각인시킨다. 지성의 의미를 <소설보다 겨울:2023> 소설에서 이해하면서 이 작품에서도 다시 무한한 지성을 마주한다. 시간을 정복해 줄 지성이며 공간마저도 정복해주는 지성을 찾게 된다. 패배하지 않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지성을 쌓는 작업은 손쉬운 일이 아니다. 빨리감기로 영화를 보고 줄거리를 남의 것으로 이해한다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책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마저도 지루해한다. 짧은 한 줄 읽기, 짧은 세 줄 요약이 대...
 
1월 독서목록 - Yujin
1. 태양을 바라보며(줄리언 반스, 신재실 역. 열린책들. 2005. 312쪽)https://blog.aladin.co.kr/yujin/151935732. 어느 날의 나(이주란. 현대문학. 2022. 132쪽): 아마도 작가 자신의 특징이지 않을까 싶은 차분한 문체가 좋았다. 작은 빌라에서 함께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 작은 방에서 따로 또 같이 월세를 나눠 내며 지내는 소소한 3개월간의 기록이다. 큰 사건도, 위기도 없이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산책을 하고 같이 아는 지인과 잠깐 여행도 가고... 그 차분함이 정말 좋았다. 물론 한...

<도즈워스>위선으로 가득한 이 부부를 어쩌란 말이냐! - 은하수
징글징글하고 위선적이며 속물적인 이 부부의 짜증나는 이야기를 나는 왜 계속 읽고 있는가...교양 있는 척,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지만 정작 진정성 있는 사람들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내치며 잰체하는.. 이 부부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여행지가 런던에서 파리로 바뀌고 환경이 바뀐들 뭐가 달라질까. 이들의 여행의 끝이 어디도 향하게 될지 보이는 듯 하지만 혹시 또 아는가... 다른 결말이 있을지...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젊은 시절 일에만 빠져 정신없이 살다 이른 은퇴를 하고 이제 아이들도 다 컸겠다 시간도 많고 돈도...

서점 -쿠알라룸푸르2 - 다락방
책을 샀다.월요일이니 책탑을 올려야 하지만, 책탑 사진은 없다. [미국을 노린 음모] 때문에 급박하게 질렀다. 당장 쿠알라룸푸르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이 없었던거다(응?). 내게는 언제 받았는지 모를 <올 어바웃 필립 로스>가 있었는데, 며칠전 책상 정리하다가 그거 보고 버려야지 하고서는 버리기 전에 한 번 보자, 하고 읽었다가 미국을 노린 음모가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게 아닌가! 그래서 당장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을 사자! 하고는 급박하게, 정말 급박하게 질렀다. 그렇게 여행 전에 도착했고, 여행에 가져갔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 단발머리
계획이 없는 사람이기는 한데, 원래 계획으로는 이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리라, 잘 정리된 리뷰를 쓰리라 했는데, 그렇게 했다간 아무것도 못 쓸 것 같아, 일단 1장을 정리해 둔다. 1장의 제목은 <고통의 우연성>이다. 도입은 ‘지뢰 제거 사업’의 후원자를 모으기 위한 소식지의 일부이다. 발신자인 자선단체는 사회경제적 관계로 인해 고통 당하는 이들을 후원하며 돕는 ‘훌륭한 일’에 서구의 ‘독자’를 초대한다. ‘착하고 선량한’ 시민으로 ‘행세’하려는 이들에 대한 사라 아메드의 평가는 박절하다. ‘서구는 먼저 빼앗고 난 뒤에...

청년 노동을 다룬 책 - 꾸준하게
『대리사회』라는 책으로 알려진, 지금은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북크루>를 경영하고 있는 김민섭 작가가 말했다. '노동하지 않는 몸에는 힘 있는 언어가 쌓이지 않는다' 라고. 물론 전업 작가도 엄연히 집필 노동자이자 생활인이지만, 집필과 직결되지 않은 노동을 글쓰기와 병행하는 작가들의 언어에는 전업 작가들의 글과는 다른 또 다른 단단함이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었다.《뉴요커》기자 패트릭 브링리가 자신의 결혼식날에 형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그때 받은 충격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경비원으로 입사하면서 ...

