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가 있는 날인데
마침 봄비가 내려
아이들은 점심 시간에 나가 놀 수가 없었다.
나가 놀지 못 하는 아이들도 고역이지만
덩달아 교실에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야 하는 나도 고역이다.
거의 6교시를 하는 셈이 되니까 말이다.
점심 시간에 잠깐 비가 그친 것 같아 보이자
나가 놀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겨우 겨우 뜯어 말렸다.
괜히 나가서 놀다가 감기 걸릴까 봐...
점심을 다 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위기 탈출 넘버원을 하나 보여주고
모둠 책상을 만든 후 놀잇감 가지고 놀게 하였다.
젠가를 하였다.
지난 번 한 번 해 봐서 이번에는 제법 쌓는 시간이 적게 걸렸다.
와장창 쓰러지는 소리와
" 악" 하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에 교실은 떠나갈 것 같았지만
나만 그 소리를 참으면 아이들은 즐거우니..... 참자!!!!
이번엔 젠가 가지고 각자 도미노를 만들어 보라고 하자
제법 창의적으로 잘 만드는 아이들이 있었다.
쌓다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넘어지는 통에 몇 명이 울기 직전까지 갔지만
놀이를 통해 절제력도 배우는 법.
이번 1-2학년 특색 사업이 놀이를 통한 창의인성 교육이라서
5교시 든 날은 이렇게 놀이감 가지고 놀릴 생각이다.
웬만큼 놀았으니
그럼 이제 책 읽어 주는 시간.
책자리에 선착순으로 모여 들었다.
이제는 앞자리가 명당이란 걸 알아서 서로들 앞에 앉으려고 엎치락뒤치락.
오늘 읽어 준 책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는 이야기이다.
황금 귀를 가지고 태어난 양 봄이는
자신의 귀를 부끄럽게 생각하여 귀마개를 늘상 하고 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귀마개를 잃어버리고 만다.
봄이는 귀마개를 찾으러 생애 처음으로 황금 귀를 드러낸 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의 황금 귀를 보게 되면 친구들이 놀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봄이.
그런 봄이를 친절한 나비, 벛꽃나무 아주머니가 도와준다.
하지만 언제까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자신의 황금 귀를 가릴 수 있을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금세 황금 귀는 들통이 나 버린다.
그러다 자신처럼 색다른 용모 즉 초록 귀를 가진 토끼를 만난다.
토끼는 봄이의 황금 귀를 보자마자 " 멋지다" 며 칭찬을 하는데
생전 처음 자신의 황금 귀가 멋지다고 하는 녀석을 만난 봄이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초록 귀 토끼를 따라 간 공터에서 만난 애들은 봄이처럼 이상(?)한 생김새를 한 동물들 뿐이다.
그런데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마냥 행복해 하며 노는 모습을 본 봄이는.......
여기까지 읽어 주고 나서 몇 가지 간단한 퀴즈를 하고 정답을 맞춘 아이에게 미니 자유시간을 주니
얼마나 집중해서 잘 듣고 발표를 잘하던지....
어린이들은 먹을 것을 걸고 하면 초집중한다.
오늘 학급 도서관을 오픈하였다.
그 동안은 집에 있던 책들을 한 권씩 가져와서 읽곤 하였다.
내일부터는 내 책과 아이들이 새로 사 온 학급문고를 읽을 수 있다.
하교 전에 책을 골라서 책상 속에 넣어라고 했더니
그 동안 눈독 들인 내 책을 얼른 집어드는 아이들이 많았다.
현재 교실에는 내 책이 300여 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제법 책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것 같아 소중한 내 책들을 빌려줘도 될 듯하다.
교실에 있는 모든 책들을 합하면 500권이 넘어 보인다.
3월 내내 독서의 기본 태도를 배웠는데
이제부터 더 행복한 아침독서를 하게 되리라 믿는다.
왜?
우리 교실에는 좋은 책들이 많으니깐.