추리소설 3대 기서로 철학하기 - cyrus
기서(奇書)는 ‘내용이 기이한 책’이다. 내용이 어려워서 읽기 힘든 책을 뜻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잘 아는 ‘일본 추리소설 3대 기서’가 있다. 오구리 무시타로(小栗虫太郎)의 《흑사관 살인 사건》(1934년), 유메노 큐사쿠(夢野久作)의 《도구라 마구라》(1935년), 나카이 히데오(中井英夫)의 《허무에의 제물》(1964년)이다. * 오구리 무시타로, 강원주 옮김 《흑사관 살인 사건》 (이상미디어, 2019년) * [절판] 오구리 무시타로, 김선영 옮김 《흑사관 살인 사건》 (북로드, 2011년)올해...

아름답고 눈부시면서도 아픈 - 자목련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보고 리뷰를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중에 한 번 더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글을 마주할 때마다 소설로 꼭 읽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소설을 읽은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아름다운 산문시 같은 소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게 되는 문장들, 가만히 눈을 감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곳을, 내가 닿을 수 없는 그곳의 공기와 냄새를 상상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에 누가 반하지 않겠는가.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

내 쉴 곳은 나의 집인가 - 햇살과함께
집. 대한민국에서가장 핫한 주제 아닐까? 영끌.누구나 집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 것 같다.아파트에 20년째살고 있다. 결혼하면서부터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으니.편리하지만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다. 내 집 같지 않다.가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그냥 숙소 같다. 집에 있으면 자꾸 집을 나가고 싶다(그래서 주말마다 탈주 중).집 하면 어릴 때 살던 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때는 탈출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립다.내가 가장 좋아하던 옥상이 제일 그립다.방 두 칸, 손바닥만한 중간방(거실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좁은 집에 많은식구. 나...

나와 세계를 궁금해하는 모든 이를 위한 책 - M의서재
이 책은 '파잔'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한다. 절반의 코끼리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고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려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유를 향한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 저자는 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리...

발자크를 읽으며 생각한 이러저러한 것들에 관하여 - 그레이스
- 관(棺), 마차(馬車), 청춘의 마지막 눈물에 관하여.부성애의 화신(化身)을 담은 허름한 관(棺), 귀족 문장(紋章)으로 장식한 텅빈 마차 두 대의 행렬, 라스티냐크의 오열. 내게 새겨진 이 소설의 이미지다. 고리오 영감은 프랑스 혁명과 공포정치 시대에도 사업에 성공한 수완 좋은 사람이었다. 귀족들과 결혼한 두 딸들에게 재산을 다 쏟아주고, 가난하고 병들어 하숙집의 허름한 방에서 죽는다. 딸들은 자신의 욕망에만 몰두해 있다.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마지막까지 다 털어가고, 장례식에 빈마차를 보낸다. 아버지의 관을 딸들이 따...

글쓰기는 당신에게 000을 줍니다 - 잠자냥
일요일인데도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어제, 문득 집사2가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냥 써! 너 저기 스터디룸 들어가서 써. 뭘 배우러 다녀. 글쓰기 같은 거 배우러 다니지 마!” 내가 너무 버럭 성질을 내니까 집사2가 깜짝 놀라 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알았다고 하면서 얼마 전 만난 예술 분야 쪽 일하는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냥 쓰세요, 배우러 다니지 말고 써야 늘어요.” 집사2가 뭔가 새로운 걸 배우러 다닌다고 하거나 기타 등등 뭔가를 한다고 할 때 나는 말리는 적이 없다....

경찰관이 들려주는 세상의 한 귀퉁이 - 구단씨
가끔 동생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처음 발령 받고 근무하던 중, 평소처럼 사건 신고 접수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마주친 시신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고. 그날은 제대로 식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이미 여러 번 사건 기록으로, 사진으로 남겨진 처참한 광경들을 봤지만 쉽게 적응하기는 어려웠다고 말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건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칠 때마다 이게 지금 사람 사는 모습인가 싶어서 씁쓸해질 때가 있단다. 일상을 지내면서 나처럼...

‘속죄‘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는가? - 페넬로페
우연히 영화 《어톤먼트》를 보게 되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왓챠에는 없었고, 되도록 고객을 빈손으로 보내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으로 내가 찾는 영화대신 그 영화와 비슷한 내용의 《어톤먼트》를 추천받았다. 이 영화의 원작이 ‘이언 매큐언’의 소설이라는 것도, 내용도 전혀 모른 채, ‘한 번 봐볼까?’라는 생각으로 봤는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오열하고 말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떤 악의에 의해 이렇게나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가에 대해 마치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분노가 치밀었다. 너무 화가 났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